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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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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대만 선거결과가 양안관계와 中에 주는 영향

이지용 소속/직책 : 계명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2020-02-21

2020년 1월 11일 대만은 총통선거와 제10대 중화민국(대만) 입법위원(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현재 대만 총통이 57.13%를 득표해, 38.61%를 득표한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현 가오슝(高雄)시 시장을 압도적 표차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전체 33% 득표에 38석을 확보한 국민당에 비해, 전체 54%의 득표를 기록하며 61석을 당선시킨 민진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2020 선거에 대한 예측은 2019년 초여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당과 국민당 총통 후보 한궈위의 승리를 전망하는 것이 우세했었다. 2016년 이후 집권해 온 민진당과 차이잉원 총통의 정책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정책 대안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대만의 정치적 선택이 급전하게 된 배경과 그 결과는 중국의 대만 정책뿐만 아니라 여타 대내외적 함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번 대만의 선거 결과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를 꼽으면

‘하나의 중국’ 원칙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만과 중국이 각자 별개의 독립된 주권국가를 추구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중국과 대만의 정치 지도자들이 1992년 비공식적으로 구두 합의한 이른바 ‘92공식’에 의거한다. 하지만 현재는 사실상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기반으로 한 중국에 대만이 흡수 통일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중국은 통일 후에도 대만이 장기간에 걸쳐 현재의 정치 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홍콩식 ‘일국양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바로 ‘일국양제’에 기반한 중국으로의 흡수통일의 길을 지향하는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한 대만의 독립성을 유지하는가를 선택하는 장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로에 선 대만 시민들이 후자를 택한 것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대만 국내의 정치지형은 단순히 민진당과 국민당 양당만의 구도로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안 통일을 기준으로 보면 이른바 ‘범록연맹(泛綠聯盟)’과 ‘범람연맹(泛藍聯盟)’으로 나눌 수 있다. ‘범록연맹’이 각 당의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독립국가를 지향하는 ‘대독(臺獨)’1)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범람연맹’은 통일을 지향하면서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도 수용할 수 있다는 ‘독대(獨臺)’ 노선을 취하고 있다. 2) 이번 입법위원 선거를 ‘범록’과 ‘범람’으로 구분해서 보면, ‘범록’ 진영이 약 62%(민진당 54%, 대만민중당 4.4%, 시대역량 2.7%, 기타 1%)를, ‘범람’ 진영이 약 34%(국민당 33%, 무당단결연맹 0.9%)를 득표했다. ‘대만 독립’ 대(對) ‘하나의 중국’의 구도로 총통선거 결과와 함께 보면 대만의 선택은 6대 3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입장이 압도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이러한 분위기가 급전환 한 계기는 무엇보다도 2019년 여름부터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시대혁명’이 결정적이었다. 홍콩의 ‘시대혁명’으로 중국공산당이 약속한 ‘일국양제’의 실체에 대만 시민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일국양제’를 보장한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대한 사실상 중국화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2019년에는 급기야 제도적으로 홍콩의 체제를 보장한다는 ‘양제(兩制)’의 원칙마저 유명무실화를 시도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대대적인 반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홍콩의 현실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대만인들 사이에서는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대만’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교훈을 얻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만 시민들은 홍콩의 현실에 대한 자각과 위기감으로 중국이 대만 국내의 정치, 언론, 사회 영역을 장악하기 위해 전개해 온 통일전선전략과 그에 대한 폭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다. 중국공산당은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대만의 정치인, 군 간부, 관료 등에 대한 매수 작업, 친중 언론사 신설 또는 기존 언론사 접수를 통한 미디어 접수, 그 외에 학계에 영향력 확대 등을 통해 대만을 장악해 오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만인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만의 미래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해 지고 그 결과가 이번 선거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대만 선거 결과의 의미를 대만 국내에 초점을 맞출 경우, 대만의 독립적 국가 정체성 강화를 꼽을 수 있다. 2020년 대만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는 대만 내에서의 ‘독대’와 ‘대독’의 논쟁사로,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중국공산당의 대만 잠식 전략에 대한 위기감이 홍콩의 ‘시대혁명’을 계기로 대만의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중국으로의 흡수통일의 위험성에 대해 각성하게 하는 촉발제가 된 것이다. 

 

이는 대만의 독립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반을 둔 대만의 국가 정체성을 보다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독립된 대만의 정체성을 다방면에서 확립하는 움직임은 차이잉원 집권 2기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의 결과를 중화권으로 확장할 경우, 이는 다시 홍콩에 영향을 줄 것이다. 즉, 2014년에도 ‘우산혁명’으로 점화되었으나, 2019년부터 본격화된 홍콩의 ‘시대혁명’ 운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지하는 외적 동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더 나아가서 대만과 홍콩의 움직임이 가져올 반향을 보다 크게 보면 중국 국내의 소수민족 문제와 중국공산당 전체주의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결국 중국공산당의 양안 통일 정책과 홍콩의 중국화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만 선거 결과를 중국이 추진하는 대외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와 특히 해양 팽창주의 정책에도 부정적이다.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그리고 서태평양으로 확장해 나가는 교두보의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세력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른바 ‘불침항모’로서의 가치가 있다. 대만이 독립을 강화하고 자유진영과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경우 중국의 해양 팽창주의는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 오고 있다. 중국이 전개하는 대외 팽창정책에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미국 국방부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Indo-Pacific Strategy Report)’는 대만을 파트너 국가로 명시하고 양국 관계의 강화를 천명하고 있다.3) 미국은 여전히 비공식적이지만 대만과의 실질적인 군사안보를 공고히 해 나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으로도 미국-대만 간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4) 대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책적 지원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국가들에서는, 특히 5G를 포함하는 4차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이 거론되고 있다. 4차 산업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중국을 대신하는 유력 후보 국가들에 대만이 포함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또한 이러한 미국-대만 관계 강화는 대만을 독립국가로 사실상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논의의 초점을 중국 국내로 돌리면, 대만 선거 결과와 민진당의 대만 독립 정책은 중국공산당 내의 엘리트 권력투쟁을 촉발시키는 한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집권 엘리트 그룹의 단결력은 공산당 권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의 중국 우한 폐렴 사건은 중국공산당의 통치에 국내적 반발을 야기할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단결이 매우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중앙권력 엘리트 그룹 내의 단결력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전개한 대대적인 정적 숙청으로 중국공산당 엘리트 집단 내의 분열과 갈등은 내재적으로 증폭되어왔다. 다른 한편으로 시진핑 주석이 일인 독재 체제를 공고화 해오고 있으나, 그의 권력기반인 시진핑 파(派)(이른바 習家軍)는 중앙권력은 장악했지만 당내 권력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의 ‘시대혁명’과 대만 선거는 시진핑 주석의 권위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공식적으로 중앙 대만공작영도소조 조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시진핑 정부가 방어적 대응을 취하도록 할 수도 있다. 현재 중앙 통일전선부장은 리커창의 후원을 받는 요우취안(尤權)이 담당하고 있다. 권력투쟁이 촉발될 경우 책임소재를 놓고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산당 엘리트 그룹 내에서의 권력투쟁은 중국공산당의 단결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이는 중국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경제의 구조적 곤경과 미중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의 난관이라는 요인과 결합해 중국공산당의 국내 집정 능력에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대만과 중국, 더 나아가 중화권과 아시아 국제정치는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국내 정치와 양안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에 굵직한 변화 요인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현재 당면한 위기 요인들을 어떻게 관리해나갈지, 그리고 그 여파가 동아시아와 한국에는 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참고자료>

王英津, 臺灣政治體系運作的發展與分析, 臺北: 崧燁文化, 2019. 

 

Department of Defense, “Indo-Pacific Strategy Report,” June 1, 2019, 

https://media.defense.gov/2019/Jul/01/2002152311/-1/-1/1/DEPARTMENT-OF-DEFENSE-INDO-PACIFIC-STRATEGY-REPORT-2019.PDF(검색일: 2019년 11월 28일).

 

Riley Walters, “A U.S.–Taiwan Free Trade Agreement in 2020,”  

https://www.heritage.org/trade/report/us-taiwan-free-trade-agreement-2020(검색일: 2020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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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대독(‘臺獨)’은 대만의 독립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하며 ‘독대(獨臺)’는 독립적인 대만을 추구한다는 의미임. ‘독대’ 노선 내에서도 중국공산당이 주장하는 일국양제에 기반한 흡수통일 지지입장과 ‘하나의 중국’ 원칙과 통일에 찬성하면서도 그 방법에 있어서는 다양한 방안을 제기하는 입장들이 혼재해 있음.

 

2) 王英津, 臺灣政治體系運作的發展與分析, 臺北: 崧燁文化, 2019.

 

3) Department of Defense, “Indo-Pacific Strategy Report,” June 1, 2019,  https://media.defense.gov/2019/Jul/01/2002152311/-1/-1/1/DEPARTMENT-OF-DEFENSE-INDO-PACIFIC-STRATEGY-REPORT-2019.PDF(검색일: 2019년 11월 28일).

 

4) Riley Walters, “A U.S.–Taiwan Free Trade Agreement in 2020,”  https://www.heritage.org/trade/report/us-taiwan-free-trade-agreement-2020(검색일: 2020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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