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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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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1단계 무역협정 타결과 코로나19의 확산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왕윤종 소속/직책 : 경희대학교 국제대학 객원교수 2020-02-19

미중 관세전쟁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많은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생산 측면에서 중국과 연계된 공급망(supply chain)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국제무역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본재를 비롯하여 원자재와 부품을 다른 국가로부터 조달해야 한다. 리카도의 국제무역 이론은 생산과정에 노동비만 고려한다. 헥셔-올린(Heckscher-Ohlin model) 의 부존자원에 기초한 비교우위론 역시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생산요소는 그 나라가 가진 부존자원이다. 그러나 이제는 완제품의 생산비를 놓고 경쟁하는 19세기식 비교우위론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동일한 산업 내에서 가치사슬(value chain)이 촘촘히 연계되어 산업 간 무역이 아니라 산업 내 무역이 중요해졌다. 가장 흔히 예를 드는 사례가 애플의 아이폰 생산과정이다. 대만의 홍하이가 중국에서 생산을하지만 애플이 디자인하고, 생산에 필요한 각종 핵심 부품은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조달된다. 미중 관세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결국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애플과 미국 소비자들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마지막까지 관세 인상 품목에서 애플 제품은 제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

 

한때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전략 고문을 담당했던 반중 극우파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중국을 비난하면서 미중 관세전쟁이 성공하려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함으로써 중국의 산업 생태계를 허물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화웨이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지 않게 되면 화웨이가 버틸 수 있겠냐는 논리였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그치지 않고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국산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수출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견제 조치에 대해 화웨이는 발 빠르게 홍색 공급망의 구축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미중 관세전쟁은 미중간 전략적 경쟁의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 2020년 1월 15일 미중 양국은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을 하였지만 이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미 상원의 탄핵 부결로 이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는 모르는 것이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미국 애국 농민이 미중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자이다. 2017년 대중 농산물 수출이 195억 달러에서 2018년 92억 달러로 감소했다. 2019년에도 어려움은 가중되었고, 미 행정부는 2019년 20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조정 보조금으로 농민의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이들의 표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미 정부의 보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1단계 협정에서 드러났듯이 향후 2년간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추가적으로 320억 달러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당초 400-500억 달러로 기대되었지만, 그 금액은 현실성이 없었다. 2017년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액이 195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20년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액은 320억 달러로 약정되었다. 2021년에는 2017년의 두 배 수준인 390억 달러이다. 이 정도면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에서 자신의 성과를 크게 떠벌릴 것이다. 애국 농민의 흔들렸던 표심이 트럼프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은 적어도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였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에 호재임에 분명하다. 2019년 10월 15일로 예정되었던 기존 2,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인상(25%→30%)이 취소되었고, 2019년 9월 1일에 부과한 1,100억 달러에 대해서는 관세를 15%에서 7.5%로 인하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2019년 12월 15일에 실시하기로 한 나머지 1,600억 달러에 대한 15% 관세 부과 역시 취소되었다. 결과적으로 3,600억 달러의 상품에 대해서는 2,500억 달러는 25%, 1,100억 달러에 대해서는 7.5%의 관세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 물론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대미 수입품에 대해서 관세를 유지한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계속 부과하면서 수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의 실효성은 사실상 1단계 무역협정의 타결로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현상 악화를 방지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따라서 협상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중국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로 당분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하나가 완화되었다.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세도 이제는 한계에 직면했고, 중국 경제도 6%의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더 이상의 현상 악화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중국 경제가 다시 6%의 성장을 유지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 바로 중국의 핵심적 생산기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로 불리는 전염병이 중국 전역을 강타한 것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2003년 사스 사태가 일시적 영향에 그쳤다는 점, 온라인 소비의 증가, 대응 체계의 개선 등을 근거로 코로나19가 중국 경제 및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초기에는 설득력을 보였다.3) 또한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해서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는 충분히 제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전염력이 사스보다 강하고, 이미 사망자 수가 사스 사태를 2배 이상 넘어서고 있다. 또한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방역체계의 구멍이 뚫리면서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전염병 방역체계에 있어서 초기의 대응이 미흡했고, 이후 우한에서 집중적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보면 중국 지방 도시의 의료시스템이 크게 낙후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4)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로 중국은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을 집중 구매하기로 약정했다. 이중 320억 달러에 달하는 농산물 이외에도 공산품 777억 달러, 에너지 524억 달러, 서비스 수입 379억 달러의 대중 수출 증가가 약정되었다. 구체적으로 HS 4단위로 수출 증대 품목이 부속서에 나열되어 있다. 물론 각 품목별 금액은 확정짓지 않았다. 아마도 가장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품목이 의료품목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2020년 1월 9일 최초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대응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제보건기구(WHO)의 중국대표는 중국정부의 전염병 대처 능력이 사스 위기 때보다 크게 향상되었다고 평가하였고, 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시점은 1월 31일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그동안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총 8명이 입건되었다. 우한 중앙병원에 근무하다 사망한 리원량(李文亮)도 그 중 한 명이다. 페이민신(裴敏欣) 교수는 중국 정부가 사실상 1월 20일까지 웨이신 등 소셜미디어로 확산되는 정보의 확산을 통제했다고 강하게 비난하였다. 그 결과 감염증의 확산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졌고, 시진핑 정부의 국제적 신뢰도는 추락하였다.5)

 

금번 사태에 대한 국내외 분석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경기 하방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Wei(2020)의 주장대로라면 연율로 0.1%포인트 실질 GDP 감소에 그치게 되고,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 미치는 영향은 0.02%포인트 감소에 그칠 것이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0.05%포인트 내외가 될 것이다.6) 2019년 6.1%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경제는 2020년 1분기 5% 미만으로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분기 이후 성장률이 반등한다면 Wei의 주장대로 2020년 6% 또는 5% 후반대의 성장률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우한을 중심으로 공장 가동률이 급락하였으나, 생산이 재가동되면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될 것이다. 또한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현대차 등의 조업 중단 사태도 다시 재개될 것이다. ‘메이드 인 우한’ 또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우한과 중국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필자는 세계 무역의 둔화 현상과 함께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가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7)  그러나 미중 무역 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1단계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당장 와해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오히려 중국은 국산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홍색 공급망의 구축을 통해 자립도를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략 물자 수출 통제로 인해 핵심 소재 및 부품의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의 행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부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없게 될 경우 입게 되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 철강, IT, 바이오 등 전 세계 생산기지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숙고에 들어갈 것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이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는데 실패했던 반면에 금번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가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참고자료>

왕윤종, “미중 통상분쟁이 동북아 통상질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동북아경제연구, 제31권 제1호, 1-40, 2019a.

 

왕윤종, “미중 경제전쟁의 전개와 전망,” 미래성장연구 제5권 제2호, 139-160, 2019b.

 

왕윤종, “미중 경제전쟁에 대처하는 한국의 외줄타기,” 한국경제 대전망, 120-129, 21세기북스, 2019c.

 

현대경제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경제 파급 영향,” 경제주평 20-4, 2020.

 

Pei, Minxin, "The Coronavirus is a Disease of Chinese Autocracy," Project Syndicate, January 28, 2020.

 

Wei, Shang-Jin, "Will the Coronavirus Cause a Major Growth Slowdown in China?" Project Syndicate, January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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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12월 15일로 예정되어 있던 관세인상 계획에는 애플 제품에 대해서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였으나, 이 계획은 미중간 1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전격적으로 취소되었다.

 

2) 이에 대해서는 왕윤종(2019a, 2019b)를 참조하기 바란다.

 

3) 중국계 학자인 Shang-Jin Wei는 1월 27일 Project Syndicate 기고를 통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20년 연간 성장률을 0.1%포인트 하락시키는데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2003년의 사스 위기 때 2분기 성장이 연율 기준 2%포인트 하락했으나 3·4분기에 다시 회복되면서 2002년 9.1%, 2003년 10.0%의 성장을 기록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인터넷 상거래의 활성화로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민간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시적으로 음식점, 호텔, 관광 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4) 코로나19의 최초 발병 시점은 2019년 12월 8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원인 불명의 병원체가 코로나19라고 잠정 판명한 시점은 2020년 1월 9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한 중앙병원에 근무하던 안과의사 리 웬리앙은 2019년 12월 30일 전염병의 위험성을 동료 의사들에게 알렸고, 그는 공안 당국에 의해 거짓 정보를 확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된 리 웬리앙은 2020년 2월 7일 사망했다.

 

5) Minxin Pei, "The Coronavirus is a Disease of Chinese Autocracy," Project Syndicate, January 28, 2020.

 

6)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한국경제 미치는 영향은 낙관적 시나리오의 경우 연간 0.1%포인트, 비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0.2%포인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 왕윤종(2019c)를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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