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美·日 경제 성장률 변화의 차이점 및 중국에 주는 시사점

후샤오펑(胡晓鹏) 소속/직책 : 상하이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 2017-10-24

올해 상반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예상치 및 글로벌 평균치를 웃도는 6.9%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러한 성장 추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특히 2011년 이후부터 줄곧 이어져왔다. 최근 6년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비록 2008년 이전과 비교해 현저히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국가들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이것이 바로 ‘신창타이’에 들어선 중국 경제 성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7년에 14.2%로 정점을 찍은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출 감소의 영향을 받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10.4%를 기록하며 반등한 적도 있지만 정책적 요인으로 인해 내수시장 활성화와 외부 환경 개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는 7% 내외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과거와 비교해 하락세이지만, 다른 국가들보다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중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발전 추세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첫째, 비관론적 시각이다. 중국의 성장 동력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 성장의 ‘낭떠러지’식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의견이다. 둘째, 낙관론적 시각은 중국 경제 성장률 하락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필연적 결과일 뿐이고, 중국이 받은 타격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편으로 이는 중국이 내부적으로 강한 경제 활력과 위기관리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의견이다. 두 관점 모두 사실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양자 모두 중국 경제 성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못한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해석이다. 필자는 중국 경제 성장률 하락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대표적인 국가의 장기적 경제성장률 변화에 대한 관찰을 통해 규칙성과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중국의 경제 성장 추세를 예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100년간 상당히 다른 양상의 변화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1839년부터 현재까지 경제 성장률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한 해는 없었다. 소폭의 등락을 반복한 경우는 있었지만, 쥐글라 순환의 10년 주기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미국 경제는 대부분 2.5-4.5%의 성장폭을 유지했다. 예외적으로 1859-1869년에 비교적 낮은 수준인 2%에 머무르고, 1893-1903년에 비교적 높은 5.03%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주기에서 모두 위의 성장폭을 벗어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깝게 하락하며 바닥을 쳤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 2015년에 다시 2.58% 수준을 회복하였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장기적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장기적 고속성장에서 장기적 저성장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없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이와 조금 다르다. 1952-1972년, 일본 경제는 전후 고속성장기를 맞았다. 국민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약 9% 수준을 유지했으며, 1960년대에는 1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 성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본 경제성장률은 1973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1973년~1990년에는 4~6%의 안정적인 저성장 단계에 들어갔다. 그 후, 경제 구조조정의 실패 및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성장률 3% 이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중국의 ‘낭떠러지’식 변화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안정적인 성장세와 일본의 ‘낭떠러지’식 변화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100년간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1955-1960년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전후로 세 가지 핵심요소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첫째, 세계 각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으며, 미국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고, 경제 서비스화 수준은 빠르게 향상되었다. 둘째, 미국의 도시화율이 1960년 70%에 다다르며 도시화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셋째, 총요소생산성이 미국의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아 경제성장 기여도가 자본과 노동력 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구조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거의 동시에 발생하였지만, 각 변화가 지니는 의미는 매우 상이하다. 우선, 미국 경제가 이룬 높은 수준의 서비스화 및 도시화는 미국의 투자기회가 이미 많이 사라졌고, 따라서 투자로 경제 성장을 이끌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정상적 저성장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한편,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향상은 미국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의미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 경제가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다.

 

같은 방식으로 다시 일본의 경제 상황을 분석해보자. 일본의 경제 성장 추이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이었다. 그 후 일본의 도시화, 경제 서비스화 및 총요소생산성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겼을까? 1972년 일본의 도시화율은 72.2%로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였지만, 1973년의 석유파동을 계기로 일본 제조업은 역내 중심에서 전 세계로 범위를 확대할 수 있었고, 일본의 경제 서비스화 수준도 빠르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72년 이후 일본 역시 정상적 저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총요소생산성 또한 일본 경제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며(약 20년간), 일본은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예를 들어, 1972-1980년 노동 생산성 증가에 대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26%였지만, 1985-1991년에는 37%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되었다. 경제의 질적 성장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면, 1990년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에 대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빠르게 하락하였고 심지어 국민 경제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TFP는 1980-1990년의 0.97%에서 1991-2011의 -0.18%로 1.15% 하락하였고, 1991-2000년 일본의 노동생산성 증가에 대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역시 -15%까지 하락했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적 경제 성장 추이를 종합해보면 국가 경제의 저성장 혹은 고속성장은 해당 국가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주요 요소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이 전통적 요소(노동력, 자본, 토지)라면, 경제 성장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성장의 질적 수준은 낮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기술 수준으로 나타나는 총요소생산성이 주요 성장 동력이라면, 비록 경제 성장률은 비교적 낮지만 질적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바로 후자의 경우로, 미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경제성장에 대한 기술과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성장률의 ‘낭떠러지’를 겪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70년부터 1980년대까지 20년간 경제성장에 대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점점 높아졌고, 경제성장 방식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 요소의 성장기여도는 대폭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0년 이후 일본의 총요소생산성이 마이너스대로 하락했으나 당시 일본은 이를 대신할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실패했고 현재까지 ‘잃어버린’ 시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 입각해 중국의 경제성장 추세를 다시 분석해보면, 사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낭떠러지’식 하락을 보이긴 했지만 경제 성장에 대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아직 20%에 불과한 낮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의 도시화율 역시 60%가 채 되지 않고, 높은 수준의 산업화를 이루긴 했지만 아직 경제 서비스화의 시대로는 진입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점은 중국에 여전히 투자기회가 풍부하며, 투자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중국 경제발전이 직면한 신창타이를 부정하고, 투자를 통해 다시 고속 성장 이루자는 단순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전통적 요소의 기여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만약 중국 정부가 총요소생산성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는 경제성장 동력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 구조조정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로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제시한 이유는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매우 시의 적절하고 현재 중국에 꼭 필요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게시글 이동
이전글 이전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