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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ing the Tiger(騎虎難下)?”: 한-중 경제관계의 평가와 전망

남수중 소속/직책 : 국립공주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2016-12-09

“Riding the Tiger-The Politics of Economic Reform in Post-Mao China”는 영국 석세스대학교에 재직했던 유명 중국 전문가 고든 화이트가 1990년대 출간한 중국 개혁 관련 서적의 제목이다. 저자는 중국의 개혁과 개방의 의미를 분석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발생할 이익을 공유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Riding the Tiger(騎虎難下), 즉 호랑이 등에 타면 내리기 어렵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였다. 주변 여러 국가 중에서 한국만큼 중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 개혁과 경제적 성과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으며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운 국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가 정치적, 외교적 마찰로 인해 갈등과 대립으로 종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본 글의 목적은 한중 수교 24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를 정리하고 평가하여 향후 전망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국경제는 성장률 둔화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한국의 대중국 경제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최근이 한-중 경제관계를 재점검할 적절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양국 사이의 긴장관계를 고조시켜 한-중 경제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먼저 양국 경제관계의 구조 변화의 내용을 소개하고 평가해 본다. 첫째,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교역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량은 1992년 63.7억 달러에서 2015년 2,273.7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동 기간 수출 규모는 26.5억 달러에서 1,371.2억 달러까지 증가하여 연 평균 증가율은 20.7%에 달했으며, 동 기간 수입 규모는 37.2억 달러에서 902.5억 달러로 증가하여 연 평균 증가율이 17%였다. 무역수지도 1992년 10.7억 달러 적자에서 2015년 468.7억 달러 흑자를 시현하였다. 

 

둘째, 한중 양국은 상호 중요한 투자 대상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제2위의 직접투자 대상국이다. 1992년 이후 2015년까지 한국은 중국에 대하여 매년 평균 29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여 누적 투자액이 697.1억에 달한다. 이는 동 기간 미국에 대한 투자 규모 879.5억 달러에 이어 2번째에 해당된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약 43억 달러, 비중은 17.6%를 차지하였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점차 고도화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1992년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주로 노동집약적인 의복, 섬유 등에 집중되었으나 2015년 자동차, 전자, 전기 등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고도화되었다. 또한 3차 산업에 대한 직접투자 역시 숙박-요식업, 도소매업 중심에서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분야로 고도화되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했는데, 한국의 외국인투자국 중에서 중국 비중은 2015년 9.5%에 달해 전체 3위 수준이다. 1992-2015년 누적 기준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 규모는 약 81.1억 달러로 전체 투자국 중 8위이다.

 

셋째, 한국과 중국은 금융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였다. 초기에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2000), 아시아 채권시장(ABFs, 2003) 등 다자간 협력에 집중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위안 통화스왑 체결,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설(2014), AIIB(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2014년) 설립, 통화스왑 연장 합의(2016) 등 양국간 협력으로 발전하였다. 

 

넷째, 2014년 기준 한국이 중국에 29.5억 달러의 기술을 수출하여 전체 기술수출액의 30.2%에 달해 1위를 차지하였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기술무역 규모는 2013년 36.3억 달러에서 2014년 34.6억 달러로 소폭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2위를 차지하였다. 주요 6개국 중에서 기술무역수지 흑자국은 중국이다. 대중국 기술무역 흑자 규모는 2002년 약 1.8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13년 32.2억 달러, 2014년 24.4억 달러로 나타났다. 

 

다섯째, 많은 중국인의 한국 유입으로 인해 대중국 여행수지 흑자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가 지속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중국 여행수지는 2011년 이후 흑자로 전환되었다.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2015년 기준 15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여행수지도 약 97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까지 여행수지 적자 대상국이었으나, 2011년 이후 중국인들의 국내 관광이 증가하면서 흑자국으로 전환되어 2015년 약 70억 달러의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한중 양국의 인적교류 규모는 1995년 59만 명에서 2015년 약 1,035만 명으로 급증하였다. 중국인의 한국 입국 규모는 1992년 1.4만 명에서 2015년 약 590만 수준으로 증가, 비중도 2015년 42.1%까지 급상승하였다. 또한 한국인의 중국 입국 규모 역시 1994년 34만 명에서 2015년 444만 명으로 약 13배 증가하였다. 

 

한국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은 1992년 3명에 불과하였으나 2015년 9만 4천여 명으로 증가하였다. 중국 국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15년 6.7만 명으로 2003년의 3.5만 명보다 약 2배 증가하였으나, 전체 외국 유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동기간 45.5%에서 16.8%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한중 FTA가 체결되어 발효되었다. 지난 2005년 민간 공동연구로 시작된 한·중 FTA는 14년 11월 실질 타결 선언, 15년 2월 25일 가서명(initialing)을 거쳐 정식서명과 국회 비준동의 등 발효절차까지 마무리하고 2015년 12월 정식 발효되었다. 특히 한중 FTA는 한미, 한EU FTA보다 경제적 효과 클 것으로 보인다. GDP 증가율 추정치를 보면 한중 FTA는 2.72%로 한미(0.56%), 한EU(1.02%) FTA를 압도한다. 교역조건과 수출입에서도 한중 FTA가 2배 이상의 경제적 파급력이 예상된다. 

 

이런 한중 양국의 경제적 교류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전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의존도가 급상승하였다. 1992-2014년 기준 수출비중은 3.5%에서 25.4%, 동 기간 수입비중은 3.5%에서 17.1%로 상승하여 중국은 한국의 제1위 교역 상대국이 되었다. 특히 무역수지의 경우, 2011-2015년 동안 대중 무역수지 흑자액이 2,662억 달러로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 2,405억 달러보다 많다. 

 

또한 한국 GDP 대비 대중국 수출입 비중은 각각 10.3%, 6.4%에 달해 세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2번째 높은 수준이다. 2015년 한국의 전체 수출 중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하며, 이중 부품 및 반제품 등 중간재가 78.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제조업 부가가치 의존도가 상승하고 있다. World Input-Output Database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자체 조달 비중이 1995년 62.8%에서 2011년 56.6%로 축소된 반면, 동 기간 대중국 제조업 부가가치 의존도는 1.8%에서 10.3%로 급상승하였다. 

 

중국의 대한국 제조업 부가가치 의존도는 동 기간 2.4%에서 2.5%로 큰 변화가 없으나, 고부가가치 의존도는 상승하는 추세라고 한다. 예를 들면 금속 및 제품, 기계, 전기-광학기기, 수송기기의 의존도가 상승하였다. 특히 전기-광학기기의 의존도는 1995년 3.0%에서 2011년 6.7%로 크게 확대되었다.  

 

둘째, 중국경제는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는 동시에 성장의 구조 및 동력 등이 변화하는 뉴노멀(New Normal, 新常態)의 시대에 진입하였다.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연평균 9.7% 고성장시대를 마감하고 중고속성장(6∼7%)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성장구조의 전환은 대중 교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의 중속성장 단계로의 진입 및 소비중심 성장구조로의 전환은 대중 중간재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2005년 2.7% → 2015년 13.5%)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중국의 제조업부문 핵심 육성분야가 상당부분 우리의 성장동력 산업과 겹쳐 양국의 수출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의 공급부문 개혁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한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산업연구원(2016)은 2015년 10~11월 70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2011년 조사(평균 3.7년)보다 0.4년 줄어든 평균 3.3년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2002년 이후 3~4년 간격으로 같은 조사를 계속해오고 있는데,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4년(2004년 2차 조사)→3.8년(2007년 3차 조사)→3.7년(2011년 4차 조사)으로 축소돼 왔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산업(2.6년)과 경공업(2.9년)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3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화학공업은 3.5년을 유지했다. 기존 한중일 삼국 간의 분업구조는 한국과 일본에서 중간재 및 자본재를 수출하고 소비재를 수입하는 형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기술 우위 여부에 따라 일부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기술격차의 축소에 따른 한국과 중국 사이의 수직적 분업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는 과거 비교적 단순한 구조에서 고도화되고 복잡한 구조로 변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교 초기에는 산업간 무역 위주에서 점차 투자가 다양화되면서 산업내 무역, 기업내 무역으로 변화되어 왔다. 또한 제조업 투자에서 서비스, 금융시장 진출로의 고도화도 진행되었다. 반면, 한국경제와 수출은 중국경제 및 중국의 대세계 수출과 동조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하였으며, 중국요인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증대되고 있다. 중국경제의 변화가 투자 및 금융경로를 통해 한국의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과거 중국과 보완관계를 유지하던 한국 제품들이 경쟁관계로 전환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는 최근의 정치 및 외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협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과거 역사적 사례와 양국 경제가 상호보완관계를 활용했다는 관점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경쟁과 협력이 적절하게 결합된 방향으로 서로 윈-윈하면서 발전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첫째, 그동안 마늘파동(2000), 동북공정(2004), 김치분쟁(2005) 등 크고 작은 외교적 마찰이 있었으나, 양국 사이의 경제관계는 크게 훼손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한 바 있다. 둘째, 양국의 기술 격차가 상당히 축소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의 역량에 따라 상당기간 상호보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중간재 위주의 수출에 집중되었던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소비재, 완제품 수요 증가에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가능성이 더욱 높다. 셋째,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이 확대되면서 한-중 양국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들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 형성된 생산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면 양국의 경제관계가 상호보완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지만 R&D 투자 확대 등 기술 우위를 위한 기업 지원 정책도 한중 경제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한국의 입장에서 향후 한중 경제관계는 상품 무역 위주에서 서비스 무역으로 교역 분야를 확대해야 하며, 단순 조립 가공 단계에서 연구개발,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벨류체인으로 협력분야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학생, 관광자원을 활용한 지속인 인적 교류 확대를 통해 갈등이 발생할 경우 조속한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중 FTA 체결의 성과를 공유하는 등 양자간뿐 아니라 메가 FTA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등의 다자간 협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변화되는 동아시아 분업구조 변화에 공동 대응 노력이 필요하고, 일대일로, AIIB 등 중앙아시아, 유럽 진출에 공동 참여를 모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만 강조한다면, 중국의 경제 계획을 적극 활용하고 정책 변화 등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새롭게 부상하는 고급소비재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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