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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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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그림자금융 리스크 진단

이치훈 소속/직책 : 국제금융센터 중국팀 팀장 2019-06-28

정부의 규제 강화로 지난해부터 그림자 금융이 감소하면서 표면적 리스크가 완화

 

금년 1분기 중국의 사회 총 융자 중 그림자 금융(신탁 및 위탁 대출·은행어음·자산담보부 증권)의 잔액은 26.2조 위안으로 2017년 말 30.1조 위안보다 3.9조 위안 축소되어 과거 10여 년간 증가세만 보이던 현상과 대조되었다<그림 1>. 전체 사회 총 융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6.5%에서 12.6%로 하락하였다. 은행의 자산관리 상품(이하 WMP) 및 개인 간 대출 플랫폼(P2P)를 포함한 광의의 그림자 금융 규모도 약 50조 위안으로 전년대비 10조 위안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회색 코뿔소(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 중에 하나로 일컬어지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경계감이 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그림자 금융의 둔화는 중국정부가 2017년부터 금융 시스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유동성 공급을 조절한데 주로 기인한다. 중국 당국은 2017년 3월부터 은행권에 대한 거시 건전성 평가를 강화하는 가운데, 그림자 금융 억제를 위해 WMP를 ‘광의의 신용대출’에 포함시켰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예방에 역점을 둘 것임을 강조하면서 감독 당국의 전반적인 금융 규제가 더욱 강화되었다. 2017년 11월 인민은행과 은감위, 증감위, 외환관리국 등 규제당국은 공동으로 ‘금융기관 자산관리 업무에 대한 지도 의견 규범화’ 초안을 발표하였다. 동 규제안에서는 금융기관 자산관리 업무 전반의 위험관리에  ▲암묵적 원금 보장 ▲만기 불일치 ▲레버리지 금지 또는 제한 ▲자산관리 상품의 시가평가 적용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한편 금융 전반의 디레버리징도 추진하면서 2018년 말 총통화(M2) 증가율이 통계치 발표 이래 가장 낮은 8.1%를 기록하였다.

 

 


반면, 그림자 금융의 순기능 축소로 민간기업의 자금조달 애로가 가중

 

사실 WMP 등 그림자 금융은 은행 예금과 대출에 집중된 금융 상품을 발전시키는 순기능도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가계 부문의 금융자산에서 은행예금의 비중이 70%에 육박함에 따라 그림자 금융의 필요성이 더 클 수도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주가지수연동 상품(ELS), 기업어음(CP), 특정금전신탁, 단기자금 신탁(MMT) 적립식 신탁 등 부외거래 상품이 상당하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그림자 금융을 통한 신용공급이 축소된 공간을 제도권 은행 대출 등이 메우지 못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민간기업들을 중심으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되었다. 대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 및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나 신용도가 낮은 일부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자금조달 경로가 단절되는 부작용이 이미 발생하면서 기업 디폴트 확대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참고로 금년 1분기 인민은행이 경기 서베이에서 소기업의 은행 대출 수요지수가 3분기 연속 상승하여 역대 최대치(71.8)을 기록하면서 전체 대출 수요를 주도하였다(대기업 수요지수 58.3).

 

은행도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WMP 등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로 대규모 부외 금융을 일반대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충당금 적립과 자본금 확충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거시건전성 평가 등으로 위험관리 요구가 강화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은행권의 투자 수요가 위축되어 기업의 자금 조달을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당국의 그림자 금융 규제는 금융 시스템 건전화를 위해 필요하고 정당한 것이나 실행 과정에서의 리스크가 크고, 특히 신용 공백(funding gap)이 확대되면서 많은 경제주체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그림자 금융, 여타 리스크와 맞물려 내재 리스크로 장기화될 전망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최근 규모 축소에도 불구 불투명성이 여전해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 시장 불안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노출되지 않은 개인 간 대차관계 및 과거 우리나라의 “계”와 같은 사금융의 경우 실태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에 대한 많은 기관들의 추정치가 서로 상이하다. 다른 한편으로 높은 금리로 인한 리스크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림자 금융의 수익률을 감안할 때, 자금 사용자의 조달금리는 은행 대출 금리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 코스트를 상승시켜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부실 위험이 존재한다. 참고로 신탁 및 자산관리 상품은 취급 수수료 (200~500bp) 또는 판매 수수료(100~ 150bp)를 받기 때문에 차입자들이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이다. 

 

특히 WMP 등의 그림자 금융은 회사채에 대한 투자 비중이 40%에 육박해 현재 중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인 기업 부채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참고로 2018년 3분기 기준 중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153%로 여타 브릭스 평균(44%), 미국(74%), 일본(101) 보다 크게 높다(BIS 기준). 그림자 금융의 일종인 기업 간 거래를 중개해 주는 위탁 대출의 경우, 신용평가가 부정확하여 거래상대방 위험이 높고 주요 차입자인 중소기업, 과잉생산 및 부동산 업종은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하다. 은행은 위탁대출의 중개 역할(수수료 최대 5%)만 담당함에 따라 차입자에 대한 신용 조사가 미흡하고 높은 금리로 인해 차입자의 부담도 큰 편이다. 가장 구조적인 문제점은 그림자 금융의 리스크가 경제의 근간인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GDP 대비 은행업의 자산 비중(271%)이 여타 브릭스 국가들(평균 98%) 보다 3배 정도 큰 점을 고려할 때 은행의 부실이 커질 경우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우선 WMP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이 평판 훼손 및 소송 우려 등으로 원금 비보장형 상품을 암묵적으로 보장하고 있어 약정 수익률 제공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Oliver Wyman and Fung Global Institute는 그림자 금융의 부실 중 1/3 가량이 은행으로 이전될 경우 은행업 전체의 부실채권비율(NPL)이 2배 가까이 증가 (1.7%→3.1%) 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Fitch는 WMP의 장부 포함 시 국유은행의 핵심 자기자본비율이 1.4% p, 중형은행은 2.5% 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참고로 중국은행의 부실 채권비율(NLP)은 2013년 1.0%에서 2018년 1.83%로 상승 한 반면,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 비율은 283%에서 181%로 하락하였다<그림 2>.

 

 

앞으로 성장과 구조개혁 사이에서 중국정부의 정책 어려움도 커질 우려 

 

중국정부도 그림자 금융이 금융 재원의 효율적 분배를 촉진시키는 순기능도 인지하여 향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강 온 정책을 반복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금년 들어서는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짐에 따라 전인대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구조개혁보다 성장을 중시하면서 경제체질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금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지방정부 중심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향후 그림자 금융이 은행-기업-지방정부 간 유착관계를 심화시키는 새로운 매개체로 부상하면서 경제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은행이 WMP 등 그림자 금융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출자전환 기업의 채권과 지방정부의 산업 기금에 투자하고, 부외 경로를 통해 정부 주도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림자 금융의 담보이자 정부 재정과 경제 성장의 버팀목인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경우, 복합 리스크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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