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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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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한 동향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중국 하이난(海南)항공의 M&A 가속화

정주용 소속/직책 : 비전크리에이터 대표이사 2017-05-04

300억$, 지난 2년간 하이난(海南)항공이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쏟아 부은 투자금의 규모다. 한화로는 약 34조원으로 한국거래소 상장사 시가총액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를 통인수할 수 있을 만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다. 

 

1993년 중국의 하이난에서 보잉 737항공기 두 대로 소박하게 시작된 중국의 민영 항공사 하이난항공은 20여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매출 6천억 위안(한화 100조원), 총자산규모 1조 위안(한화 164조원) 임직원 18만 명의 거대 기업으로 거듭났다. 하이난항공의 해외 투자 영역도 본연의 항공업의 유기적 확장을 넘어 호텔, 금융, IT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과연 이 회사가 항공사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폭이 넓다. 

 

하이난항공의 광폭 해외기업 인수합병 움직임은 작년 4분기 이후부터 중국정부에서 중국 기업의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의아한 현상이다. 필자는 실제 매달 중국을 오가며 국경간(Cross-border) 인수합병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2016년 말부터 중국기업의 대형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 강화를 몸으로 느껴왔기에 하이난항공의 무서운 인수합병 행보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정부는 외화유출 가속화에 따른 외화유출 통제의 일환으로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왔다. 이런 기류 속에서도 하이난항공은 거의 유일하게 해외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돋보이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최근 2달간 거의 매주에 한 건 이상 굵직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 소식을 쏟아냈다. 실제로 2017년 들어서 발표된 해외 기업 인수합병 건수만 해도 9건에 달하며 총 거래금액은 40억$에 달한다. 올해 가장 주목할 중국의 민영기업으로 꼽아도 어색하지 않을 하이난항공, 그들의 과감한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하이난항공의 본격적 해외기업 인수합병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15년 7월 하이난항공은 세계적 항공화물 업체인 스위스포트 인터내셔널(Swissport International)을 PAI파트너스로부터 28억$에 인수한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 브라질 3위 항공사인 아술(Azul)의 지분 23.7%를 4.5억$에 인수했다. (16년 8월에 최종 인수 거래 종결) 2016년 5월엔 버진오스트렐리아(Virgin Australia) 지분 13%를 1.1억$에 인수했다. (7% 추가 지분 인수 예정) 이러한 일련의 항공 산업 연관된 하이난항공의 인수합병은 중국의 선두권 항공사로서의 유기적 영역 확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항공 산업내의 유기적 확장의 최근 사례를 추가하자면, 2016년 말 스위스 기내식 업체 게이트그룹(Gategroup)을 14.7억$에 인수한 것과 올해 4월에는 싱가폴의 물류회사 CWT를 10억$에 인수한 건이 있다. 참고로 CWT는 1970년에 설립된 싱가폴의 대표적 종합 물류기업이다. 한국의 금호아시아나에도 하이난항공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형태로 1,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된 인수합병 건으로는 세계 최대 면세점업체인 스위스 듀프리(Dufry)사 인수건이 있다.  현재 주주인 싱가폴의 GIC, 테마섹, 그리고 카타르투자청에서 지분을 하이난항공에 매각할 경우 하이난항공은 최대주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하이난항공의 항공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의 배경엔 어떤 맥락이 숨어있을까? 그 배경에는 중국의 요우커가 있다. 이제 세계 어느 여행지를 가도 중국 여행객들로 가득 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아직 5%대에 불과한 중국 여권 소유자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중국인 해외여행객의 숫자는 여러 배수로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하이난항공은 어찌 보면 다가올 매우 확실한 미래에 대한 안전한 투자를 감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뚜렷해 보이는 중국 여행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하이난항공의 과감한 투자는 항공 산업을 넘어서 호텔산업으로 확장된다.  

  

2016년 10월 하이난항공은 블랙스톤(Blackstone)으로부터 힐튼(Hilton)호텔 지분 25%를 65억$에 인수하면서 힐튼호텔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칼슨(Carlson)호텔과 레지도르(Rezidor)호텔 그룹도 인수한다. 해외여행객들이 비행기 표를 구매하고 호텔을 예약하는 행동패턴을 따라 자연스레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이해하면 쉽게 맥락이 파악된다. 이제 하이난항공은 전통적인 의미의 여행 산업인 항공사와 호텔체인을 뛰어넘는 금융투자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중국의 막대한 바잉파워(Buying Power)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항공기 리스사를 꿈꾸게 된 것이다. 이러한 꿈은 2016년 1월 아일랜드의 세계적 항공기 리스사 Avolon을 76억$(약 8조원)에 인수에서 시작된다. Avolon 인수는 시작에 불과했다. 하이난항공의 진짜 통 큰 베팅 카드는 같은 해 10월 등장한다. 이미 인수한 자회사 Avolon을 통해 항공기 리스업계의 선두권 기업인 CIT그룹을 Avolon을 인수했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인 100억$(약 1.1조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하이난항공은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자회사인 Avolon을 통해 91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세계 3위의 항공기 리스 업체로 등극했다. 보유하게 된 총 항공기의 가치는 430억$에 달했다. 당시 CIT인수를 발표하면서 Avolon사의 Domhnal Slattery CEO는 하이난항공은 향후 세계 최대 항공기 리스 업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참고로 현재 세계 최대 항공기 리스 업체는 제네럴일렉트릭(GE)이다. 2016년 하이난항공의 항공기 리스산업에 대한 과감한 진출의 사례는 하이난항공이 단순히 거대한 규모의 기업을 넘어서 속도, 그리고 유연성을 고루 갖춘 기업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이난항공은 항공기 관련 금융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통적 금융투자 산업에도 과감한 행보를 나타낸다. 2016년 3월, 하이난항공은 독일의 세계적 투자은행인 도이치은행의 지분율을 기존 3%에서 4.76%로 늘렸다. 이로써 도이치은행에 대한 누적 투자금액은 12.73억$(약 1.5조원)에 달한다. 카타르(10%)와 블랙록(6.1%)에 이어 도이치은행의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올해 1월에는 뉴질랜드 리스금융사 UDC Finance를 호주의 ANZ은행으로부터 4.6억$에 인수했다. 인수당시 흥미로운 포인트는 기존 임직원 고용 그대로 승계했다는 점이다. 하이난항공은 해외 기업 인수하면서 이러한 고용 유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전략적 인수자로서 할 일은 막대한 규모의 요우커를 통해 창출되는 시장의 기회를 잡는 것이지 인수한 기업의 미세한 운영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이난항공은 명확히 안다. 어설프게 현지 기업의 인사를 좌지우지 하면서 기업의 DNA를 망가트리면 결국 기업의 가치는 공중에 증발하고 투자한 가치 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하이난항공의 금융투자 산업에 대한 투자는 주로 서구권에 집중되고 있다. 영국의 Old Mutual 계열사의 미국자산관리사업부 25% 지분을 4.46억$에 인수했고, 미국 유명 투자사인 스카이브리지캐피탈을 2억$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종합적 금융투자사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에서 수십조 원의 달러를 베팅하면서 얻게 된 직간접적인 금융투자 경험이 금융투자 산업으로의 확장적 진출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어차피 비행기든 호텔이든 거대한 규모의 인수합병은 투자의 수익률로 평가되기 마련이고, 모든 사업적 의사결정 또한 광의의 투자의사결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이난항공의 이러한 금융투자 산업으로의 과감한 확장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오버랩 된다. 손정의 회장 역시 사업과 투자의 경계를 파괴하고 본연의 유기적 성장과 이종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비유기적 성장을 넘어서 좀 맥락이 이해가 안가는 인수합병도 있다. 바로 2016년 12월에 60억$ 규모로 이뤄진 IT 유통기업 인그램마이크로(Ingram Micro) 인수 건이다. 주요 외신들에서도 하이난항공의 IT유통기업 인수에 대해서는 뚜렷한 맥락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약하나마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인수 건은 세계적 자원기업 글렌코어로부터 석유저장과 유통 사업부의 지분 51%를 7.75억$에 인수한 건이다. 글렌코어는 경영권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었고,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하이난항공은 항공유를 연결고리로 석유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했다는 측면에서 양사가 공히 전략적 시너지를 추구한 거래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인수합병은 결과로 이야기한다. 시간이 흐르면 하이난항공의 수십조 원에 달하는 과감한 베팅의 성공여부를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다. 천펑(陳峰) 하이난항공 회장은 2025년까지 하이난항공을 세계 10대 기업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무서운 기세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비전도 아닐 수 있다. 다만, 인수합병의 진정한 가치창출은 숨겨진 시너지를 찾는 것이고 이러한 시너지 창조의 과정을 얼마나 세련되고 유연하게 진행시킬 수 있느냐의 실행능력에 열쇠가 있을 것이다. 하이난항공의 무서운 글로벌 인수합병 기세는 어찌 보면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 앞으로 하이난항공과 천펑 회장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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