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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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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2019년 중국의 개혁개방 정세 전망

이홍규 소속/직책 :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부소장 2018-12-27

12월 18일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北京) 티앤안먼 (天安門) 광장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는 개혁개방 40주년을 경축하는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習近平) 국가 주석은 1978년 개혁개방 선언을 1921년 중국 공산당 건립,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함께 지난 100년 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3대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했다.​1 시진핑은 또한 개혁개방이 ‘전면적인 소강사회의 실현’, 2050년 ‘부강·민주·문명·조화·미려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두개의 백년’ 목표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개혁개방을 계속 심화하며 견지해야 함을 주창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중국의 개혁개방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중국의 장기적인 개혁개방의 중점 방향은 19차 당대회 이후 변화된 시대 인식과 모순관에서 잘 나타나있다. 즉, 중국 공산당은 중국이 새로운 시대에 진입 했다고 보고 이 시대의 주요모순을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 불충분 발전 사이의 모순’으로 규정한 바 있다.​2 이는 향후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의 중점이 ‘지속 가능한 성장’이나 ‘균형성장’ 그리고 ‘분배’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다 2019년 취해질 단기적인 개혁개방 조치와 관련해서는 12월 19일부터 3일 동안 개최된 중국공산당의 ‘중앙경제공작회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3 이 회의는 개혁개방 4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개혁 내용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19기 4중전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2019년 3월 양회(兩會)에서 나타날 시진핑 집권 2기 중국의 경제정책 기조를 드러내는 가장 가까운 회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내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0주년으로  ‘소강사회의 전면적 완성(全面建成小康社会)’이라는 2020년까지의 첫 번째 백 년 목표를 달성하는데 관건이 되는 해이자 시진핑 집권 2기인 19차 당대회 이후 제시된 정책 방향의 구체적인 성과들을 내야 하는 해이다. 이렇게 보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일단 내년도 중국의 개혁 조치들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런 각도에서 분석해보면,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중국 당국이 보는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우선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2018년의 중국 경제 상황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경제 운용 면에서 안정 속의 변화, 변화 중의 우려가 나타난 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ㆍ중 무역 갈등 등으로 외부 환경이 복잡하고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었고 급격한 경기둔화, 금융위기 우려 등으로 중국 경제가 하강 압력에 직면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 2018년 올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5%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6.4%에 근접한 수치이다. 사실 항간에서는 올해 중국의 GDP 통계가 당국에 의해 조작되었으며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는 직설적인 평가까지 등장한 상황이다.​4

 

이렇게 보면, 2019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친(親)기업 및 시장화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실제로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재정정책의 확대와 대규모 감세 및 요금 인하 정책의 추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원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다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수출시장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대내 수요를 창출하고 감세와 각종 요금 인하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 경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조치이다. 특히 감세 항목은 주로 부가가치세, 개인 소득세, 사회보장 보험금 등으로 민간 기업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다. 11월 1일 시진핑 주석은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의 세금 감면, 원활한 융자 시스템 구축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악화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잇따라 도산하고 있는 민영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평가된다. 나아가 시진핑 집권 이후 계속되어온 ‘국진민퇴(國進民退)’ 기조가 한풀 꺾이면서 시장과 민영기업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 변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또한 대외적으로 전방위적인 시장 개방 확대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중국의 개방이 이미 중국 전역으로 실행되고 있는데도 전방위 개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실상 중국의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독자적인 역할을 완화하는 대신 외국기업의 참여를 넓히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 특히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중국 국내산이 차지하는 핵심 부품의 비율도 완화되고 다국적 기업의 중국 시장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는 다분히 미ㆍ중 무역협상에서 그동안 미국이 지적해 온 불공정 시장 환경 개선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중국은 미ㆍ중 무역전쟁을 끝내고 싶은 것이다. 이 회의에서 또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추진해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공통 인식을 실현하기로 했다고 명기한 것은 중국공산당의 이러한 희망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중국 제조 2025의 포기 라고까지 읽고 있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다. ‘질적 성장’을 위한 핵심 정책은 ‘기술혁신’ 정책이다. 주지하듯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50년의 비전 ‘부강· 민주·문명·조화·미려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은 모든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기본적으로 실현한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2020년에서 2050년 사이의 30년을 다시 반으로 나누어 2035년을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한 혁신형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즉, 2025년이 중국이 첨단 기술의 자급자족 달성을 통해 하이테크 제조업 강국이 되고자 하는 이른바 ‘중국 제조 2025’를 완성하고자 하는 해라고 보면, 2035년은 중국이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제조업 초강대국이 되는 해로 규정한 것이다.​5 따라서 ‘중국 제조 2025’ 가 바로 ‘질적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핵심 정책인 만큼, 이러한 국가 비전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조업의 질적 발전을 추동한다는 원칙이 강조된 것은 이러한 기조 속에서 등장한 것이다. 제조업과 현대 서비스업과의 심도 있는 융합을 추진하고 ‘좀비기업’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조직 형식, 새로운 산업 집단을 형성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고 산학연 일체화의 혁신 메커니즘을 구축한다는 것이 모두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한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장기적인 정책 기조인 ‘지속 가능한 성장’과 ‘균형 발전’ 그리고 ‘분배’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었다. 예컨대 중국 당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내수시장 발전 계획을 밝히고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교육, 육아, 양로, 의료, 문화, 관광 등 서비스업 발전이 중국 내수시장 발전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상술한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감세 정책은 국내 소비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설비 투자도 중국 내수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 진흥 전략과 지역 균형 발전의 촉진은 ‘균형 발전’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농업과 농촌에 투자를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발전 전략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가정 농장이나 농민 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농업 경영 주체를 육성하여 대량 생산을 가로막던 기존의 소농 중심의 농업생산체제를 극복하고 현대적인 대규모 농업체제를 구축하려는 점이 주목된다. 

  

지역 간 균형 발전의 촉진도 새로운 접근이 눈에 띈다. 기존의 서부대 개발, 동북진흥, 중부 굴기 등을 계속 추진해야 하지만, 징진지(京津冀), 웨강아오 대만구 (粤港澳大湾区), 장강 삼각주 지역과 같은 ‘메가 경제권’을 구현하여 인근 도농 지역들을 함께 통합하는 방식으로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예컨대 2017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처음 제시되었던 ‘웨강아오 계획(주삼각 지역 9개 도시, 홍콩, 마카오 지역 통합 개발 계획)’은 소속 지역 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 중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메가 경제권 구축은 도농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개혁 정책이 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의 빈곤 구제 정책도 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최소한 먹는 문제와 입는 문제 등 두 가지 문제는 걱정하지 않고 의무교육, 기본의료, 주택 등 세 가지 부분은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빈곤 구제 정책의 기본 입장이다. 극빈 지역과 극빈 계층에 대한 빈곤 구제에 집중하고 빈곤을 벗어났던 사람들이 다시 빈곤해지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환경오염 처리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은 강력한 해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향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친(親) 기업 및 시장화 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과 ‘균형 발전’ 그리고 ‘빈곤 구제’와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사회 정책도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한 재정 투입이나 감세와 같은 친 기업 정책들은 사실상 지속 가능한 성장이나 지역 균형 발전과 같은 목표와 현실에서 서로 충돌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상호 모순적인 정책의 공존은 중국 사회 내부의 격렬한 논쟁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나아가 중국 공산당 당내에도 정치적 노선을 둘러싼 노선 갈등과 권력투쟁이 존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지도부는 매우 민감하게 정치적 국면을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전임자였던 후진타오(胡锦涛) 시기에 나타난 노선투쟁과 중국 공산당의 분열, 소수민족의 독립운동 등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내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인 동시에 5.4 운동 100주년, 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중국 국내외에서 대중의 민주화운동 전통을 기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인 만큼 중국 정치의 긴장도는 매우 높을 것이고 중국 당국이 느끼는 압박이 클수록 대중 운동에 대한 봉쇄와 탄압도 매우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방 통신사 신화사가 개혁개방 40년 동안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정리한 ‘개혁개방 40년 대사기(大事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당국의 이러한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즉, 2018년판 신화사의 ‘개혁개방 40년 대사기’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반혁명 폭란(反革命暴乱)’으로 명명하고 있다.​6 이는 그동안 ‘정치풍파(政治风波)’라는 비교적 중립적 표현을 써왔던 것에 비하면 매우 민감하고 적대적인 언어로 되돌아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일당 지배체제라는 현재의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전 표명이기도 하다. 따라서 2019년 중국에서 눈에 띄는 정치개혁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참고 문헌>

 

“胡习两版改革大事记之变,” 『多维新闻』 2018年12月21日. http://news.dwnews.com/china/news/2018-12-18/60106139_1.html

 

“中央经济工作会议:实施更大规模的减税降费,” 『新浪财经』 2018年12月21日. http://finance.sina.com.cn/china/2018-12-21/doc-ihmutuee1420454.shtml

 

习近平. “在庆祝改革开放40周年大会上的讲话,” 『人民网』 2018年12月18日. http://politics.people.com.cn/n1/2018/1218/c1001-30473936.html

 

习近平. “决胜全面建成小康社会, 夺取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胜利——在中国共产党第十九次全国代表大会上的报告,”(2017年10月18日). 『新华网』 2017年10月27日. http://www.xinhuanet.com//politics/19cpcnc/2017-10/27/c_1121867529.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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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习近平. “在庆祝改革开放40周年大会上的讲话” 『人民网』 2018年12月18日. http://politics.people.com.cn/n1/2018/1218/c1001-30473936.html

2) 习近平. “决胜全面建成小康社会夺取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胜利——在中国共产党第十九次全国代表大会上的报告”(2017年10月18日). 『新华网』 2017年10月27日. http://www.xinhuanet.com//politics/19cpcnc/2017-10/27/c_1121867529.htm 

3) “中央经济工作会议:实施更大规模的减税降费(全文)” 『新浪财经』 2018年12月21日. http://finance.sina.com.cn/china/2018-12-21/doc-ihmutuee1420454.shtml

4) 중국의 유명 거시경제학자이자 인민대 국제통화연구소 이사 겸 부소장인 샹쑹쭤(向松祚)는 앞서 자신의 대학에서 열린 ‘개혁 개방 40주년 경제 포럼’에서 이러한 의견을 개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5)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대표기업을 육성하여 핵심 기술 및 부품·소재를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 자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제조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3단계 계획을 세웠는데, 국가별로 등급을 1등급(미국), 2등급(독일 일본), 3등급(중국 영국 프랑스 한국)으로 분류한 뒤 1단계(2016~2025년)에선 제조업 강국 대열에 들어서고 2단계(2026~2035년)에서는 독일과 일본을 넘어 강국의 중간수준에 진입하고 3단계(2036~2049년)에 최선두의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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