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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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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雄安新區)와 시진핑의 새로운 개혁 패러다임

양갑용 소속/직책 :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2017-05-04

천년대계(千年大計)와 국가대사(國家大事)로 명명된 슝안신구(雄安新區)가 시진핑 호에서 ‘중국의 꿈’을 품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슝안신구는 베이징(北京)의 비수도 기능을 떼어 내서 베이징시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발전에 부합하는 혁신의 새로운 엔진을 배양하는 곳이며 징진지(京津冀) 즉, 베이징시, 톈진시(天津市), 허베이성(河北省)의 협력 발전을 추진하는 최적지의 배경으로 지난 4월 1일 전격적으로 발표되었다. 슝안신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신구 건설을 결정한 단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슝안신구 건설은 중공중앙과 국무원이 공동으로 결정했다. 비록 부성급(副省級) 지위의 행정 급별 위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치적 위상은 국가급 신구(新區)를 초월한다. 사실상 시진핑의 의중이 깊게 들어가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선전특구(深川特區), 장쩌민(江澤民)의 상하이푸동신구(上海浦東新區)처럼 시진핑(習近平)의 슝안신구(雄安新區)가 될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2월 23일 허베이성(河北省) 안신현(安新縣) 현지 조사를 다녀왔다. 당시 시진핑은 현지에서 <허베이 슝안신구 규획 건설 공작 좌담회(河北雄安新區規劃建設工作座談會)>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슝안신구는 베이징시, 톈진시, 허베이성 바오딩(保定)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또한, 허베이성 슝센현(雄縣縣), 롱청현(容城縣), 안신현(安新縣) 등 3개 현과 주변지역을 포괄한다. 이곳을 신구로 고려한 이유는 세 지역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신구 건설 목적이 베이징시의 비수도 기능(非首都功能)을 보완하겠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학술위원회 연구원이며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인 장옌성(張燕生)은 “슝안신구는 중국이 지향하는 혁신형 현대화 국가의 심장에 해당하는 혁신의 거점으로 중국판 실리콘 밸리”라고 말한다.

 

장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베이징은 늘 막히고, 산업과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전환의 공간이 부족한 지역이다. 따라서 수도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비수도 기능으로서 과학기술, 문화, 인재와 국제화의 장점을 결집시키는 새로운 혁신의 중심도시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슝안신구라는 것이다. 특히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를 연결하는 혁신의 중심, 첨단제품 제조의 중심, 현대화서비스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에 베이징의 배후도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차세대 정보기술, 예컨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딩 컴퓨팅, 무인기술, 항공과 우주산업, 로봇 등 국제 선도형 신산업을 신구에 착근시킬 수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등 고등교육 기관, 병원, 연구기관 등이 신구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가서 베이징의 비수도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즉, 슝안신구가 철저하게 베이징시의 비수도 기능을 맡는 보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정부는 표면적으로 교통 등 인프라, 땅의 질(地質), 물의 물결(水文), 건설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슝안신구가 베이징의 비수도 기능을 보완할 최적지라고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징진지로 알려진 거대한 메갈로폴리스를 근접지로 둔 배후지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은 선전경제특구가 홍콩 등 광저우 지역 주강 삼각주 지역과 푸동신구가 상하이 중심의 장강 삼각주 지역을 끼고 발전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의 수도 기능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일단 공식적으로는 베이징의 비수도 기능을 가져가는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단지 베이징의 비수도 기능만을 가져가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웅장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견도 존재한다. 슝안신구의 단계별 확대 방안을 보면 초기 100 평방킬로미터로 시작해서 중기 200 평방킬로미터, 장기 2000 평방킬로미터로 되어 있다. 장기 면적은 현재 베이징시의 시 중심과 근교 지역을 합한 면적인 1400여 평방킬로미터보다 훨씬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천년의 큰 계획’이라는 슝안신구가 단지 비수도 기능만 가져갈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슝안신구는 ‘천년의 계획’을 가지고 추진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래 도시 건설과 도시 인프라, 도시환경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도시 종합 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국제 일류수준 생태환경과 주거를 결합하는 새로운 도시 모형의 새로운 모델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는 녹색, 현대, 스마트 도시 등이 망라된 첨단 신기술을 갖춘 대외 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의 역할이 맡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는 명목적으로 슝안신구가 허베이성의 중남 지역 발전을 이끌고 허베이성 전체 발전을 확산하고 종국적으로는 전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기획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왜 슝안지역이고, 왜 천년의 계획이며 국가의 대사인지는 향후 슝안신구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이를 대하는 당 중앙과 국무원의 태도와 관심의 정도에 따라 행간을 읽어내야 하는 수고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섣불리 현재의 기대만을 가지고 슝안신구가 마치 중국의 실리콘 밸리가 된다든지 베이징의 배후도시로의 입지를 확실히 다져 제2의 수도 역할을 하고, 종국에는 수도 이전으로 이어질 지는 장시간 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슝안신구에 대한 중국 내외 평가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정부관리학원 리궈핑(李國平) 교수는 “슝안신구는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징진지(京津冀) 협력 발전, 장강경제벨트(長江經濟帶) 등 3대 전략에 부합한다“고 극찬하고 있다. 베이징대학 6개교 징진지 협력발전 연합 창신 중심(北京大學等六校京津冀協同發展聯合創新中心) 주임 양카이중(楊開忠)은 “사회발전과 인민생활 수준이 불일치하는 상황에서 지방의 삶의 질이 개발과 건설의 관건이 되고 있다. 규모나 속도를 맹목적으로 추구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슝안신구 건설이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 징진지 협동발전 전문가 자문위원회(京津冀協同發展專家咨詢委員會) 조장 겸 중국공정원(中國工程院) 주석단 명예주석인 전 상하이 시장 쉬쾅디(徐匡迪)는 “징진지 협동발전은 베이징과 톈진으로 집중된 도시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발전이 소홀한 허베이지역을 중점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하면서 “선전과 상하이 푸동이 각각 주강 삼각주와 장강 삼각주의 발전을 이끈 것처럼, 슝안신구는 징진지 발전을 이끄는 거점 지역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당 중앙과 국무원이 야심차게 제시한 슝안신구 건설이 시작부터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먼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 4월 2일 보도에 의하면, 4월 1일 슝안신구 건설 발표 이후 슝센(雄縣) 주택 가격이 하룻밤 사이에 평방미터 당 1만 위안에서 1.7만 위안으로 폭등하고 곳에 따라 10배까지 급등했다고 한다. 슝안신구 지역으로 고시된 허베이성 일부 지역에는 부동산 투기꾼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 정부에서 바로 부동산 거래 금지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를 투기꾼들의 전횡을 제대로 막아낼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개발 호재를 틈탄 이상 열기(異常火爆)로 전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조짐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부동산 관련해서 베이징시는 이미 통저우(通州)를 베이징시 부중심(副中心)으로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통저우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슝안신구 개발이 함께 진행될 경우 중복투자의 우려 또한 현실이다. 본질적으로는 토지문제 관련하여 산권(産權) 문제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만들어낼 지가 정부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일단 부동산 거래를 중지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상 국면을 진정시키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토지 거래, 산권 문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응 방안이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일시적인 봉합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 푸동신구 이후 또 다른 전국적 의의를 갖는 신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80년 선전경제특구(深圳經濟特區)는 개혁개방 시작을 알렸다. 계급혁명에서 현대화로서 노선 변경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1992년 상하이푸동신구(上海浦東新區)는 중국의 개방이 글로벌한 전면적인 대외개방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었다. 선전경제특구는 이른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시범 도시로서 국가종합개혁 시범지역으로 전국 경제 중심도시를 지향했다. 상하이 푸동신구는 4개 중심(국제경제중심, 국제금융중심, 국제무역중심, 국제항운중심)을 기반으로 종합개혁 시범지역의 위상을 갖고 있다. 슝안신구는 시진핑이 주창하는 신 발전 이념의 혁신발전 시범지역임을 강조한다. 예컨대 녹색과 생태, 협조발전, 개방발전, 혁신발전 등에서 중국의 새로운 모범과 모형을 만들어내는 실험이다. 그러나 선전이나 푸동처럼 전환기적인 체제 이전과 연결된 패러다임적 전략사상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슝안신구가 시진핑의 이른바 ‘중국의 꿈’을 구현해 내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성과를 내는 신구로 착근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적 전환을 설명해주는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학계나 이론계를 중심으로 아마도 사상해방 차원에서 중국의 꿈과 슝안신구 건설을 연결하는 이론적 맥락을 탐색하는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원대한 꿈을 담아낼 이론적 기반이 튼튼해야 천년의 계획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의 표현에 의하면 슝안신구는 베이징시의 부도심 역할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베이징시의 부도심은 이미 통저우(通州)로 결정되어 관련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 슝안신구는 당 중앙과 국무원의 말을 빌자면 징진지(京津冀) 발전을 위한 도시 공간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인구 밀집형 경제구조를 최적화된 개방형 혁신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구 밀집을 해소하고 혁신을 이끌어갈 엔진이 필요하다.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를 연결할 수 있는 공간 축으로서 거점 지역이 필요하고 그 기능을 슝안신구가 담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슝안신구 건설이 주목받는 것은 결국 징진지 협동 발전을 위한 구조 전환이라는 보조적인 역할을 위한 필요성에 기안한다. 따라서 베이징시의 부도심이 아니라 징진지 발전을 위한 보조 역량이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면 당 중앙과 국무원이 나서서 선전과 포동을 능가하는 ‘천년의 계획이나 국가의 큰 일’이라는 수사가 사실 무색하다. 굳이 보조적인 역할이나 새로운 혁신의 거점으로서 신도시를 필요로 한다면 굳이 ‘천년의 대계’라는 수사를 사용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천년의 도읍지를 정하는 일은 새로운 나라를 개척하는 일과 함께 추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천년의 큰 계획’을 도모한다면 슝안신구는 새로운 도읍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도 건설이라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도시건설의 새로운 전형이라는 수사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과하다.

 

당 중앙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슝안신구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바로 선전시 서기 쉬친(許勤)을 허베이성(河北省) 당위원회 부서기로 이동시켰다. 슝안신구 건설 관련 당의 의지를 쉬친을 통해서 관철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순차적으로 슝안신구 관련 리더십이 구축되면, 당 중앙과 국무원 그리고 허베이성은 슝안신구의 정치적 위상과 미래 방향의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슝안신구 건설이 시진핑의 오랜 숙원이 담긴 국가급 대형 프로젝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시진핑이 그리는 미래 중국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슝안신구의 발전 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미리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월 23일 시진핑이 허베이성을 시찰하고 <허베이 슝안신구 규획 건설 공작 좌담회>를 직접 주재했다는 점에서 슝안신구는 시진핑의 ‘새로운 중국’ 건설을 위한 청사진이 될 수도 있다. 혁명과 건설의 시기를 지나 새로운 개혁의 시기를 만들어가려는 시진핑의 원대한 꿈이 베이징시 바로 밑에서 이제 첫 삽을 뜰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단지 18개에 이어 19번째의 ‘또 하나의 신구(新區)’가 아닌 기존 패러다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신구’로 슝안신구를 봐야 한다. 그래야 시진핑이 만들려고 하는 미래 중국의 그림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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