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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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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스모그와 정치

양갑용 소속/직책 :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2017-02-09

절적 요인이 더해져 나날이 심각해지는 중국의 스모그(雾霾, 우마이)는 이제 환경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유통되는 스모그로 뒤덮힌 중국 각지의 대기 영상은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함께 중국이 직면한 스모그 문제의 우려와 불만을 광범위하게 주지시켜주고 있다. 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겨울철이 시작되면서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스모그의 지속적인 발생, 그리고 이것이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가, 인민들의 잠재적 불만이 점차 사회문제화 되고 있고, 그 강도가 나날이 세지고 있는 것이다. 스모그는 점점 중국사회가 현대화로 가는 경로에서 정치안정과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최대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수도이며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인 베이징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발생하는 스모그는 도시와 인민들의 마음을 ‘함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사회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치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스모그의 심각성은 정부의 관리 능력과 통치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모그를 타고 “수질 오염도 관리하지 못하고, 식품문제도 관리하지 못하고, 스모그는 바람 불기만 바라고, 그럼 정부가 왜 필요한가?(水污染, 管不了; 食品问题, 管不了; 雾霾, 靠风. 那么, 这政府何用?)”라는 냉소적인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모그라는 대기 오염 문제가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인민의 ‘신뢰’에 기반을 두고 중국을 통치한다는 당국가체제의 통치 정당성을 기저에서부터 부식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오염의 심각함은 아이 키우는 문제, 건강 유지하는 문제 등에서 스모그가 극심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탈출하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모그 문제는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정치와 연결된 복합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SNS는 이들의 문제가 지역과 공간을 넘나들도록 판을 열어주고 있으며, 열려진 판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결국 스모그를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바람 불기’만을 기다리고 ‘인내’만을 요구하기에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 이미 때는 늦을 수도 있다.

 

2016년 12월 28일부터 새해 1월 8일까지 스모그가 급습한 일부 지역에 적색경보가 발령되었다. 잠시 주춤하던 스모그는 다시 지난 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스모그 주의보가 재차 발령되면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정부를 곤혼스럽게 하고 있다. 스모그 적색 경보 발령 지역도 최근 동베이(东北), 화베이(华北), 화동(华东), 시난(西南)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자칫 중국 전체가 스모그로 ‘함몰’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모그 지역을 뚫고 달려온 고속철도의 오염된 차체 사진이 인터넷을 달구고,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청두(成都) 초등학교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으며, 스모그 적색경보로 수많은 학교가 휴업하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게 되었다. 심지어 스모그가 심한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지역 5명의 변호사들이 대기오염 방지와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징진지(京津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이징이 정치경제의 ‘서비스(服務)’ 중심이 아니라 이젠 ‘스모그(服雾)’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는 자조섞인 비아냥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스모그 현상의 표면적인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고 바람이 불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 중국 기상청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기상 부문의 스모그에 대한 접근 또한 자연재해에 준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스모그 현상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오직 자연적인 현상이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스모그가 나날이 그 정도가 심해지고 발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발전문제와 환경문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라는 발전 방식과 관련된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이다. 즉 사회경제 발전에 필요한 제한된 자원의 정치적 배분에 관련된 문제이다. 유한 자원의 권위적 배분,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의 기본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스모그는 점차 정치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GDP로 상징되는 경제적 외연을 확대하는 성장 전략을 중요 발전 전략으로 채택해 왔다.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과 부문과 세대 간 격차 문제, 환경 문제 등은 성장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치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이 유발하는 환경 문제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덜 긴급하고 덜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어 왔다.

 

이와 같이 스모그 발생은 환경과 격차를 희생하고 우선시하는 발전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중국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성장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임은 분명하다. 개발도상국 중국이 초대형 국제 행사를 치룰 수 있을 정도로 국력이 성장되었다는 것을 국내외에 보여줄 수 있는 대규모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오염이 심각한 베이징에서 경기를 치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몇몇 선수들은 공기 오염을 이유로 경기에 불참하기도 했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는 베이징의 공기 오염 상황이 국내외 관심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2011년 미국 대사관이 베이징의 이른바 PM2.5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베이징은 늘 ‘유해’한 도시로 간주되었다.

 

급기야 중국 국내에서도 베이징을 탈출하거나 베이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우려와 걱정이 목소리가 집단적으로 SNS를 통해서 확산되기에 이르게 되었다. 심지어 중국을 떠나고 싶다는 희망사항도 공공연하게 SNS에서 나타나고 있고, 스모그가 심한 화베이 지역에서는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남방지역에서는 인재가 몰리고 있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리고 있다. 스모그가 매우 심했던 지난해 12월 20일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스모그 경제학 토론회(雾霾经济学研讨会)”가 개최되었다. 당시 외지에서 오기로 했던 참가자의 반 정도가 스모그로 인해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주요 고속도로가 통제된 상황에서 해당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었다. 급기야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시장은 대리 시장 시절인 1월 7일 스모그 관련 시민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스모그로 인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데 대해서 “심히 불안을 느끼고(深感不安)”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완전 이해한다”고 불만을 달래기도 했다.

 

앞서 말한대로 중국의 스모그 문제는 일시적인 자연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경제성장 우선의 발전 전략에 있다. 에너지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단기간에 제한할 수도 없고, 특히 난방철이 도래하면 화석 연료를 대체할만한 에너지원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도시 주변의 난방은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소규모 공장 가동 또한 화석 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상변화와 생활패턴의 변화가 매년 베이징 등 대도시의 스모그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스모그 등 대기오염의 통제와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성장방식의 변화, 생활방식의 변화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스모그는 일정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들에게 ‘인내’만을 요구하기에는 이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APEC 회의 개최를 계기로 이른바 ‘APEC BLUE’를 경험한 적이 있다. 베이징 주변 지역과 허베이성 주요 지역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베이징 시내 홀짝수 운행을 강제하고 생활상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국제행사에 동참해달라는 정부의 요구에 충실히 따른 결과이다. 그 결과 오염 유발 요인이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가동이 중단되었고 경제활동 또한 잠시 멈췄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장기간 지속 불가능한 한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혹자는 ‘인민전쟁 방식’으로 스모그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21세기에 ‘인민전쟁 방식’을 통해서 오염을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환경 입법 등 입법 활동 강화, 산업구조 조정, 생활방식의 개선 등이 근본적인 조치로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모두 장기적인 목표라 단기간에 적용할 수 있는 조치들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냉정하고 침착한 대응으로만 대처하기에는 스모그가 국민 생활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인내’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스스로 탈출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차이치 베이징 시장은 정부 관원 가운데 팔로우를 가장 많이 거느린 간부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주요 이슈에 대해서 SNS를 통해서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데 매우 익숙한 관원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지난 1월 7일 파워 블로그 등을 초청하여 스모그 관련 시민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그 역시 발 빠르게 시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스모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뾰족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석탄 사용량을 700만톤으로 줄이고, 노후 차량 300만대를 퇴출시키고 베이징시 차원에서 환경보호감찰을 진행하고 환경보호경찰대(环保警察队伍)를 조직하겠다고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스모그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이치 시장 또한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도, 사람들은 더욱 노력해야 한다(天不帮忙, 人要更努力)”고 호소할 뿐이었다. 차이치 시장은 “현재 스모그에 대해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다. 인터넷에서도 여러 질타가 있다 이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모그로 인해 시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깊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모그의 심각성은 정부의 관리 능력과 통치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모그를 타고 “수질 오염도 관리하지 못하고, 식품문제도 관리하지 못하고, 스모그는 바람 불기만 바라고, 그럼 정부가 왜 필요한가?(水污染, 管不了; 食品问题, 管不了; 雾霾, 靠风. 那么, 这政府何用?)”라는 냉소적인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모그라는 대기 오염 문제가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인민의 ‘신뢰’에 기반을 두고 중국을 통치한다는 당국가체제의 통치 정당성을 기저에서부터 부식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오염의 심각함은 아이 키우는 문제, 건강 유지하는 문제 등에서 스모그가 극심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탈출하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모그 문제는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정치와 연결된 복합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SNS는 이들의 문제가 지역과 공간을 넘나들도록 판을 열어주고 있으며, 열려진 판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결국 스모그를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바람 불기’만을 기다리고 ‘인내’만을 요구하기에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 이미 때는 늦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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