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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에 관한 소고(小考)

최필수 소속/직책 :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조교수 2016-12-13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섰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중국이 롯데에 대한 각종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온 며칠 뒤이다. 위생ㆍ소방ㆍ세무에 걸친 전방위 조사를 당하는 롯데는 일부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올해 10월 이른바 요우커 증가율은 전년대비 4.7%에 그쳤는데, 10월까지의 누적 증가율이 40%였던 것을 감안하면 감소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에 앞서 한류콘텐츠의 확산을 제한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고위층으로부터 하달된 정황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었다. 10월 이후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이 단 한 건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고, 한류 스타들이 광고 모델에서 탈락하고 있다. 그보다 먼저 이미 올해 중순부터 정부ㆍ지자체ㆍ공공기관에서 중국과의 교류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필자도 지난 여름 중국에서 개최될 학술 교류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측이 ‘최근 동북아 정세’를 이유로 해당 행사를 취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럴 줄 알았다”라고 말한다면 현장에서 피부로 찬바람을 맞는 분들에게 죄송스런 노릇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필자만 알았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도 뻔히 알았다. 좀 거친 비유이긴 하지만 만약 적국이 쿠바에 레이더 기지를 건설한다고 했을 때 미국이 어떻게 나오겠는가를 상상하면 중국이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이 관영매체에서 “한국은 사드 배치에 따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공연한 소리를 했겠는가?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던 작년 말과 올해 초, 사드 배치가 최종 결정된 7월 8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된 11월 23일 등과 같은 고비를 넘을 때마다 중국의 조치는 점점 더 강해져왔다. 롯데에 대한 조사는 이제까지 중에서 가장 노골적이고 분명한 타격이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고 여기까지 온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최악의 상황은 2012년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토분쟁으로 일본이 겪은 것과 같은 일을 한국이 겪는 것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규모 반일 시위를 조장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졌다1)“개와 일본인은 출입금지”라는 간판이 등장했고 길거리의 토요타ㆍ혼다가 군중들에 의해 파손됐다. 이보다 앞서 2010년에는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고 일본은 구금했던 중국인 선장을 무조건 석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중국의 최대 수입대상국이었던 일본이 한국에게 그 지위를 빼앗긴 것도 이 무렵이었는데 이것이 군중적 반일정서와 관계가 없다고 하기 힘들다.

 

일본의 경우보다는 덜 하지만 프랑스와 필리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프랑스는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받은데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 반중시위가 발생하는 바람에 에어버스 수출을 취소당하고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의 불이익을 겪었다. 필리핀도 올해 초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중국측이 필리핀산 바나나의 통관을 고의로 늦춘 탓에 결국 35톤 분량의 바나나를 폐기처분해야 했다. 물론 10월부터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미친중으로 외교노선을 급선회한 바람에 필리핀은 중국에 바나나 수출을 다시 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을 거의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도 있다. 몽골이 그런 예인데, 반중감정이 심한 이 라마불교 국가는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를 종종 초청하고 있다. 올해 11월에 이뤄진 방문이 무려 아홉 번째였는데 중국은 이에 대해 일대일로(一帶一路) 6대 경제회랑 중 하나인 중몽러 경제회랑의 시범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몽골의 유일한 수출 루트에 대해 통관세를 징수하는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이 아홉 번째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몽골은 중국의 조치에 별로 개의치 않고 있으며, 중국은 중국대로 적당한 선에서 몽골의 사과를 받고 경제 보복을 슬그머니 완화해온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사드 배치로 인해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일단 일본이 경험한 극단적인 군중 시위를 한국이 경험할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이 반일시위도 하고 반한시위도 한다면 이 지역에서 스스로 고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펼친다면 그 대상이 미국이나 일본쯤은 되어야지, 한국에게 그런 힘을 행사하기는 좀 부적절하다. 또한 사드가 한국과 풀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미국과 풀 문제라는 사실도 한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보복 논리를 궁색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몽골과의 달라이 라마 갈등처럼 한국과의 사드 갈등을 유야무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몽골의 경우, 라마불교 국가인데다 워낙 역사가 깊어 관례행사처럼 돼 있는데, 사드는 그렇게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프랑스나 필리핀에 했던 것과 같은 유형과 수준의 경제 보복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런 경제 보복은 명시적이지 않고 대응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일단 중국은 ‘사드 때문’이라는 얘기는 결코 공식적으로 하지 않으며 조치가 공식문건으로 하달되지도 않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한령 등 중국의 보복 조치들은 모두 구두로 지시됐다. 또한 검역ㆍ기술장벽ㆍ통관지연과 같은 조치들은 객관화시켜 문제 삼기 힘든 비관세장벽들이다. 심지어 중국의 조치가 “법대로 하자”는 ‘준법제재’의 형식을 띌 경우 대응은 더 어려워진다. 실제로 관례상 하루만에 통관시켜 주던 것을 규정대로 며칠씩 붙잡고 있는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했다2). 요우커의 경우 저가 쇼핑 관광을 축소한다는 명분을 들고 나오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이나 분야가 보복의 대상이 될까? 한국의 대중수출 70% 가량이 중간재, 25%가 자본재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과 중국은 산업간 밸류체인으로 긴밀하게 엮여 있어서 자칫하면 한국에 대한 제재가 중국 산업계의 피해로 전이되는 수가 있다. 반도체, LCD, LED, 자동차강판, 고급 석유화학 소재 등이 그런 분야이다. 이런 분야에서 한국의 제품이 대체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가장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한국산을 쓰고 있다. 중간재나 자본재에 대한 보복 조치는 자칫하면 중국 업체들의 조달 라인을 재구축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결국 대중수출의 5% 미만을 차지하는 소비재와 관광ㆍ홈쇼핑ㆍ유통ㆍ한류콘텐츠 등이 사드 배치에 따라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분야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피해 사례들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마침 사드 부지를 제공해서 곤경을 당하는 기업이 중국에서 유통ㆍ레저에 종사하는 롯데라는 점도 공교롭다. 이와 함께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 삼성과 LG를 배제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조달 라인이 구축돼 있지 않은 신규 산업의 경우 중국 자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규제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여, 중국의 경제 보복이 우리나라 대중수출의 근간을 흔들 수는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보복의 대상이 되는 부문이 수출 비중으로는 얼마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소비재건 신산업이건 한국이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할 부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대중수출이 감소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소비재 수출의 답보와 새로운 산업협력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임을 상기해보면 이 부분에서 나타날 중국의 보복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사안에 따라 WTO에 제소하는 강경한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고, 외교적으로 막후에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 인민들의 마음만은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재나 한류 드라마에 대해 당국이 규제를 할 수는 있지만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호감만은 지켜나가야 한다. 중국인들이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 긍정적인 인식이 사드 배치라는 정치적 이슈에 잠식당하지 않고 살아 있다. 사실 정치외교적 노선 중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과 한국 화장품이 좋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감정적, 인식적 경험이다. 각 분야에서 어떻게 한국이라는 긍정적 경험을 확대재생산 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중국인들이 마음에 더 다가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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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년 반일시위의 원형은 1999년 반미시위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나토(NATO)가 주(駐)유고 중국대사관 오폭한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대규모 반미시위는 주중 미국 영사관에 방화가 일어날 정도로 극렬하게 번졌고 중국 정부는 손쉽게 국민을 집결시킬 수 있었다.

2) 2016년 12월, 비공식 업계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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