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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터넷금융기업과 전통 은행, 경쟁에서 협력으로

이은영 소속/직책 :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7-07-07

지난 4월 우리나라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하였다. 고객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편의성은 물론이고 예금 고객에게 연 2%대의 특별 상품을 판매하고 대출 고객에게는 신용 7등급까지 한 자릿수 금리를 제공하는 등 금리 경쟁력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영업 개시 70여일 만에 올해 여수신 목표액을 모두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에 은산분리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시중 은행들이 인터넷은행의 예상 밖 선전으로 우량 고객 이탈에 대한 경계를 한층 높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성공의 당사자인 케이뱅크로서도 내심 곤혹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하면서 대출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가 최대 10%, 의결권은 4%로 제한되어 자본금 확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은산분리 규제1가 강하지 않은 편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킨 중국의 당시 상황은 어떠했고 현재 은행업 트렌드와 정책 방향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 발전 및 관련 정책 방향을 도출하는 데 있어 다소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전문가칼럼_이은영_중국의 인터넷금융기업과 전통 은행(표 내 이미지) 이미지

​그간 핀테크 분야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 왔던 중국은 2014년 말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켰다. 중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ICT 기업 텐센트가 설립한 웨이중 은행(영문명 Webank)이다. 1호 인터넷은행이 등장했던 당시 중국의 전통 은행업계는 ICT 기업들이 주도하는 핀테크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했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유사 상품2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금융당국의 민영은행 시범 사업3이 실행 단계에 진입하여 텐센트, 알리바바 등의 ICT 기업들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개시한다는 소식에 중국 은행산업 혁신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텐센트가 설립한 웨이중 은행4과 알리바바 산하 앤트 파이낸셜이 설립한 왕샹 은행(MYbank)5은 2014년 여수신, 외환 서비스 등의 은행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민영은행 라이센스 비준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실제 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는 정책적 제약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고객이 비대면 계좌 개설을 위해 본인 인증을 하려면 기존 은행에서 개설한 은행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바인딩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기존 은행의 협조를 얻지 않고는 진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대면 인증 없이 개설한 전자 계좌는 약(弱) 실명 계좌로 분류되어 현금 입출금과 계좌이체 등이 제한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은행 업무인 예금 수신을 통한 자금조달마저 쉽지 않았다. 결국 웨이중 은행이 선택한 방법은 전통 은행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2015년 5월 출시한 소액 대출 서비스인 웨이리다이(微粒贷)는 대출 재원의 20%만 웨이중 은행이 조달하고 나머지 80%는 협력 관계를 맺은 20여개의 기존 중소형 은행들이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한편 2003년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Alipay), 2013년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위어바오를 출시하며 중국 핀테크 산업을 선도해온 알리바바의 은행업 진출은 경쟁 관계의 텐센트에 다소 뒤쳐졌다. 2015년 출범한 왕샹은행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와 제3자 결제시스템 즈푸바오를 기반 플랫폼으로, 장기간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여 소액 여수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 농촌 지역민이 주요 타깃 고객으로 설정한 왕샹은행의 대출 재원은 은행간 자금시장과 펀드, 보험사 등의 非은행 금융기관 예금이다. 앞서 살펴본 웨이중 은행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계좌 개설에 따른 각종 제약으로 예금 수신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왕샹은행은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는 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출 자산의 자산유동화를 추진하는 등 자금조달 다원화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모회사인 알리바바, 중국 공안부와 함께 샤먼의 농촌 지역 주민의 신분증 인증 시범 사업을 진행하여 안면인식 기술, 전자 신분증 발급 등의 방식을 활용한 중국의 온라인 실명 인증 시스템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주도하는 ICT 기업들은 중국의 민영기업이라는 불리한 경쟁 조건을 딛고 세계적 위상과 영향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메신저, 게임 등으로 성장해 온 텐센트와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발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세계 1위 은행인 공상은행을 이미 넘어섰고 현재는 애플, 마이크로소트프, 아마존 등과 더불어 세계 시가총액 Top 10 기업에 포함6되어 있다. 국유기업에 편향된 중국의 기업 제도 및 금융 환경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이 ‘시장’과 ‘혁신’의 힘에 의지하여 각종 제도, 정책적 장애들을 극복해온 과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 단계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전통 은행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은행들이 온라인 플랫폼, 빅데이터 등의 중요성을 깨닫고 비용 절감, 고객 편의 개선, 젊은층에 대한 소구력 확대를 위해 인터넷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에 적극 나서기 시작7한 것이다. 올해 3월 중국 건설은행은 앤트파이낸셜과 제휴를 맺고, 알리바바의 즈푸바오와 새로운 펀드거래 오픈플랫폼 ‘차이푸하오(财富号)’에서 자산관리상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하였다. 6월에는 농업은행과 바이두 산하 바이두 파이낸셜간 제휴도 이어졌다.

중국의 은행산업은 오랜 기간 국유은행-국유기업 중심의 구조가 고착화되어 보수적이고 변화가 더딘 영역으로 인식되어왔으나, ICT 기업의 은행업 진출 이후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민영’ 산업자본과 ‘국유’ 은행들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의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금융당국이 민영 산업자본의 ‘혁신’ 역량에 주목하고 은행업의 진입장벽을 과감하게 낮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터넷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민영은행의 내부거래 및 은행 주주 감독 관리 강화 규정을 신설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으로, 이는 우리나라 은행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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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상업은행법>에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소유 및 경영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음. 다만 은행의 일반기업 소유는 제43조에 의해 제한

2) 알리바바의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위어바오가 2013년 출시되어 폭발적인 성공을 거둠. 동 상품은 전자상거래의 제3자 결제시스템인 즈푸바오의 고객 계정에 여유자금이 남게 된다는 데 착안하여 이를 운용하는 상품을 개발한 것. 이에 은행권은 2014년 위어바오의 이름을 모방한 유사 상품들을 앞 다투어 출시. 이들 상품은 은행권이 대리 판매해 왔던 MMF 상품(최소 가입금액 5만 위안 이상, 약정 기간내 출금 불가)과 달리 최소 가입금액이 1위안이고 고수익, 수수료 면제, 수시 입출금 가능. 中国经济网(2014.2.28), “银行全面反扑互联网金融 专家:2014年将迎"混战"”참고

3) 민영은행 라이선스는 단일 주주의 지분율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오프라인 영업점 개설은 본점이 위치한 지역내 1개 점포로 제한

4) 웨이중 은행은 텐센트의 PC기반 메신저 QQ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기반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소액 대출 서비스를 제공. 이는 우리나라에서 널리 통용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은행 업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형태로 볼 수 있음

5) 왕샹 은행에 따르면, 영업 개시 후 2년 동안 중국 전역의 350만개 소기업에게 누적 대출액 1,971억 위안을 제공했고 분기 평균 부실대출 비율은 1%를 하회하는 수준 유지

6) Financial times(2017.6.2), “The rise of China's tech firms in five charts”

7) 风凰网(2017.4.11), “阿里系蚂蚁金服和腾讯系乐信,为何都要和银行在一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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