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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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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북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응과 한국의 안보적 딜레마

정재흥 소속/직책 :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위원 2017-10-24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실시와 이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가 통과된 이후 한반도 정세는 다시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먼저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감행한 6차 핵실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첫째, 지난 4차 핵실험 이후 급격히 증진된 수소폭탄 개발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기술적 필요성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 6차 핵실험 폭발 위력은 TNT 폭약 기준 160kt 이상으로 사실상 수소폭탄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둘째, 대규모 인명살상을 하지 않으면서 수km에서 수백km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敵지휘통제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의 기기를 무력화 할 수 있는 EMP(Electro Magnetic Pulse, 핵전자기파) 공격능력의 과시이다. 향후 북한이 핵폭탄을 1.5kg으로 소형화하여 20kt급 EMP 핵폭탄을 터트리면 엄청난 전자기 쇼크가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하여 대부분의 전압시설, 군 장비 및 전력망, 전자부품이 파괴될 수 있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결국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과 수소탄 능력 확보 이후 ICBM 발사까지 성공한다면  북한이 한반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될 것이다. 

 

이번 6차 핵실험 이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즉각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함과 동시에 유관국들에게는 다시금 냉정과 자제 유지를 강조하고 중국의 대한반도 3대 기본 원칙(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안정, 대화와협상을 통한 문제해결)과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쌍궤병행(雙軌並行: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 이행을 촉구하였다.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현재 미국, 일본 등 국가들이 북중 국경 봉쇄, 대북 원유수출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영원히 불가능하며 오히려 북중관계 갈등만 악화시켜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일방적이고 과도한 대북제재 및 중국 책임론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오직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중국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긴밀히 하여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적절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매우 원론적이고 수사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並行: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이행)만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중국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로 기존 '선 비핵화 후 협상' 혹은 CVID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영원히 불가능하며 북한 핵동결을 조건으로 한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만이 실현가능한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특히 이미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수단을 이용하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유일한 해결방안은 대화와 협상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일 3국이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불신을 줄여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한미일 3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 아닌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경우 북한 역시 핵·미사일 도발을 끊임없이 시도할 것이며 이는 결국 제2의 한국전쟁 혹은 신 냉전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심각한 안보적 위기 상황 속에서 9월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9일 만에 채택하였다. 바로 이전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북한의 첫 ICBM 화성-14형 발사 이후 33일 만에 채택된 것에 비하면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사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대북원유 금수(禁輸)조치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강제검색, 김정은과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권력의 핵심부 5명을 블랙리스트에 포함, 북한산 섬유제품 수출금지,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금지 등 초강력 대북제재 초안을 제시하였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거부와 반발로 북한산 섬유제품 수출금지 정도에서 타협과 합의를 보았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유류공급제한(정유제품 내년부터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 대북원유무역 현재 수준 유지, LNG와 콘덴세이트 대북 수출 전면금지), ▲ 추가제재대상 개인 1명과 단체 3개추가(개인: 박영식 인민 무력상, 단체: 중앙군사위원회,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 해상검색차단(금지품목 의심선박 공해상에서 검색 가능), ▲ 북한 해외노동자 제한(해외에서 북한 노동자 신규허가 금지), ▲북한 섬유제품 수출금지(모든 직물 및 의류 완제품/부분 수출 금지), ▲ 북한과의 합작사업 설립, 유지, 운영 전면금지(기존 합작 사업체는 120일 내로 폐쇄) 등이다. 특히 북한의 생명줄이라 일컫는 유류제재는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최대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공급량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는데 그쳤다. 사실 미국은 대북 원유 공급 금수와 같은 초강력 대북제재 초안을 제시하였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거부권(veto)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상당부분 양보 혹은 후퇴하는 차원에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었다. 물론 이번 대북 제재결의안에 처음으로 원유와 석유, LNG 등이 포함되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이행 의지와 기존 중국의 대북원유 무상 공급 하에 400만 배럴 만큼 계상하여 추가 원유공급 및 밀무역 방관 등을 할 경우 제재 효과는 급격히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북한 정권의 생명줄인 원유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대북제재의 실효성과 한계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대북제재 결의안의 성공여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충실한 이행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9월 13일자 중국 정부 언론 매체인 신화사(新華社)는 논평을 통해 "안보리 대북제재는 정치적 해결의 최종 실현을 위한 것이며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당사국들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고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대북제재와 압박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금 강조하며 향후 대북 원유 금수 조치 및 김정은 위원장의 자산동결(블랙리스트 포함)과 같은 과도한 대북제재 요구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보여주었다. 아울러 환구시보(環球時報) 역시 "이번 대북제재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고 국가 안보 및 경제사회 번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지 북한 경제에 충격을 주어 북한 정권을 질식시키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면서 대북 제재가 목적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번 북한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은 수소탄과 ICBM을 보유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자살행위이고 결국 대화와 협상만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 주장하며 한미일 3국에게 과거 10년간 실패한 대북 제재와 압박 정책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상을 통한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지난 6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방미 당시 제의했던 북한 핵·미사일 발사 중단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방안이 현재 중국이 제시하고 있는 쌍중단(雙中斷) 해법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보다 주도적이고 책임있는 역할 발휘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이후 중국은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에 중국이 줄곧 주장해온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 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쌍궤병행(雙軌並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방안 이행을 적극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자신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한 만큼 한미일 3국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 차원에서 쌍중단과 쌍괘병행에 적극 호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8월 12일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안정을 유지하는데 공동의 이익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쌍중단과 쌍궤병행 참여를 촉구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북핵 문제의 근본원인이 북미간 적대적 대결관계에서 발단된 것으로 보고 있어 한국과 미국이 적대적인 대북 인식 전환,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이상 북핵 문제 해결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신 냉전 출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북한의 연이은 6차 핵실험과 ICBM(화성-14형), IRBM(화성-12형)미사일 도발로 인해 중국 내에서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악화되었으나 동시에 미중 패권경쟁 가속화, 사드배치 문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국 동맹 강화 등으로 인해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 역시 우리가 직면한 냉정한 현실이다.

 

향후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도발(ICBM 발사, 추가 핵 실험)과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한중, 미중, 중일, 북미, 북일간 구조적이고 근본적 입장 차이와 대결적 구도 형성 등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정세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가 직면한 한반도 안보 정세 위험성 및 미중관계 구조적 문제점 등을 일방적이고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아닌 보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G2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입장에서 북핵문제는 동·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과 같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식되고 있어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한미일 대 중러(북)의 입장 차이와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욱 악화되었다는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어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와 협상 시도 없이 지속적인 대북제재와 압박을 추진해 나간다면 북핵 문제 해결을 놓고 상당한 갈등 및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 혹은 "시간은 우리 편이다"라는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이고 현실성 높은 냉철한 대북 및 대중전략 수립이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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