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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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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신냉전 시대 중국의 핵태세와 북핵 전망

김태우 소속/직책 : 건양대학교 교수 / 전 통일연구원장 2019-12-23

세계군비통제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에 의하면 2018년 말 현재 세계 핵무기는 약 14,570개로 러시아 (6,850개)와 미국(6,550개)이 전체의 92%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미·중에 비해 국력이 크게 떨어짐에도 핵무기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미·소의 핵무기가 8만 개에 달했던 1980년대 중반에 비하면 그동안의 핵군축 노력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음을 알 수 있지만, 신냉전의 도래와 함께 다시 한번 핵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가 미국 및 나토(NATO)와 대립 각을 세우는 동안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나서면서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2019년 8월 2일부로 중거리핵폐기조약(INFT)을 파기함에 따라 이제 특정 카테고리의 핵무기들을 폐기·감축하는 핵군축 조약으로는 2021년에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뿐이다.

 

거대한 신냉전 흐름 속에서 한국의 안보가 미아(迷兒) 신세로 전락하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북 핵억제는 동맹국의 핵우산과 방어공약(Extended Deterrence) 그리고 재래군사력에 기반하는 한국군의 ‘3축 체계’에 의존해 왔으나, 문재인-트럼프(Donald Trumph) 시대 이후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있으며 ‘3축 체계’ 구축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북한으로 구성되는 구(舊)공산권의 군사적 결속이 강화되는 중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파동으로 한·미·일 안보 공조 구도는 약화되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긍정적 개입이 필수이지만 중국을 움직일 힘을 가진 나라는 미국뿐이며, 중국의 강대화에 비례하여 미국의 강압 효과는 저하되고 있다. 북핵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 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무늬만 비핵화’ 합의가 한국에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INFT 붕괴로 핵군비경쟁 가속화

 

INFT는 1987년 미국의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쵸프(Mikhail Gorbachev) 서기장이 서명하여 1988년에 발효된 조약으로서 특정 카테고리의 핵무기를 전면 폐기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Landmark) 핵군비통제 성과로 평가받았고, 이후 유럽의 냉전 종식,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 독일 통일, 소련연방 해체 등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정표적인 사건으로 인정되었다. 이 조약으로 유럽에 배치된 사거리가 500 ~5,500km인 미·소의 지상발사 중거리핵미사일 2,692기가 1991년까지 전면 폐기되었다. 하지만, 2018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INFT 위반을 이유로 2019년 2월 조약 탈퇴를 통고했고 조약은 2019년 8월 2일부로 파기되었다.미국이 INFT를 파기한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러시아가 핵분야의 초강대국 위상을 고수하면서 INFT를 위반하는 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러시아의 재무장, 미국의 유럽내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 2014년 러시아의 크리미아 합병과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으로 미·러 신냉전이 격화되고 있던 2017년 미국은 러시아의 핵탑재 순항미사일 SSC-8 (사거리 2,000~ 2,500km)이 INFT를 위반한다고 항의했고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사거리도 러시아가 발표한 500km를 넘는 것으로 의심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자유낙하 궤적을 따라 비행하는 통상적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변칙기동으로 요격을 회피할 수 있어 나토(NATO) 회원국들이 큰 위협으로 간주했다. 2018년 3월 사거리 2,000km 공대지 핵추진 순항미사일 킨잘(Kinzhal), 핵추진 수중드론, 차세대 대륙간탄도탄 등 신개념 핵무기들을 개발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표도 미·러 핵경쟁에 한번 더 불을 붙였다. 

 

두번째 배경은 중국이었다. 현재 중국은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신냉전의 주역임에도 INFT의 서명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약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핵병기들을 증강해왔다. 셋째, INFT 파기의 배경에는 북한과 이란도 포함된다. 북한은 여섯 차례의 핵실험과 함께 노동, 무수단, 북극성, 화성-14호 등 중거리 투발수단들을 개발해왔다. 이란은 2015년 서방 7개국과 맺은 포괄적행동계획 (JCPOA)에 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할 ‘잘못된 합의’로 비난하고 2018년 합의를 파기했다. 요컨대, 미국은 중국, 북한, 이란 등이 중거리 투발수단들을 제약없이 개발하는 상황에서 미국만이 INFT 조약을 준수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INFT 폐기 이후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했고, 그동안 자제했던 잠수함발사 중거리 핵미사일의 배치와 개량된 공대지 전술핵 B61-12의 배치를 서두르고 있으며,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2018년도 핵태세검토서(NPR)와 2019년 미사일방어검토서(BMDR)도 더욱 적극적인 전술핵 개발, 공세성이 강화된 미사일 방어전략 등을 예고하고 있다.

 

 

핵경쟁의 중심무대로 진입한 중국

 

중국이 첫 핵실험에 성공하여 미국, 소련,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핵보유국이 된 것은 중국의 경제가 극빈에 머물고 있던 1964년이었다. 1950~1953년 한국전쟁 동안 미국의 핵사용 위협으로 한반도의 공산통일을 관철하지 못한 사실과 같은 이유로 1950년대 동안 대만 침공을 저지당한 사실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에게 강한 핵동기(核動機)를 심어주었다. 실제로 중국은 1954년과 1958년에 걸쳐 대만해협에 있는 대만령 도서들을 점령했으나 미국의 핵사용 위협으로 금문도 (Quemoy)와 마조열도(Matsu)의 강점을 포기했고, 이 섬들은 대만령으로 남아 있다. 중국의 핵개발이 소련의 기술지원과 연구로 제공으로 시작되었음에도 중·소 이념분쟁으로 인해 1960년 소련의 기술지원이 차단된 이후 중·러 간 경쟁도 중국의 핵동인(核動因)으로 작용했고 1969년 중·소 국경분쟁 동안 소련의 핵사용 위협은 중국의 핵군사력 증강을 추동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은 GDP 세계 2위, 국방비 규모 2위, 정규군 규모 1위 등의 기록을 가진 경제·군사 대국이다. 중국은 덩치에 부합하는 군사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현대화와 핵군사력 참단화를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그 결과 중국의 핵군사력은 초창기와는 크게 달라졌다. 세계핵군축협회가 중국의 핵무기를 280개로 발표한 것에서 보듯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핵무기를 수백 개 수준으로 발표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 두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은 주력 지상발사 ICBM 인 DF(東風)-DF-31과 DF-31A를 보유하고 있으며, 094(晉)급, 093(商)A급, 095(隋)급 등의 핵추진잠수함(SSBN)에 탑재되는 JL-2 SLBM도 사거리 7,200km의 준대륙간탄도탄급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중국이 소음문제를 상당히 해결하고 스텔스 기능을 갖춘 096(唐)급 핵잠수함에 대륙간탄도탄급 SLBM JL-3(15,000km)이나 전자총(HERF)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다양한 중거리 핵미사일들도 배치하고 있는데, 인근국들을 위협할 수 있는 DF-15(600km), DF-15A (900km), 한·일을 타격할 수 있는 DF-17(1,800~2,500km), ‘항모 킬러’로 불리는 DF-21(2,000km)와 DF-21D (3,100km), ‘괌 킬러’로 불리는 DF-26(4,000km), 잠수함발사 JL-1 (2,000km), 훙(H)-6K 전략폭격기에 탑재된 항모킬러 장첸(長劒)-10 순항미사일(2,000km) 등 매우 다양하다. 

 

핵병기의 양적·질적 발전이 거듭되면서 중국의 핵태세도 공세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은 첫 핵실험 직후 ‘철저하게 방어적 목적’ 만을 가진다고 천명했으며, 선제적 핵사용 포기(NFU)와 비핵국에 대해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NSA(Negative Security Assurance) 정책도 선언했다. 초기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저항을 불식시키고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기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2012년 인도가 Agni-5 미사일을 시험발사 한 직후 NFU 및 NSA는 중국의 국방백서에서 삭제되었다. 핵운용 체계도 완비했다. 시진핑 (習近平) 주석은 1966년 이래 핵병기를 운용해온 제2포병을 2016년 1월 1일부로 ‘로켓군’으로 재편하고 3군과는 별개로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직할하도록 했다. 시 주석이 중앙 군사위원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그가 중국의 핵병기들에 대한 절대적원 권한을 행사하는 체제를 완비한 것이다.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하는 상황에서 핵운용 전략군을 중앙군사위원회 직할로 두고 있다. 중국은 스텔스 항공기, 스텔스 함정, 스텔스 잠수함, 전자총, 전략폭격기, 에너지빔 무기, 초음속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비행체 등 거의 모든 신무기 분야에서 미·러와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우주군대(天軍)를 창설한다는 계획 하에 우주무기 및 우주감시체계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북핵은 ‘신냉전의 최대 수혜자’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핵심적 현상타파·팽창주의 세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현재 미·중 간에는 무기경쟁, 기술 전쟁, 무역전쟁, 정보전쟁 등 다양한 형태의 신냉전이 진행 중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월 관계’를 구축하고 중·북 간 혈맹관계를 급속히 복원하고 있다. 이런 신냉전적 전략환경은 북핵 해결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말해, 북핵 문제를 전망하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고 개혁개방을 택함으로써 활발한 경제협력과 상생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둘째는 완전한 비핵화 합의(Big Deal)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과 부분적 비핵화 또는 핵동결 방식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스몰딜(Small Deal)을 고수하는 북한의 입장이 대치하고 있는 현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하는 시나리오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란 미국이 북한의 스몰딜 주장을 수용하고 반대급부로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로서 두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며 첫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 번째의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상존한다고 할 수 있는데, 한국 국민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평양 정권, 문재인 정부 등 세 정부에게는 ‘성공적 외교’로 자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남북 간 핵비대칭 상태는 영속화되고 한국 내에서는 ‘평화 바람’과 함께 안보장치들이 해체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북한이 완전한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택할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와 개혁 개방은 백두혈통 수령독재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 북한에게 있어 핵무장은 수령과 제제의 안위를 담보하는 정당성이자 엄청난 후광효과(Halo Effect)를 만들어내는 선전수단이다.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를 더 많이 알수록 외부세계와의 비교가 수반될 것이기에 개혁개방도 북한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 신냉전 구도 하에서의 북·중·러 결속은 북한의 ‘핵포기 ·개혁개방’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 것이다. 미·중 대결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이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정리하고 ‘북한 중시’로 돌아선지 오래이며,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가 남북한 등거리 외교 하에서 한국과의 경제관계를 중시하던 시절이라면 러시아 군용기가 중국 폭격기와 편대를 이루어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지금은 중국을 도와 북핵을 두둔하고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비난한다. 반대로, 북한은 신냉전과 함께 중국이라는 ‘체제 보장자’와 러시아라는 조력자를 얻었다. 이런 구도 하에서 지금까지 중·러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뒤로는 평양 정권의 생존을 지원하는 이중플레이를 펼쳐왔다. 요컨대, 북핵은 미·중 간 그리고 미·러 간 이견을 촉발한다는 의미에서는 신냉전을 유발하는 요인이지만, 중·러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비핵화 압박을 극복하는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북핵은 ‘신냉전의 최대 수혜자’이다. 

 

 

한국의 생존전략

 

지금은 한국이 북핵이라는 당면 위협과 중국이라는 미래 위협에 대비한 생존전략에 부심해야 할 때이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대화· 외교 노력을 이어가는 것은 상시적 과제이지만, 현 대치상황의 장기화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고 한국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미·북 간의 ‘무늬만 비핵화’ 합의를 예방하기 위한 동맹 외교에도 힘을 써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북핵 해결보다는 북한 정권과의 화해를 중시하고 중국으로부터 선의(善意)를 구하는 한국 정부의 현 대외기조에는 재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중국의 강대화와 팽창주의적 대외기조는 당면 과제인 북핵 해결에도 지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미래 위협과 관련해서도 많은 안보과제들을 부여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 내해화(內海化)에 이어 서해의 내해화와 한국 방공식별구역 (KADIZ)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사드(THAAD) 보복도 이어가고 있다. 서해 배타적경제수역 미획정, 미세먼지, 이어도 해역 관할권, 서해상에서의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 등 한·중 간 미결문제들에 대해서도 한국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거세지는 중국의 파고(波高) 앞에 한국이 독립성과 국가자존심을 유지하면서 상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 동참하여 동맹국의 영향력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미·일과의 안보협력보다 친중(親中)을 중시하는 기조로는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거나 중국의 우호적인 대한(對韓) 기조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국의 주 위협인 북한의 군사동맹국이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한국의 안보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 

 

미래 중국을 예상함에 있어 힘을 가진 나라는 반드시 힘을 휘두르게 되어있기에 중국 역시 힘을 앞세우고 패권을 추구할 것이라는 홉스(Thomas Hobbes)적 예상과 경제적 상호의존을 현실로 받아들여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책임있는 일원이 될 것이라는 그로티우스(Yugo Grotius)적 예상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행보로 판단한다면 그로티우스적인 중국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비적대·우호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최대의 과제일 것이나, 상대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자세로는 결코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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