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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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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시장의 이해와 특성

김승환 소속/직책 : 북경 레몬잎 컨설팅 대표 2017-03-02

중국과 사업을 하는 기업인 혹은 중국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带一路)정책과 “대주변 전략”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대(一带)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로를 말하고, 일로(一路)는 동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연결되는 해로(海路)를 말하며, “대주변 전략”은 이러한 물류 루트를 이용해 주변국과의 자유 무역 지역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서부지역 기간 산업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는 서부지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어 동서지역의 경제 양극화를 축소시키고,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고자 함이다.

 

이러한 중앙 정부의 대단위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어렵고,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 기업뿐 아니라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도 중국 경제가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를 항상 고민하고 그 불안정성을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더 이상 고속 성장이 아닌 안정적 성장이라는 중앙 정부의 발표로 이제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많으며, 실제 중국 기업인들로 부터도 매년 최악의 상황이다 라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들어왔다. 사실 당해 년의 상황은 전년 대비 늘 좋아지지 않았다. 올해도 중국은 환율의 불안정성과 산업 구조 조정, 중속 성장 등의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인은 우리에게 위기의 신호탄이며 중국 경제 불황의 시작인 것인가?

 

매년 초 중국국가통계국에서 전년의 경제 성장률과 올해의 목표를 발표한다. 올 1월20일 국가 통계국 발표에 근거하면 2016년 국내총생산은 전년대비 6.7% 성장했고, 2017년 목표는 6.5%로 발표했다. 2016년 전년대비 순 GDP 증가액은 RMB 4조6726억으로 이 증가액은 한국 전체 GDP의 절반 정도의 규모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올 초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2.7%의 성장을 했다고 한다. 또한 신흥 시장으로 인도와 베트남도 중국보다는 낮은 6.6%와 6%라고 한다. 이를 보면 중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위기 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은 갈수록 증가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과 이익은 줄어가는 것일까?
 

한국 기업은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주로 연안 지역에 집중해서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당시 중국을 시장으로 보기 보다는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생산 거점으로 보고 진출했다.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기업들은 현지화를 추진했고, 중국이 더 이상 저렴한 원가의 생산 기지가 아닌 소비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대부분 기업들의 본사는 북경과 상해에 본사를 두고 연안 지역의 1선 도시를 중심으로 마케팅과 유통망 건설에 힘을 쏟았다. 그래서 어느 백화점 혹 상점을 가더라도 쉽게 한국 브랜드를 찾아 볼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성장을 위한 시장공간을 이제는 찾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익숙함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2선 도시를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고 중앙 정부의 정책적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갖고 중국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딘가를 연구하고 그와 부합될 수 있는 각각 기업의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중국은 이미 대부분 기업의 전략적 투자 방향이 서부 시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중국 대기업들은 서부의 본사를 섬서성 시안에 건설하고 있다. 또한 이를 환영하듯 각 지방 정부들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으며 연안 1선 도시에서 진행됐던 정책적 혜택을 만들고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의 결과라고 할 수 있듯이 일대일로 정책의 중심인 섬서성은 매년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으며, 올 초 발표한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2016년 7.6%의 성장을 달성했고, 2017년은 이보다 높은 8%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섬서성 정부는 2017년 1월 4일, 2017년 섬서성 600개 중점 프로젝트와 연간 투자액이 RMB4820억 위엔(한화 약 82조원)이라고 발표 했다.​1 또한 서부 지역의 항공 육로 물류 허브로서 대규모 물류 센터가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곧 이어 자유 무역구가 개설될 예정이다.

 

일대일로 정책과 그 중심인 섬서성의 거시적 상황을 간단히 언급한 것은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방향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배경을 다시 알려주고자 함이고, 중국에서의 사업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정책 리스크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가장 큰 기회도 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발표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다.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2,3일간의 전람회 참석과 기업 교류회 등의 진행을 통해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이곳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토지 사용과 세금 혜택,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인맥(꽌시)를 이용해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도 얻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프로젝트의 기회를 획득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해서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 우위에 있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 진출 기업을 위해 산업별 1대1 한중 기업 교류회, 박람회, 중국 파트너 소개, 시장 동향 보고, 마케팅 비용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펼쳐 오고 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고, 또한 현재도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지원하고 채널을 소개하는 일을 지속해 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렵다고 하며, 가시적 성과를 낸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늘 해오던 방법 중 유지할 것은 유지하되 좀 더 깊이 있고 결과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고 이를 실행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환경 분야를 예를 든다면, 환경 관련해서는 어느 지역이나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섬서성에는 각 도시마다 중점 사업이 있고, 그 사업 특성에 맞게 새로운 공업지역과 주변 인프라들이 끊임없이 건설되고 있다. 대부분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들이며, 정부 인사들은 한국의 환경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 자기 지역에 유치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 기반도 없는 불확실한 곳에 와서 환경 설비 공장을 건설하고 영업할 확률은 거의 제로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 지방 정부와 연결하여 프로젝트 정보를 제공하고, 현지의 기업들을 초청하여 한국 기술을 소개하며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외 나머지는 기업 스스로의 몫인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이러하지만 내가 이곳 섬서성 관리들을 만나고 환경 업체들을 만나보면서 느낀 것은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 이라는 생각이다. 몇 가지 팩트를 언급하면 1. 중국 지방 정부 관료들은 기업 유치가 절실하다. 2. 지방 정부마다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3. 현지 기업들은 기술적 발전과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더 나은 기술을 찾고 있다. 4. 한국 기업의 수준은 이미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수준을 한참 앞서 있다.

 

이러한 팩트를 기반으로 지방 정부와 소통을 통해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작은 규모라도 프로젝트 수행이 필요하며, 한국 기업은 기술을 제공하고 현지 기업은 이를 시공하면서 실제 프로젝트를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 작은 결과와 시장을 보여준다면 한중 양측 기업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협력 모델을 만들 것이고, 현지 영업과 지원을 위해 그 지역에 합자 법인 설립의 필요성을 내세워 중국 지방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즉, 정부 환경 관련 프로젝트 중에서 1000~2000만 위엔 정도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지정 한국 기업과 진행하고 싶다고 언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 몇몇 관리들은 필자의 제안에 일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 지방 정부는 궁극적으로 중한 합자이던 독자이던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과 동시에 한중 협력 국제 프로젝트 진행이라는 실적이 생기며, 현지 기업에게는 한국 정부에서 신뢰하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에게는 한중 정부의 배경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어서 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 정부의 배경 하에 자연스럽게 지불 보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라는 의문에 이렇게 답하고자 한다.

 

가능하고 또한 가능한 이유는 섬서성은 서부 시장의 중심이지만 상대적으로 대외 개방도가 낮은 곳이기에 국제 협력 프로젝트라는 것은 그 자체가 정부 관료의 실적이 될 수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라 함은 현지 기업과 정부 관료의 꽌시로서 수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앙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하더라도 지방 정부는 여전히 꽌시를 분리할 수 없으며, 꽌시와 이익은 항상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이 사실 1선 도시에서는 힘든 얘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 시장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왜 여기 시장이 기회인가 라는 질문에 중앙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의 중심이고, 엄청난 투자를 통해 시장 공간이 열리는 곳이라는 정석적인 답도 있지만, 그 외에 이곳 사람들의 성향과 이들이 얘기하는 꽌시의 개념, 그리고 지방 정부 관료들이 필요로 하는 명분을 파악하여 접근하는 것은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은 또 다른 해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 지역 사람들은 어떤 성향일까?
자원이 풍부하고 군수 산업과 중공업이 발달했던 곳이고 이를 운영하는 기업은 국영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지역적 고립성으로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하고 밖에서도 들어오기 힘든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었으며, 중국의 13개 왕조가 시안에 세워졌었다는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보수적이며, 논리적인 협상보다는 꽌시에 근거하고, 산업적 특성으로 인해 시간 개념이 부족한 편이고, 치열한 경쟁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으로 연안 지역의 사람들보다 업무의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곳의 한 중국인 업체 사장이 하는 말이 삼성전자 반도체 현장을 가보니 한국인 엔지니어 한명이 현지 직원 4명분의 일을 처리하더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은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협상에 있어서도 타 지역 대비 쉽지 않음을 필자 스스로도 수차례 겪어왔던 현실이다.

 

중국에서 말하는 꽌시는 우리가 이해하는 단순한 친구관계가 아니다. 한번 만나 밥 한 끼 먹으면 중국인들은 우리를 펑유(朋友,친구)라 부르며 극진한 대접을 한다. 마치 무슨 문제이던 해결해 줄 것처럼 스스로를 과장하고 포장한다. 이러한 것을 알면서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정말 친구가 된 걸로 착각하고 일이 진행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중국말에 "打过抢 同过窗 分过脏 嫖过娼"이라는 말이 있다. "함께 전쟁에 나갔거나, 함께 공부를 했거나, 함께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나눴거나, 함께 이성을 나눴거나". 남자들의 입장에서 나온 말인데 이중 하나에 속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우와 동문은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부정한 이익을 나누거나 이성을 함께 논다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도덕적 가치에 부적절하지만 그 속뜻은 이렇게 나쁜 짓을 하려 하면 그 만큼 시간을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의미로 보면 맞을 것이며, 네 종류 친구 모두 시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에게 필자를 소개할 때 늘 쓰는 관용어가 있다. 바로 오래 사귄 친구라는 표현으로 소개를 해준다. 몇 번의 만남으로 친구임을 과시하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상대방과의 신뢰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꽌시 속의 친구이며, 이런 관계가 될 때 우리의 중국 사업도 좀 더 빠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서부 시장에 대한 이해를 통한 새로운 전략 수립과 그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고 파악하여 협상에 임한다면 우리의 성공 확률은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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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1월 4일자 봉황재경 신문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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