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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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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채 리스크, 과연 그 실상은 어느 정도인가?

왕윤종 소속/직책 : 카톨릭대학교 겸임교수 2016-11-09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논할 때 흔히 세 가지 리스크(위험)를 지적하곤 한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지방정부의 재정악화, 그리고 그림자 금융의 확대이다. 이들 세 가지 위험 요인들은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중국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기도 하다. 국제금융기구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지겨울 정도로 이 문제들을 지적해 왔기 때문에 중국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성장 둔화로 인해 기업들은 가동률이 떨어지고 이익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면서 결국 공장 문을 닫게 되고, 기업의 과도한 부채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체계적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과도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고, 기업부실이 은행부실로 이어졌고 특히 해외에서 차입한 돈을 갚지 못하면서 외환위기까지 경험하게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작금에 세인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하고 있는 중국기업의 부채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가? 그 실상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거의 마비 상황까지 치달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는 여러 번 부침을 거듭했지만 2009년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글로벌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왜냐하면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모두 엄청난 유동성을 쏟아냈고, 아직도 풀린 돈이 회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정부 역시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조치를 취했고,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신용공급이 매년 20% 정도 증가하였다. 풀린 돈이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만큼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2010년 중국의 성장률은 10.4%를 기록하였고, 후진타오 시대 8% 성장의 신화는 계속 되는 듯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장률은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6% 대의 성장률을 기정사실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만 힘든 것이 아니고 세계 전체가 체력이 약해졌고, 풀린 돈을 제대로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상황 속에 빠져 그야말로 부채 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16일 <부채, 현명하게 사용하자(Debt, Use It Wisely)>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금융부문의 명목 부채는 2015년 말 기준 152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225%에 해당하며, 이는 역사적으로 사상 최대의 수치이다. 이 중 민간 부문의 부채는 3분의 2에 해당하는 100조 달러에 이른다. 이 보고서는 개별 국가의 부채에 대해서는 상세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유독 중국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업부채를 축소해 나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의 또 다른 연구 보고서는 중국기업의 부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 13 명이 참여한 보고서로 제목은 (IMF Working Paper 16/203)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정부투자기관(LGFVs: 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이 포함된 비금융기관의 부채가 2015년 말 GDP 대비 20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치는 금융위기 이전의 150%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세선을 기준으로 볼 때 20~25% 정도 상회하는 것이다. 추세선을 초과하는 부분을 신용갭(credit gap)으로 부르며 역사적으로 관찰되는 경험에 따르면 추세선을 4% 이상 초과할 경우 과도한 신용팽창의 후유증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부채 축소(deleveraging) 과정에서 심각한 경기후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제통화기금의 추정 부채 규모가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은 2015년 말 중국의 총 부채가 172.3조 위안으로 GDP 대비 254.8%, 기업부채는 GDP 대비 170.8%로 추정하였다. 중국의 경우 정부부채는 GDP 대비 44.4%, 가계부채는 GDP 대비 39.5%로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다. 따라서 유독 중국의 기업부채는 그 수준이 과도할 뿐만 아니라 위험 수위에 근접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량적인 측면에서 비금융기업의 부채가 과도한 수준일 뿐 아니라, 최근 들어 기업의 재무적 수익성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공표된 부실채권 규모는 전체 대출 대비 5.5% 수준이고, 미시적 자료를 근거로 한 잠재적 위험대출은 전체 기업대출의 15.5%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부실채권이 현재화할 경우 담보 가치를 감안할 때 60%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은행권이 부담해야 할 잠재 손실은 GDP 대비 7% 정도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중국의 비금융기업의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신용공급을 늘렸고, 특히 국유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아직도 금융후진국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식 또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보다는 은행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적으로 은행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중앙 국유기업 뿐만 아니라 지방 국유기업들도 은행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철강, 석탄, 시멘트, 유리, 알루미늄 등과 같은 중화학공업분야에 과잉투자가 이루어졌고,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과잉생산능력을 줄여야 하는 형국에 이른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자료에 따르더라도 업종별로 상장회사를 기준으로 철강기업의 51.4%, 부동산기업의 44.5%, 자동차기업의 15.3%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강시기업)으로 추정되고 있다(양평섭, 중국경제의 고민: 유동성 함정과 자산황, 성균차이나 브리프 인용).

사실 은행을 통한 상시적 구조조정은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조선, 해운, 철강의 과잉생산능력이 몇 해 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말이 쉽지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기가 만만치 않았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가? 이는 채권자,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흔히 시장경제의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라고 부른다. 중국의 경우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은 사실상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implicit guarantee)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상시적 구조조정은 더욱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불가피하게 국유기업의 부채를 축소하고 부실을 걷어내는 대수술을 국가주도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응급환자분류(triage) 체계가 좀 더 엄격하게 도입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일 것이다.

좀 더 미시적으로 중국기업의 부채 문제를 살펴보면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의 국유기업은 대부분 국가독점기업으로 에너지, 통신, 전력, 항공, 해운, 철도 등 국가기간산업을 책임지고 있다. 국가 시책에 따라 가격도 정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국가기간산업의 경우 얼마든지 수급 조절이 가능하다. 과잉설비문제가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방의 국유기업은 지방에서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 전체로 보면 심각한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지방정부의 성과지표는 GDP 성장률이었다.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공산당 간부들은 성장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후진타오 정부에서 지속되었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지방 국유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했고, 지방정부투자기관(LGFVs)을 통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지방정부 국유기업 또는 권력과 유착된 지방 민영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소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제도권 금융을 우회하는 신탁, 증권, 자산운용사가 금융중개 기능을 담당하는 유사금융이지만 은행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그림자 금융의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40조 위안, GDP 대비 58%, 은행의 기업대출 대비 48%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방정부 투자기관을 통한 대출은 산업 및 인프라에 투자되기도 했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에 투자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세수가 부족하여 토지 매각을 통해 부동산경기를 살리는 것이 세입확보에도 좋았고,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데도 도움이 되어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갖고 있는 지방정부의 예산은 고무줄 예산이 되었다. 엄격한 재정규율이 없는 연성예산(soft budget) 체제에서 지방정부는 부동산경기활성화, 지방정부투자기관을 활용한 그림자금융으로 일단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이와 같이 중국경제의 3대 위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동산 거품, 지방정부 재정 악화, 그림자 금융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방정부-지방정부투자기관-부동산업자 등으로 연계된 네트워크는 부패사슬이 되었던 것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서 부패와의 전쟁을 하려면 결국 지방정부의 부정부패를 가져오는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이상 지방정부의 성과지표로 성장률을 고려해서는 안 되며, 부동산 경기를 살려서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게 작동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또한 그림자 금융과 같은 감독의 사각지대를 방치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그리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1990년대 말 주룽지 총리 주도 하에 강력하게 국유기업의 개혁을 시도한 바 있다. 시진핑 정부 역시 2015년 11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공급측 구조개혁의 주요 과제로 언급한 데 이어, 2016년 3월 전인대에서 적극적으로 한계기업(강시기업)을 정리해나가기로 천명하였다. 국무원은 한계기업을 “에너지소모, 환경보호, 품질, 안전기준 등의 지표에 부합하지 않으며, 연속 3년 이상 적자가 발생하고, 구조개혁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단지 재무적 기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정부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환경 및 위생안전 등의 기준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측 개혁은 좀 더 포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106개 중앙정부 국유기업의 4만 개가 넘는 자회사들 중에서 345개의 한계기업을 3년 내에 퇴출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과도한 기업부채의 원인 제공자로서 은행에 대해 건전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부실채권의 출자전환 등의 조치를 강구하였다. 지난 10월 10일 국무원은 은행 대출채권의 출자전환을 위한 원칙으로 시장화, 법치화, 질서와 조화 등을 강조하였으며, 구체적으로 7개 대책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시장화 원칙이 과연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출자전환의 가격 및 조건에 대한 자율적인 협상 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앞서 지적했듯이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조차 상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은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999년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4대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하여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을 채택하였으나, 이는 이미 부실화된 경우에 적용된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국유은행들이 시장화 원칙에 입각해서 국유기업에 대해 부실채권의 출자전환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이해당사자간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기업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고 디레버리징의 속도가 늦어져 기업구조조정이 물 건너 갈 위험도 있다. 이제 시험대에 올라선 중국의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자율성이 제고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금융이 산업의 시녀 역할에서 벗어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중국이 금융선진국으로 가는 첫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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