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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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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 간 표준 협력의 중요성 및 의미

황밍하오(黃明浩) 소속/직책 : 산동성표준화연구원 중한자유무역구연구센터 센터장 2017-02-09

 

2017년 정유년을 맞이하면서 세계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편에서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이 국가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1월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하여 ‘시대적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세계 발전을 함께 촉진하자’ 라는 제하의 기조연설을 하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1월 20일 열린 미국 제 45대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건설할 비전으로 정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세웠다. 세계는 글로벌 경제 위기 앞에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함에 따라 세계는 ‘서로 충돌할 것인가, 아니면 통일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모순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를 잘 보여주듯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라는 영국 문호 찰스 디킨스의 명언으로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을 시작하였다. 클라우스 슈밥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언함에 따라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전환기적 현상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나오는 산업혁명 직후 런던과 파리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능가하고 있다. 전환기적 현상 중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기존의 제도, 관계, 규칙, 표준 등 패러다임이 위기를 맞게 되거나 붕괴되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현상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그 동안 과도한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중고속 성장을 목표로 하는 ‘뉴 노멀’ 시대를 선언하였다. ‘뉴 노멀’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끊임없는 구조 개혁을 함으로써 생산요소 및 투자 중심의 성장에서 혁신 지향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급측 구조 개혁과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중국은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을 슬로건으로 모든 사람들의 창업 정신과 창의성을 경제발전의 중요한 동력과 엔진으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표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표준화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3월 ‘표준화 업무개혁 심화방안’을 내놓았고 표준화 업무를 전례없는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하여 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삼류 기업은 제품을 판매하고 이류 기업은 브랜드를 판매하지만 일류 기업은 표준을 판매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표준화 업무에 대한 인식은 날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2016년 9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한 제39회 ISO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사를 보내오고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 리는 직접 참가하여 ‘표준화 업무를 더욱 중요한 위치에 두고 표준을 통해 산업의 전면적 고도화를 추진하여 새로운 경쟁 우위를 형성하여 경제의 중고속 성장을 통해 경제의 새로운 수준을 향해 나아가자’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것을 볼 때 표준화에 대한 중국 최고지도층의 관심과 높은 지지를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하여 2015년 10월에는 “표준연통 ’일대일로’ 행동계획 (2015-2017)”을 발표하였다. 따라서 중한자유무역협정의 틀 안에서 중국과 한국 양자 간 표준화 협력의 성공적 진행은 ‘일대일로’ 표준화 업무의 벤치마킹 대상이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중국과 한국 간의 표준화 협력(나아가 동북아 표준화 협력)은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동북아시아의 경쟁우위를 선점하고 새로운 표준을 함께 제정 및 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함께 맞이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중국과 한국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로서 1992년 수교 24년 만에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고 교역규모는 37배로 성장하였다고 하지만 교역규모의 급속한 성장과 걸맞지 않게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기술무역장벽을 포함한 다양한 장벽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상품교역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 나아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경제공동체 형성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15년 6월 1일 중한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관세 장벽은 점차 줄어들거나 제거되고 있지만 비관세장벽의 중요성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과 한국은 서로 상이한 기술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기술무역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협력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16년 6월 한국표준협회에서 발표한 보고서 ˹한중 국가표준(KS-GB)의 주요 특성 갭(gap) 분석 및 시사점˼에 의하면 한국의 대 중국 수출에 국가표준 간의 낮은 일치도(0.0%~11.2%)는 지속적인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한국과 중국의 표준공동개발 및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표준을 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산업·지방·기업 표준으로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단체표준의 제정을 격려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표준 규모를 확대하고 표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한국은 제1위 수출국인 중국의 표준을 포함한 기술규정과 적합성 평가절차 등 기술무역장벽에 대한 연구 및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중국과 한국의 표준화 협력은 단순히 한국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하거나 중국이 자신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신기술, 신산업에서 국제표준을 함께 선도하고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국가 전략을 표준으로 연결하기 위한 공동의 전략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

 

찰스 디킨스는 서문에서 말한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뒤에 바로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라고 말하였다. 그렇다! 모순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의심과 어둠, 그리고 절망이 가득한 겨울이지만 그 가운데 믿음과 빛, 그리고 희망의 봄이 기다리고 있듯이 중국과 한국 간 표준화 협력의 시작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무심코 던진 씨앗이 큰 수림이 되어 돌아와 중국과 한국, 그리고 동북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에 새로운 길과 방향을 제시하여 함께 지혜의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 양국은 21세기 새로운 시대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세계발전을 함께 촉진하기 위하여 중한자유무역협정에 명시한 지방경제협력 시범도시인 웨이하이와 인천에서 표준화를 화두로 새로운 ˹두 도시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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