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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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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한 동향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시진핑(習近平)-왕치산(王岐山) 체제?

강준영 소속/직책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2016-12-06

중국의 정치체제는 기본적으로 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 체제다. 당이 곧 국가라는 당국체제(黨國體制/Party -State System)하에서 당의 결정이 헌법상의 국가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법제화되고 국가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이 이를 집행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중국 정치지도부는 당 총서기-국무원 총리, 즉 시진핑-리커창(李克强) 체제로 부른다. 이런 연유로 개혁개방 정책 추진 이후 중국 정치는 후야오방(胡耀邦)-자오즈양(趙紫陽)체제, 자오즈양-리펑(李鵬)체제, 장쩌민(江澤民)-주룽기(朱鎔基) 체제,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체제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시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자신의 최대 정치 동지이자 심복으로 반부패 운동을 이끄는 왕치산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주면서 현재 중국정치는 시-왕 체제가 이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얼마 전 열린 ‘18기 6중전회’(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제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소위 “시진핑을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이라는 결정적 지위를 얻은 시진핑은 내년 말 개최 예정인 제19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앞두고 왕치산의 거취를 고민해 왔다. 왕치산은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내부적 관례로 중앙정치국상무위원의 나이 제한, 즉 67세 이하는 선출이 가능하지만 68세는 불가하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에 따라 유임에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왕치산의 거취를 유추할 수 있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베이징시·산시(山西)성·저장(浙江)성에서의 국가감찰체제개혁 시범추진 방안>이라는 결정문을 배포함으로써 국가급 감찰위원회 설립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신설되는 이 기구의 구체적 직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당 기율검사위원회의 당원에 대한 반부패 사찰· 사정 기능과 감찰원의 감찰 기능을 통합하는 중국 최고의 감찰 기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수권을 받아 법적 집행권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당원 감찰에만 국한되던 사찰과 사정을 모든 공직인원 및 당외 인사들에 까지 감찰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얼마 전 시범 지역을 순시한 왕치산은 <국가감찰법(國家監察法)>을 입안해 법적으로도 분명한 장치가 이어질 것임도 공언했다. 

 

권력재편과 관련 민감한 시기에 대두된 중국 국가감찰위원회의 설립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세인의 주목을 끈다.

 

우선, 시진핑 체제에서의 반부패 척결 활동은 지금까지는 일단 당원에 대한 감찰과 처분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 기구를 통해 오히려 사정 범위를 확대해 사회적 정풍이 전 방위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한다. 주지하다시피 만연된 중국의 부패 현상은 시진핑 체제에 대한 정치적인 내부 위협은 물론이고 국민들을 괴리시켜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최대의 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적인 차원의 부패 일소와 관련 반부패 자원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중요한 기구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다. 왕치산도 시범 실시 지역을 방문해 이 기구의 임무가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업무 영도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되는 독립적 국가기관이 될 것임을 천명했다. 다만 기존의 기율검사위원회와 감찰원 등에 흩어져 있던 다양한 사찰 및 사정 기능들을 여하히 정합할 수 있을지는 문제다.

 

둘째,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세 곳이 모두 중국 정치에 있어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법안이나 정책의 시범 실시에 있어 부작용을 우려해 정치적 파급력이 비교적 적은 지역을 선정해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시범지역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 중서부의 산시성 그리고 연해지역의 발달 지역인 저장성을 선택해 다양한 정치적 실험을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특히 전례 없이 수도 베이징을 선택한 것은 정치 영향력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 기구 설립에 대한 중국 당국의 추진 결심과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단 시범 실시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진행되면 조만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당국은 새로운 정책을 펼칠 때마다 점(點)-선(線)-면(面)전략이라는 중국적 시행착오법을 통해 법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기구의 신설은 권력 재편을 앞두고 왕치산의 유임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설되는 감찰기구는 기존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통제 아래 국무원 산하 공안부·사법부는 물론 검찰·법원 등으로부터 협조를 받는 형식으로 구성되고, 또 시진핑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반부패 운동의 최고 실무책임자인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의 권한 강화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왕치산은 이 시범 실시 업무 소조의 조장도 겸직하고 있어 신설 기구의 수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는 내년 권력 재편과 관련 ‘칠상팔하’ 관례에 따라 설사 유임이 안 되더라도 향후 권력의 최 상층부에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입장에서도 확고한 지배체제를 구축해 개혁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해가려면 당내에 믿고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며 현재로서는 왕 서기가 최선의 선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왕 서기는 시진핑의 전폭적지지 하에 자신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천원칭(陳文淸)을 국가안전부장에 황수셴(黃樹賢) 감찰부장을 민정부(民政部) 수장으로 내정해 행정적으로 자신의 부패 사정라인을 구축했다. 지난 3월 깐수(甘肅)성장으로 임명된 린줘(林鐸)와 10월 후베이(湖北)성 서기가 된 장차오량(蔣超良)도 왕치산 인맥으로 분류된다.  

    

물론 당 대회가 아직 10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모든 것이 시진핑과 왕치산의 의도대로 될 것이라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 무엇보다 관례든 내규든 일단 예외를 두게 되면 무리하는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진핑 체제는 지난 4년간의 강력한 반부패 사정에 따른 피로도가 증가해 비록 결정적인 저항까지는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소소한 반발에 직면해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저항이 직접적인 불이익이나 사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일부 지방 관리들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40년 가까이 중국을 이끈 대소 관료· 간부들의 자발적인 역동성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당에 대한 충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정책이나 사정정국의 지속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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