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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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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사드, 극복할 수 있다

김승환 소속/직책 : 북경 레몬잎 컨설팅 대표 2017-11-01

작년 7월 사드 발표 이후 벌써 1년이 훨씬 지났다. 이곳 중국에서 생업과 사업을 하는 교민과 기업 입장에서 사드는 긴 세월 동안 고생과 투자로 이뤄놓은 것들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었고 난제였다. 그나마 탄핵 정국을 통해 정권이 바뀌면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로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버텨 왔다. 그러나 주변 정세는 우리의 희망대로 되지 않았고, 아직도 방향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는 "L"자 형으로 한동안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보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상당수 언론은 사드로 인한 교민과 기업의 손해와 암담함을 보도하면서 사드 배치를 넘어 핵 보유라는 주장까지도 펼치고 있고, 정부는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작금의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 방안 제시를 못 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알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쉽게 풀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며 호전될 기회를 찾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도 사드와 관련하여 예전 같지 않다.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북경과는 달리 서안 쪽은 공무원이든 민간이든 사드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삼성 반도체 2기 공정의 시작은 사드보다도 더 영향력 있는 사안이기에 어느 중국 인사도 사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혹 먼저 얘기를 꺼내더라도 정치와 경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올 초 3월 말 사드로 인한 분위기가 가장 심각한 상황에 치달았을 때, 서안의 한국 기업들도 수시로 공상국과 관련 당국의 실사를 받았고, 비자 발급에서도 전과 다른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다. 당시 다른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였고, 북경은 지금까지도 비자 발급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비자 발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안에서는 더 이상 사드로 인해 전해진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삼성 반도체의 벤더 업체 중 한 업체는 거의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환경과 위험물 관련 중국 정부의 현장 검사를 받는다 한다. 그 이유를 파악하고자 그 회사 총경리에게 이유를 물으니 중국 관련 부서 담당자가 매월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꼬투리를 잡고 시비를 걸거나 대가를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 한국 업체가 중국 정부 기준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잘 관리하는 상황이라 어디 흠잡을 곳이 없지만, 마치 자신들의 정기적 방문과 지도로 인해 문제없이 관리되고 운영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한번은 위험물을 운반하던 중국 업체의 탱크로리로 인해 도로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수많은 중국 소방차들이 출동했지만 위험물의 화재를 진압할 소화 물질이 없었고, 그때 이 업체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10여 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회사 자체 소방대가 화재를 진압하여 더 큰 사고를 막았다. 이 일로 업체는 중국 정부로부터 감사패와 약간의 위로금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때 지출된 비용이 더 컸지만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지켜나가며 지역 사회에서 공헌하는 모습을 보이는 기업에 현지 관련 부서가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현지인들과 공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민간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양국 문화 체험 활동, 중국 학생들에 대한 장학회 발족을 통한 장학금 수여, 지역 사회 및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 등의 활동이 현지 사회에 전달되면서 정치와는 별개의 민간 차원의 공존 가치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활동과 분위기는 서안뿐만이 아니다. 기아자동차가 있는 염성 지역에서도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한국 기업들이 입주한 다른 도시들도 이러한 분위기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사드 발생 초창기 무역 통관에서도 우리 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언론을 통해 전달 됐었다. 하지만 물류 업체를 통해 사실을 확인해 보니 한국 상품 혹 한국 기업이라고 특별히 통관에 제한을 받은 곳은 없다고 한다. 다만 샘플링 검사 비율이 높아졌기에 과거보다는 프로세스 시간이 길어졌지만, 이는 모든 국가의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가 피해를 본 부분은 정식 통관이 아닌 비공식 통관 품목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즉, 핸드캐리 다이공(일명 보따리 운송업)이나 소화물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보여주던 부분이 법에 근거 적법 절차를 진행하니 통관 시간이 지연되거나 반입이 거절되고, 정식 통관에서도 서류와 실물이 맞지 않아서 반품되거나 혹 과세 대상이 되면서 상대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전의 융통성 있던 정책 운용이 적법한 운영 쪽으로 강화된 것이며, 이는 인터넷 직구로 인한 소화물의 증가, 상품 무역의 확대, 세관의 전산화 및 정보 공유 네트워크 개선, 이와 관련된 세금 징수 등 전체적인 흐름에 따른 것이지만 그 시점이 사드와 엮여서 우리에게 불안감을 증가시킨 것이다.

 

물론 합법적 프로세스 때문이 아닌 다른 감정적 사유로 발생한 사례들도 분명 있다. 지금까지의 상당 부분 피해를 본 업종을 살펴보면, 결국 국민감정에 기초하여 벌어진 사건이 많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양국 국민감정을 한층 더 악화시켰다. 그 결과는 곧 중국 관광객 감소로 인한 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 현지 생업 종사자들의 피해, 반한 감정으로 인한 한국 상품 판매 감소, 한참 발전하던 한류의 급랭으로 인한 피해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 스스로가 해결하기는 어려운 난제였다. 필자도 작년 사드로 인해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올해 역시 그 영향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사드가 비즈니스 중단에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더라도 적어도 무엇인가 구실을 찾고 있던 중국 측에게 좋은 핑계가 된 것은 사실이다. 협상을 진행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사드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양보할 수밖에 없고, 요구가 도를 넘으면 결국 비즈니스는 멈춰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사업에 있어 직격탄을 맞은 필자가 굳이 사드 피해를 언급하지 않고 중국의 입장에서 혹 긍정적인 입장을 얘기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만 피해를 받지 않은 분야가 피해를 받은 분야에 대한 배려로 좋은 사례들이 가려지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며, 피해를 받은 분야가 피해를 본 이유가 과연 사드 때문만 이었는지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드 문제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국제 정세도 계속 변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방향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거주 20년이 넘었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그러나 사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지금은 한중 관계에 있어서 과열됐던 부분이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고, 향후 우리 기업이 중국을 과거의 중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교 이후 한중 경제 관계는 끊임없이 발전했다. 지난해 무역액은 수교 초기보다 33배가 증가한 약 2114억 달러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고, 한국은 중국에 3번째로 큰 무역상대국이다. 중국과의 수교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경제적인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어떠했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는 시진핑 주석 방한을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언급하며 경제적 교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인문적 교류를 통한 질적 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사드라는 자충수를 뒀고 이로 인해 양국은 냉각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냉각기를 통해 우리는 중국을 좀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또 중국 사람들과의 얄팍한 관시(인간관계)를 만병통치약처럼 떠드는 약장사, 그리고 코끼리 꼬리를 만지며 중국을 얘기하는 장님과 같은 인적 거품도 분별할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민간이나 공공이나 이제부터라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각 분야의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사람들에게도 중국을 배울 기회를 과거보다 몇 십 배 더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인력 풀을 구축해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인재를 모으고, 세대별 산업별 구분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여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한중 관계가 경제라는 하나의 기둥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분야가 기둥이 되고 기초가 되어야 우리의 자주적 위상을 지킬 수 있다.

 

기업은 중국이 지금 어떤 기조로 발전하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 패러다임은 우리보다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공급자 혁신을 통해 수급 문제가 해결되어 가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 구조도 신속하게 변화되고 있다. 이제는 중국도 수요자 중심의 On Demand Market이다. 중앙 정부의 중장기 정책에 맞추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있고, 청년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첨단 기술 분야는 블랙홀처럼 외국 기업을 매입하고 투자하며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체력을 갖추고 4차 혁명을 준비하고 시작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은 과연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이에 맞춰 체력을 키우는 전략을 수립 및 집행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사드가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사드가 메르스처럼 치명적인 바이러스였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체질이 약해서 걸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라서 메르스에 걸려 죽었다면 사인은 메르스 바이러스라 하겠지만, 약한 체질을 개선하려 노력했다면 메르스에 걸렸겠느냐 하는 근본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또한, 메르스에 대한 방역을 담당했던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사망자가 늘어났으니 당연히 정부 차원에서도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한중 관계에서 사드의 피해와 부정적 측면은 대한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로지 피해와 부정적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넓다. 모든 지역의 중국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는다. 지방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 입장에서는 아직도 외자 유치를 필요로 하며 소비자는 자신들의 기호에 따라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 시진핑 정부가 애국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샤오캉(小康) 시대의 중산층 이상의 국민은 정치적 이슈보다는 자기 삶의 패턴을 더 중요시한다. 이들이 우리 상품의 목표 고객이고 그들은 아직도 별 고민 없이 한국 상품을 구매하는데 정작 우리는 자기 검열에 빠져 중국 진출과 투자에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에서의 여론이 그렇게 형성되고 늘 피해 상황만 보도되니 한두 번 고민할 일을 그 이상 고민하고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그래서 또 제안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좋은 사례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져야 하고, 현지에서 노력하는 모습들도 알려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국민도 중국 국민도 이를 듣고 보며 새로운 전환점을 찾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또한, 언론은 몇 건의 피해 사례에 대해 반복 집중하는 보도를 자제하고 문제 해결의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이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곳곳의 전문가를 찾아 의견을 취합하고, 이러한 의견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며 정부가 한중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줘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이제부터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모습들이 보여질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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