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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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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제조업 경쟁력 현주소와 대응

한재진 소속/직책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신흥시장 팀장 2018-11-19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되고 있다. WTO 자료로 계산하면, 2017년 중국의 세계시장 수출 점유율은 12.8%로 2015년 13.8%에 비해 소폭 낮아졌지만 지난 2000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에서 중국은 이미 지난 2004년과 2007년 각각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추월하며 세계에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당시만 해도 부가가치가 낮은 저가의 제품을 주로 수출했던 중국을 제조업 강국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 강도를 보면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의 질적 수준이 얼마나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위협할 정도까지 향상됐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림1 이미지

 

 

수출을 통한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은 제조업 역량을 그만큼 빠르게 끌어올리는 효과를 준다. 국제연합 공업개발지구 (UNIDO)가 발표하는 제조업경쟁력(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CIP) 지수를 살펴보면,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가 2015년과 2016년 각각 4위, 3위로 올라서며 한국과 미국을 차례로 추월하는 충격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CIP 지수는 매년 전 세계 약 150여개 (2018년 자료 기준) 국가를 대상으로 제조업 생산 및 수출 능력(2개 세부 지표), 기술 심화와 업그레이드 역량(6개 세부 지표), 전 세계 파급력(2개 세부 지표) 등 전체 3개의 카테고리에 총 10가지 지표를 종합하여 제조업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게 지수화한 지표이다.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겠으나, 이 수치대로라면 중국은 현재 독일, 일본 다음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높은 나라인 셈이다. 또한, 이 추세대로라면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 부문 1위 국가로 등극하는 시간도 머지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상승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최근 10년간을 살펴봤을 때 정책적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나왔던 7대 차세대 산업에 대한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 정책이 2015년 10대 차세대 미래 제조업 육성안을 제시한 ‘중국제조 2025’로 매끄럽게 이어져 오면서 만들어진 중장기적 정책 추진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 및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 환경을 독려했던 점은 제조업 경쟁력 향상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OECD 자료​1에 따르면, 중국의 R&D 투자는 2016년 현재 약 2,359억 달러로 미국 5,111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2008~2016년까지 연평균 증가속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동기간 연평균 약 3.0% 증가한 반면, 중국은 약 17%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2008년만 하더라도 중국의 R&D 투자 규모가 미국의 1/6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PPP) 기준으로 R&D 투자액 을 재계산하면 중국 R&D 투자 규모가 이미 2013년 미국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의 R&D투자 규모는 2013년 2,242억 달러로 동년 미국 2,215억 달러를 근소하게 추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 R&D 투자규모가 2008년 293억 달러에서 2014년 509억 달러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만 양적 투입 에서는 중국의 1/5 수준(2014년 기준)에 머물고 있어 한계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중국 R&D 투자 증가는 기업 경쟁력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에서 발표하는 세계 R&D 1000대 기업에 진입한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은 2017년 현재 345개로 다른 국가들보다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10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으며, 한국도 동기간 25개 기업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있다. 반면 중국은 2010년 16개에서 2017년 100개로 약 6배 급증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R&D 투자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최근 중국기업의 역량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게 사실 이다. Fortune紙에 따르면, 글로벌 500대 진입 기업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은 2000년 12개 기업에 불과했으나 2017년 103개 기업으로 급증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동기간 각각 185개, 104개에서 각각 134개, 52개 로 줄어든 점과 대조를 이룬다. 한국은 동기간 11개에서 15개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림2 이미지

 

 

중국 제조업의 부상은 우리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 단적으로 한중간 기술격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한중 간 기술격차​2는 1년으로 우리가 아직 앞서고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기술격차 추세​3를 살펴보면 한중간 기술격차가 2년 단위로 대략 0.5년씩 축소되는 특징을 추정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2018년 현재 한중간 기술격차는 약 0.5년이 될 것이고, 2020년에는 사실상 동등하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지만 한중간 첨단 제조업 기술 부문에서의 우리의 비교우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경제연구원(2018)​4에서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도 수출부문에서 중국의 하이테크 기술 품목 수출이 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6년 까지 기술 수준별​5로 한국과 중국의 對세계 수출 비중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고위 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하락한 반면 중국은 지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수출 품목을 고·중·저 기술 제품 전체(기타 포함)를 100%로 봤을 때, 고위기술 에서 한국의 對 세계 수출 비중은 2000년 35.8%에서 2016년 30.4%로 감소했지만, 중국은 동기간 22.4%에서 32.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추세만으로 중국의 하이테크 제조업의 기술력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중국 제조업 기술력 향상이 과거 보다는 빨라지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보고서는 또 한중 수출 경합이 심화된 점도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근거로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수출 구조가 유사한 두 국가가 특정시장에서 관련 품목에 대한 경합 상황을 나타낼 때 수출 경합도(ESI, Export Similarity Index)​6를 활용한다. 분석 결과는 전체 상품에 대해 한중간 對 세계 시장 수출경합도가 2000년 0.331에서 2016년 0.390으로 증가하면서 양국 간 경쟁이 심화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제조업에서 막대한 R&D 투자를 통해 빠르게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중국과 치열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조업에서 중국보다 우리가 비교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미래 新성장동력 발굴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녹록치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중장기적이고 차별적인 제조업 원천 기술 발굴 없이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고 문헌>

 

현대경제연구원, “한중 수출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對세계 시장을 중심으로,” 경제주평18-33 (통권 808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OECD, Main Science and Technology Indicators 각 년도 자료.

 

European Com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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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ECD, Main Science and Technology Indicators 각 년도 자료.

2) 한중간 기술격차는 최고기술 국가와의 격차를 나타낸 것으로 과학기술 중점 분야를 대상(2008년 90개, 2010년 95개, 2012~2016년 120개)으로 산정됨.

3) 한중간 기술격차는 2008년 2.7년, 2010년 2.5년, 2012년 1.9년, 2014년 1.4년, 2016년 1.0년의 격차를 보임.

4) 현대경제연구원, “한중 수출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對 세계 시장을 중심으로,” 경제주평 18-33(통권 808호).

5) 기술 수준별 제조업 제품 분류 기준은 Lall(2000)에 따라 고위기술(High-Technology Manufactures)  제품, 중위기술(Medium-Technology Manufactures) 제품, 저위기술(Low-Technology Manufactures) 제품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

6) ESI는 결과치가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양국 간 수출구조가 유사하며 경쟁적인 상태에 있음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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