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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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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최신 트렌드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

남대엽 소속/직책 :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18-08-28

중국 자동차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사드사태 이후 감소한 한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17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2위 미국과의 격차를 확대하며 9년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년대비 3% 성장에 그쳤지만 압도적인 규모에 힘입어 미국의 2배가 넘는 2,894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5년 만에 50배 이상 성장했으며, 승용차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훌쩍 넘어섰다. 자동차 업체 간 경쟁 구도도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 브랜드가 중국과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2017년에 이어서 2018년 상반기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은 다소 둔화되었다. 2018년 상반기 생산 및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현재의 압도적인 규모를 고려할 때 이 역시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2010년 이후 7년간 기록했던 연평균 성장률 7%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이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천명당 자동차 보유량은 140대에 불과해 미국(800대), 일본(591대), 한국(376대)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며, 세계 평균 158대 에도 못 미쳐 성장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인당소득이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의 2~3배까지 증가할 전망이다.​1

 

한편, 단기적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3년의 법칙’과 미ㆍ중 무역전쟁을 감안할 때 2020년 중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은 3,300만대 이상으로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과거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을 보면 ‘3년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즉 중국 정부가 3년마다 소비촉진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2010년, 2013년, 2016년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다시 경기 부양책 카드를 만지고 있다. 현재 과도하게 높은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면서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 가구의 재산목록 2위(1위는 부동산)에 해당하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 진작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표1 이미지

 

 

중국 자동차 판매의 85%를 차지하는 승용차 시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차종 변화가 눈에 띈다. 중국 승용차 판매량 중 SUV 비중이 2010년 10%에서 2017년 41%로 대폭 상승했다. 평균 가격이 2천만 원을 상회하고 일반적으로 5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내구 소비재의 특성이 강한 자동차 시장에서 구매 트렌드가 이렇게 빠르게 변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할 것이다. Changan, Greatwall, SGMW 등 중저가형 전략 모델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SUV 돌풍이 올해 들어 중국에서는 다소 누그러진 양상이다. 2018년 상반기 SUV 비중은 42%를 기록하며 2017년 대비 1%p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12년 이후 매년 4~8%p씩 상승하던 추세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 SUV 비중 상승에 따라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던 세단의 비중도 금년 상반기에는 하락세를 멈추고 48% 선을 유지했다. 전통적으로 업무, 교통운송 등의 수요처를 가지고 있는 세단의 비중이 이미 충분히 감소한 만큼 더 이상 SUV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는 현재 높아진 수준에서 SUV가 전체 자동차 판매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1 이미지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중국이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2012년 1.2만대에서 2017년 77만대로 수직 상승했다. 국가마다 전기차에 대한 개념이 다소 상이하지만, 중국 제일전동기차망(第一电动汽车网)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전기 승용차 시장에서 2017년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전년대비 3.6%p 상승한 49%를 차지했다. 2위 미국의 시장점유율 16.3%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전 세계 전기 승용차의 절반이 중국에서 팔리고 있다.​2

 

금년 상반기에도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41만대가 판매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특성상 정부의 보조금 지급기한 마감, 공공기관의 의무할당 비율 등의 요인으로 하반기 판매량이 상반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점을 감안할 때, 2018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적으로 과거 3년간 상반기 대비 하반기 판매량은 약 2.7배 증가했다.(그림 2 참조) 중국 자동차 업체의 대응도 매우 적극적이다. 7월 20일 중국 5대 메이커인 BAIC의 쉬허이(徐和谊) 회장은 당장 8월부터 베이징 지역 내 자체 브랜드의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중국 전기차의 대명사 BYD를 제치고 국내 최대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한 BAIC 회장의 일갈이었기에 시장은 이 같은 발언에 큰 의미를 두고 향후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발전을 이끌어 온 정부 정책도 시장 친화적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이전의 중점 지원정책 이었던 보조금은 점차 축소되어 2020년 완전 폐지되고 이를 대신할 ‘더블포인트 제도(双积分)’가 금년 4월 도입되었다. 더블포인트 제도(双积分)는 자동차 메이커가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면 감점(-)을 주고, 전기차를 생산하면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점수가 부족한 메이커는 타 업체에서 포인트를 구매할 수도 있다. 업체별 전기차 생산 포인트 기준은 2017년 9월 공신부가 발표한 2019년과 2020년 각각 10%, 12%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3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중국 정부의 의도를 읽은 기업가들도 속속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니오(NIO)를 설립한 중국 자동차 업계의 젊은 대부 리빈(李斌)이 있다. 1974년생인 그는 텐센트의 마화텅(马化腾), 샤오미의 레이쥔(雷军) 등 중국의 IT 공룡들에게서 총 5억 달러의 자본금을 투자받아 2014년 니오(NIO)를 설립했다. 니오(NIO)는 지난해 첫 양산 전기차 ES8을 공개하며 바이톤(拜腾), 샤오펑(小鹏) 등 다수의 스타트업이 경쟁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차세대 전기차 산업을 이끌어갈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림2 이미지

 

 

중국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중국 자동차 업계를 지배하던 Big5(SAIC, Dongfeng, FAW, Changan, BAIC) 구도가 허물어지고 1강(SAIC)이 확고해지는 가운데 기존 4대 업체 외에 GAC, Geely, Greatwall의 부상이 눈에 띈다. 2010년 이후 7년간 판매량을 살펴보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1.6배 증가한 가운데 업계 1위 SAIC의 판매량은 1.9배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19.7%에서 무려 23.9%까지 상승했다. 반면, Big5 중 FAW와 Changan의 시장점유율은 동기간 각각 2.6%p, 3.3%p 하락했다. 그 결과 2017년 SAIC은 업계 2위 Dongfeng과의 격차를 약 10%p로 확대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2~3위 그룹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GAC, Geely, Greatwall이 빠르게 치고 올라온 반면, 각각 중국의 소형차와 전기차를 대표하던 Chery와 BYD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했다. 특히, Geely의 성장이 돋보인다. 저장성 기반의 민영업체 Geely는 1986년 비교적 늦게 자동차업계에 진출했다. 이후 후발주자로서 브랜드 인지도 및 기술력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2010년 Volvo를 인수합병한 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Geely의 연간 판매량은 2010년 대비 3.1배 증가한 131만대를 기록했으며, 시장 점유율도 2.3%에서 4.5%로 상승했다. 금년 상반기에도 12대 업체 중 가장 높은 42%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기록하며 경쟁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Geely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로컬 메이커로서 중국인들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을 정확히 간파하고 이를 토대로 수립한 시장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작년 출장 중 자동차 전문가에게 Geely의 성장 배경을 묻자, 중국의 주요 자동차 구매층인 20~30대가 Geely의 깔끔한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Geely는 중국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디자인 역시 20~30대를 겨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저가시장으로 바라보고 가격 경쟁에 치중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표2 이미지

 

 

마지막으로 살펴볼 중국 자동차 시장의 국가별 시장점유율 변화는 한국에 특히큰 시사점을 준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는 중국 로컬 브랜드를 제외하고 독일, 일본, 미국, 한국, 프랑스 브랜드로 구분된다. 이 중 최근 5년간 중국, 독일, 일본, 미국 브랜드는 웃고, 한국, 프랑스는 울었다. 2017년 중국 및 독일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대비 각각 2.3%p, 1.4%p 상승한 반면, 한국과 프랑스는 4.1%p, 1%p 하락했다. 한국 브랜드 고객이 로컬 차량으로 가장 많이 이동해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9%를 기록한 후 사드사태 이후 2017년 4.5%까지 하락했다.

 

이 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사드사태는 2010년에 있었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충돌 사태로 발생했던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줄곧 비교된다. 일각에서는 사드 등과 같은 문제는 일시적인 사태로 시간이 지나면 한국 시장점유율이 자연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기술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 역시 2010년 20%에서 2016년 15.7%까지 지속 하락 했으며, 사건 발생 후 7년이 지나서야 소폭 반등에 성공 했다. 이처럼 한번 등 돌린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얻기 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일본 브랜드 대비 기술력이 약하고 중국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반등은 더욱 요원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자동차 산업은 대 변혁기에 놓여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의무생산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며,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자동차를 4륜구동 이동수단을 넘어선 최첨단 IT 디바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 브랜드가 중국 시장의 성장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Geely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저가시장이 아니다. 향후 50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자리매김할 현재의 20~30대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림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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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年中国汽车千人保有量统计分析”, 中国产业信息http://www.chyxx.com/industry/201707/541603.html)

2) “2017新能源乘用车销量分析:中、美、挪、德、法五国独步全球”, 第一电动汽车网(https://baijiahao.baidu.com/s?id=1591547694466386732&wfr=spider&for=pc)

3)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中 자동차업체 폭탄선언의 배경”, 차이나랩 (https://m.blog.naver.com/china_lab/22132620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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