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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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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전략 보다 세분화 구체화되어야 한다

차신준 소속/직책 : 북경대학교한국학연구중심 연구교수 2017-10-27

중국 관련 정보들이 넘쳐난다. 서점의 중국코너에는 신간들이 즐비하고 정부기관, 연구소, 언론에서 발표하는 기사와 연구리포트들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모두 중국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중 수교 후 2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중국에 대한 분석의 각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많은 자료들이 문제의 제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거나 일차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들이 성공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며 매 단계마다 필요한 자료가 달라지고 또 분석의 대상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똑같은 시각과 분석으로는 각 단계를 넘어설 수가 없다. 기업들이 진출전략을 세울 때나 또 정부기관이 정책과 시장을 분석할 때도 매 단계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시각이 중요하다. 이제는 기업들이 중국시장 진출의 전 프로세스에서 요구되는 자료들을 단계별로 분류하여 분석해야 하고 문제의 제기보다는 실효성과 경쟁력을 갖춘 현장용 대응전략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진출에 필요한 자료들은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 변화에 따라서 그 내용과 범위가 달라져왔다. 한중간의 경제관계는 대략적으로 세 단계의 시기로 나누어서 분석해 볼 수 있다.1) 먼저 제 1단계는 한중수교 이후부터 ’98년 아시아 금융위기까지인데 이 시기에는 대부분 한국의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들이 동북 3성을 중심으로 가공생산기지 확보를 위해 중국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중국의 산업과 기술이 한국에 많이 뒤쳐져 있었고 비용절감을 위한 가공생산기지로서의 중국진출이 대부분이었던 시기로 우리가 신경 써서 연구해야 했던 중국관련 자료와 정보가 한정된 범위에 머물러 있던 시기였다.2)

 

2단계는 중국의 WTO 가입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시기에 한국의 대 중국전략은 가공무역추진과 함께 내수시장 개척이라는 목표로 확대되었다. 대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업종이 다양화되어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진출이 확대되었다.3) 이 시기부터 중국관련 서적들과 자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상당수가 중국의 정치나 역사 혹은 중국인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자료도 중국시장 진출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이나 이슈가 되는 주제만을 다루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중국진출의 전 프로세스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나 관련법률, 현지 마케팅, 그리고 인적관리, 협상 등을 다루는 자료는 극히 일부였다. 3단계는 중국정부가 대대적인 경제정책의 변화를 발표한 뉴노멀부터 현시점까지로 시장통합이 시작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4) 이 시기에 중국의 경제정책의 변화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우리의 중국관련 전략을 대폭적으로 점검하고 수정해야 할 만큼 변화가 크다. ​

 

중국정부는 최근 몇 년간의 경제성장률의 둔화를 완화시키고 그동안 고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가져온 여러 가지 산업구조상의 문제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주도의 대대적인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여 진정한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고 각종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은 우리기업의 주력산업뿐 만아니라 주력산업과 연관 또는 파생되는 산업 전반에까지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시행하는 경제정책은 연속성이 강하고 신속성 그리고 유연성과 함께 함축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은 매 단계가 진행될 때 마다 경험들이 축적되고 보다 정교해져서 그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집중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하여 수립되는 중국의 경제정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함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보다 세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3단계 시점에 와있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 중국의 정책도 훨씬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특히 중국정부가 제조업의 혁신을 목표로 진행 중인 ‘중국제조2025’나 ‘인터넷플러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조업과 인터넷의 연결, 제조와 서비스의 연결 그리고 마케팅과 인터넷의 연결 등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과 기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새로운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들이 요구된다. 앞으로는 종합적인 지식과 창조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우리가 중국과 관련된 어떤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만들어 내는가가 결국 중국시장 진출에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변수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현지에서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국내에서 발표되는 자료들이 너무 중복되고 분산되어있다는 점과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의 상황에 맞는 등급별 자료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초급단계의 기업들이나 개인사업자들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중국의 시장동향이나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분석리포트 그리고 유망업종이나 유망한 지역에 대한 자료들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진출을 결정하고 실제로 중국시장에 진출하여 현지 사업환경에 직접 부딪히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자료들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관련 법률에 대한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현지에서 가장 어려워 하는 사항 중의 하나가 자신의 업종과 관련된 법률적인 요구사항과 중국내에서의 법인운영에 대한 부분, 그리고 실제로 중국인들과 사업상 만나면서 겪게 되는 그들의 상관습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법률과 관련된 자료의 부족은 기업들이 겪는 큰 애로사항이다. 2016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상품의 중국통관 불합격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도 약 70%가 서류미비인데 이 또한 관련법규에 대한 이해가 낮아 발생한 일이다. 이런 애로 사항은 한중수교부터 지속되어온 사항이기도 하다.

 

캡처 이미지 

 

이런 법률과 관련된 자료는 대부분 내용이 많고 전문적이 부분이 많아서 일반인이 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정책과 관련된 기본적인 자료들은 중문이 번역되어 제공되는 경우가 있지만 보다 더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면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현지 기업들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 연후에 이것을 처리하기 위해 법률사무소나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시기를 놓치거나 또 비용면에서도 적지 않은 손실을 겪는 경우가 많다. 중국진출 기업들을 위한 법률관련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번역하여 제공하고 법에 관한 자료들을 축적해 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된 실용성 있는 자료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지 시장개척은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해야하는 사항이지만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는 전문가들 특히 정부기관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일대일로’, ‘광역권 개발’, ‘환경보호’ 등의 대형프로젝트나 지방정부의 민관협력사업(PPP)인프라 투자정책 그리고 도시화와 관련된 중, 대형 프로젝트는 민간의 직접적인 접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을 넘어서는 정부 간의 접촉과 협상이 있어야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는 정부기관이 전담부서나 팀을 구성하여 우리 기업들과 함께 전략을 수립하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 내의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주무부서나 지방정부와의 협상을 통하여 우리 정부의 추천을 얻은 신뢰할 수 있는 우리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중국의 지방정부들도 원하는 기술과 경험을 가진 한국기업들의 진출을 환영할 것이다. 

 

중국의 산업고도화정책은 강력하고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전방위적이고 파급효과가 크다. 한중수교 이후에 우리는 큰 그림으로서만 한중간의 경제문제를 보아왔으며 대기업 위주의 정책들이 많았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다. 이번 사드문제에서도 나타났지만 한국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주력산업위주의 수출이나 시장진출 정책은 여러 면에서 위험성이 크다.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진출정보와 전략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상품과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차세대 중국시장에서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특화된 아이디어와 상품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단계가 높아졌고 그들의 경제정책이나 시장운영, 그리고 상품개발 등이 훨씬 더 정교해 짐에 따라 우리도 중국의 변화에 맞는 현지적응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매 단계별로 시장진출정도에 맞추어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자료와 정보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는 과거의 필수적인 보완관계에서 이제는 중국이 주도하는 선택적인 관계로 변모했다. 우리가 중국의 산업고도화 문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이 그동안 우위를 점해왔던 벨류체인에 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산업구조조정의 핵심내용은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통하여 산업고도화를 이루고 M&A 등을 통하여 선진국의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해서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의 중국의 위치가 달라지고 확장되는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혁신과 함께 그동안 쌓아온 제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혁신과 제조가 연결되는 산업구조조정을 이루게 되면 한국은 사실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구조고도화 정책에는 우리에게도 또 다른 차원의 기회가 존재하는 것도 확실하다. 중국이 산업구조고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발생하게 될 또 다른 수요가 그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런 기회에 정부기관과 연구기관 그리고 기업자문기관은 다른 차원의 정책 분석과 시장접근전략 그리고 협상과 마케팅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연구 분석하여 현지에서 직접 통할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중복되는 연구나 비슷한 결과물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관별로 연구주제를 나누어서 진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중국시장 진출의 과정을 몇 개의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필요한 연구를 나누어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이 정책적으로 어렵다면 한 개의 기관에서 이런 단계별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현지의 법률과 관련된 자료들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현재 중첩되는 연구과제가 정리만 되어도 투입되는 예산만으로 지금보다 더 많고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현지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이 가능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런 연구들을 관리할 수 있는 공통적인 컨트롤타워의 설립이 고려되어야 한다. 급속하게 변화하고 나날이 복잡해지는 중국경제 상황에 시의적절 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정책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진출 가능한 전략수립 그리고 관련 법규에 대한 번역과 자료정리가 필요하다. 나아가서 현지 지방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인적자원 양성과 자문,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는 마케팅 요원의 양성과 공급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분산되어서는 안되며 일련의 체계 안에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산업구조고도화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 할 M&A를 담당할 협상전문가와 새로운 인터넷 중심의 시장상황에 맞는 마케터와 현지 마케팅 협력기관의 확보 등이 필수적이다.

 

한중수교 이후 우리의 대 중국 전략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 그리고 실효성이 얼마나 있었는지 총괄적으로 점검해볼 때가 왔다. 중국시장의 커다란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할 시점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이런 위협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며 정확한 정책변화와 내용을 바탕으로 장, 단기 대응전략을 만들어야 하며 전략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대 중국 전략에 있어 문제의 제기보다는 실효성과 경쟁력을 갖춘 대응전략을 만들어내고 실행함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중국의 산업구조고도화가 가져올 위험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내는 중국관련 자료와 정보도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시간이 늦어지면 우리의 갈 길은 더 험난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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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시기 구분은 수출입과 교류의 주체, 목표, 제도기반 등을 종합한 것으로 코트라 자료를 참고했다.
2) 1단계 시기에는 양국 간에 체결한 무역투자 협정 이외에는 공통의 무역규범이 부재했던 시절로 임의적인 조치와 무역보복이 쉽게 발생하던 단계이다.
3) 이 시기의 제도기반은 글로벌 규범에 근거하여 한중간에는 상호 최혜국대우로 발전했다.
4) 한중 양국은 최혜국대우(WTO)단계를 지나 시장통합(FTA)단계로 진입한 단계이다.

 

참고문헌:

한·중 수교 25주년 결산, 현인 25인 포럼, 2017.

한중 경제관계 중장기 변화 추세와 과제, KOTRA, 2017.

중국의 지역별 산업고도화 추진 현황 및 시사점, KIEP, 2016.

中國國務院, “中國製造 2025” 2015, 5, 19.

Arthur R. Kroeber, “China’s Economy, What Everyone Needs to Know,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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