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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기회 및 리스크 요인 점검

이은영 소속/직책 :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7-06-02

지난 5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一帶一路 정상포럼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국제적 행사였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진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건설하는 범세계적인 프로젝트로,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 당시 최초로 제시한 구상이었다.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은 교통, 에너지, 정보통신 등의 인프라 건설을 통한 6대 경제회랑1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번 정상포럼은 동 사업의 추진이 본격화되었음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기울인 노력은 그간 중국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OPEC)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중국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 포럼 등 여타 국제적 행사에 비해서도 각별히 중시한 행사였음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포럼에 총 29개국 정상, IMF 및 세계은행 총재, 130여 개국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일제히 호응하였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의 다중적 의도를 내포하는 전략이다. 대내적으로는 해외 건설 수요를 창출하여 석탄, 시멘트 등 중국 내부의 만성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참여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여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 정치·경제적 지형을 중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시 주석의 1인 체제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요소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금번 정상포럼에서 개방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하며 일대일로 연선(沿線)국가와의 교역과 투자를 가속화할 것임을 공언하였는데, 이는 트럼프 美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것과는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일대일로 육상, 해상 루트와 관련 있는 총 65개(중국 포함)의 연선국가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5%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적극 추진된 TPP의 참여국 비중 38.2%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대일로 연선국가의 1인당 평균 GDP는 2016년 기준 5,244달러로, 중국의 8,113달러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은 신흥국 위주로 구성되어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이 다수 포진한 TPP와는 차이가 있다. 낙관적 시각에서 보자면 일대일로 관련 지역의 경제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이들 지역에서 인프라 투자와 교역량이 확대되고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중국은 자국 내 중복 투자나 공급과잉과 같은 부작용을 겪지 않고도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과 외교적 지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짊어져야 할 부담도 상당하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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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세계 경제에 다음과 같은 기회 요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투자 및 교역량 확대에 따른 신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중국이 그간 일대일로 투자를 집중해 온 해외 지역은 인접국인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 이외에도 파키스탄, 이라크 등과 같이 경제 세계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국가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중국과 일대일로 연선국가와의 교역액은 2016년 기준 9,535.9억 달러로 중국의 전체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7%2이며, 이러한 비중은 일대일로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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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일대일로가 美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충격을 완충해주고 세계 교역 구조에서 신흥국간 교역의 중요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3. 미국이 이번 정상포럼에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파견한 것은 미·중 ‘100일 계획’의 합의 사항4을 이행하는 차원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그치지 않고 관련 TF팀까지 구성한 점은 ‘라이벌 국가’의 ‘전략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자국 기업의 참여를 지원하는 등의 실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인프라 파이낸싱 증가에 따른 위안화 국제화의 진전과 금융업 수요 확대도 기대되는 측면이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에 따르면 2016년~2020년 일대일로에 소요될 투자자금은 최소 10.6조 달러에 달하고 그 중 중국 이외 지역에서 필요한 자금은 1.4조 달러 수준일 것으로 추정5된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막대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그간 다소 위축되어 있던 위안화 국제화가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6하고 있다. 세계 금융업계가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후 지속된 저성장·저금리 환경으로 고전을 거듭해왔고 영국 등 유럽 각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과 위안화 허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점을 감안해 볼 때, 일대일로 추진에 따른 위안화 국제화의 재개, 각종 신디케이트론과 채권 발행 수요 증대 등은 세계 금융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와 관련된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우려는 투자금 회수와 수익성 확보 문제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실물 경기둔화와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전반의 부채 증가세는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정치·경제 리스크가 높은 국가가 포함된 일대일로 투자에 적극 나설 의지를 천명하고 실크로드 펀드의 천억 위안 증자, 정책 금융기관의 대규모 대출 지원7등을 발표하자, 중국 내부에서조차 일대일로 투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이 정상포럼 직후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는 일방적 해외 자금 지원이 아니며 투자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이 우선시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외부로부터의 부정적 시각 역시 상당하다. 당초 기대와 달리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국가 정상이 참석한 G7 국가는 이탈리아가 유일했다. 유럽 측은 정상포럼이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보호주의에 반대한다고 하나 공동 성명에 투명성과 원칙에 입각한 시장 접근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참여를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매튜 포틴저 선임보좌관 역시 중국의 사업 입찰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결국 일대일로가 중국의 전략적 목적과 영향력 확대에만 주력하고 투자 여력을 보유한 여타 국가에게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할 경우 2049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되는 동 사업의 지속성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대일로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금융기관-기업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중국 측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리스크 요인을 감안한다면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면밀한 정보 분석에 기반하여 각 세부 프로젝트별로 여타 국가보다 ‘반 발’ 앞선 진입 시점을 포착해내고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이 유리한 조건 하에서 미리 구상해 둔 사업 모델을 관철해내는 신중함과 전략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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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가오리 부총리가 2015년 5월 공개한 6대 경제회랑은 ① 중국-파키스탄, ②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③ 중국-몽골-러시아, ④ 유럽-아시아, ⑤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⑥ 중국-인도차이나 반도임. 구체적인 내용은 KIEP(2015.8), “일대일로 경제회랑 건설 추진 동향”, KIEP 북경사무소 브리핑 Vol. 18 No. 13 참고 
2) 国家信息中心외(2017.3), "一带一路贸易合作大数据报告2017"
3) CNBC(2017.5.27), "Why Trump’s protectionist bark may not hold much bite for emerging markets"
4) 일대일로 정상회담 개최 직전 미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무역 불균형 해소 100일 계획’과 관련한 10개의 구체적 조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합의 사항에는 미국이 이번 정상포럼에 대표를 파견한다는 내용 포함
5) 中国经济时报(2017.4.19), “一带一路”基础设施建设投融资需求及推进
6) 中国人民大学国际货币研究所(2017.5), IMI锐评: "一带一路为人民币国际化带来怎样的新机遇"
7)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각각 2천500억 위안, 1천300억 위안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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