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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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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북핵위기와 동북아 안보

유동원 소속/직책 :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 교수 2017-01-02

2016년에 와서 동북아의 안보지형은 급변하고 있다. 이중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이 4, 5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대열에 한 걸음 다가선 점이다. 냉전이 몰고 온 한반도 분단에 더해 북한의 핵무기 위협은 동북아지역에서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5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이제 핵무기 실전배치 단계에 거의 근접했다는 게 국내외의 일치된 견해다. 특히 201699일 감행된 5차 핵실험은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으로, 이를 통해 북한은 미사일 장착용 핵탄두의 표준화·규격화성공 및 소형화·경량화·다종화된 각종 핵탄두들의 생산 능력 확보를 주장하였다.

 

핵탄두 폭발시험은 탄도미사일에 탑재,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를 만들어 이를 폭발시키는 실험을 의미한다. 이는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며, 실전 사용이 가능한 핵무기 보유에 성큼 다가선 것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감지된 인공지진파가 약 5.0 내외로, 추정 폭발력은 약 10kt(킬로톤)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제4차 핵실험 당시 진도 4.8, 추정 폭발력 6~7kt에 비해 위력이 훨씬 강력해졌으며, ‘히로시마급 원폭 규모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조만간 북한 핵탄두 개발이 거의 완성단계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로써 북한은 핵탄두 다종화측면에서 진전과 더불어 실전배치 능력과 직결된 소형화·경량화 측면에서도 상당 수준의 기술적 진전을 이루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전력화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1~2년 이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20163월 김정은이 빠른 시일 내 핵탄두 폭발시험과 여러 종류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라고 지시한 후 핵무기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북한이 그간 노동 및 스커드, 무수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여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선 것도 소형화된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전략 무기를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핵탄두 운반수단을 확보한 데 이어 핵탄두 소형화까지 완료했을 경우 핵무기의 완벽한 전력화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다섯 번째' 핵실험은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앞둔 마지막 단계의 실험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의 경우 5차 핵실험 이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이점이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경량화까지 달성하여 스커드(사거리 300~700)와 노동(1300~1500), 무수단(3000~4000), SLBM(3000), KN-08/14(7000~10000) 등 다양한 운반수단에 핵탄두를 탑재하면 한국 전역은 물론, 일본과 괌 미군기지,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동북아 안보구도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며, 향후 미 동아시아 전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이 20169월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미국의 신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에 핵개발을 완료하여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확립하려는 의도가 크다. 미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현재 한미일과 중러간 대북제재에 대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충분히 이용한 것이다.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는 강경한 제재를 가하였다. 안보리는 20163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화물 전수조사와 광물거래 금지 등이 포함된 이 결의안은 70년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지난 3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확대를 포함한 독자조치를 발표했다. 일본도 핵·미사일 관련 기술자의 일본 재입국 금지 등을 포함한 독자적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역시 대북제재법(H.R. 757)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지난 7월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인권 제재 대상자로 지정하는 등 대북압박을 이어왔다. 이러한 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한미일은 안보리 결의 2270호 중 일부 빈틈(loophole)을 메꾸는 작업을 통해 '북한이 고통스러워할' 추가적 조치를 강구해왔으며, 201611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21호를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는 2270호의 빈틈, 특히 민생을 이유로 한 북한의 석탄 수출 등 외화벌이 창구를 더욱 조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이에 따라 북한은 연간 8억 달러(9,37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유엔의 대북제재로는 비핵화라는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 제재가 비핵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정책공조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같은 금융제재를 선택해야 하고, 또 북한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강력한 제재 이행 의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가능성이 모두 희박해 보인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안보리 신규 결의안이 채택될 때까지 82일이 걸린 것도 미중이 '민생 예외 조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보리 결의 2321호도 미중간 타협의 산물로서, 5차 핵실험 후 북한의 대 중국 석탄 수출을 전면 차단하려 했던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했고 중국은 '민생목적 대북거래는 양보할 수 없음을 재차 확인하였다. 80여 일간의 협상 결과 북한의 연간 석탄 수출 한도를 2015년분의 38%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고강도 안보리 제재안에 중국이 동의하는 대신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쓰지 않았다. 결국 북한의 돈줄을 조이고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전방위적 대북 제재(2270, 2321)는 최소 1-2년간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이행될 때 효력이 발생하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이 이행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평가된다.

 

중국은 북핵에 대해 한반도의 안정, 비핵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 등의 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일반 원칙에는 동의하고 협조하지만, 이것이 북한 정권·체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양측 간의 전통적 유대관계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2013년의 3차 핵실험 이후 아태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중간 전략적 경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결의에 대해 중국은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만,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향후 협상 유도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20162월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러한 유엔의 제재의 한계로 인해 군사적인 옵션이 거론되지만, 현재의 동북아 안보질서 등을 고려하면 미국이 중국의 반발과 군사적 대응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향해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미 연합전력에 의한 대북 선제타격으로 소기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의 전략 자산은 대부분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렵다. 또 우리에게 직접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스커드·노동·무수단 미사일은 100여대의 이동식 발사대(TEL)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잠수함에 탑재되어 있어, 이들의 위치를 사전에 탐지해 단시간에 타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이후 제재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제재를 지속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지만, 사실상 중국의 적극적 이행의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경제제재만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간의 평가다. 이는 제재를 하더라도 결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협상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협상이 진행되는 한은 북핵문제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핵문제를 일거에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단 단기적인 목표는 핵동결에 두고,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인 북핵폐기는 장기적 목표로서 북한 정상국가화라는 긴 여정 속에서 해결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 내부에서도 대북제재 효과에 의문을 던지며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2016221일자는 오바마행정부가 4차핵실험 직전에 북한에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다고 보도하였다. 그리고 동년 223일 케리(Kerry) 장관은 북한이 테이블에 나와 비핵화를 협의하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등 미국 정부내에서도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협상론자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610월말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미국국장, 그리고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등을 중심으로 한 양국대표단이 트랙2(민간채널 접촉) 대화를 가진 바 있다. 그리고 11월에는 북한 장일훈 유엔 차석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국장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조엘 위트 연구원과 브루킹스 연구소 로버트 아이혼 수석연구원이 제네바에서 대화를 가졌다. 이후 조엘 위트 연구원은 시사월간지 '애틀란틱'에 공동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기 초반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 기간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으며, 중국에 의존하지 말고 미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하라고 주장했다. 평화협정을 논의를 진행하면서 또 단기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한 후 정치적 여건이 성숙하면 완전한 핵 폐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의 트랙2 대화의 미국측 참석자들이 민주당측을 대표하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화는 트럼프 당선자가 대북정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집권 이후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과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20171월 출범하게 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는 미 국내경제 이슈, 러시아, 중동 및 중국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당선자는 당분간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국내문제에 둘 것이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의 독자적인 정책적 노력보다는 현재의 대북 제재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 추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해결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될 경우 중국 측의 더 큰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대화와 압박에 기초한 투트랙(two-track) 정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서 북핵문제를 과거처럼 제재일변도의 정책을 유지하거나 중국에 맡기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이 문제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 핵이 이미 현실화 되어 조만간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전제 위에서 협상을 고려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그는 미국 주도의 강한 제재를 바탕으로 북한을 압박하여 북미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것이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군사적 타격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가 내재되어 있고 중국의 강한 반대를 이겨야 한다. 8년만에 정권을 되찾은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포함하여 전면적인 정책 검토를 실시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 정부는 미·북간에 발생할 대화와 협상의 다양한 시나리오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대북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국제 공조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주도권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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