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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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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홍콩 ‘시대혁명’과 일국양제의 미래

이지용 소속/직책 : 계명대학교 교수 2019-12-10

2019년 홍콩에서 전개되고 있는 자유민주 시민운동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중국의 ‘일국 양제(一國兩制)’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일국 양제’의 기본 원칙하에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중국 공산당은 통제와 탄압의 강도를 높이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문제는 홍콩만이 아니다. 마카오와 대만, 그리고 궁극적으로 중국의 국내외 정치적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현재 홍콩에서 진행되는 사태의 추이에 더욱더 각별한 주목이 필요하다. 

 

이번 홍콩 시민의 항쟁은 2019년 4월 홍콩 시민을 중국 본토로 송환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조례 (일명 송환법(送還法))’을 제정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되었다. 홍콩의 독립적 사법권과 홍콩 시민의 법적 권리 보장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홍콩 시민들의 위기의식이 송환법 철회 (반송중; 反送中) 운동으로 분출된 것이다. 4월 이후 수백만 홍콩 시민들이 항의 집회에 나서면서 올해 9월, 결국 송환법 철회를 선언했지만 홍콩의 시위는 격화일로를 걷고만 있다. 특히 홍콩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위의 성격을 ‘광복홍콩(光復香港), 시대혁명(時代革命)’으로 규정짓고 있는 것이 주목을 끌고 있다. ‘광복홍콩, 시대혁명’은 현재 홍콩 시민의 요구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는 슬로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광복은 전체주의 정치체제로부터의 개인의 자유를 확립하는 것을 의미하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가 이 시대의 요구이자 홍콩 시민의 요구라는 의미이다. 송환법 철회 시위가 보다 근본적인 정치적 자유의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반송중’에서 ‘시대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와 같은 항쟁의 배경에는 중국에 주권이 반환된 이후 홍콩인들이 느끼는 정치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위기감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일국 양제’를 약속하고 주권을 반환받았지만 홍콩의 고도 자치 원칙을 ‘형해화’하는 작업을 점진적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위기감인 것이다. 중국 당국은 홍콩의 행정, 입법, 사법 그리고 교육과 언론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중국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의 이러한 위기감은 이미 2014년 이른바 ‘우산 혁명’으로 표출된 바 있다. 홍콩행정부 수반에 대한 간선제 선거와 중국의 전국인대 상무위원회가 입후보자를 심사하는 조항을 신설해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인사가 임명되는 중국식 선거제도가 도입되면서 행정부가 실질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채워지고, 더 나아가 사법부 판사들의 선출도 비슷한 방식으로 바꾸려는데 반발해 발생한 것이 ‘우산 혁명’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이 진행하는 홍콩의 중국화는 현재까지 약 150만에 달하는 본토인들의 유입과 본토인들이 정책적으로 우대를 받으면서 점차적으로 홍콩의 주류로 자리를 잡고 홍콩인들이 주변화되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진행되는 점차적 주변화, 정치적 자유와 권리의 단계적 박탈이 지속되면서 홍콩인과 홍콩의 미래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2014년 ‘우산 혁명’에 이어 2019년 ‘반송중’ 운동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홍콩인들의 요구의 핵심은 ‘일국 양제’ 약속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일국 양제’는 중국공산당이 홍콩을 반환받을 때 약속한 사항이다. 즉 중국의 주권 하에 속하지만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 대륙의 정치 경제 시스템과 다른 영국령 하에서 수립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홍콩의 주권은 1984년 12월 19일 중국과 영국 간 체결된 ‘홍콩반환협정(중영 공동성명)’1)에 의거 1997년 7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주권이 정식 이양되었다. ‘홍콩반환협정’은 주권이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반환된 이후 50년간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정치, 경제, 사회 제도 전반에 걸쳐 홍콩의 고도 자치를 보장하고 있다(협정문 3조). 홍콩 특별행정구는 “최종적인 사법권(final adjudication)”을 포함 행정, 입법과 독립적 사법권을 보유하며(협정문 3조 3항), 영국령 하에서 수립된 홍콩의 사회경제 시스템은 변함없이 지속된다(협정문 3조 5항)고 명시하고 있다.2) 

 

‘일국양제’의 실질적 보장을 요구하는 홍콩시민들의 항쟁을 다루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해법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저항을 다루는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홍콩의 정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양보하는 방법과 홍콩의 자유를 제한하고 중국 당국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결론은 후자의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에서도 홍콩의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콩 문제를 대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고민은 중국에서 나오는 소식으로 엿볼 수 있다. 홍콩 자유민주 시위가 격화되는 시점인 8월 시진핑(习近平)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잘 마무리하고 중앙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말라”3)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온바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홍콩 시민들의 ‘일국 양제’ 보장 요구를 더욱 강경하게 탄압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10월 31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9기 4중전회) 결과는 홍콩에 대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강경한 대응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19기 4중전회에서 홍콩 문제를 다루는 방법으로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과 집행기구”를 홍콩에 설치 (“建立健全特别 行政区维护国家安全的法律制度和执行机制”)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4)  법과 집행기구를 공식적으로 설치해 강제력을 동원함으로써 홍콩인들의 시위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홍콩 대응 방침과 관련해, 홍콩이 중국과 아시아에서 갖고 있는 정치경제적 가치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홍콩은 지금까지는 정치경제적 가치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홍콩이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게도 매우 가치가 있는 이유는 바로 홍콩의 특수한 정치 경제적 지위에서 나온다. 중국에 속해있지만 ‘일국 양제’의 원칙하에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홍콩은 중국과 달리 자유시장경제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관세와 무역, 금융 등에 있어서의 국제적 기준의 자유시장으로서의 특수지위를 주 내용으로 하는 홍콩의 특수성은 국제자본과 중국 대륙을 연결시켜주는 관문이자 통로로 활용된다. 국제 자본의 입장에서는 선진적인 홍콩의 시장경제 운용 제도와 규범이 중국의 거대 시장에 진입하는 신뢰할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고,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폐쇄적인 정치경제 시스템을 우회해 국제 자본과 기업에 접근할 수 있는 대외 통로로 이용할 수 있다. 홍콩이 중국의 전체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로 줄었지만, 양적 비율로 평가할 수 없는 국제통상, 금융, 투자에 있어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홍콩의 재벌인 리카싱(李嘉誠)이 우회적 수사로 홍콩의 자율과 일국 양제의 원칙을 보장하는 것이 홍콩과 중국 양자 모두를 위한 길임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홍콩 시민과 중국공산당의 대응을 바탕으로 평가할 때, 향후 홍콩 문제의 진행 방향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와 ‘일국 양제’ 원칙을 강제로 역행하는 방향을 지속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홍콩은 현재 홍콩의 특수한 지위로부터 얻고 있는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이는 홍콩과 중국 모두에 손실이 될 것이다. 홍콩의 가치는 상하이와 선전의 가치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중국 국내와 같이 홍콩 문제를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92년 제정된 ‘미국-홍콩 정책법(UNITED STATES-HONG KONG POLICY ACT OF 1992)’5)를 보완한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H.R.3289 - Hong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 of 2019)’6)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고 곧 상원에서 통과를 앞두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민주주의를 탄압할 경우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세계와 미국 경제에 깊숙이 편입된 중국, 특히 중국공산당으로서는 홍콩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 보복을 감당하기에는 이미 막대한 경제적 이해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문제를 둘러싼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콩 문제는 또한 중국의 정치적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중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대만과의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대만은 현재 내년인 2020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홍콩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홍콩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대만 시민들 사이에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대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차이잉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홍콩 문제에 대한 시진핑의 정책 실패는 잠재되어 있는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에서의 권력투쟁에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홍콩 문제가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 홍콩 시민들의 ‘시대혁명’의 슬로건이 중국 국내로도 확산될 개연성조차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국 양제’ 원칙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https://www.cmab.gov.hk/en/issues/jd2.htm (검색일: 2019년 11월 8일).


https://bit.ly/2ErCV44 (검색일: 2019년 9월 8일).


http://cpc.people.com.cn/n1/2019/1031/c64094-31431615.html (검색일: 2019년 11월 4일).


https://uscode.house.gov/view.xhtml?path=/prelim@title22/chapter66&edition=prelim (검색일: 2019년 11월 8일).

https://www.congress.gov/bill/116th-congress/house-bill/3289 (검색일: 2019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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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cmab.gov.hk/en/issues/jd2.htm(검색일: 2019년 11월 8일).

2) https://www.cmab.gov.hk/en/issues/jd2.htm(검색일: 2019년 11월 8일).

3) https://bit.ly/2ErCV44(검색일: 2019년 9월 8일).

​4) http://cpc.people.com.cn/n1/2019/1031/c64094-31431615.html(검색일: 2019년 11월 4일).
5) https://uscode.house.gov/view.xhtml?path=/prelim@title22/chapter66&edition=prelim(검색일: 2019년 11월 8일).
6) https://www.congress.gov/bill/116th-congress/house-bill/3289(검색일: 2019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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