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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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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철수, 中 보복 속수무책인가

한현우 소속/직책 : 상해아우라기업자문유한공사 대표 2017-10-24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막대한 손해를 낸 롯데마트가 결국 6개월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임을 인식하고 롯데가 철수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을 포함해 약 24개(복합몰 제외시 22개)다. 롯데그룹은 이들 업체들에 1990년대부터 약 2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해왔다. 그래서 각 계열사들은 롯데라는 공통의 브랜드 아래 영위하고 있는 다른 사업 영역들을 연결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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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중국은 지난해 말 롯데가 우리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을 빌미삼아 중국내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 소방점검을 벌이면서 압력을 행사하고 80곳이 넘는 롯데마트 점포들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이후 24개의 롯데 계열사 중 중국 정부가 롯데마트를 압박 타깃으로 지정한 점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제기되었고, 그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은 ‘압력 효과의 극대화’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처음 중국에 발을 디딘 이후 올해로 딱 10년째를 맞은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롯데마트는 중국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지린(吉林), 충징(重慶) 등 주요 지역에 총 11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중국 점포가 5개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내 롯데의 모든 계열사들 중 가장 많은 지역에, 가장 많은 거점을 두고 있는 브랜드다. 이를 통해 중국정부가 사드로 얽힌 우리나라와 롯데에 동시에 압력을 행사한다면 가장 좋은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상이 바로 롯데마트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는 중국 유통시장 진출과 확장을 위해 롯데그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브랜드”라면서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에 대한 압박이 가시적인 효과의 극대화를 고려한 중국 정부의 철저한 계산이라는 해석이 가장 우세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마트는 롯데그룹이 가장 전폭적으로 지원한 계열사였다. 백화점-마트-슈퍼를 잇는 유통 시너지의 중심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 깔려있었다. 백화점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더 밀착돼있는 곳이면서 현지의 물류 인프라로 즉시 활용될 수 있는 점이 롯데마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 합작사와 지분을 나눠 업체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중국 롯데마트 주식 100%를 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것은 그룹이 마트를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그렇기에 롯데마트는 중국에 가장 적극적으로 출점을 시도한 브랜드가 됐고, 여기에는 중국 시장 확장에 대한 롯데그룹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롯데마트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왔다. 지난 3월부터는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112개의 점포 중 87개가 영업정지를 당했다. 해마다 적자를 내는 것도 모자라 점포들이 대로 운영되지도 못하면서 연간 수천억원의 운영비용이 투입되는 ‘밑 빠진 독’과 같다. 유통과 제과, 음료 등 중국에 진출한 롯데 22개 계열사 현지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 역시 올해 중국 철수를 결정했고 현대차 역시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중국의 사드 보복은 실로 무차별적이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국제 무역관행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중국 당국은 세무조사와 소방ㆍ위생 점검 등을 통해 롯데마트 매장의 영업을 중단시키거나, 불시단속을 통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치졸한 수단을 총동원했다. 대국의 위엄은커녕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냈다. 정부 당국의 부추김을 받은 애국적 반한 감정에 휩쓸린 중국인들이 롯데마트를 외면하면서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국의 경제 보복 피해에 대하여 모든 수단을 강구해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상품과 서비스 교역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중국의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안은 그리 간단치 않다. WTO 제소는 분명히 명암이 존재한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사드 보복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WTO에 제소하면 승소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양국 관계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게 될 것이 분명하다. WTO 서비스무역이사회 등에서 중국의 부당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규탄하며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편, WTO 소송은 오히려 중국이 노골적인 경제 보복에 나설 빌미만 주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WTO나 한·중 FTA 규정을 우회하거나 피해 가면서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는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적 감정에 편승해 WTO 제소를 압박하는 것은 단견일 수 있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의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한다. 2014년 중반 이후 “(사드 배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라는 이른바 3N 정책을 펴다가 중국 정부에 언질조차 주지 않고 배치를 결정했다. 최소한의 외교적 관례도 무시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와 북핵·미사일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외교·안보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정에 기울지 않고 냉철한 판단 속에 문제를 풀어 가는 지혜가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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