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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결과와 미중관계

김현욱 소속/직책 : 국립외교원 부교수 2016-11-16

도날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가 전 세계를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대내외 정책에서 그가 뱉어놓은 막말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외정책에 있어서 트럼프의 주요 관심사는 고립주의적 성향을 띈 경제정책 중심의 방향성에 있다. 즉, 값싼 노동력이 미국으로 들어와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를 앗아갔으며,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값싼 물건이 미국으로 수입되면서 미국의 공장과 회사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그의 향후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한 우려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에 관련된 그의 고립주의적 성향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가 실제로 대외 안보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이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하는 결과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현 오바마 행정부가 전개하고 있는 ‘역외 균형전략(Offshore Balancing Strategy)’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겠지만,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개입정책 필요성을 느낄 것이며, 주요 지역에서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을 높이면서 미국의 비용을 최소화하여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대외정책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을 둔 전략이라는 점이다. 즉,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의 군사력이 시퀘스터(Sequester, 연방 정부예산 자동삭감 조치)'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의회와 협의하여 국방 시퀘스터를 폐기하고 미국의 군대를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예산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군을 49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늘리고, 해군력을 270척에서 350척의 군함으로 재건하고, 미 공군력을 1,100 대에서 1,200대의 전투기로 재무장하며, 해병대를 23개 대대에서 36개 대대로 증강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국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군사력이 충분하더라도 불필요한 예산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의 주요 이익이 걸린 지역과 이슈에 있어서는 개입과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해외군사 축소주의’를 통해 불필요한 곳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자제하겠지만, 이것이 미국의 리더십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정책적 방향성은 향후 미중관계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미중 간 경제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중국이 경제적 위협이 된다는 점, 위안화 평가절하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를 이용해 미국 제조업에 대한 비교우위를 차지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도둑질하는 행위를 차단하며, 수출보조금 행위를 폭로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높이겠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함이라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이 자국 중심의 경제질서와 체제를 구축하고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려 할 경우, 트럼프 당선자는 이것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그냥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바마 행정부처럼 확실하게 중국을 견제하지 못했던 ‘아시아 재균형’ 정책보다는 오히려 중국을 효율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중국은 대외경제 의존도를 계속 줄여 나아가는 추세이며, 이 같은 경제구조는 그동안의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약화시켜 양국 간의 갈등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기존의 아시아 정책 기본 틀인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지역적 이익 및 리더십과 직결되는 부분의 경우, 공·해군력을 꾸준히 증파하는 군사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자가 실제 미국의 이익과 관련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부분, 예를 들어 남중국해, 동중국해 이슈와 관련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중요한 이익을 중국이 보장해준다면, 이와 같은 이슈에 있어서는 중국과 거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제공에 의지해온 동맹국들에 중요한 문제점을 야기시킬 것이다. 즉,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 영토분쟁 상태에 있는 일본은 이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이 저하될 경우 매우 큰 ‘안보 불안감’에 빠질 수 있으며, 자체 군비 강화, 우경화, 핵무장 등을 통해 이를 메워 나가려 할 것이다. 또한, 미·중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 협력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북한의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의 미국은 이와 관련하여 지나친 정책적 소모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궁극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과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이 미국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상황적 인식을 갖게 됨으로써 아시아 개입 정책을 버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역외 균형전략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해군력 증강을 바탕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동맹국들의 강한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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