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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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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북한 경제 현황과 미래 발전 모델

안궈산 소속/직책 : 옌벤대학 한반도연구원 경제연구소 소장 겸 교수 2019-02-28

1. 북한 경제 현황

 

 

현재 국내외 학자들이 미래 북한 경제 형세를 바라보는 관점은 극명하게 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북한 경제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발전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라는 주장이다. 올 연초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포하고 북중 접경도시와 경제 부처를 자주 시찰하고 있다는 점, 끊임없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외에 경제 발전 모습을 공개하고 있는 점, 지난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추진을 지속하던 때 이미 대북 제재를 예상하고 외환 및 물자 비축 등 충분한 대비를 해 둔 점이 그 근거다. 그 밖에 ‘여명 거리’, ‘미래 과학자 거리’, ‘광복거리 상업 중심’ 등 수도 평양의 번화한 모습이 북한 경제가 양호한 발전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북한 경제 상태가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대북 제재가 이어져도 수도 평양과 같은 일부 도시의 개발 정도는 가능할 것이란 점이다. 또 다른 근거로는 지난해 마지막 대북 제재(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2397호)가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였다는 점, 그리고 이 결의안이 발효된 지 이미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난 몇 년간의 북한 경제 규모를 미뤄 보아 설령 충분한 대비를 했다 하더라도 현재는 이미 내부 자원이 고갈됐을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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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재 북한 국내 경제 관련 수치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북한 경제 현황을 판단할 때 주관적인 경험에 미루어 추측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이들의 관측 대상이 대부분 수도 평양과 지방 도시(혹은 농촌)에 국한돼 있어 이들이 내린 결론 역시 지극히 단편적이고 극과 극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 경제를 관측할 때 위에 언급된 평양과 지방 도시 외에도 더 중요하게 주목해야 할 곳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의주, 만포, 혜산, 나선, 원산과 같은 접경도시들이다. 그 이유는 북한 대외 무역의 대부분이 이들 접경도시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한 접경도시의 경제 현황은 북한 국내 경제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가 전례 없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한 탓에 최근 얼마 동안 북한 접경도시들의 경제 상황이 확연히 어려워진 점 또한 이 같은 주장을 반증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는 북한 경제 상태의 심각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연초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함께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와 폐쇄, 미군 유해 송환, 동창리 탄도미사일 발사기지 및 엔진 실험장 영구 폐쇄 등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며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 핵 문제는 이미 오랜 시간 이어져온 사안이고, 또 하루아침에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기에 완전한 비핵화 실현 역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 국내 경제 상황을 미뤄보아 북한이 미국과 장기전을 이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나, 그렇다고 미국에 굴복할 뜻 역시 전혀 없어 보인다. 만일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모두가 원치 않는 결말이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 모두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형세를 판단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할 것이다.

 

 

2. 미래 북한 경제의 발전 모델

 

 

최근 들어 대북 제재 완화 이후의 미래 북한 경제 발전 모델에 대한 국내외 학자들의 의견이 매우 분분하다. 가령 향후 북한이 어떤 경제 발전 모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싱가포르 모델, 베트남 모델, 중국 모델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절대 그 어떤 국가의 경제 발전 모델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북한은 평소 그들이 자주 언급하는 ‘우리 식’ 사회주의 경제 발전 모델을 선택할 것이다. 중국, 베트남 등 기존 사회주의 국가들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초래된 시행착오와 그에 대한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똑똑히 지켜본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그러니 미래 북한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최대한 그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피하고 북한 특색의 경제 발전 노선을 걸으려 할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북한이 미래 경제 발전 청사진의 밑 바탕으로 어떠한 발전 모델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여러 루트를 통해 북한 경제 개발과 관련한 각종 소식과 정보를 접했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 개발 계획 윤곽 역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현 북한 체제에서는 대북 제재가 해제된다 해도 북한이 완전한 개방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다. 북한은 점진적으로 탐색을 하며 대외 개방의 문을 여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의 대외개방 상대 중에는 그토록 조국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로 미래 북한 개혁개방의 선두주자 역할을 할 지역을 예측해보자면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동쪽으로는 ‘원산~금강산 글로벌 관광 벨트’, 서쪽으로는 ‘신의주 특구 (황금평, 위화도 포함)’, 남쪽으로는 ‘개성공단(향후 해주로 확대될 수 있음)’, 북쪽으로는 ‘나선 경제무역구’가 북한이 가장 먼저 대외개방을 진행할 4개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 원산~금강산 국제 관광 벨트의 경우 현재 북한 정부가 ‘자력갱생’ 구호를 외치며 이 일대에 호텔을 줄지어 짓고 있는 중이다. 또한 북한은 과거 한국 현대 아산과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된 이후 일본 조총련(재일 북한인 총연합회)을 비롯해 대규모 외자와 관광객을 유치하려 할 것이다. 신의주의 경우 북중 무역 규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북중 무역의 주요 통로라 할 수 있다. 비록 현재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무역 품목은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 협력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지만 대북 제재가 완화되기만 하면 즉시 운영 재개가 가능한 곳이다. 마지막으로 나선 경제무역구는 현재 북한 내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국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북중 양국 정부가 공동 출범시킨 관리 위원회는 대북 제재라는 제한적인 조건에서도 행정입법, 지역 규획 등 기초적인 작업을 착실하게 추진 중이다. 또한 나선 경제무역구는 러시아와도 인접해 있어 향후 북한, 중국, 러시아 경제 무역 협력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했을 때 언급했던 동해안 에너지·자원 벨트, 서해안 경제 벨트, 남북 접경 지역 평화 벨트, 1420여 킬로미터(km)에 이르는 북중 접경 경제 무역 벨트를 통해 우리는 북한의 개혁개방 밑그림이 ‘점(개발구)’에서 선(경제벨트)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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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지도에 북한의 각 지역에 분포해 있는 20여 개 경제개발구까지 더한다면 현재 북한의 개혁개방 전략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의 ‘점-선-면’ 전략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북중 양국의 지리적 위치, 정치 제도, 경제 무역 협력 등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중국의 개혁개방 전략이 미래 북한의 경제 발전 청사진의 밑 바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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