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2018 중국 전인대 주요 이슈와 우리 기업의 대응

윤성혜 소속/직책 : 국립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2018-04-04

매년 3월 초면 세계의 눈과 귀가 중국 베이징에 모인다. 중국의 중요한 정치행사인 ‘양회(两会)’가 열리기 때문이다. 양회는 ‘정치협상회의(정협)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두 회의를 줄여 양회라 일컫는다. 양회를 통해 주요 지도부의 인선이 이루어지고, 주요 법률이 제·개정 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핵심 정책이 결정된다. 양회는 매년 3월에 정기적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사실 매번 흥미로운 이슈거리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더욱이 중국은 1987년 덩샤오핑(邓小平) 시대에 완성된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이라는 정책이 30년이 지난 시진핑(习近平) 시대에까지 진행되고 있다. 5년이 멀다 하고 정책이 바뀌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긴 호흡에 맞춰 정책을 끌고 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조급하여 숨이 찰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도자가 바뀌어도 백년지대계의 목표를 향해서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2018년 3월 3일부터 개최된 양회는 이전 5년간 개최된 양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양회 개최 전부터 헌법 제79조에서 최대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석임기 삭제에 따른 시(习)주석의 장기집권 문제가 양회 최대 가십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장기집권의 강력한 무리로 불리는 국가감찰위원회 설립의 법적 근거가 되는 감찰법 제정에도 이목이 집중되었다. 헌법 개정의 문제는 이미 기정사실이었고 표결방식이야 어떻든 전인대에서는 표결을 통해 형식적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양회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중국 지도자의 장기집권 문제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매년 비슷했던 경제정책의 변화에 있다.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은 총 3단계로 나누어져있다. 1단계는 기본의식주가 해결되는 원바오(温饱) 사회, 2단계는 중등이상의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샤오캉(小康) 사회, 3단계는 선진국에 진입하는 다통(大同)사회이다. 2018년 중국은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는 단계에 와 있다. 2002년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샤오강 사회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2018년은 2년 후 2020년이 되는 해에 “중국이 샤오캉 사회 건설을 완성했다”라고 선언하며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할 수 있을지 말지에 대한 승패를 내는 중요한 한 해이다. 따라서 올해 양회 관전의 핵심은 샤오강 사회 건설을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13차 5개년 규획을 어떤 기조로 이행할 것인가이다. 

 

이에 따라 2018 양회 핵심 정책 방향 또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통한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매년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GDP 목표 성장률이 몇 퍼센트인지에 주목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인민의 삶이 어떠한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회를 통해 발표된 2018년 정부의 중점업무를 보면, 일자리, 교육, 의료, 소비, 농촌부흥, 환경 등 인민의 삶을 고양시키고(创新·美好生活) 편안하고 안정적 삶을 누릴 수 있는(美丽中国) 정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1 이미지 

 

한편, 중국은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한다. 때마침 올해 전인대 개막식에서도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개방(开放)’이라는 단어를 10회 이상 언급하며 중국 대외개방 정책의 신국면을 역설했다. 리커창 총리는 3월 5일 정부업무보고에서 대외개방정책의 신국면을 전개함에 있어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을 바탕으로 개방의 범위와 수준을 심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일반 제조업은 전면적 개방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진입 문턱이 높디높았던 서비스업 분야는 점진적으로 개방이 진행될 예정이다. 2015년 3월 중국정부가 ‘인터넷 +’(互联网+) 정책을 발표할 때만 해도 서비스업의 개방과 맞물려 중국을 서비스 강국으로 키워줄 근간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인터넷과 서비스를 융합한 인터넷 금융, 인터넷 문화, 스마트 관광, 스마트 물류 등의 발전을 통해 중국은 서비스 아웃소싱기지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신(telecom), 의료, 교육, 양로, 환경,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에 있어 개방이 가장 먼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 각 분야는 앞서 언급한 인민의 삶의 질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분야이다. 또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협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대외개방의 기조에 따라 외국인 투자제한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던 인터넷 문화 산업, 교육 및 의료사업, 그리고 제한 항목은 아니지만 실질적 진출이 불가능한 환경 산업에 있어서 우리나라 관련 기업의 중국진출이 대폭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금융관련 서비스 시장도 활짝 열릴 예정이다. 은행카드 결제시장, 외자보험 회사의 중개 영업 범위 제한, 은행·증권·기금관리·선물·금융자산관리회사에 대한 외자지분에 대한 제한도 폐지하고 은행시장의 진입 표준도 내자와 외자 구분 없이 통일된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내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투자를 확대시킬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 분야에 있어 외국인 투자제한 및 인허가 취득으로 중국 금융시장 진출에 곤란을 겪었던 기업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상품과 서비스 분야에 있어 대문을 활짝 열고 문턱을 낮춘다고는 하지만, 정책 이행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당장 어느 정도의 개방 정책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외자의 중국 시장 진입에 있어 투자제한 항목이 중요한 장애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한 항목이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원만히 시장 진입이 이루어졌던 것도 아니다. 당장 문을 연다고는 하지만 과연 내국민대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외자에 대한 규제와 제한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당분간은 여전히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은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된다.        

 

중국 양회는 공식적으로는 중국 국내 정치행사이다. 하지만 실상은 외국 투자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투자설명회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다. 매년 정부가 투자 방향을 설정해 주기 때문에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3월이 더 기대되는지도 모른다. 올해도 역시 서비스 분야 개방이라는 큰 먹잇감을 던져놓고 양회는 막을 내렸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정부 업무보고에서나 보름이 넘게 개최된 양회를 통해 내놓은 주요 정책들은 구구절절이 중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내용들이다. 그 의도야 어찌 되었건 그 먹잇감은 언제나 우리에게는 기회이고 도전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맛있는 먹이를 실컷 먹으면서 그물에 잡히지 않을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몫이다. 

 

중국은 시장개방을 천명하면서 한편으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FTA도 체결했고, 현재 서비스 및 투자 분야의 추가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중국 시장의 개방이 확대된다고 하니 중국과의 협력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낙관하면 오산이다. 중국이 인제 와서 제조업을 전면 개방하고 서비스 시장을 점차 개방한다고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은 관련 자국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어느 정도 제고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아직 중국은 우리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적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많은 연구보고서에서 중국과 한국의 기술력은 2-3년의 격차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경제협력을 원하는 대상이 우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이 협력과 투자를 원하는 분야는 2-3년이라도 중국보다 우리가 앞선 분야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자체적으로 또는 국가 차원에서 우리의 우수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및 핵심인력 유출 방지에 관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는지 돌아볼 때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