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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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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인민은행의 딜레마, 디레버리징과 실물경제 안정

이은영 소속/직책 :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7-03-02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2월 3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와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금리​1를 연이어 인상하였다. 공식 성명서를 게시하지 않고 발표한 금리 인상을 두고, 당일 중국 국내외 언론​2 들은 일제히 중국 통화정책이 긴축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인민은행 내부 인사들의 설명은 이를 부정하는 내용들이었다. 인민은행의 연구국 국장 쉬종은 역RP 금리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이를 인상한 것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과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3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금번 금리 인상 조치는 기준금리 인상과 구별되어야 하며 통화긴축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림 1. 중국 역RP 및 SLF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 중국 인민은행, CEIC(검색일: 2017. 2. 23.)

 

 

 

중국의 기준금리는 은행 예대금리이다. 단기 시장금리 변동을 유도하여 중장기 금리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미국과 한국 등의 기준금리와 비교하면 사실상 ‘금리 규제’에 가까운 것으로, 금리자유화의 진전으로 그 중요도가 약화되는 추세이다. 반면 역RP 금리와 SLF 금리는 보다 진일보한, 말하자면 ‘시장’을 고려한 정책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인민은행 스스로가 그 파급력을 제한하고 경계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과 인민은행이 처해있는 딜레마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금번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은 자산버블 우려와 급격한 대출 증가이다. 그간 통화완화 기조로 풀린 대규모 유동성은 실물경제에 유입되지 못하고 레버리지 과정을 거쳐 대도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어 중국 부동산 경기과열 및 버블 우려를 높여왔다. 2015년 이후 두드러졌던 주식과 채권 시장의 급등락세 역시 레버리지 투자 확대에 따른 이상 징후였으며, 특히 주식 시장 불안의 경우에는 2016년 초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 금융시장으로까지 전이되기도 했다. 지난 1월 가계와 기업이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사회융자규모)이 역대 최고치인 3.7조 위안을 기록하고 동월 위안화 신규 대출 규모가 전월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이 같은 금융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인민은행으로 하여금 금번 조치를 결정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이 금융권과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분명하다. 최근의 창구지도를 통한 대출 억제, 그림자금융과 부동산 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림 2. 중국 M1 증가율-M2 증가율 Gap (단위: %p)

자료 : 중국 인민은행, CEIC(검색일: 2017. 2. 23.)

 

그런데 문제는 실물경제 부문이다.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은 2010년 10.6%에서 2016년 6.8%로 둔화되었다. 최근 제조업 PMI 등의 지표가 다소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경기 둔화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할 민간투자는 매우 부진한 상태이다. 소비 부문 역시 경기 급락을 방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10월 이후 협의통화(M1) 증가율이 계속 광의통화(M2)를 상회하는 것은 실물경제의 수요 부진과 투자처 부재로 인해 중국내 대기성 자금이 상당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추가로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하더라도 투기성 행위만 자극될 수 있다. 인민은행의 딜레마는 결국 이러한 금융과 실물 부문의 괴리, 디레버리징과 경제 안정 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민은행은 금융권과 자산시장의 버블을 견제하면서도 실물 경기 회복세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역RP 등의 단기금리를 소폭(10bp) 올린 후 이는 통화긴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와 금융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금리인상 직후 중국 상품시장에서 일부 품목의 급락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애매모호한’ 스탠스로 디레버리징과 경제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중국 정부는 상당 기간 금리자유화와 자본시장 개방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최근 1~2년 사이에 주식시장 개입, 금리 규제 부활,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 등을 거듭하면서 그간의 금융개혁 성과를 크게 위축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공급측 개혁 가속화를 위한 디레버리징이 강화되어 중국 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주장​4과 정치적 안정을 위해 경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민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모호한’ 태도는 통화정책 효과와 시장의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경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의 분석 결과5)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인민은행의 ‘속내’를 짐작케 한다. 자산버블을 해소하기 위한 과도한 디레버리징 조치는 유동성 리스크와 자산버블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책당국은 직접적인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해답의 실마리는 ‘시장’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인 기준금리나 지준율 인상은 당분간 실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판단된다. 주식, 채권, 부동산으로 이어진 투자 버블 우려와 해외투자 확대 및 자본 유출 압력은 자산관리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금융업 발전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버블 문제 역시 지역별 시장 환경이 상이함을 감안6)하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인상 등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개혁을 재개하고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정책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국의 금융과 경제 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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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RP는 인민은행이 단기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으로, 국공채 등을 금융기관들로부터 매입하여 유동성을 공급하고 약정한 시점에 이를 되팔아 유동성을 회수하는 거래. SLF 역시 금융기관들의 단기 유동성이 부족할 때 이를 공급해주는 정책 수단. 이 때 적용되는 것이 역RP 금리와 SLF 금리이며 최근 1년간은 변동 없이 고정  

2) Bloomberg(2017.2.3) 보도에 따르면, Societe Generale SA의 제너럴 아시아 금리전략 부문장 프란시스 청은 금번 인상에 대해 예상 밖의 조치이며 비교적 강한 긴축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고, Natixis 중화권 선임 이코노미스트 이리스 팡은 역RP 금리를 활용한 것은 인민은행의 금리자유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주장

3)新华网(2017.2.7), ‘央行研究局: 逆回购利率上行非加息 主要由市场决定
4) EIU는 2017년 2월 ‘10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시진핑 집권 2기 경제정책이 디레버리징에 집중됨에 따라 2018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4.2%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 신정근(2017.2)외 참고 

5) 中国金融论坛课题组(2017.1) p.17

6)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의 인중리 부주임은 부동산 부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역별 시장 수급 상황이 상이함을 감안하여 대도시의 토지 공급면적은 확대하고 여타 지역은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 이은영(2016.10)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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