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은 왜 대북제재를 전략적 ‘자살골’로 보는가?

이성현 소속/직책 : 세종연구소 상임연구위원 2017-10-24

최근 북한을 감싸들기만 하던 중국이 북한 6차 핵실 후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의하는 등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핵 실험 이후 한국 언론은 매번 중국을 주목한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선에 이르렀는지 강도 높아진 유엔 제재를 언급하며 북핵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있어 항상 지적받는 것은 제재하는 시늉을 하지만 정말로 ‘제대로 된’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지 중국의 최근 유엔 제재 측면을 통해 살펴보자.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에 대한 평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에 동의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대북제재안을 “역대 최강” (the strong -est) 조치란 평가를 내렸다. 분석가들의 관심은 이러한 ‘정치적 修辭’(political statement)보다는 실제 제재안 내용에 있다.  

 

우선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유엔 제재 결의안에 동의한 것은 전혀 특별한 사항이 아니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했고 중국은 6차례 모두 유엔 대북 결의안에 동의했다. 중국은 북한 도발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핵실험’ 수준의 도발 행위가 곧 중국이 유엔 결의안에 동의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문건 어디에도 그렇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중국의 외교 행위 분석에 있어 어려운 점일 것이다. (이것은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는 것도 같다. 중국 정부는 지시를 문건으로 내리지 않고 ‘구두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모든 새로운 유엔 대북 제재안은 기존 제재안보다 조금 더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를 설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 유류공급제한 ▲ 제재 대상 추가 ▲ 북한 해외노동자 제한 ▲ 북한과의 합작사업 설립, 유지, 운영 전면금지 등이 골자다. 언뜻 보면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유엔 제재안을 평가함에 있어 우리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유엔 대북 제재를 주도한 미국이 애초에 추구했던 목표치 (goal)를 달성했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목표는 ‘효과’(effect)를 염두에 두고 설정한다. ‘이 정도의 제재를 가해야 소기한 북한의 행동에 변화가 오겠구나’하는 효과를 염두에 두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추구하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김정은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둘째는 북한 정권의 핵심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대북원유 금수(禁輸)조치, 즉 전면 중단이다. 이것 역시 중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더 정확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국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 달성에 실패하였다. 

 

반대로 중국 측은 이번 결의안에서 가장 핵심적 논쟁 사항이었던 '원유 금수 반대'를 견지했고 그것을 관철하였으므로, ‘미국과 중국이 각각 유엔 제재에서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성취하였는가’의 기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이번 유엔 대북 제재는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그런 취지에서 미국의 빌 리처드슨 전 유엔대사는 이번 유엔 결의안을 “없는 것보다는 낫다” (better than nothing)라고 혹평했다.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인 조지 로페즈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 제재 강도 수위를 ‘낮췄다’ (water down)고 평가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 결의안이 아예 통과되지 않으므로 결의안 통과를 위해 물러선 쪽이 미국이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결의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미국이 원했던 소기의 성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유엔 제재 효과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 

 

흔히들 유엔 제재가 효과가 없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중국이 왜 유엔 제재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치지 않는 이유’도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목적설정이론’에 의하면 행위자가 목적에 얼마만큼 ‘헌신’(commitment)하는 가의 여부가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제재를 실행하는 참여국들 사이에 목적이 같아야 하고 또 중요한 것은 목적을 성취했을 경우 얻는 ‘보상’ (reward)에도 공정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각 국가익 관점에서 보는 ‘보상’이 다를 수가 있다. 자기가 원하는 보상을 얻지 못할 것이 기대되는 경우 참여국의 헌신도는 떨어질 것이다. 

 

중국에 있어 항상 지적받는 것은 중국이 제재하는 시늉을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중국의 제재에 대한 ‘헌신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선 이 질문을 중국 정부에 하는 것은 우문(愚問)이다. 중국 정부는 자신이 유엔 제재를 매우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2017년 9월 18일 중국 외교부는 각 국가가 대북 유엔 결의안을 ‘엄격하고 전면적으로 집행(嚴格全面執行)’하라고 했다. 이렇듯 중국은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다른 국가들이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하듯이 말하기도 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부터 틀이 잡히기 시작한 이러한 중국식 선전술과 심리전에 대해서는 추후 토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유엔 제재에 관해 중국 학자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유엔 제재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나 이것을 실행하는 지방정부가 법망을 피한다고 설명하곤 한다.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중앙정부가 대북 제재에 예외조항으로 둔 ‘민생’ 때문에 발생한다. 즉 유엔 제재가 북한 주민들의 ‘민생’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완벽한 유엔제재가 불가능한 두 번째 이유로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근본적 이익관점 차이가 지적되고 있다.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 3성 지방은 지역 경제 발전이 지방 책임자의 업무평가와 승진에 반영됨으로 중앙정부의 엄격한 제재 시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중앙-지방’ 간에 근본적인 이익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중앙 정부에서 유엔 제재 공문이 지방 정부에 내려가면 지방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관리는 두 가지를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내 지역의 경제를 스스로 옥죄는 자승자박적인 행위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평판을 잃게 되는 것. 둘째는 지방 경제 발전이 저조할 경우 결국은 나중에 본인 스스로의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미쳐 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엔 제재가 적용되려면 중앙의 지시도 결국은 지방정부가 시행해야 하는데, 즉 지방 정부가 시행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는데, 그것이 근본적으로 잘 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의 한 중국학자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랴오닝성(辽宁省) 정부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지방 경제의 상당 부분이 북한과의 국경 무역에 의존하는데 당신은 유엔 제재를 어떻게 하겠는가?” 중국에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天高皇帝远)”라는 표현이 있다. 중국처럼 땅이 넓고 하늘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베이징 수도에 있는 ‘황제’ (중앙정부)의 명이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에 전달되어 잘 집행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날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도 이러한 ‘중앙-지방’ 권력 지형 관계는 끊임없는 연구의 대상이다. 

 

‘역대 최강’ 유엔 제재는 오히려 밀수를 부추겨

 

중국 지방정부는 대북제재와 관련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았음에도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자구책을 또한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밀수를 눈감아 준다. 특히 대북 밀수는 유엔 제재가 강화되면 오히려 ‘활기’를 찾는다. 공식적으로 무역이 금지되면 밀수 가격이 껑충 뛰므로 이익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인기 토론 프로그램 봉황위성TV (凤凰卫视)의 ‘一虎一席谈’에서 한 여성 참여자는 자신의 고향이 북한과 국경을 맞이하고 있는 단둥(丹東)이라고 소개한 뒤, 주변의 친척 중에서 많은 수가 북중 무역에 관련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역 사정을 설명하면서, 유엔 대북제재는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북 제재 효과가 없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하지만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제재를 통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목적설정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제재 참여자가 처음부터 ‘목적’을 믿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이럴 경우 당연히 참여자의 ‘헌신’ 정도는 떨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기의 결과도 얻지 못하게 된다. 중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엄격 이행” 입장을 표명하지만 “근본 해법은 北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을 꼭 제시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제재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본인이 열의를 가지기는 힘들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华春莹) 대변인은 “제재만으로는 조선반도(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仅凭制裁并不能解决朝鲜半岛问题)고 하며 북한과 대화와 협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역시 “제재도 좋고,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런 것은 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수단에 불과하다”(制裁也好,压力也好,只是解决问题的一种手段而已”)라고 말한 것은 중국의 대(對)북한 전략을 분석함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같은 중국 측 입장은 북한의 1차에서 6차 핵실험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보인다. 결국, 중국은 미국에 떠밀려 유엔 제재를 하는 ‘외교적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을 뿐 정말 북한을 아프게 옥죄어 북한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할 동기는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 목적을 공유하지 않는 중국

 

이렇듯 중국 정부가 스스로 내놓은 관방 발언으로 볼 때도 중국은 처음부터 대북 제재의 ‘목적’에 동참하지 않았다. 목적에 동참하지 않으니 ‘헌신’할 수 없다. 오히려 목적이 성취되었을 경우 중국에 올 결과는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처벌’일 수 있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이를 동아시아 지정학, 특히 미중 경쟁 구조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성이 있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할 경우에도 이는 마치 먼저 동아시아 지도를 꺼내놓고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제재를 엄격하게 할 경우, 그것이 중국에 어떤 후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미리 숙고하는 식이다. 중국공산당은 이를 ‘대국의식(大舉意思)’라고 하여 강조한다. 전반적인 큰 형국을 보고 사고한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하게 되면 북한 난민이 중국 동북지방으로 유입되면서 중국 내부에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중국은 걱정한다. 또한 북한 정권 붕괴와 함께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휴전선을 넘어 북상하여 중국인민해방군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은 한국전쟁 악몽을 되살리게 한다. 북한은 중국의 유일한 동맹이자 동북아에서 마지막 남은 공산주의 진영 국가인데 북한이 제거될 경우 중국은 동북아에서 공산국가로 홀로 남게 될 것을 우려하는 심리적 불안도 존재한다. 북중관계를 연구하는 외부 관찰자가 자주 놓치는 부분이다. 결국 중국에겐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통해 기대되는 ‘보상’은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적 ‘자살골’이 된다는 판단이 있는듯 하다. 

 

‘목적설정이론’에서 보면 유엔대북제재는 이상에서 간단히 살펴본 것처럼 처음부터 효과를 보기 힘든 구조적 제한이 크다. 유엔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해 중국은 ‘목적’(goal)을 공유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니 ‘헌신도’(commitment)가 낮고, 오히려 그 목적이 성취되었을 경우 기대되는 ‘보상’(reward)이 중국에는 오히려 ‘처벌’(punishment)적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인식이 중국 외교 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한, 유엔 대북 제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사료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