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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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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1기 국유기업 개혁의 특징과 향후 전망

이은영 소속/직책 : KDB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7-11-10

10월 18일 개막된 19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각종 언론은 특히 시진핑 2기의 최고 지도부 인선 등 권력구도에 관한 정보들을 앞다투어 다뤘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분야는 향후 경제 운영 방향에 대한 시그널이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경제 구조조정과 디레버리징 정책이 강화되어, 당장 내년도부터 중국 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모처럼 활기를 띄기 시작한 세계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 주석이 더 크고 강한 국유기업을 원하므로 국유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부각되는가 하면, 성역 없는 반부패 운동으로 국유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져 민영기업의 경영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이번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민영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기업가 정신과 혁신 등의 중요성 등이 강조되었고 당 중앙위원 명단에는 국유기업 임원들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유기업 개혁에 대한 낙관론에 힘이 실리기도 하였다. 본고에서는 시진핑 집권 1기 국유기업 개혁의 특징과 실적 추이를 살펴보고 집권 2기의 정책 방향을 조망해보았다. 

 

 시진핑 집권 초기에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공급과잉 해소, 한계기업 퇴출, 기업부채 감축 등 공급측 개혁의 일환으로 다뤄지다가, 점차 인수합병과 혼합소유제의 양대 축으로 핵심 윤곽이 잡혀갔다. 2015년 9월 발표된 국유기업 개혁 로드맵에는 혼합소유제 이외에도 이사회 개혁, 경영진 권한 확대 등의 현대 기업제도 정비 조치와 함께 국유자본운영회사를 설립하여 국유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확정되어 주목받은 바 있었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에서는 국유자산 관리에 집중하고, 기업 경영에 대한 감독은 일종의 국유기업 지주회사인 국유자본운영회사가 담당하는 일명 ‘테마섹 개혁 모델’은 2014년에 이미 시범 사업이 실시되어 중량그룹(COFCO), 국가개발투자공사(SDIC) 등의 대형 국유기업이 국유자본운영회사 산하로 개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국자위가 테마섹 모델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면서 시진핑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 방향은 기업 수 축소와 혼합소유제 시행으로 수렴되는 상황이다.    


혼합소유제 개혁은 국유기업의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여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시진핑 정부의 대표적 국유기업 개혁 방식으로 인식된다. 이는 시노펙, 교통은행 등에 우선 적용되었으나 정부의 기업 지배권에 큰 변화가 없고 민간 자본의 경영 참여 효과도 미진하여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런데 올해 8월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대형 민영 인터넷 기업들이 차이나유니콤(中國聯通)의 지분 인수 계획을 밝히면서 혼합소유제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과거 사례와 달리 이들 인터넷 기업들은 차이나유니콤과의 가시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의 현실화 여부는 판단하기 다소 이른 시점이고 개별 사례들 간에 얼마든지 격차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혼합소유제를 통한 국유기업 개혁이 본질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 집권 1기의 국유기업 개혁 과정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국유기업을 통해 거시 경제 전반을 관리하고 산업정책을 운용하는 중국 특유의 경제 체제는 계속 고수될 것이고 핵심 국유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국유기업 수가 축소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국유기업의 역할 축소보다는 이들의 대형화, 글로벌화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경영 개입을 축소하여 국유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주안점을 둔 테마섹 모델이 결국 배제된 점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해준다. 현재로서는 시진핑 정부가 국유자산의 유실 가능성을 감내하면서까지 과감한 민영화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그널은 감지되지 않는다.

 

지표상으로 보자면 국유기업의 실적은 최근 들어 크게 개선되었다. 국유기업 총이익 규모는 2016년 8월을 기점으로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되었고 2017년 1~8월 기준 46.3%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전체 기업 부문의 실적 개선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또한 국유기업의 총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2017년 1월 54.7%에서 2017년 8월 52.6%로 하락하여, 국유기업에 대한 시진핑 정부의 디레버리징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디스와 S&P는 부채 리스크 등을 근거로 각각 5월과 9월에 중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일부 국유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였다. BIS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非금융부문 부채 비율은 2007년말 144.9%에서 2017년 1분기 257.8%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기업 부문의 부채 비율이 동기간 96.8%에서 165.3%로 급증한 데 기인한다.

 

 

 

 

 

 

막대한 기업 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기업의 부채 증가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시점에 중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불만도 수긍할 만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일찍이 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수렴하여 경제 구조조정을 전적으로 시장 시스템에 맡겼다면, 과연 중국 경제의 연착륙과 금융 안정, 더 나아가 세계 경제 회복세는 가능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둘러싼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commanding heights’ 논쟁에 대해 서구에서조차 아직 명쾌하게 결론을 내지 못했음을 감안한다면, 중국 경제가 오늘에 이르기기까지 정부와 시장 역할을 혼합한 방식을 통해 각종 리스크 요인들을 관리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각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줄곧 지적해왔던 ‘부채와 악마 사이(Between Debt and Devil)’의 저자 어데어 터너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시진핑 집권 2기에 들어서도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방향성 역시 다수의 경제학자나 해외 언론이 ‘정답’으로 전제하는 민영화나 국퇴민진(國退民進)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민영화의 진전 등도 향후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이 정부와 시장의 혼합 발전 모델을 통해 그간 양호한 성과를 거둬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을 고수할 것임을 고려해보면, 시진핑 2기 지도부의 경제 성적표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국유기업 개혁을 비롯한 각종 경제 현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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