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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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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디지털 중국, 아날로그 홍콩

홍창표 소속/직책 : KOTRA 해외전시팀 팀장 2018-10-02

2016년 봄 알리바바 본사에서의 미팅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방문한 항저우 시내 한 음식점. 메뉴판을 요청하자 테이블 위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어 주문하라고 한다. QR코드를 스캔하자 각종 메뉴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디스플레이 되면서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듯 장바구니에 음식을 담고 바로 결제까지 한꺼번에 이루어졌다. 어디 이뿐인가. 식당 주인은 이렇게 축적된 수많은 고객 주문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하여 향후 식자재 구입과 메뉴 개발 등 매장관리와 함께, 대고객 프로모션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모바일

 

중국에 좀 살아본 사람이라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정말 생활하기 편리한 곳이 중국이라고 느낄 것이다. 스마트폰 단말기가 가져온 혁명은 불과 10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중국 전체를 ‘퀀텀 점프’시켰다. 현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갈수록 커지는 모바일 파워를 무엇보다도 중시해야 한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이 앞서 있는 분야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방대함과 급속한 발전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인지하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요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PC 기반이 아닌,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대세다. 시장조사기관인 Analysys (易观)에 의하면, 2017년 중국의 모바일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2016년 3조 6,310억 위안에 비해 25.8% 증가한 4조 5,670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에는 시장 규모가 6조5,673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54.1%로 과반수를 넘어선데 이어 내년도에는 그 비중이 80.9%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기세다. 모바일을 통한 자금 거래 규모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81조 위안 규모에서 내년도에는 89.8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iResearch(艾瑞咨詢)에 따르면, 알리바바 계열 알리페이와 텐센트 계열 위챗페이가 전체 모바일 결제수단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알리페이 54%, 위챗페이 40% 점유율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Um pay와 JD pay, Sunning pay 등이 나눠 분할하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결제 관련 기업은 중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텐센트는 이미 20여 개 국가, 13만 여개 해외 매장과 제휴하며 위챗 페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특히, 10여 개에 이르는 외국 통화를 위챗페이를 통해 직접 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별 편의성을 무기로 해외시장 진출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위챗페이는 당일 환율에 따라 바로 위안화로 결제되고 관련 정보가 바로 스마트폰에 표기돼 결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속도와 편의성을 자랑한다.

 

또한, 텐센트는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인도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태국과 남아공, 유럽 등지에서 관련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특히,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위챗페이 서비스 요구 목소리가 커져가면서 도쿄에서 'We Plan'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공개했다. 위챗페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폭 완화된 결제조건을 제공하고 기술, 마케팅 등 각종 추가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알리바바는 홍콩과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을 비롯,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대만 등지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 제휴처를 확대하고 있다. 알리페이로 결제 가능한 글로벌 오프라인 가맹점은 12만 개에 달한다. 또한 20여 개 국가에서 세금 환급 서비스를 지원할 뿐 아니라, 우버(Uber), 그랩(Grab) 등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과도 제휴하여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최대 경쟁 대상인 텐센트를 이기기 위한 글로벌 R&D 센터 설립도 확충하고 있는데, 베이징과 항저우에 이어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지에 연구개발 단지를 설립, 운영 중이다.

 

중국 해외 관광객은 1인당 3,000유로 이상을 소비할 정도로 여행업계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아직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은 중국인들은 모바일 결제 가능 여부를 해외에서의 상품 및 서비스 선택의 핵심으로 생각한다. 이에 따라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텐센트, 알리바바와 제휴하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해외 가맹점 수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해외여행을 가면서 신용카드 대신 휴대폰을 챙기는 중국인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어두운 이면

 

중국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가 바로 홍콩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홍콩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국제적인 금융도시라는 것이다. 홍콩 경제의 경쟁력은 규제없는 자유로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홍콩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세계 최고의 경제자유도는 중국이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경쟁우위다.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에서 발표하는 경제자유도 지표를 보면, 홍콩은 1995년 이후 23년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홍콩은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금융 중심지로의 위치를 쌓아왔다.

 

그러나, 최근까지 홍콩에 주재한 경험을 가진 필자가 볼 때 홍콩을 일컫는 국제 금융센터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된다. 기업금융 분야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모바일 결제를 비롯한 개인금융 분야에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중국과 비교하여 여러 가지 대비되는 면이 많다.

 

중국과 홍콩 모두 다년간 살아본 경험에서 볼 때 홍콩은 적어도 개인 소매금융과 결제 시스템에 있어서는 중국보다 한참 뒤처진다. 중국은 현금 없는 사회가 된지 오래지만 홍콩은 여전히 비용 지불에 있어 수표나 현금 결제가 일반적이다. 더구나 신용카드 사용도 보편적이지 않다. 발급부터가 무척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사용처도 제한적이다. 최근 일부 택시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등 사용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다수는 현금만 고집한다. 구글페이나 삼성·애플페이 같은 모바일 기반의 결제 시스템 역시 최근에서야 대형 매장과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처럼 일반 재래시장에서도 모바일로 결제하는 방식은 홍콩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개인 금융 분야에서 이렇게 홍콩, 중국 간 차이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홍콩인 특유의 보수적인 소비문화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소비하길 원한다. 중국보다 면적이 극히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홍콩에서 전자상거래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소비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6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자다(LAZADA)의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동남아에서 온라인 마켓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라자다지(LAZADA)만 홍콩에서는 전자상거래 영업을 하지 않고 소싱센터 역할만 수행 중인 것이 단적인 사례다.

 

1950~70년대 제조업 기반의 ‘홍콩 경제 1.0 시대’에서 1980년대 이후 무역과 물류, 금융, 비즈니스 서비스, 전시 컨벤션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서비스 기반의 ‘홍콩경제 2.0 시대’를 거치면서 홍콩 경제는 현재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올 초 홍콩 언론에서는 지난해 선전시 GDP가 홍콩을 추월했다고 보도하며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위기감을 표출했다. 개혁개방 당시 조그만 항구도시에 불과하던 선전시는 불과 40년 만에 경제규모에서 홍콩을 뛰어넘었다. 선전시 경제성장률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홍콩 경제는 반대로 내리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다소 반등하기는 했지만 홍콩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하락하여 2016년 2% 아래로 추락한 바 있다. 

 

표 이미지

 

 

아시아 전시 컨벤션의 메카로 군림했던 홍콩의 위상 역시 예년만 못하다.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산 품질이 높아지고 거대한 자체 시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중국 내 전시회에 대한 바이어 관심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과거에는 홍콩 전시회를 찍고 중국으로 향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요즘은 홍콩은 생략하고 중국으로 바로 가는 바이어가 늘어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홍콩 패싱’은 생각 지도 못한 일이었다. 아시아에서 전시회하면 으레 홍콩을 떠올렸고 홍콩을 통해야만 아시아 기업과의 비즈니스가 성립될 정도였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되어 이제 홍콩은 중국발 리스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면서 홍콩은 시나브로 ‘을’의 위치로 전락했고, 중국은 ‘갑’으로 신분 상승하는 결과를 맞이하고 있다.

 

무역 중심지로서의 위상도 중국 경제의 발전과 함께 상대적으로 퇴색되는 분위기다. 홍콩의 대외 교역액은 2014년 10,118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 하고 있다. 그동안 홍콩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던 금융과 무역, 물류, 마이스(MICE) 분야가 동반 부진에 빠지자 홍콩 정부는 부랴부랴 긴급 처방전을 쏟아내고 있다.

 

핀테크 육성으로 홍콩경제 재도약 모색

 

캐리 람 행정부가 내놓은 긴급 처방전은 ‘재산업화 (Reindustrialization)’이다. 재산업화란 IT와 각종 산업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성장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핵심 분야는 ‘핀테크’이다. 지난해 홍콩 정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핀테크 허브를 홍콩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 센터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핀테크 분야의 발전과 스타트업 육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창신과 기부 (Innovation and Technology Bureau)를 신설하는 등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까지 대대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큰 라이벌이자 경쟁상대인 싱가포르와도 상호 핀테크 협력을 위한 손을 내밀었다. ‘적(?) 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자세다. 지난해 연말 홍콩 금융관리국(HKMA)과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등 핀테크 협력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금융거래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관련 정보 공유 및 전문가 교류, 프로젝트 공동 수행 등 다양한 협력 방식이 포함되었다.

 

홍콩 전역을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지난해 하반기 캐리 람 행정부는 기존 4대 서비스산업 (무역물류, 금융, 전문 서비스, 관광)만으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이를 위한 돌파구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에 비해 뒤떨어진 개인금융 분야에 있어 전자신분증을 도입하여 각종 민원과 생활서비스 이용은 물론 결제까지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방안이 내포되어 있다.

 

새로운 ‘홍콩 경제 3.0 시대’를 여는 열쇠는 금융혁신과 핀테크 분야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비록 현재 중국에 비해 개인금융과 결제방식 분야는 뒤떨어졌으나 그만큼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홍콩을 가보면 전역이 공사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공사의 본질은 겉으로 보이는 하드웨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제체질 자체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우리 기업이 홍콩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와 같은 금융, 무역, 물류, 중계무역 중심지로서가 아니라 핀테크를 중심으로 고도화된 혁신 첨단산업 중심지로 홍콩을 바라봐야 미래의 홍콩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허물이 딱딱하게 굳어 몸이 성장하지 못하고 허물 속에 갇혀 죽게 된다. 몸이 커가는 성장 속도에 맞춰 그때마다 허물을 벗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세추이(與世推移: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함께 변화해나감)’란 말처럼, ‘디지털 경제’로의 변화를 위한 홍콩의 ‘허물벗기’는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더 주의 깊게 관찰해나갈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 Analysys(易觀), 2018中国手机银行APP用户行为专题分析, 2018.4.23.

 

- iresearch(艾瑞咨詢), 2017年中国第三方支付市场监测报告, 2017.8.15.

 

- iresearch(艾瑞咨詢), 2018年中国第三方支付商业职能变革研究 报告, 2018.1.11.

 

- 홍콩정부 통계처, www.censtatd.gov.hk

 

- 홍콩무역발전국(HKTDC), www.hktdc.com

 

- Value Partners Group, <스마트혁신 홍콩을 통한 중국시장 진출 설명회> 자료, 2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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