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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새로운’ 사고

양갑용 소속/직책 :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2017-08-22

지난 7월 26일과 27일 양일간 베이징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참석하는 <성부급 주요 영도간부 ‘시진핑 총서기 중요 발언 정신 학습과 당 19대 맞이’ 주제 세미나(專題研討班)>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진핑은 모두 발언을 통해, “새로운 생각(新的思路), 새로운 전략(新的戰略), 새로운 정책(新的舉措)으로 ‘5위1체(五位一體)’ 전체 구도를 계속 총괄적으로 추진하고 ‘4개전면(四個全面)’ 전략 구도를 협조적으로 추진하며 전면적 소강사회건설에서 승리를 거두고, 중국특색의 위대한 사회주의 승리를 쟁취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이라는 중국의 꿈을 위해서 나태하지 않고 분투하자”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미 시진핑이 수차례 여러 장소에서 강조한 이른바 시진핑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시 강조했다는 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시진핑 역시 자신이 열어가는 시대는 새로운 시기여야 하고, 새로운 시기는 새로운 생각과 사고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른바 시진핑 식 새로운 패러다임 혹은 청사진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새로운 생각’, ‘새로운 전략’, ‘새로운 정책’으로 표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진핑은 현 시기를 “당 19대가 개최되는 시점이고 이 시기는 전면적인 소강사회 건설을 위한 단계이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의 관건적인 시기”라고 못 박고 있다. 이 시기에 개최되는 19차 당대회는 매우 중요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시진핑의 구상에서 보면 19대는 중국 발전의 전체적인 패러다임, 새로운 전략, 과감한 행동 강령 등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당과 국가사업의 계속 추진이 가능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명운을 개척할 수 있다. 이 길이 바로 광범위한 인민 대중의 근본적인 이익에 이르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시진핑에게 지금 이 시점의 최대 관심사는 남중국해도 아니고, 인도와의 국경분쟁도 아니고 한반도 핵위기도 아닌 바로 국내정치를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가는가이다. 우선순위에서 국내정치보다 더 중시되는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어떠한 깃발을 들고, 어떠한 길을 가고, 어떠한 정신 상태로, 어떠한 역사적 사명을 짊어질 것인지, 어떠한 분투목표를 실현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이러한 시진핑의 관심사가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 바로 지난 7월말 개최된 <성부급 주요 영도간부 ‘시진핑 총서기 중요 발언 정신 학습과 당 19대 맞이’ 주제 세미나(專題研討班)>이다.

 

시진핑은 정세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당과 국가의 주요 업무를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 세계 여러 국가와 당의 상황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세분석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판단에 따라 방침을 제정하고, 자료에 근거하여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각급 영도간부들의 우려 사항이나 의견을 수집하고 반영해야 한다. 국내외 정세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성과와 위기를 모두 고려하고 특히 정세변화가 당과 국가에 가져올 위험 요소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충분히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내 올 수 있다는 매우 디테일한 방법론까지 성부급 간부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성부급 간부들이 실사구시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현안에 접근하라는 일종의 복무 자세까지도 언급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이 공개석상에서 늘 강조하는 “모든 관건은 당에 있고, 당의 관건은 간부들에게 있다.”는 간부관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에게는 국민들도 중요하지만 당원이 훨씬 중요하고, 당원 가운데서도 당원 영도간부들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평소 생각이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이 계속 국민, 당원, 당원영도간부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가진 생각과 사고가 당과 국가의 주요 사업에 그대로 투사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업에 임하느냐에 따라 당과 국가의 통치 정당성 그리고 집권 합리성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이들을 당과 국가의 중심에 묶어두기 위해서 늘 사상의 각성과 통일성을 강조한다. 이번 주제세미나에서도 여과 없이 사상 관련 주문 사항이 강조되었다. 예컨대, 시진핑은 해당 세미나의 모든 연설에서 당의 이데올로기 공작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전 사회에 사상의 통일 단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진핑의 사고에 의하면 사상의 통일 단결은 생태문명건설, 아름다운 중국건설 뿐만 아니라 국방과 군대 현대화, 국방개혁과 군대개혁 그리고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이렇게 중차대한 사상의 통일 단결은 전면적인 종엄치당(從嚴治黨, 엄격한 당 관리)의 형태로 외화 되어 나타난다. 엄격한 당 관리가 어떠한 수준의 당 관리를 강조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해석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당이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를 국민, 당원, 당원영도간부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점을 시진핑이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른바 ‘시진핑 사상’이나 ‘반부패 투쟁’ 등도 모두 사실은 당이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대오가 있어야 하고 그 근간은 당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시진핑이 19대를 얼마나 중시 여기는지를 이 언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당이 중심에 서고, 당과 국가의 사업이 국민, 당원, 당원영도간부들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 속에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강고한 인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시진핑이 인민군중의 강렬한 염원을 담아서 반부패 활동을 전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진핑은 부패가 당의 집권 위기를 불러오는 매우 관건적인 문제인 동시에 당과 인민의 관계를 부식시키고 개혁의 동력을 갉아먹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진핑이 집권 기간 내내 반부패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당의 집권 정당성을 높이고 통치 합리성을 강화하는 조치인 동시에 당과 국가의 사업에서 유리되고 소원한 당과 인민의 관계를 일거에 회복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바로 반부패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부급 영도간부 세미나에서 반부패 활동을 계속 할 것임을 강조한 맥락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반부패 활동 못지않게 당내정치생활에 대한 강조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특히 당내정치생활에서 당의 집권 기초와 군중기초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하는 것은 당과 국가의 각종 사업에서 발전의 강력한 정치적 기초라고 한 시진핑의 언술로 외화 되었다. 따라서 향후 계속해서 민주생활회 부활과 강화 등 당내정치생활에 대한 강조가 이어질 것이고, 이는 당내 기율 강조를 통한 영도간부의 옭죄기가 계속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진핑이 구상하는 이른바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시진핑은 자신의 집권 시기는 이전 집권 시기와 반드시 달라야 하고, 이미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일단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다. 지난 해 문예공작좌담회에서 잠깐 언급한 것을 토대로 한 과도한 해석이라는 비판적인 견해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성부급 간부 주제세미나에서 시진핑은 분명한 어조로 시진핑 시기의 역사적 위상과 지위를 스스로 언급하고 있다. 시진핑은 해당 세미나에서 “우리 당은 혁명, 건설, 개혁의 과정에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100년 정당의 중국공산당 역사를 혁명, 건설, 개혁이라는 세 글자로 압축하고 있다. 이전 유사한 다른 문건에서는 왕치산이 ‘새로운 개혁의 시기’라는 표현도 사용했었다. 100년 정당의 역사에서 혁명의 시기는 중국공산당 창당과 신중국 건설, 그리고 문화혁명으로 이어지는 혁명이 오직 목표가 되는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마오쩌둥이 집권했던 시기를 바로 ‘혁명’의 시기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 건설의 시기는 개혁개방이라는 새로운 시기를 맞아 중국 사회주의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로 탈바꿈하기 위한 생산력의 증강 과정 시기를 건설의 시기로 명명하고 있다. 이 시기의 대표 인물은 바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 집권 시기를 말한다.

‘개혁’의 시기는 ‘혁명’과 ‘건설’의 시기를 총괄하는 개념인 동시에 제5세대 지도부가 집권한 이른바 신형대국관계를 말할 수 있는 G2 시기를 동시에 언급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여러 언술을 종합해보면 ‘건설’의 시기는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로 이어지는 이른바 증량식 성장 위주의 시기로 제한해서 사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즉 발전 방식에서는 다소 차이가 존재했으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후진타오 시기는 모두 개혁개방이라는 환경 변화에서 경제 총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국가자원을 투입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978년 사회주의현대화로의 국정 방향이 전환된 이후 후진타오 시기까지 중국의 발전 방향은 계속 증량식 발전의 시기였고, 이를 시진핑은 ‘건설’이라는 용어로 압축해서 시기 구분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시기는 이전 시기와 다른 시기여야 한다는 개인적 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이데올로기가 우선시되는 ‘혁명’의 시대나 총량 증가가 중시되던 ‘건설’의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기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역사적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람이 바로 이번 성부급 주제세미나에서 혁명, 건설, 개혁의 용어로 압축되어 표현된 것이다. 

 

시진핑은 유독 ‘새로운(新)’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성부급 주요 영도간부 ‘시진핑 총서기 중요 발언 정신 학습과 당 19대 맞이’ 주제 세미나(專題研討班)>에서도 ‘새로운 생각(新的思路)’, ‘새로운 전략(新的戰略)’, ‘새로운 정책(新的舉措)’, ‘발전의 새로운 경지(發展新境界)’, ‘새로운 정신상태(新的精神狀態)’, ‘새로운 시대 조건(新的時代條件)’, ‘새로운 위대한 투쟁(新的偉大鬥爭)’, ‘새로운 위대한 프로젝트(新的偉大工程)’ 등 ‘새로운’ 것에 대한 시진핑의 과도한 집착 혹은 강조가 드러나고 있다. 이를 깊이 있게 보면 시진핑 스스로 자신의 시대를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시기로 만들고자 하는 강한 집념이 깃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혁명과 건설의 시기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시진핑 시기를 진단하고,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이른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입히는 작업을 광범위하게 진행할 것이다. 그 중심에 시진핑의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시진핑의 ‘새로운’ 것에 복합적인 사고와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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