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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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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과 중국몽(中國夢)의 미래

함명식 소속/직책 :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20-02-10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성도인 우한(武汉)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병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월 10일 기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누적 확진자 수가 4만171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는 908명에 이르렀다. 이는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세계를 휩쓴 증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이하 사스)에 의해 발생한 누적 확진자 수 8천100명, 사망자 수 774명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이다. 현재 중국 외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 중 필리핀, 홍콩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사한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보다 이번 폐렴이 우려스러운 것은 감염 전파 속도와 사망자의 증가 속도가 이전 두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도와 피해 정도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와 정치변동의 상관성

 

전염병, 지진, 화산 폭발, 태풍, 홍수, 가뭄과 같은 천재지변은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일국의 정치체제나 대외관계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2010년 1월 카리브 연안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대지진은 약 16만 명의 사망자와 아이티 인구 약 3분의 1에 달하는 30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당해 연도에 예정됐던 총선과 대선이 무기한 연기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2011년 아이티 역사상 최초의 여야 간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계기로 작용했다.

 

아이티가 정치체제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재해의 사례를 보여준다면,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원촨(汶川)현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같은 해 미얀마를 강습한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의 경우는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학자 백우열에 따르면 개혁 개방 이후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에 깊숙이 편입돼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렸던 중국은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에 신속히 도움을 요청하고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국제사회와 단절된 채 폐쇄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던 미얀마의 군사정부는 필요한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외면해 더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양산했다. 1)

 

백우열의 비교 연구는 국제정치경제질서에 편입된 정도의 차이로 인해, 일국 차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자연재해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얀마가 국제사회의 지원과 원조에 상이한 반응을 나타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비록 권위주의 정치체제였지만 중국은 국제정치경제질서로의 편입을 통해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루었기에 피해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었던 반면 강권과 폐쇄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던 미얀마의 독재정부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정권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 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얀마, 중국, 아이티의 사례가 천재지변과 국내정치체제의 유지나 변화의 원인으로 작동한 사례라면 필리핀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은 동맹 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한 경우라 할 수 있다. 1986년 발생한 민주화 시위에 힘입어 21년 간 권력을 독점했던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정권을 하야시키고 집권한 코라손 아퀴노 정부는 수빅(Subic)과 클라크(Clark)에 위치한 해군과 공군기지 철수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양국의 협상은 1991년 클라크 공군기지 인근의 피나투보(Pinatubo) 화산이 폭발하면서 미군이 신속히 철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위에서 간략히 살펴본 것처럼 자연재해의 발생은 하나의 재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치체제나 외교정책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향후 중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구체적으로 2012년 18차 전국공산당대표자대회를 통해 국가 최고 지도자의 반석에 오른 시진핑 주석이 이끌어 온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에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킬까.  또한 2017년 19차 전국공산당대표자대회 이후 일인 집권체제를 공고화해 온 시진핑 주석 체제를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할까 아니면 정치적 위기의 기폭제로 작동할까.

 

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차이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정치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2002년 사스가 발생했던 시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현재 중국 정부의 대응에서 차이점이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스 발생 시기와 다른 정치 지도부가 들어선 오늘날 전염병에 대응하는 정책에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국 정부의 효율성, 정보 공개의 투명성, 제도의 일부로서 전염병 관리체계의 발전 정도,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뿐만 아니라 여전히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중국 정치제도의 변화 여부를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시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과거 후진타오 정부와 현 시진핑 정부 모두 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전염병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실기하는 공통된 모습을 보였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광둥성에서 처음 사스가 발병했을 당시 광둥성의 간부들은 이를 ‘가짜뉴스’로 부인하면서 초기에 전염병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정보를 은폐했었다. 마찬가지로 2019년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자가 발생했음을 인지한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웨이보를 통해 이를 경고했을 때 중국 관리들은 그를 사회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인물로 규정하고 리원량과 정보를 공유한 의사들을 처벌하고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결국 20년에 가까운 시간의 흐름, 정보통신망의 발달, 사스 발병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 발전, 용기 있는 선각자들의 사전 경고와 주의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중국 정부는 정치권력 유지를 위해 사회에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요소도 불용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지니고 있는 공통된 습성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중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현 시진핑 주석이 대응하는 모습은 인터넷과 휴대폰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활용해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신형코로나바이러스나 우한폐렴을 검색하면 확진자, 중증환자, 회복자, 사상자의 수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으며 각 성별, 도시별 발병 상황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다(아래 그림 1, 그림 2, 표 1 참조). 2) 또한 중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거주 지역을 벗어나 타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집에는 2주간 자가 격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공지문을 부치는 형식을 빌려 주위 사람들에게 경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학교, 직장, 소속 주거단지가 단체 위챗방을 통해 각 구성원에게 하루에도 행동수칙에 대한 공지문을 수차례씩 내려 보내고 각 개인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응은 비록 인권 침해 요소와 관련해 논쟁의 여지를 남길 수 있으나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에게 급박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하는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시작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현 중국 정부가 취하는 각종 조치는 2002년 사스 발생 당시와 비교했을 때 크게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사스 발병 당시 베이징에서 유학했던 한국 학생들은 당시 필요한 정보를 인민일보나 CCTV를 통해 취득했을 뿐 학교나 지역 단위 차원에서 지금과 같은 체계적인 관리와 정보의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3) 이와 같은 상황은 현재 후베이와 주변 성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해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한시와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왜 사망자가 많지 않은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요약하면, 우한시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초동 대응에 실패한 원인과 책임은 사스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시진핑 정부의 대처 방식은 잘 조직된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지닌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위계성, 강제성, 효율성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치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도전을 차단하면서도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 후베이성에서의 국지전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는 지금까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중국 정치체제의 미래 

 

현재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과 주위의 일부 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보이고 있는 관리체제와 행정지도의 성과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는 시진핑 정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에서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중국몽에 도달하기 위한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올해는 이 과정의 첫 단계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완성하는 2020년이다. 하지만 현실의 중국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국인이 고통 받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인적, 물적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지 추정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인구 천만이 넘고 중국의 ‘구성통구(九省通衢)’라고 불리는 우한이라는 대도시가 초토화됐으며 이는 향후 우한이라는 도시가 중국 현대사에서 또 다른 ‘비극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개인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당의 헌법인 당장을 수정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삽입했고 다음 해에는 중국의 헌법을 수정해 국가주석의 연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시진핑주석의 이런 시도를 일인지배체제의 강화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집단지도체제에서 일인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인지의 논란은 차치하고 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 직후 이의 확산을 봉쇄할 수 있는 원천적 기회를 상실한 원인이 중앙 정부에 대한 지방 정부의 종속성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자신을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의 지도자로 격상시키려던 시진핑 주석의 계획은 큰 시련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염병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한발 물러난 듯이 보이는 모습은 이번 사태의 종료 이후에도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시도에 적지 않은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중국 외교의 미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중국몽의 마지막 단계는 중국 건국 백주년(2049년) 이듬해인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강국을 완성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핵심 요소는 중국이 군사굴기를 완성해 세계적 강대국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강대국화를 통한 하드파워의 완성과 국제사회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단점인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고 소프트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이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 원인이 중국의 식습관과 관련됐다는 보도들이 잇따르면서 중국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도시들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중국의 방역체계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잇다. 이는 현지에서 목숨을 걸고 병균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여부와 별개로 중국이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가 중국으로 연결되는 항공망을 일시적으로 금지, 축소하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훈센 총리나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의 연이은 중국 옹호 발언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구축해 온 소프트파워가 원조나 해외투자 같은 경제적 유인책과 연동돼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과 훈센 총리의 모국인 에티오피아와 캄보디아가 중국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정책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로 인해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우려를 고려할 때 중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추진하는 소프트파워 전략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몽의 미래

 

개혁 개방 실시 이후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에 편입한 중국은 경제 성장의 과실을 따먹으며 ‘두 개의 백년’이라는 중국의 꿈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하지만 중국몽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련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시작으로 홍콩과 대만에서 중국의 일국양제에 반대하는 세력이 지방의회와 중앙 정치권력을 장악하면서 시진핑 정부의 외교능력을 시험하더니 이제 국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잠재우고 이로 인해 이탈한 민심을 다듬어야 할 난제가 추가되고 있다. 또한 ‘인간의 꿈’인 무병장수를 실현하는데 실패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실추한 이미지를 처음부터 다시 복구해야 할 출발점에 놓여 있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가 이 도전을 극복하고 순항할 것인지 아니면 난파선처럼 도중에 좌초할 것인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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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ik, Wooyeal. “Authoritarianism and Humanitarian Aid: Regime Stability and External Relief in China and Myanmar”. The Pacific Review. Vol. 24, No. 4 (September 2011), pp. 439-462.

 

2) https://voice.baidu.com/act/newpneumonia(검색일: 2020년 2월 10일). 이 글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 제공하는 정보가 비교적 사실에 가깝다는 전제 하에 현재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쓰여 졌다. 

 

3) 당시 베이징에서 유학했던 중국 전문가와의 인터뷰. 인터뷰 당사자가 익명으로 머무르기를 희망해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2020년 1월 27일).

4) 대부분의 한국 학자는 시진핑의 이런 시도를 일인지배체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지만 일부 후자의 특성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조영남. “중국 마오쩌둥 시대 엘리트 정치: ‘일인지배’의 사례”. 중소연구. 43권 2호 (2019), pp. 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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