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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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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中 홍색공급망 구축, 우리경제에 독(毒)인가?

곽복선 소속/직책 : 경성대학교 중국학과 교수/중국지역학회 회장 2016-12-02

샤오미, 화웨이 등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스마트폰으로 중국시장을 휩쓸면서, 중국내에서 부품을 스스로 조달하고 완제품 생산까지 마치는 자급자족식 공급망, 중국식 SCM인 홍색공급망(紅色供應鏈)이 우리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2015년 기준 중국에 대한 수출 중 67.1%가 자본재(기계설비 등), 27.5%가 원자재(부품 및 원료 등)인 한국으로서는 점점 탄탄해지고 있는 홍색공급망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중국시장 진출에 설상가상의 격이 되고 있다. 중국내 공급망의 자급자족 강화는 그렇지 않아도 상호 보완적인 구조에서 경쟁적인 구조로 바뀐 한·중의 수출입구조를 감안하면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표1)   
           

표1.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10대 품목(MTI 6 단위기준)

MTI 6 단위 기준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10대 품목을 나타낸 표 이미지

 

물론 우리나라의 부품, 설비, 기술 분야에서 꾸준히 추진해 온 국산화정책을 생각해본다면 제조업 강국을 꿈꾸는 중국의 입장에서 홍색공급망 강화는 당연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홍색공급망이 어느 정도 구축되었는지는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중국의 제조업 현황을 간단히 살펴만 보아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

 

중국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 생산액이 전 세계 제조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부터 미국을 앞질러 1위가 되었으며 2015년까지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또한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서도 2014년, 2015년 모두 100여개 업체가 포진하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 위이며, 이중 제조업 종사업체는 50%가 넘는다.1) 이러한 수치는 이미 중국이 제조업 대국이 되었음을 쉽게 알게 해준다.

 

2015년 말 현재 중국공상행정관리 기관에 등록된 중소기업은 무려 2,000만개를 넘어섰으며, 개인기업도 5,400만개나 된다. 중소기업수가 한국의 인구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홍색공급망과 연계될 수 있는 연간 영업수입이 2천만 위안(한화 약 35억 원) 이상인 대·중소공업기업2)은 37만 4천여 개사이며 이중 중소기업은 전체의 97.4%를 차지하고 있다.3)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는 기업수는 충분함을 알 수 있다. 금년에 발표한 중소기업발전계획(2016~2020)에서도 중국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산업연계망 구축, 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주요 정책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중국정부는 11.5계획(2006~2010)부터 산업클러스터(또는 산업집중지역)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 산업별 12.5계획(2011~2015), 13.5계획에서도 반도체, 화학섬유, 신소재, 경공업, 전자정보통신, 의약, 문화산업 등 거의 전 산업에 걸쳐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중국은 이미 수많은 산업집중지역과 산업클러스터4)를 구축하고 자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간의 산업연계사슬을 더욱 긴밀히 다져가며 경쟁력을 높여 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발표한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45년까지 명실상부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장대한 플랜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여러 상황을 살펴보면 중국내에서 대기업과 중소 공업기업들이 중국기업끼리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을 밀도 있게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국산업의 자립도 강화와 자국기업의 육성은 어느 나라든 당연히 추진하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심화 확대될 중국의 각 산업부문별 홍색공급망 구축이 중국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단기적으로 독(毒)이 될 가능성이 높음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이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키우는 보약이 되어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의 활약이 더 커지게 될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느냐 인데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들이 자국의 경제성장, 고용, 안보 등의 이유로 외국에 진출한 첨단제조기업들을 자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거나 자국 내에서 미래산업으로 첨단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중저 수준의 기술과 제품에 있어 중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중국이 공개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데서도 이러한 자급자족이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홍색공급망이 중국이 의도하는 대로 제대로 작용하려면 중국이 갖지 못한 설계, 디자인, 금형, 계측, 생산 기술이나 부품, 신소재, 정보 등 중간재 확보, 관리, 마케팅 분야의 경영노하우, 지속적인 세계시장의 진출확대 추진 등에 있어 외국과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홍색공급망 체계로 자국기업끼리의 자급자족만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경제발전 및 제조업강국을 이루려는 꿈에 장애가 될 것이다. 하이얼 같은 수많은 중국의 대기업들이 열심히 선진국 기업들의 M&A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자체완결형의 공급망 구축이 근본적으로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기업, 정부, 국회, 학계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우리 자체의 첨단제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중국에 이미 구축되어 있거나 구축되고 있는 각 부문 산업클러스터내의 기업들과의 파트너링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기업의 제조기술 분야 수준이나 제품의 품질, 경영노하우가 여전히 중국에 앞서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과의 협력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홍색공급망에 올라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과 함께 성공하겠다는 기본 경영방침과 높은 기술력으로 중국시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콜마같은 우수한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만 한다면 오히려 홍색공급망은 우리에겐 청색공급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의 홍색공급망 구축이 우리기업과 정부, 국회, 학계에 강력한 자극이 되어 창조혁신적 첨단산업 육성에 우리가 매진할 수 있다면 한국경제에 독이 아니라 오히려 보약이 될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중국의 수준이 아니라 우리의 제조업 수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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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참조: <<中國製造 2025>>解讀之二: 我國製造業發展進入新的階段, 工業和信息部規劃司, 2015년5월19일.
2)중국에는 이를 ‘규모이상공업기업(規模以上工業企業)’이라고 지칭한다. 여기서 영업수입은 관련 기업이 자신의 주요한 업무(생산)를 통해 획득하는 수입을 말한다.
3)工業和信息部關於印發促進中小企業發展規劃(2016~2020年)的通知(工信部規[2016]223號), 工業和信息 部, 2016년 6월 28일.
4)산업클러스터를 중국에서는 ‘산업집군(産業集群)’이라 지칭하는데, 이보다 집적도가 약한 ‘산업집취(産業集聚)’와 구분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에서는 제조업 배치의 발전 방향중 하나로 산업집취를 산업집군으로 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있다(改造提升現有製造業集聚區, 推動産業集聚向産業集群轉型昇級). 중국정부가 공식적인 숫자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중국에는 이미 일정규모를 갖춘 산업클러스터가 20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經濟日報, 截至2010年我國已形成一定規模産業集群2000多個, 2011.2.22.)

 

 

 

[참고문헌]
- 工業和信息部關於印發促進中小企業發展規劃(2016~2020年)的通知(工信部規[2016]223號), 工業和信息 部, 2016.06.28.
- 國務院關於印發<中國製造 2025>的通知(國發[2015]28號, 國務院, 2015.05.08.
- <中國製造2025>解讀之二:我國製造業發展進入新的階段,工業和信息部規劃司, 2015.05.1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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