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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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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베트남 양랑일권(兩廊一圈)연계의 지전략(地戰略)적 가치와 정치경제적 함의

정혜영 소속/직책 : 건국대 중국연구원 연구원 2019-03-31

지난 2019년 2월 말,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 열차편을 이용하면서 베트남과 중국의 국경 철도역인 랑선성 돔당(DONG DANG)역이 세계 언론의 관심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광시(廣西) 난닝(南宁)역에서 하노이로 들어오는 길이 아닌 윈남(雲南)성 쿤밍(昆明)에서 하노이로 들어오는 철도 라인을 이용했다면 열차 사용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중국과 베트남이 일대일로 연결을 두고 신경전을 다투고 있는 ‘쿤밍-하노이’ 구간은 현재 철도 운행이 중단된 상황(각 국의 경내 안에서만 열차 이동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4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구상된 양랑일권(兩廊一圈) 구상은 중국과 국경지역에서 인프라 연계(connectivity, 互聯互通)를 강화하고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2개의 철도회랑 건설’과 ‘통킹 만 경제지대 건설’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인프라 연결 사업은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일대일로 연결을 위해, 라오스를 통과하여 중남반도 남부로 향하는 철도 라인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사이, 유일하게 운행 중인 돔당(Dong Dang)-하노이 자럼 (Gia Lam) 연결 철도는 이번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한 노선으로, 상당히 노후화 되어 있어서, 육중한 김정은의 열차가 통과하기 위하여 속도를 크게 줄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돔당역에서 하차하여 새로 정비된 국도 1호 도로를 이용하여 하노이로 이동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는 회담 참가 인원들이 하차한 후, 중국 경내 핑샹(Pingxiang)역으로 돌아가 열차 정비를 하고 대기했다고 한다.

 

1500km 중-베 국경을 접한 베트남의 북부는 중국의 쿤밍과 난닝으로부터 하노이-하이퐁 항구까지 연결 가능한 2개의 핵심 경제 물류 철도교통 노선이 있다. 이 두 개의 철도 노선은 양국의 우호관계에 따라 개통과 정지가 반복되어 왔는데,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한 중-월 국제열차 노선은 1996년 2월 개통된 것으로, 중국 측이 복구하고 운영한 것이다. 양국은 국경선 정리 작업 완료(2008년) 후, 철도 현대화 협력 작업의 개∙보수 문제와 연결 문제를 두고 ‘긴장된 혈맹’의 이해관계 부침을 이어오고 있으며, 2013년 중국의 일대일로 발표 후, 양국 철도 연결 문제는 본격적인 협력 현안으로 등장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베트남의 지전략적 구상 

 

베트남 정부의 양랑일권(兩廊一圈) 인프라 연계 구상은 2004년 베트남 팜반카이(Pham Van Khai) 총리가 중국 측에 제의한 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외교적인 협력 언사만 이루어졌을 뿐 현실적 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인프라 연결 문제를 바라보는 중국과 베트남의 관점과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트남은 대중 경제협력에 대한 구애(求愛)가 종종 거절당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연계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고립되지 않기 위한 베트남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지정학적으로는 베트남의 국토와 내해(內海)가 중국과의 분쟁 중심지가 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며, 지경학적으로는 중국경제와의 협력 확대가 경제발전 시너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를 베트남의 대외적 요인과 대내적 요인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먼저 대외적으로 베트남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에 적극 편입하기 위하며 노력한 결과, 베트남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주변 저개발국들과 비교하여 월등한 경제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투자와 무역으로부터 베트남 지역은 외면받아 왔다. 

 

2013년 중국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발표한 이후, 오히려 중국은 이웃 국인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와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시켰으며, 남중국해 이해관계를 둘러싼 동남아 해양국들에게 해양경제협력을 진행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에서 베트남 만이 소외된 형국이 나타났다. 중국의 동남아 전략은 ‘경제력이 군사적 영향력을 대신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남중국해 분쟁국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고자 하는 해상전략에서 베트남 지역은 K.O.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더욱이 해상에서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은 베트남이 대적하기에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어, 해양안보를 미국과 일본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중국에게는 상당한 불만이 되었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은 베트남 내 반중 정서 심화로 이어졌고, 베트남 당국이 중국과 협력하는데 동력을 얻을 수 없었다. 대내적으로 베트남 정부는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한 베트남 경제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하여, 중국과 ‘이익 없는 분쟁’을 방지하며, 중국에 유화적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여 국내 반중 의식을 완화시키면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이끌어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남부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국토의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중국 자본의 북부지역 유치와 북부 경제발전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다. 성장하고 있는 자국의 제조업 수출경로를 중국에게도 열어야 하는 산업의 구조조정 문제에도 중국 시장은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중간의 무역갈등으로 인해, 아시아 권역 내 산업가치사슬 재편성 가능성이 증대됨에 따라 중국과의 국경무역 확대가 더욱 중요해졌다. 

 

거대한 중국의 부상으로부터 오는 위험 대비의 필요성, 베트남 주변국과 중국 사이에 확대되고 있는 경제협력 강화 요인 및 상대적으로 베트남 영토에서 지체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의 연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현시점에서 베트남 정부는 중국과 갈등하기보다는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정치 경제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베트남의 전략 구상에 대해 중국은 상당히 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베트남의 연계성 구상 대한 중국의 지전략

 

역사 이래로, 중국은 베트남과 지정학적 갈등 문제를 내재한 관계였다. 중국은 베트남을 바라보면서 남 중국해 출로를 확보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베트남이 그 출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동남아로 향하는 해상 출구가 원만히 확보되지 않는다. 베트남이 미국의 지원에 의지해 해상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상황은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베트남에 협력과 평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베트남에게 강압적이면서도 회유적인 양면 전략으로 베트남에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이 원하는 육상에서의 연계성은 지연시키고 있다. 2011년 10월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분쟁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는“해상 문제 해결 및 지도에 관한 기본 원칙 협의

<关于指导解决越中海上问题基本原则协议>,”협상 기제를 마련하였다.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의 무력 개입이 초래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거시적 조치로 평화적인 협의를 선택한 것이며, 베트남은 중국과의 직접적 무력충돌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평화적 해결에 합의한 것이다. 1979년 육상에서의 중-베 전쟁은 양국 단교를 초래하였으며, 1988년 남중국해의 존슨 사우스 암초에서의 해전은 베트남 병사 70명이 사망하는 갈등으로 이어져 국제사회의 원성을 샀다.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부분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수단(도련선 전략, 진주 목걸이 전략, 일대일로 해양 전략, 구단선 설정, 석유 시추 시도, 암초 매립, 대규모 어선단 혹은 민병대를 동원한 해상 영향력 증대, 분쟁 발생시 국제법 해결 거부 등)을 사용하여 남중국해의 실효적 지배권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미국에 협력하고 일본의 지원으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지정학은 미-중의 대결구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안보지형 지니고 있어, 중국이 베트남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요인을 증가시키고 있다. 국제정치의 세력균형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은 베트남과 협력하여 해상 진출로를 원만하게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양국의 정치 경제적 협력 전략의 근본적 이질성 때문에 양국 사이 완전한 협력은 불가능할 것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일정한 지배권이 강화되는 중국에 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육상 보상을 얻어내야 하는 압박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양국 연계성은 완전하지 않더라도 일부분의 성공가능성이 예상된다. 

 

약소국 베트남은 국가 경제발전과 안보를 유지하는데 자국 국력이 효과적으로 배분되기 위하여 자주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로 미-중 패권 경쟁의 과정과 결과에 주도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실용주의적 자세가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 문헌>

 

□  김석수, 2016. “남중국해 분쟁과 베트남의 전략”, 『동남아시아연구』, Vol.26 No.4.

      

□  김성철, 2018. “남중국해 분쟁과 베트남의 대중국 헤징”, 『중소연구』, 제41권 4호. pp.99-135.

 

□  로버트O.코헤인, 2012.『헤게모니 이후 세계정치경제에서 협력과 불화』, 경기:인간사랑 pp.61-105

 

□  Do Tien Sam, 2018. “중국의 일대일로와 베트남 양랑일권 전략연계”,『동아시아와 중국의 일대일로 갈등과 협력』

      중국의 일대일로 대전략연구, 동북아역사재단 세미나 발표자료. 2018.10.19.

 

□  Nguyen Phuong Hoa. 2012. “Vietnam and china nomal relationship with 20 years”, 「Vietnam Social Science」, Vietnamese academy of social science, vol, 129, no, 5.

 

□  文 庄. 2013.『中越关系两千年』, 北京:社会科学文献出版社.

 

□  人民日报. “中-越联合声明”,人民网,2017年11月14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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