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7일 양회(两会) 기간 동안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광둥(广东)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발전은 제일의 임무이며, 인재는 제일의 자원이고, 혁신은 제일의 동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혁신의 길만이 중국을 초강대국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혁신체제 구축이 시진핑 집권 2기 개혁정책의 중점임을 시사하는 것이다.^​1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3월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업무보고에서 혁신형 국가(创新型国家) 건설을 가속화하여 중국의 경제적 혁신능력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리커창 총리는 국가혁신시스템(国家创新体系) 건설을 강화할 것과‘대중의 창업과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수준을 함께 높일 것을 강조하였다.^​2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가‘혁신(创新)’을 시진핑 집권 2기 경제운용의 핵심 화두로 제시한 모양새다. 

기실, 시진핑 지도부의 등장 직후부터 중국 공산당은 이른바 ‘혁신 주도 발전(创新驱动发展)' 전략을 대대적으로 강조해왔다.^​3 2015년 제시된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중국의 발전계획을 구상한 「중화인민공화국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3차 5개년 규획 강요(이하 ‘13.5 규획’)」는 5가지 발전이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로 거론된 것도 ‘혁신발전의 견지’이다. ‘13.5 규획’은 이러한 혁신 주도 발전전략의 세부 목표로 과학기술 혁신의 역량 강화, ‘대중의 창업과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 심화, 혁신 장려시스템 구축, 인재 우선 발전전략 시행, 새로운 발전동력 창출 등을 제시하였고 혁신 발전 관련 주요지표도 아래와 같이 명확히 제시하였다.^​4

시진핑 시기에 이처럼 ‘혁신 주도 발전’ 전략이 최우선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기존의 저임금 노동력에 기초했던 중국 경제의 경쟁력이 서서히 한계에 봉착하고 있음을 중국 당국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진국 함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혁신에 투자하여 부가가치가 큰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혁신 주도 발전’ 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의 하나는 기술혁신 능력의 구축이다. 기술발전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인되어 왔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기술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 몰두해왔다. 아래 <표2>는 국가별 연구개발비 투입에서 중국의 연구개발(R&D)경비 증가율이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제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2016년 중국의 연구개발 경비는 15676.7억 위안(元)으로 2015년의 1506.9억 위안(元)에 비해 10.6%나 증가하여 전년에 비해 1.7% p 향상 되었으며 연구개발 경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11%로 전년에 비해 0.05% 포인트 상승하였다. 이는 중국의 연구개발비 투입이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GDP 내 연구개발 경비 비중을 2020년에 2.5%까지 늘리겠다는 13.5 규획의 목표 달성도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당국은 12.5규획 시기에 이전에 개별적으로 거론되었던 첨단산업 분야를 통합하여 7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육성한데 이어, 13.5 규획 시기에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는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신세대 정보기술 발전과 제조업의 혁신을 통한 첨단산업 육성정책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생명공학, 나노기술, 가전제품, 소프트웨어, 로봇공학, 청정에너지 기술, 그리고 에너지 절감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 최첨단의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중국의 우주개발 계획, 고속열차, 심해 유인 잠수함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6

중국의 이러한 혁신 주도 발전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이와 같은 혁신 주도 발전전략과 관련하여 가장 핵심 과제는 기술혁신 능력의 구축이며 상술한 것처럼 중국의 노력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술혁신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기술혁신이 단순히 기술 그 자체적인 본질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기술은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과 연계되어 발전된다는 것이다. 설사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기술혁신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각 혁신 주체들 간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 경우 국가 전체의 기술혁신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기술혁신은 한 국가가 구비한 시스템 전체의 효율적인 운용에 의해서 향상되고 이러한 총체적인 기술혁신시스템이 경제성장을 촉진하여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국가 간 성장의 격차는 사회제도적 틀이라는 '혁신적 환경'의 구축 여부와 그 편차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연구자인 데이비드 샴보(David Shambaugh)는 중국의 혁신 환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혁신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을 가로막는 사회제도적 틀의 경직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즉 중국의 혁신발전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와 탐구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교육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하고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정치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샴보는 또한  언론이 개방되어 검열을 받지 않고 세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개인주의를 장려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혁신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7 중국이 민주주의 체제 혹은 최소한 연성권위주의 체제를 구축해야 혁신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구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 역시 중국에서는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어 창의성이 위축돼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8 

더욱이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권위주의체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갖가지 당내 영도소조(领导小组)가 만들어지고 ‘당의 영도’가 아예 중국 헌법에 삽입됨으로써 당정분리 원칙이 부정되고 당으로의 권력 집중이 강화되었을 뿐 아니라 ‘당내 민주’ 개혁은 중단되고 시진핑 일인 중심의 권력 구조로 재편성되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 체제는 확연히 특별한 정치개혁의 의제를 제시하지 않고 정치사회적 통제력만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 중앙 직속으로 국내외 안전을 총괄하는 국가안전위원회가 설치되고 공직자의 부패에 대한 강력한 척결 기관인 감찰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정치사학자 샤오궁친(萧功秦)은 시진핑의 시대를 신권위주의 2.0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9 특히 신권위주의 1.0 체제 즉 덩샤오핑(邓小平) 시대 이후 계속된 경제개혁 체제 하에서 증폭된 갈등이 새로운 불안정을 야기하여, 신권위주의 2.0 시대 등장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이 정치개혁을 중단하고 정치사회적 안정을 위한 강력한 신권위주의 2.0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혁신’에 입각한 체제개혁 심화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같은 신권위주의 체제의 사회제도적 틀 하에서 ‘혁신적 환경’이 구축될 수 있을까?

중국에서 전면적인 체제혁신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정부개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전통적인 정부 역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각급 정부는 자원배치의 기능을 시장에게 넘기고 대신 거시경제조절과 시장 감독 관리 기능을 수행하며 공공서비스 기능에 집중하되, 혁신과 기술발전을 위한 관련 제도 개혁을 요구받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혁신 환경의 조성은 중국 공산당의 역할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 자원이 창출되고 전파되도록 제도화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고 결국 공산당의 리더십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개혁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은 제도를 창출하는 유일한 주체 즉 제도의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혁신 환경 구축을 위한 제도개혁은 국가의 전 영역에 걸쳐 모색되는 새로운 국가경영 체제의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며 중국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오직 공산당의 리더십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혁신 환경 구축을 위한 개혁 심화를 추진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기득권의 반발이나 대중적 저항을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강력한 신권위주의 체제가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도 혁신 주도적 발전전략이 민주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서구 연구자들의 희망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혁신 주도적 발전전략이 오히려 신권위주의의 국면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전국가적인 정보화 기반 프로젝트와 같은 혁신체제 구축은 행정기관으로의 정보 집중을 야기하고 정보에 대한 행정적 의존과 통제를 강화시켜 중국의 권위주의적 체제 유지를 위해 복무하게 될 가능성도 더 커지고 있다. 

“[초대석]‘중국이라는 거짓말’ 출간 기 소르망”『동아일보』. 2006. 7.5.  

 데이비드 샴보, 『중국의 미래』 , 서울: 한국경제신문 2018

“李克强说，加快建设创新型国家”, 『新华网』 2018年3月5日.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8lh/2018-03/05/c_1122488210.htm

      (검색일 2018. 3. 30)  

“实施创新驱动发展战略” 『人民网』 2017年6月22日. http://theory.people.com.cn/n1/2017/0622/c148980-293551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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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习近平：发展是第一要务，人才是第一资源，创新是第一动力”, 『新华网』 2018年3月7日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8lh/2018-03/07/c_1122502719.htm

      (검색일 2018. 3. 30)  

“萧功秦：新权威主义2.0” 『中国企业家网』 2014年 1月21日 http://www.iceo.com.cn/mag2013/2014/0121/274479.shtml(검색일 2018.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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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国家统计局, 科学技术部, 财政部, 『2016年全国科技经费投入统计公报』 2017年10月10日. http://www.stats.gov.cn/tjsj/zxfb/201710/t20171009_1540386.html(검색일 2018.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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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习​近平：发展是第一要务，人才是第一资源，创新是第一动力”, 『新华网』 2018年3月7日(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8lh/2018-03/07/c_1122502719.htm, 검색일 2018. 3. 30)

2“李克强说，加快建设创新型国家”, 『新华网』 2018年3月5日.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8lh/2018-03/05/c_1122488210.htm, 검색일 2018. 3. 30)

3“实施创新驱动发展战略” 『人民网』 2017年6月22日. (http://theory.people.com.cn/n1/2017/0622/c148980-29355177.html, 검색일 2018. 3. 31) 

4“「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纲要」” 『新华社』 2016年3月17日.(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6lh/2016-03/17/c_1118366322_2.htm, 검색일 2018. 3. 31)

5 国家统计局, 科学技术部, 财政部, 『2016年全国科技经费投入统计公报』 2017年10月10日.(http://www.stats.gov.cn/tjsj/zxfb/201710/t20171009_1540386.html, 검색일 2018. 3. 25) 

6 데이비드 샴보, 『중국의 미래』 , 서울: 한국경제신문 2018, p69 

7 데이비드 샴보, 『중국의 미래』 , 서울: 한국경제신문 2018, pp71-75.

8“[초대석]‘중국이라는 거짓말’ 출간 기 소르망”  『동아일보』. 2006. 7.5. 

9“萧功秦：新权威主义2.0” 『中国企业家网』 2014年 1月21日(http://www.iceo.com.cn/mag2013/2014/0121/274479.shtml, 검색일 2018.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