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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재도약 엔진으로 주목받는 슝안(雄安)신구

이은영 소속/직책 :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7-05-04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미국 플로리다에 집중되었던 4월 초, 정작 중국인들의 시선은 허베이성의 외진 마을을 향해 있었다. 4월 1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베이징 남쪽에서 160km가량 떨어진 슝셴(雄县), 룽청(容城), 안신(安新) 등의 3개 현(縣)과 그 주변지역에 국가급 신구(新區)​1인 슝안신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슝셴의 집값은 하루 만에 70% 가량 뛰었고 10% 이상 급등한 관련 테마주는 40여 개에 달했다. 이에 슝안신구에 속한 3개 현 정부는 발표 다음날인 4월 2일 해당 지역의 부동산 거래와 외부인의 전입을 금지시켰고,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상하이증권거래소는 그로부터 2주 후 일부 투자자의 일중 거래를 금지하고 테마주를 대거 매입한 130여개 계좌에 대해 경고문을 발송하였다. 

 

국가급 신구 지정이 드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반응이 나타난 배경에는 現 중국의 최고 지도자이자 ‘핵심​2​'인 시진핑 존재가 자리 잡고 있다.

 

신화사 등 중국 주요 관영 매체는 슝안신구 지정에 대해 시 주석이 직접 지시한 사안임을 강조하고 ‘千年之計, 國家大事’라 평가하였다. 이로 인해 시진핑의 슝안 신구가 덩샤오핑의 선전 경제특구, 장쩌민의 상하이 푸동신구가 그러했듯이 중국 경제의 ‘재도약 엔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슝안신구 개발은 수도권 인구 및 교통 과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비즈니스, 교육 등의 非수도적 기능을 허베이성 바오딩시의 3개 현에 속한 면적 100㎢로 이전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친환경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여 고질적인 대기 오염 문제를 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100㎢는 선전특구와 푸동신구의 초기 개발 면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기는 하나 중장기적으로는 2,000㎢까지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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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의 ‘친환경’과 ‘스마트 시티​3'라는 키워드는 1980년대 외자 유치 목적의 선전특구, 1990년대 금융과 비즈니스 허브 조성 목적의 푸동신구와 마찬가지로 현 시점에서 중국 경제가 직면한 중대 과제와 새로운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잘 반영해준다. 이에 중국 국내외에서 슝안신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민셩증권은 슝안이 선전과 푸동 수준으로 성장할 경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020년까지 매년 40~60%를 기록하고 명목 GDP 성장률도 20~4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상주인구는 현재 113만 명에서 900~1,20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GDP는 1.4~1.9조 위안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였다​4또한 UBS는 슝안신구 건설로 시멘트, 철강과 같은 원자재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향후 20년간 총 고정자산투자액이 4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슝안신구에 대한 낙관론은 선전 경제특구의 성공 사례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전시는 1980년 경제특구를 설립한 이후 지난 36년간 연평균 23.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는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지역혁신체계 구축과 R&D 확대를 통해 노동집약적 제조업 기지에서 중국의 대표적 첨단기술 산업 중심지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참고로 선전시의 공업 총생산에서 첨단기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1.5%에서 2014년 62.8%로 증가했으며, 2015년 인구 만 명당 특허권 출원 수는 16건으로 베이징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5. 

 

선전 경제의 질적 개선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前 시장 쉬친이 슝안 신구 지정 발표 당일 허베이성 부서기에 임명되고 중앙 국유기업을 총괄하는 국유자산관리위원회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점과 차이나유니콤 등의 유력 국유기업들이 신구 개발에 동참하여 5G 통신,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은 슝안이 선전의 성공을 뒤따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도 슝안 신구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그간 국가급 신구 개발 프로젝트 중 실패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빈하이 신구의 위자푸(于家堡), 탕산의 차오폐이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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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하이 신구의 위자푸 개발은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성의 약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수도권 인근 지역에 푸동의 루자주이(陆家嘴)에 버금가는 첨단 금융무역 중심가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2010년부터 투자를 본격화하였다. 당시에도 부동산과 테마주 투기가 극성을 부렸고 고층 건물들이 앞 다투어 들어섰으나 지금은 중국의 대표적인 유령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한 실정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해외자산을 축소하고 중국 국내 기업들의 생산과 투자도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설사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받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여타 국가급 신구나 자유무역구 등과 경쟁하여 살아남기 쉽지 않은 환경임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슝안신구의 성패를 가늠하기 쉽지 않으나, 선전의 성공 사례와 위자푸 등의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그 관건은 민영기업의 동참에 있다고 판단된다. 선전특구가 2000년대 이후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화웨이, 텐센트 등 ICT 분야 민영기업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물론 슝안신구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영향력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므로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정부 지원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민영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정부 주도 개발에 따른 부동산 버블과 과잉투자 문제는 그간의 실패 사례를 훨씬 넘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슝안신구 프로젝트의 기회 요인과 리스크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투자 여부 및 시점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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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경제개발구역은 경제특구, 국가급 신구, 개발구, 자유무역구 등으로 그 중 경제특구는 외자 유치를 위해 여타 지역에 비해 외국기업에 대한 개방도를 높이고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현재 7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국가급 신구는 국무원, 즉 중앙정부가 개발 범위와 목표 및 방을 결정하는 지역으로 슝안을 포함하면 총 19개에 달함.

2) 중국 공산당 18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함으로써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에게 ‘핵심’ 지위 부여. 이는 덩샤오핑, 장쩌민 이후 사용되지 않았던 칭호로서, 시 주석이 1인 권력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음.

3)스마트 도시는 ICT 기술, 빅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효율성 높은 경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유지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개념으로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함.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정지훈(2016.6), ‘제4차 산업혁명은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세계와 도시 14호 포커스, pp. 4~13을 참고

4) 民生证券研究院(2017.4), ‘雄安新区对全国投资和GDP的拉动’, 民生宏观固收专题报告

5) 선전시의 지역혁신체계와 관련 경제발전 지표에 대해서는 김홍원(2016.9), ‘중국 선전시 지역혁신 분석과 시사점’, KIEP 지역기초자료 16-11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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