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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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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주도하는 TPP11의 불투명한 전망

쉬창원(徐长文) 소속/직책 :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연구위원 2017-07-07

일본이 주도하는 TPP11의 불투명한 전망
 
지난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곧 바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탈퇴를 선언했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친히 TPP 탈퇴를 만류하는 취지로 미국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TPP는 과거의 것”이라고 말하자 일본은 “미국 없는 TPP는 의미가 없다”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12개국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5년에 걸쳐 지난한 협상을 한 끝에 2015년 10월 타결된 TPP는 현재 세계에서 관세 양허 수준이 가장 높은 무역협정이다. TPP에서 일본과 미국이 차지하는 GDP 비중이 각각 20% 와 60%를 넘기 때문에 사실상 ‘일·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TPP 틀에서라면 미국이 빠진 ‘TPP11’라 하더라도 일본은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감안할 때, 이들 시장의 외자 개방과 국유기업 개혁 심화는 일본 기업에 더 많은 투자협력 기회를 안겨다 줄 것이다. 또한 일본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과 중·일·한 FTA를 놓고도 중국과 ‘협상’을 벌일 수도 있다. 아베 정부는 이미 TPP11을 성장전략의 포인트이자 중국의 부상에 대비한 일·미 간 경제 동맹으로 삼고 있다.
 
1. 일본이 주도하는 TPP11과 일·미 FTA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미 태도를 바꿔 미국이 빠진 TPP11을 주도하기로 결심한 상태다. 일본의 결정은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이 TPP11 협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이후 나온 것이기도 하다. 또 기존 TPP 타결 내용을 바꾸지 않고 협정이 조속히 발효되도록 TPP11의 상세 발효조건에 대해서만 일부 기술적 조정을 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초 캐나다에서 열린 1차 TPP 협상 수석대표회의에서는 협정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일본은 TPP 타결안 이행을 위하여 11개국이 TPP11의 조속한 발효를 위한 의견 합치를 이루길 희망했지만,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일부 TPP 조약국들은 주요 수출시장이 미국인데다 기존 TPP 타결안의 일부 내용에 불만이 남아있는 탓에 미국이 빠지고 일본이 주도하는 TPP11에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TPP11은 미국이 요구하는 미·일 FTA 협상 대응이 주 목적이다. 지난 4월 일·미 경제대화에 앞서 열린 조율회의에서 미국 측 관계자는 미·일 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양국이 통상 분야에서 조속히 성과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미국은 자동차와 농산물 등 분야에서 일본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미·일 FTA 협상을 가속화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맞서 “미국 없는 TPP11에 대한 협상을 공동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TPP11 협상을 방패삼아 미국의 미·일 FTA 협상 전략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2. 미국의 ‘미·일 FTA 가속화’와 일본의 ‘미국의 TPP 복귀’ 전략
 
트럼프의 측근 참모들은 “우리 정부의 목표는 미·일 FTA이지만, 일본은 미국이 빠진 TPP를 추진하려 하기 때문에 미국은 반드시 미·일 FTA 협상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국이 민감한 분야는 농업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농업 시장 확대의 첫 번째 표적은 일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는 농업과 마찬가지로 일본 시장의 자동차 산업을 콕 집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30년 간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절반에 육박하는 170만 대가 감소하였지만, 미국에서의 자동차 생산량은 6배나 증가한 400만 대에 달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미국 상품무역의 대일 무역적자 689억 달러 가운데 자동차 무역적자는 76%를 넘는 526억 달러를 차지해 많은 눈길을 끌었다.
 
일본 경제 산업성의 한 관계자는 앞서 “일본의 수입관세는 이미 제로(zero) 수준까지 떨어져 더 이상 미국과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비관세 장벽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일본에 개선을 요구했고 일본은 이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향후 TPP11 협상이 어떻게 전개되든 미국은 일본에 양국 FTA 협상 진전을 요구할 것이다. 또 미국은 농업 분야에서 일본의 불리한 지위를 이용해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관세양허와 미국에 대한 시장 개방을 압박할 것이다. 일본이 미·일 FTA 협상 지연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전자상거래 협력 증대 및 아시아시장 공동 개발을 누차 약속했음에도, 트럼프 정부는 미·일 FTA 협상 과정에서 일본에 대한 압박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본의 한 농업 관계자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TPP11 협상을 잘 활용하고, 협정이 조속히 발효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미국이 TPP에 다시 가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2015년 TPP 타결 당시 일본은 12개 조약국 가운데 전체 농산물 관세 인하율이 81%에 달하는 등 인하율이 가장 낮은 국가였다. 향후 TPP11 협상에서 일본은 기존 TPP 타결안을 유지한 채 미국에 “일본은 농업 분야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연내 유럽연합(EU)과 경제연대협정(EPA)에도 합의할 계획이다. 합의의 핵심 역시 농산물 이슈다. 일본 정부는 “일본과 EU가 합의에 이른다면 미국의 TPP 복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 TPP11의 불투명한 전망
 
일본이 주도하는 TPP11에 대해 각국이 지닌 복잡한 셈법이 협정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1) RCEP에 기대를 거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RCEP은 중국, 인도, 일본, 아세안(ASEAN)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경제협력기구로서, 연내에 합의에 이를 예정이다. RCEP은 TPP를 대체하며 향후 아태지역 무역의 ‘룰 메이커(Rule maker)’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창설 50주년을 맞아 연내 RCEP 협상을 타결해 아세안 통합이 추진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2015년 TPP 협상 타결 시 신흥국인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은행, 소매업, 전자통신 등 분야에서 외국자본에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존재를 비롯해 방직물의 대미 수출 등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다른 이익에 비해 월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2016년 1월 발간한 ‘TPP 타당성 보고서’에서 2030년 TPP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을 각각 10%, 8% 증가시킬 것이라 예측했다. 경제적 효과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TPP 12개국 가운데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TPP 12개국 가운데 GDP 비중이 60%를 넘는 미국이 TPP 탈퇴를 선언한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아태지역 국가들은 일본이 주도하는 TPP11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거나, 의구심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은 미국이 없는 TPP11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며 “미국이 탈퇴한 TPP는 매력이 없다. TPP11에 참여하는 의의도 크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도 “EU 혹은 다른 국가나 지역의 FTA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TPP에 참여하는 다른 국가들도 협정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밀접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양자 무역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측 통계에 따르면, 중국과 베트남 간 무역액은 2010년 300억 9,000만 달러에서 2016년 982억 3,000만 달러로 6년 새 2.3배가 증가했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아세안 국가 중 중국의 최대 무역파트너로 부상했다. 지난 6년 중국과 말레이시아 간 무역액은 2010년 742억 2,000만 달러에서 2016년 868억 8,000만 달러로 17.1% 증가했다. 두 나라는 중국과 무역협력을 더욱 확대해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기존 TPP 틀 안에서 합의됐던 국유기업 개혁과 방직물 관세 등의 내용에 불만을 표시하며 일부 조항 개정 또는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TPP의 높은 개방 수준 확보를 핑계로 개정이나 재협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2) TPP11 추진에 적극 나서는 일본과 뉴질랜드
 
TPP11 가운데 뉴질랜드는 일본을 적극 지지하며 협정의 조속한 발효를 촉구하는 나라다. 지난 5월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TPP11의 조속한 발효를 위해 이미 합의된 내용은 재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TPP와 부속문건을 합쳐 1500쪽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특정 국가가 개정 의견을 낸다면 다른 국가들 역시 유사한 의견을 낼 것이고, 결국 수습이 어렵게 될 것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다수 국가들은 뉴질랜드의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TPP 관련국 가운데 경제 규모로 일본에 버금가는 캐나다는 이미 일본과 ‘물밑 접촉’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캐나다는 자국의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다른 경제협력기구에도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과 캐나다 지도자 간 상호 방문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민간 교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양국 무역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양국 무역액은 2010년 371억 달러에서 2016년 456억 2,000만 달러로 불어나며 20% 넘게 성장했다. 중국은 캐나다의 최대 무역파트너이기도 하다.
 
(3)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최우선인 멕시코
 
멕시코는 NAFTA의 재협상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멕시코는 수출을 늘릴 수만 있다면 TPP든 다른 경제기구든 열린 자세로 대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6년 간 중국과 멕시코의 경제협력 규모도 꾸준히 증가했다. 통계에 따르면, 양국 무역액은 2010년 246억 9,000만 달러에서 2016년 426억 6,000만 달러로 72.8% 성장했다. 양국은 경제적 보완성이 강하기 때문에 양국의 우호관계 심화에 따라 향후 무역협력 전망도 매우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4) 중국을 TPP에 끌어들이려는 칠레와 페루
 
칠레와 페루는 미국이 TPP를 탈퇴한 상황에서 일본이 주도하는 TPP11의 시장 규모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 남미 국가는 최근 중국과의 우호적 교류가 빠르게 늘면서 무역협력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 측 통계에 따르면, 칠레·페루와 중국 간 무역액이 각각 2010년 258억 3,000만 달러와 97억 2,000만 달러에서 2016년 312억 9,000만 달러와 154억 2,000만 달러로 21.1%, 58.6% 성장했다. 중국이 칠레와 페루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부상한 가운데, 양국은 중국의 TPP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며 중국 없는 TPP11의 가치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세안이 주도하는 RCEP를 추진하고 연내 협상 타결을 통해 아태지역의 통합을 앞당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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