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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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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무역전쟁과 기술경쟁 화웨이 사례를 중심으로

민성기 소속/직책 : 대구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2019-11-18

들어가며

 

미중 무역전쟁의 1차적 원인은 중국의 과도한 대미 무역 흑자와 중국 기술기업의 국가 안보 침해에 대한 우려,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중 무역 전쟁의 실체를 무역수지를 둘러싼 갈등이 아닌 미중간의 차세대 기술표준과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라고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중국 내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와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이해하는 시각이 존재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중 기술전쟁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 화웨이(Huawei, 华为)를 둘러싼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으로 최근 몇 년간 축적한 5G와 반도체 부문에서 혁신성과는 미국의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견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글에서는 화웨이 사례를 중심으로 미중간의 기술경쟁의 배경과 진행 양상을 살펴보고 이것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최근 입장과 제재

 

2019년 4월 13일 트럼프(Donald Trumph)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5G 기술 경쟁에서 미국은 반드시 승리하고, 선도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5G 기술은 보안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적국에게 장악당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9년 5월 16일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하여 국가비상 사태임을 선포하고 미국 회사들이 국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외국 정보통신업체의 통신 설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다. 후속 조치로 미 상무부는 중국의 화웨이와 70개의 자회사를 미국에 위협이 되는 이른 바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고 미국 기업이 허가 없이 화웨이의 기술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발표된 이후 Wi-Fi Alliance, JEDEC, SD 협회, USB-IF, PCI-SIG 등 국제 기술 협력 및 표준 기구는 화웨이를 제명하였다. 한편 2019년 6월 16일 미국은 국방수권법안을 개정 과정에서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이 화웨이가 법률적 수단을 통하여 미국기업에 기술 사용료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하는 개정의견을 제출하였다. 이는 화웨이가 2019 년 1월  1일 까지 미국에서 신청한 3,000건의 특허가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의 기술경쟁력

 

화웨이의 주요 사업부는 소비자 비즈니스, 통신기기 비즈니스, 기업 비즈니스로 구분된다. 화웨이는 5G 통신칩과 통신기기 분야에서  높은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010년 이후 화웨이는 최근 5G 기술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핵심칩 개발에 성공하였다. 대표적인 핵심 칩으로 응용 프로세서 (AP : Application Processor), 모뎀칩 (Modem Chip), 베이스밴드 프로세서(Baseband Processor, 기지국용 핵심칩)를 들 수 있다.1)  화웨이는 2006년 스마트폰의 핵심칩 개발에 들어가면서 2008년 2012년 자회사 하이스(海思)를 통하여 K3V1과 K3V2를 처음 선보인 후 2014년 Kirin 시리즈 프로세서와 바롱 시리즈 프로세서를 만들면서 이 시장에서 퀄컴과 삼성의 독과점 체제를 흔들기 시작하였다. 2018년 하이스는 글로벌 AP와 베이스밴드 프로세서 시장에서 9-1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화웨이의 주력상품군은 5G 스마트폰의 핵심 시스템칩 SoC(System on Chip) Kirin 시리즈, 서버 Kunpeng (鲲鹏, Kunpeng) 920, 인공지능 AI 칩 Ascend 시리즈, 5G 모뎀칩 바롱(巴龙), 베이스밴드 프로세서 텐강(天罡)등으로 볼 수 있다. 

 

통신 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기술표준을 먼저 획득하는 사업자가 시장 선도자가 된다. 현재 3GPP 2) 가 주도하는 5G 기술은 크게 3가지 기술표준 eMBB(enhanced Mobile BroadBand), mMTC (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 URLLC (Ultra Reliable Low Latency Communication)에 근거하여 개발되고 있다. eMBB는 증강현실 엔터테인먼트에 mMTC 사물인터넷, URLCC는 무인 자율 주행에 적합한 기술표준이다. 현재 eMBB의 기술 개발 수준이 비교적 높은데 여기에 화웨이가 주도적으로 사용한 Polar coding 기술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통신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코딩 기술을 선도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사례이다. 

 

 

공급망으로 파악한 화웨이의 취약점

 

2018년 11월 화웨이는 92개의 핵심 부품 및 서비스 공급기업을 선정하였는데 여기에는 미국 기업 33개, 중국(대륙) 기업 25개, 일본 기업 11개, 대만 기업 10개, 독일 기업 4개, 홍콩 기업 2개, 스위스 기업 2개, 한국 기업 2개, 네덜란드 기업 싱가포르 기업 각 1개가 포함된다. 화웨이의 공급망을 분석해 보면  중국(대륙)의 공급기업은 물류, OEM, PCB(전자회로 기판) 등 부가가치가 낮은 중저위 기술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미국 기업들은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화웨이의 경우 소비자 비즈니스는 국산화 비율이 높지만 통신기기 부문의 경우 부품 국산화의 비율이 낮다.

 

생산단계 과정에서 특히 화웨이가 대외 의존성이 높은 부품 및 서비스는 EDA(전자 자동화 설계 소프트웨어), 메모리칩, 운영체제,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 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반도체), 아날로그 칩, 위상동기 회로(Phase-Locked Loop, PLL : 신호제어시스템), RF Module를 들 수 있다. 먼저 EDA는 현재 3개의 미국기업 Cisco, Cadence, Mentor 3개 기업이 세계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메모리칩 시장 중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은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중-저 부가가치 제품 시장은 중국과 대만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 반면 중국 내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OS) 시장은 2개의 미국 기업 구글과 애플이 사실상 100% 장악한 상태이다. FPGA 역시  Xilinix, Intel, Microsemi등 미국 기업들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다. 핵심부품중 하나인 아날로그칩과 위상동기회로 역시 미국의 Texas Instruments, Analog Device, Skywork등 미국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다. RFModule 역시 Skywork, Broadcom와 같은 미국 기업과  Murata(일본 기업) 등이 독점하고 있다. 

 

ICT 산업은 이미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에 국제적 분업과 협력으로 발전되는 산업이므로 한 기업이 모든 부품, 소재, 서비스를 해결할 수 없다. 위의 사례를 보면 화웨이 역시 생산단계의 핵심부품과 서비스를 미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기업에 의존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중국 기술기업과 기술개발에 대한 이전의 제재 사례

 

ZTE에 대한 제재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4월 미국 정부의 금수 조치를 우회해 미 기업들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을 수입해 통신 기기를 만들어 북한과 이란에 판매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에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시켰다. 핵심 부품인 통신칩 등을 미국에 의존하는 ZTE는 한 달 만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중단되자, 제재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제재를 철회한 바 있다. 이는 실제적으로 미국이 중국의 농산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유도하여 양국 간 무역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3)

 

텐허와 중국국방과학기술대학에 대한 제재4)

 

2013년 중국의 슈퍼컴퓨터 텐허(天河 2호)가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Titan의 속도를 넘어서면서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가 되었다. 텐허 2호의 연산 능력은 최고 33.96 PFLOPS(페타플롭 : 1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 번의 연산처리 가능)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타이탄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당시 텐허 2호는 인텔 Xeon 과 Phi 시리즈의 프로세서를 사용하였다. 슈퍼 컴퓨팅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은 2015년 Intel의 고성능 프로세서가 중국의 모의 핵실험에 사용되자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과 산하기관을 수출관리 대상 기업으로 올리고 미국 기업인 Intel과 NVIDA가 수출관리 대상 기업에 Xeon, Phi, Tesla 시리즈의 칩을 파는 것을 금지하였다. 고성능 칩이 부족해지자 2015년 텐허 2호의 업그레이드는 힘들어졌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은 늘었고 에너지 소비는 늘었다. 이는 텐허 2호의 성능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로 2016년 션웨이 26010 프로세서를 장착한 션웨이타이후라이트(神威太湖之光)를 개발하였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션웨이타이후라이트는 리눅스(Linux)을 시스템을 적용한 션웨이루이스(神威睿思 OS2.0.5)를 탑재하여 기술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었다. 2016년 Intel의 Xeon, Phi 프로세서의 판매량은 10만 개였는데 이 중 텐허 2호의 수요가 4.8만 개였다. 결국 중국 수출이 금지되면서 인텔은 시장의 반을 잃었고 2016년 Xeon Phi 시리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2017년 해당 제품의 판매가 중지된다. 미국정부가 Intel과 NVIDA에 내린 수출 금지 조치는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상실과 중국의 자체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첫 번째 ZTE 사례는 미중 무역협상의 과정에서 미국이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제재를 풀어준 경우이며 두 번째 텐허 2호의 사례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혁신역량의 강화로 이어진 경우로 볼 수 있다.

 

 

나가며

 

결론적으로 보면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미중간 무역전쟁, 넓게 봐서는 패권 경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미중간 협상의 과정과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 ZTE의 사례처럼 미국이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화웨이 카드’를 전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협상 자체가 길어지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된다고 예상해보면 화웨이로서는 공급망 안에 있는 재료, 소재, 부품, 서비스의 대외 의존성과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것이다. 결국 화웨이의 미래는 얼마만큼 신속히 자체 혁신 역량 강화와 공급망 재구축을 통하여 재료, 소재, 부품, 서비스 공급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자체혁신역량 강화와 공급망 재구축은 분산은 전체적으로 촘촘했던 세계분업체계와 글로벌 가치사슬의 느슨함으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기술혁신 속도의 완화로 이어질 것이다. 화웨이 역시 외부에 의존해던 부품,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믿을만한 공급자를 찾는데 자원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텐허2호와 국방과학기술대학의 사례와 달리 여러개의 부품, 서비스의 대외 의존성을 단기간 내에 해소해야 한다. 화웨이의 입장에서 이러한 기업자원의 분산은 Qualcomm, 삼성등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참고 문헌>


배영자, 2019, 미중 기술패권경쟁: 반도체·5G·인공지능 부문을 중심으로, EAI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


http://www.sohu.com/a/324921257_467568, 华美科技战:本质、影响与极限生存前景 2019년, 10월 18일 검색


https://tech.hexun.com/2019-09-04/198439419.html. 中美科技战:国际经验、主战场及应对, 2019년 10월 18일 검색


国家创新驱动发展战略纲要 http://www.lcrc.org.cn/zhzsk/zcfg/gwgb/gwywj/201801/P020180110557547697363.pdf 2019년 10월 18일 검색


https://www.yna.co.kr/view/AKR20180606031600074 2019년 10월 18일 검색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418023009 2019년 10월 18일 검색


https://www.zdnet.co.kr/view/?no=20180515140415 2019년 10월 18일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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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이스밴드프로세서의 경우 애플같은 회사도 퀄컴에 의존하고 있으며 Intel이나 Texas Instruments와 같은 세계정상급의 반도체기업도 포기한 시장이다. 

2) 국제전기통신연합 IMT-2000 프로젝트 일부로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표준제정을 목적으로 한다.

3) https://www.zdnet.co.kr/view/?no=20180515140415

4) http://www.sohu.com/a/324921257_46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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