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드 해법은 왜 ‘차선책’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성현 소속/직책 : 세종연구소 상임연구위원 2017-08-22

사드 배치 관련 한중 마찰이 전체 한중 관계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다. 사드를 ‘전략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배치 관련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셈법이 이 시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관련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한국이 사드를 철수하면 한중 관계가 ‘원상회복’ 될 것인가? 둘째, 사드를 철수하면 중국은 한국을 더욱 중요시 여길 것인가? 한국은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사드 대응 전략은 이 질문에 대한 답과 국익 우선순위에 의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새 행정부가 들어섰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은 지속되고 있다. 민간 교류도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다. 심지어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조차 따로따로 거행한다는 소식은 한중 불협화음의 골을 드러냈다. 대국답지 못한 중국의 몽니를 비난하고만 있기에는 한국이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사드란 복잡한 실타래를 한국이 원하는 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해법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관련 행태를 고찰해보면 한국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없는 듯하다. 그러면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차선책으로 가야 한다.

 

한국은 원래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통해 사드 배치를 일단 유예 시키고, 그 기간 동안에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후,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여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을 가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는 식으로 사드 체계를 활용한다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최선책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사드 배치를 전략적 ‘카드’로 사용하려하자 미중 양 강대국이 호락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사드의 완전한 철폐 입장을 확인하며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도 ‘사드가 배치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넌지시 한국을 압박해 들어왔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게 전략적 지렛대를 준 것이 아니라 미중 양국의 강대강 국면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오히려 눌려버린 모양새가 되었다.

 

한국이 생각했던 최선의 해법을 강구할 ‘기회의 창’은 이미 닫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련을 갖지 말고 ‘차선책’으로 가야 한다. 사드 해법 관련 차선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한국의 국익이지 중국의 태도나 압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태도에 따라 한국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다보면 한국 나름대로의 기준과 원칙이 훼손된다.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사드 철회를 둘러싼 시위도 지속되면서 사회적 코스트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중국 관련 다음의 두 가지 전략적 사고(思考)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이 사드를 철수하면 한중 관계가 다시 ‘원상회복’이 되는가? 둘째, 사드를 철수하면 중국은 한국을 더욱 전략적으로 중요시 할 것인가이다. 즉, 한국의 ‘몸값’이 더 오르느냐는 것이다. 한국은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드 문제는 지난 2년여의 과정을 통해 그 나름대로 ‘진화’의 과정을 겪었다. 현 시점에서 사드 문제는 원래의 군사적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상징성을 띄게 되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철폐 여부를 한국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의 척도’로 보는 반면, 미국은 이를 ‘한미 동맹의 척도’로 보고 있다. 이 사안이 왜 서울과 워싱턴, 베이징에서 이렇게 민감한 문제가 되었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현재 중국이 사드에 대해서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의 기본 입장은 완전한 사드 철수다. 이전에 한중간 토의에서 제시됐던 절충안들, 즉 △1개 포대, 대북한용, 미국부담원칙준수 △문대통령이 이 원칙들을 다시 천명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계 불(不)가입 △북핵 위협 제거 시 사드 철수 등등의 방안을 중국은 받아들일 생각이 결코 없어 보인다. 이중 몇 가지 타협안은 사실 원래 중국 측에서 나온 것이었다. 중국 측 입장이 더욱 완고해 졌음을 뜻한다.

 

중국 국내 정치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가을에 있을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모든 국가 기관이 5년마다 한 번 있는 국가적 대행사에 ‘올인’하고 있다. 이는 대외 관계에서 중국이 더욱 경직되고 융통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기간이다.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검문검색이 벌써 강화되고 있다. 해외에 있는 중국 대사관 업무까지도 영향을 받는다. 기율이 엄격해지고 공산당에 대한 충성 ‘사상 검증’이 강화되는 시기다. 사드 관련 중국 학자들의 발언은 더욱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 동안 사드 타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협의 노력은 동력(動力)을 내기 힘들 수도 있다.

 

현 정국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세 가지 정도로 보인다. 첫째, 한국이 현재 사드 배치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 제재를 지속할 것이다. 정부가 환경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를 유예하자, 원래 사드가 배치되는 줄로 알았던 중국은 상황을 여전히 50:50으로 보고, 경제 보복과 회유를 통한 양면 작전을 전개해 한국의 의지를 꺾어볼 심산이다. 둘째, 만약 한국이 사드를 철수할 경우 중국은 이를 한국이 ‘굴복’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더 나가 중국으로서는 이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한국의 외교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말을 듣지 않으면 ‘효과’가 입증된 경제 보복 카드를 또 꺼내들 것이다. 이는 특히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국통’들이 우려하는 바다. 사드 철회는 또한 한미 동맹에 균열을 가져 올 수 있다. 이는 중국에게 매우 큰 전략적 승리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한국이 사드를 철회한다하더라도 한중 관계가 이전 ‘밀월 관계’ 수준으로 회복되기에는 서로 느끼는 생채기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드 파동으로 ‘중국의 민낯을 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의 사드 배치 선언을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미국을 선택한 ‘상징적 사건’으로 프레임했다.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고, 떠날 때는 미국과 함께 간다(賺中國的錢, 跟著美國走),”는 표현은 이를 대변한다. “한중 수교 25주년도 사드 문제만큼은 중요하지 않다,”는 중국 측 발언은 사드 문제가 중국에서 얼마만큼이나 ‘정치화’로 변질되었는가를 보여준다. 문화 산업에서도 중국은 이미 ‘탈 한류’ 정책을 물밑에서 진행한지 꽤 됐다. 이러한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문재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를 선언하게 되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드가 이미 시진핑 정부의 ‘체면’을 상징하며 국내정치화 되었기 때문이다. 경제 보복은 한동안 더 가시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한중 관계는 당분간 악화될 것이다. 이 기간은 1년이 될 수도 있고 더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관계의 ‘냉각기’를 거친 후 한중이 새롭게 출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미 동맹은 더욱 굳건해 질 것이다. 만약 한국이 사드 배치를 확실히 결정하게 된다면 예상되는 중국의 보복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그 ‘냉각기’에 한중 관계를 관리할 방법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드는 최선책인 ‘해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차선책인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공공외교가 해야 할 역할이 많아질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사드에 관한 전략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對 중국 전략 개편을 의미한다. 사드엔 매우 복잡한 정치적 함의가 들어가 있다. 

 

중국 정부 소속 인사에게 “만약 당신이 한국이라면 어느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넌지시 물어봤다. “만약 나라면 ‘사드 배치는 이전 박근혜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서 어쩔 수 없소. 내가 새 대통령이 됐으니 과거는 잊고 나랑 잘해 봅시다.’라고 했을 것이다,”, 경제 보복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보복은 당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대신 빨리 맞고 빨리 보복 상황을 끝내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했다. 보복을 피하는 최선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보복 기간을 짧게 끝내는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취한 전략적 모호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사드를 배치하던 철수하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게시글 이동
이전글 이전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