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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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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사례로 풀어보는 중국 문화서비스 시장 진출방안

홍창표 소속/직책 : KOTRA 전시컨벤션 실장 2019-11-18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3차 산업 비중은 2013년 45.3%로 2차 산업을 추월했고 2018년에는 52.2%를 기록하는 등 지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분야 개방에 대한 후속 협상이 마무리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많은 진출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하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의 일환으로 다양한 중국 문화서비스 분야에 대한 실증적 사례분석과 함께, 우리의 대응방안을 논해보고자 한다. 

 

 

위기를 기회로!

 

2019년 9월 5일 상하이. 사드 사태로 인한 2년 6개월의 공백을 깨고 난타 공연이 재개되었다. 22일까지 계속된 공연은 2년 이상의 시간적 공백이 무색하게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참관객들은 무대 배우를 한국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중국에서 난타 공연의 역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 마카오를 포함해 40여 개 도시에서 공연을 했는데, 사드 사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며 2017년 3월 공연이 중단된 바 있다. 그 후 이번에 상하이에서 난타 공연이 재개된 것은 양국 간 문화서비스 교류에 있어 하나의 의미 있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난타 공연이 재개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중국 난타 공연은 한국 배우들에 대한 공연 비자 발급이 불허되면서 공연을 접게 되었다. 아마 이런 상황이 되면 대부분의 기업은 중국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를 검토할 것이다. 그러나 난타공연 기획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문화콘텐츠 관련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던 시점인 2017년 4월에 중국 광저우 소재 ‘쩡지아 그룹’ 과 손잡고 ‘쩡찌아 광마이 미디어 유한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에서 직접 문화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첫 번째 과제는 중국 배우들을 발굴해 난타의 현지화를 추진하는 작업이었다. 오디션을 거쳐 발굴한 중국 배우들을 6개월간 한국 현지 교육을 통해서 공연의 질을 향상시켜 지금의 중국 난타가 재탄생하게 됐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하이 난타 공연에 대한 공식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전문 인력확보와 교육훈련이 중요 

 

영화 ‘붉은 수수밭’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이머우 (张艺谋) 감독은 천카이거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5세대 감독으로 꼽힌다. 중국 영화계에서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무대를 연출해 세계적인 무대공연 연출가로 데뷔했고, 2010년에는 제15회 부산영화제에 참가하면서 한국 영화팬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이머우 감독은 영화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의 눈도장을 찍었지만, 중국 내에서는 산수(山水) 실제 경치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감독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인 항저우 ‘인상서호’를 비롯해 그가 연출한 ‘인상(Impression)’ 시리즈 작품은 전 세계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뮤지컬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뮤지컬은 2002년 상하이에서 공연된 웨스트엔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대성공을 거둔 후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이 공연은 중국인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인지하고 창작 작품을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불붙기 시작한 중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뮤지컬 시장이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 이어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2020년 공연 규모는 약 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분야는 해외 라이선스뮤지컬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한국의 기업이 연출해 선보인 ‘맘마미아’다. 2011년 7월 상하이에서 초연돼 베이징, 광저우, 우한, 충칭, 시안 등 6개 도시에서 공연된 ‘맘마미아’는 6개월간 200여 회의 공연과 25만 명의 관객 동원, 2,000만 위안의 매출을 달성하며 성공을 거뒀다. 중국에서 뮤지컬이 한류 K팝 공연에 이어 또 하나의 주요 문화 콘텐츠 시장으로 떠오른 시발점이 되었다.

 

맘마미아를 비롯하여 해외 유명 뮤지컬의 흥행몰이가 이어지면서 중국내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2012년 9월 상하이 ‘캣츠’ 공연에 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 ‘라이온킹’, ‘헤어 스프레이’ 등 유명 뮤지컬들이 잇달아 선을 보였다. 베이징에서는 ‘키스 미, 케이트’, ‘타이타닉’, ‘시카고’ 등의 라이선스 공연이 이어졌다. 중국에서 뮤지컬은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발전 잠재력은 크다. 세계 유명 뮤지컬 제작자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중국 뮤지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능력있는 파트너의 발굴과 중국 관객의 눈높이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현지화가 필수다. 하지만 뮤지컬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맘마미아’ 등도 제작 과정에서 무대 연출 인력과 배우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뮤지컬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보와 배우에 대한 교육훈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까지 뮤지컬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는 낮으며, 뮤지컬 관람경험이 있는 관객 역시 실제 이해도가 높지 않다. 시장을 창출하려면 새로운 관객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관객층에 대한 마케팅과 홍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인의 정서와 문화적 특성을 투영해야

 

상하이에서 고속철로 약 1시간 거리에 창저우(常州)시가 있다. 이곳에는 세 곳의 테마파크가 있다. 공룡을 주제로 한 ‘중화공룡원’, 춘추전국시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재현해놓은 ‘춘추엄성’, 그리고 온라인게임과 애니메이션 테마파크인 ‘조이랜드’다. 이 가운데 2011년 개장한 조이랜드는 2,500년 역사의 고도인 창저우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창의적인 첨단도시로 변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개장한 해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에만 20만여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비결은 비주얼 컴퓨팅 기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인 미국의 앤비디아사와 손을 잡고 유명 인터넷 게임과 애니메이션 200여 개를 3D로 설계해 실물로 제작한 중국 최초의 주제공원이기 때문이다.

 

창저우시가 위치한 장쑤성은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2010년 말 현재 장쑤성의 문화산업 투자 규모는 500억 달러를 넘는다. 문화산업 관련 종사자 수는 110만 명에 달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분량도 단연 중국 내 1위다. 각종 문화산업 단지 140곳 중 국가급 애니메이션 단지가 난징, 쑤저우, 우시, 창저우 등 4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문화와 과학기술이 결합된 창의산업으로 21세기에 가장 각광받는 블루오션으로 부상 중이다.

 

중국 13억 인구 중 14세 이하 인구는 5억 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니메이션 고객이 있는 나라다. 중국 만화잡지 ‘만동주어’에 따르면 중국산 애니메이션 연간 제작 건수는 일본의 1%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20% 성장을 보였다. 2015년 이후 급성장세는 한풀 꺾였으나, 여전히 1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이며, 전체 영화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수준이다. 2016년 중국에서 발표된 애니메이션은 총 65편이며 총 티켓 매출은 68억 9,000만 위안으로 전체 영화시장에서 15.07%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 중국산 애니메이션은 총 42편로 티켓 매출은 23억 8,000만 위안으로 총매출의 34.5%를 차지했으며, 수입산 애니메이션은 23편로 매출은 45억 1,000만 위안으로 65.5%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7~2020년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 경쟁 형세 및 13.5 투자 규획 연구보고'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 전후로 시장규모는 5,0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주목할 분야는 온라인과 모바일 애니메이션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방송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온라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인프라와 플랫폼 기술의 발전, 판권 등 신규 수익 창출로 앞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인터넷 보급의 증가와 온라인 광고 시장의 성장 역시 시장 발전의 원동력이다.

 

기존 모바일 애니메이션의 인기순위를 보면, 시양양과 후이타이랑’ 등 일부 중국산을 제외하고 일본, 미국 등 애니메이션이 점령하고 있다. 이는 중국 모바일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부족하고 창의성이 떨어지는 등 콘텐츠 면에서 수익성을 찾기 어려워 대부분 해외 모바일 애니메이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 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중국인의 정서와 문화적인 특성을 작품에 투영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몇 년전 큰 인기를 모은 중국산 애니메이션 ‘토끼협객 전기’는 1억 위안을 쏟아 부어 90분 전체를 3D로 제작한 작품으로 최신 애니메이션 기술을 총동원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만든 쑨리쥔(孫立軍) 총감독은 “중국 애니메이션은 첨단 기술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문화적인 매력을 표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한국 애니메이션인 ‘짜장소녀 뿌까(Pucca)’의 성공 비결 역시 이와 유사하다. 이 작품은 한국의 문화 대신 중국적인 동양풍의 이미지를 강조해 호평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 전에 중국 캐릭터 시장에서 먼저 인기 여부를 검증했다. TV 시리즈를 제작하기 전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제공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짧은 분량에 아쉬워하던 팬을 겨냥해 26회 분량의 TV 시리즈물로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궈칭(國情)’으로 표현되는 중국시장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이 애니메이션 산업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다. 

 

앞서 난타 공연의 사례도 마찬가지지만,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난타의 성공적인 공연 재개는 그 이면에 맞춤형 현지화 전략이 내재되어 있다. 중국 배우 기용 등 중국 시장을 위한 맞춤형 전략 수립을 통해 중국의 법적 요구사항을 준수하면서 합법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것이 비결이다. 이 사례는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문화산업 업계에 유연한 사고로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서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참고 문헌>

 

피엠씨 프로덕션 중국법인 최용석 대표 인터뷰, KOTRA 상하이무역관 자료

 

KOTRA, 중국서비스산업 발전동향과 진출방안, 2018.4

 

KOTRA, 중국개혁개방 2.0시대-유망 서비스시장 진출방안 설명회, 2014.9

 

KIET, 한국 서비스기업의 대중국 현지화전략, 2012

 

중앙일보, ‘중국 사드보복...한인 학생 비자 거부해 미국 음대 공연 취소’,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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