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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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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美·中 패권경쟁과 에너지: 원유에서 LNG로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19-12-26

美·中 무역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원유공급안보 (oil supply security)가 중국내부의 시급한 국가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에너지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2016년~ 2017년 중국의 미국 셰일원유와 가스 대량 수입으로 구축되었던 양국간의 에너지협력 관계가 2018년 이후 대폭 중국의 수입이 축소되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 복귀와 최근 호르무즈 해협 충돌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의 에너지안보가 미국의 운송로 차단이나 직간접적 제재 등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로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염려에 기인한다(Guo & Ng, 2019). 

 

2018년 8월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70%에 달하는 해외 원유 수입의존도와 국내원유 생산 감소를 지적하면서 우선 자원 공기업 3社로 하여금 국내 원유 가스 생산을 적극 증산하도록 지시한바 있다 (Aizhu, 2018). 이렇게 집행된 중국 자원공기업 3社의 원유가스 탐사와 개발(E&P)예산이 2019년에만 80조 원 (US$77 billion)에 달한다(Cornot-Gandolphe, 2019, p. 13). 

1990년 이후 현재까지 30년 동안 중국의 에너지소비 특히 원유수요는 괄목할만한 증가를 보였다. IEA, OPEC, BP, CNPC (ETRI), ERI 등 각 기관들의 세계와 중국의 에너지수요 전망을 종합해 보면 중국은 현재 약 30억톤(3,000Mtoe, 1차에너지 수요)를 투입해 약 20억톤 (2,000Mtoe, 최종 에너지)를 최종 소비하는 에너지 구조이다. 2040년이면 1차 에너지 수요가 약 39억톤(3,858Mtoe) 달한다고 기관들은 대체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중국 에너지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증가세는 둔화되어 2000년~2020년 대비 2021년~2040년 기간 에너지 수요증가는 1/5 수준이 된다. 2020년~2034년 기간은 여전히 GDP 증가와 에너지소비 증가가 같이 늘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석유와 특히 가스 등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진국 진입에 필수라 할 수 있다. 에너지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은 중진국함정에 빠지거나 (진입시기가 늦어져) 석탄소비 탈피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 중진국 진입 이후는 GDP가 증가하면서 에너지소비는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갈 것이다.


중국의 석유 수요 예측은 향후 유가향배와 미·중 패권경쟁, 중국의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2017년 중국 석유 수입량은 800백만 배럴(8 MBD)로 790만 배럴의 미국(7.9 MBD)을 제치고 세계최대 수입국으로 등장하였다. 중국 전체 석유 수요 1,200만 배럴 가운데 국내생산량은 400백만 배럴에 불과한 것이다. 타이트오일 개발 기술 부재로 중국 자국 내 석유 생산은 정체되어 원유 수요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2040년은 수입의존도가 8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유 가스 가격결정 기능, 달러결제시스템, 운송로, 공급가치 사슬을 미국이 장악한 원유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20여년 동안 중국은 경제성장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가 미국 해군이 통제하는 중동·아시아 에너지무역 공급체계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하고 앙골라, 수단, 베네수엘라, 브라질,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독자적인 공급계약과 운송로 구축을 위해 노력을 해 온 것이다. “미국이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 석유를 운반하는 주요 통로인 말라카해협을 봉쇄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항상 중국 지도부 뇌리에 존재해 온 것이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원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SUV 차량과 항공기 운항 증가 등 중국의 원유 수요는 여전하다. 미·중  무역 분쟁 발발 이전 중국은 수백만 배럴의 미국 셰일油를 사들여, 규모 면에서 캐나다에 이어 2위가 되기도 했었다. 중국은 2016년~2017년 미국 원유 수요를 200배 늘렸으며, 미국 수출 원유의 5분의 1을 구매했었다. 중국의 정유사들이 주로 러시아와 중동산 원유를 정제했었지만, 최근 몇 년간 유리한 가격 조건의 미국 産을 다루면서 다변화되었다.

 

중국 가스수입 의존도는 45% 정도로 아직 원유에 비해서는 낮으나 셰일가스 생산기술이 확보되어 진전이 있지 않으면 수입의존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최근 글로벌 LNG (액화천연 가스) 수입 증가분 가운데 아시아지역으로 부터의 수입이 76%, 중국으로 부터의 수입이 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LNG 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은 2017년에 한국을 제치고 세계 2위 LNG 수입국이 되었으며 2020년이면 일본까지 추월하여 세계1위 LNG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PNG (가스관)를 포함한 천연가스 수입량으로 보면 중국은 이미 일본을 앞서 세계1위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최근 중국의 가스소비 증가원인은 미세먼지 환경정책이다.  2017년 중국의 미세먼지 대응계획이 실행되면서 추가로 소비되는 천연가스가 85BCM/년으로 추정된다. 2017년말 베이징· 텐진·허베이(BTH 지역) 지역에서의 가스 소비가 급증해 남동부 LNG 터미널로 수입된 천연가스를 수천대의 트럭으로 BTH 지역까지 운반해야 할 정도였다.

 

중국의 2017년 현재 가스소비량은 258.7BCM으로 이 가운데 가스 수입량은 95.4 BCM 이었다. 가스수입 가운데 PNG가 55BCM LNG가 40BCM 이다. 2016년까지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은 동절기 LNG 현물 도입이 급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가스관도입이 LNG 도입을 월등히 상회하였으나 2017년부터 LNG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2019년 7월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도입 천연가스 가격은 톤당 $361.60, 반면 카타르 도입 LNG 가격은 톤당 $443.50의 가격차가 있는데도 그러하다.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가스관 도입 차질분을 비싼 LNG 도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2018년 9월 동방경제 포럼에서 중국은 그동안 서두르지 않던 중·러 가스관 Power of Siberia 제1노선을 서둘러서 추진하기로 러시아 측에 재촉하고 용량도 10BCM을 늘려 48BCM으로 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며 사할린1에서 생산된 가스를 10BCM 정도를 Far East Pipeline을 통해 추가로 중국에 공급하기로 했던 것이다. 중앙아시아 도입가스와 LNG 도입가스가 아직 BTH 지역으로 배관망으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가스관을 통해 가스수요가 급증하는 BTH 지역을 우선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현재 미국의 LNG 수출량은 49 Mt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국은 2018년 미국 LNG 도입을 급격히 늘렸으며 중국의 수요증가에 미국의 신규 LNG 프로젝트들은 최종투자결정(FID)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18년 9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미국 LNG 수입에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의 미국 LNG 도입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부터 중국이 추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더욱 감소하게 되었다. 

 

2010년대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2018년 가을 이전까지 국제에너지와 금융시장의 가장 주목할 움직임은 아프리카와 남미, BRICS 국가들 등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비중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것이었다. 한편 베네수엘라, 러시아,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규모로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들은 차례로 원유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협약을 중국과 이미 체결했거나 체결을 앞두고 있다.

 

최근 위안화 표시 석유결제 시스템의 등장은 1970년대 이후 달러석유결제체제의 점진적인 쇠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반세기 동안 미국의 에너지패권을 지탱해 온 “페트로달러” 체제에 “페트로위안” 체제의 도전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990년대 유로화의 등장으로 인한 유로화 석유결제가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에 의해 시도된 바 있으나 2000년대 걸프전쟁 등으로 미국의 중동 지배력 강화로 무산되어 지금은 유로 석유결제 체제나 유로화의 달러화에 대한 도전은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다.

 

세계 원유 시장은 규모로 볼 때 15조 달러에 이르며 1974년 이후 이러한 원유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어 왔다.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서 모든 국가는 자국화폐를 항상 달러로 교환해 놓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바로 이러한 구조 때문에 미국 달러화는 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기축 통화로 기능할 수 있었다. 

 

미국의 달러석유결제체제는 공교롭게 1970년대 국제 에너지 위기 속에서 등장하였다. 1974년 키신저·사우디 정부간 밀약에 사우디 수출을 달러로 결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며, 1975년 OPEC 회원국들 전체가 달러결제를 결의하게 된다. 1975년의 OPEC 회의 이전에 미국이 주도하는 전세계 400여명의 고위 금융계 인사들이 스웨덴에서 비밀 회동을 통해 이러한 달러 환류 체제에 동의하게 된다.

 

2017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가로 등장하였다. 2018년 3월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 최초로 위안화 결제 석유선물시장이 설립되었다. 이미 세계 원유거래의 상당한 비중은 위안화로 거래되고 있으며 상하이가 동북아 지역의 원유 트레이딩 허브로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2016년 10월부터 중국 위안화가 국제 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에 포함되게 된 것과 더불어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져올 것이다.   

 

천연가스는 아직 원유만큼 거래되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천연가스 거래가 증가할 경우 천연가스 트레이딩 허브 개설과 가격결정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이다. 위안화 석유결제 체제의 등장을 막기 위한 미국의 최근 움직임이 베네수엘라 마두로(Nicolás Maduro) 정권 교체와 이란 제재 복귀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에너지엣지 전략 등은 결국 이와 같이 LNG 달러결제 체제와 거래소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다.  

 

2014년 5월 중국·러시아간 400조 원 가스관 수출계약의 이러한 결제체제 차원의 중요성을 그동안 간과해 왔다. 중국은 향후 러시아 LNG를 포함하여 LNG 수입이 늘어날 것이며 원유와 마찬가지로 LNG의 위안화 거래를 위해 상하이에 가스트레이딩 허브를 적극 추진할 것이며 한국 등을 위안화 결제체제로 편입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은 인도·태평양의 LNG 시장을 달러화 블록화 할 것이며 당분간은 중국·러시아·중동 등의 위안화 블록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다. 

  



<참고문헌>

Aizhu, Chen. “China state firms to expand domestic oil, gas exploration after Xi's call.” Reuters, 2018.8.8. 

 

Cornot-Gandolphe, Sylvie.  “China’s Quest for Gas Supply Security,” IFRI, September 2019, 

 

Guo, Aibing and Jasmine Ng, “China Rallies Energy Giants as Trade Spat With U.S. Heats Up,” Bloomberg, 2019.5.30.

 

Zweig, Daivd & Yufan Hao. Sino-U.S. Energy Triangles: Resource Diplomacy Under Hegemony (CRC Pres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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