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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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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코로나19 확산과 중국 정치체제의 양면성

함명식 소속/직책 : 길림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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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의 전 세계적 확산 추세가 가파르다.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발병해 중국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더니 이제 온 세상을 집어삼킬 기세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와 사망자 수도 적지 않은데 현재의 기세라면 얼마나 많은 인명의 희생이 뒤따를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인식되어온 한국,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 미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까지 점차 이 바이러스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인민전쟁’, 전세 역전, 중국의 반격

코로나19 감염 현상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시진핑 주석이 인민전쟁을 선포한 이후 중국에서 바이러스의 상승세가 꺾이는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3월 9일 기준 중국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20명과 17명에 머문 것에 반해 3월 11일 기준 중국 외 다른 나라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35,643명과 976명에 이르고 있다.1) 그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병과 이후 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론으로 궁지에 몰렸던 중국 정부와 시진핑 주석은 최근 부쩍 공세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초 발현지와 발원지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비록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출현했다 해도 이 바이러스의 기원지를 중국으로 환원시킬 증거가 없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지금부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과 차단 실패로 인해 감수해야 했던 국제적 비판을 수세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일련의 과정도 잘 기획된 한 편의 각본을 보는 것 같다. 2003년 사스(SARS) 대응 당시 영웅으로 부상한 중난산(鐘南山) 원사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젊은 과학자들과 국영 매체들이 같은 주제를 연이어 쟁점화하더니 급기야 시진핑 주석이 발원지를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히라는 지시를 하달했다.2)  중국의 지식인, 언론, 정부 기관 중 그 어떤 곳도 중국 공산당의 지시와 감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일련의 시나리오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책임대국으로서의 지도력을 복원시키기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발동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와 평판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설사 중국 외의 다른 어떤 나라가 구체적인 근원지로 지목되지 않을지라도,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오명을 희석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외교적으로 승리하는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요약하면, 중국이 자신감을 가지고 역공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실추된 시진핑 주석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공산당 집권을 강화하기 위한 명분을 확보할 필요성과 함께 선진국으로 인식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에 있다.

우한에서 발현해 중국 전역을 휩쓴 후 온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가는 코로나19는 중국 정치체제와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왜 중국 정부가 이를 신속히 통제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둘째,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한 이후 발생한 인명 피해와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의 인명 피해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후베이성과 다른 지역 사이에 이와 같은 피해의 차이를 가져왔는지에 관한 것이다.

중국모델(China Model, 中國模式)과 갈라파고스 함정(Galapagos Syndrome)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 원인을 설명할 때 학자들이 널리 사용하는 용어가 중국모델이다. 중국모델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개방을 시작한 이후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인을 중국이 유지해 왔던 독특한 정치경제구조에서 찾고 있다. 중국모델이 논쟁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요인과 관련 있다. 첫째,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과 달리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치안정과 사회통합을 장기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유지해 왔다.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군사 쿠데타와 종족 갈등으로 인해 경제발전에 실패했다. 둘째, 경제발전을 이룩한 개발도상국들이 일정한 과정을 거쳐 모두 민주주의로 전환됐는데 중국은 여전히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한때 동아시아 발전 국가 모델이라는 정치경제이론을 유행시킨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발전 이후 모두 개발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성공적인 체제 전환을 이룩했다. 3)

이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있으며 정치체제 측면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민주주의로의 전환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이와 같은 독특한 국내 정치경제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중국모델인데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결합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4)

중국모델은 아직 학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이론적 정향을 지닌 것도 아니고 중국모델이 정치경제 상황이 차별적인 다른 개발도상국에 대안적인 발전 모델로 제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중국의 독특한 경험을 담아내기 위한 시도가 반영된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모델이 주로 중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언급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용어이기에 실질적으로 이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 요인이 공산당 일당독재에 근간한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유지였다는 것이 종종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즉, 경제 개혁 이후 추진된 다양한 경제정책의 도입과 실험은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한 강력한 공산당 일당독재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체제의 주요 특성은 잘 조직된 중앙 집중적, 위계적, 강압적인 정치 기제가 당면한 정치경제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율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중국모델이 중국의 성공한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학문적 개념이라면 갈라파고스 함정은 정체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다.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한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지형에 특화된 형태로 진화한 동식물을 보고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구한 것에서 차입한 개념으로 국제적인 표준과 규격에 맞춰 혁신을 주도하고 경쟁하기보다 특정한 형태의 시장에 기댄 생존 전략만을 구사하다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나 기업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혁신을 통해 최첨단 기술을 획득했음에도 자국의 내수 시장만을 타겟으로 한 개발 전략을 고수하다 결국 국제시장에서 도태된 일본의 대표적인 IT와 전자 산업 업체인 소니, 샤프 등의 전략 실패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이후 일본 자동차 산업의 성장 동력 상실뿐만 아니라 유사한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기업의 사례 분석에도 적용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수용되는 표준과 규격을 창조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국가와 기업이 생존할 수 없음을 내포하고 있다.5) 중국모델과 갈라파고스 함정은 원래 경제발전과 정체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됐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의 발발과 확산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대응방식과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분석 틀로도 활용될 수 있다.

갈라파고스 함정과 우한의 비극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출현을 처음 공론화한 인물은 우한 중앙(武漢中心)병원의 안과 의사 리원량(李文亮)이었다.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사스와 유사한 증세의 환자가 발생한 것을 발견한 그는 중국 소셜미디어인 위챗 단체방을 통해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렸으나 오히려 사회안전을 위협한다는 죄목으로 처벌받았다. 중국의 중앙과 지방 정부가 리원량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를 취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사회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류적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약 20년 전 이미 사스 사태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은 중국에서 왜 사스 발생 때와 똑같은 잘못이 반복됐을까. 필자는 중국의 발전을 가져온 중국모델이 오히려 중국을 갈라파고스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었고 이로 인한 폐해가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중국모델의 정치적 의미는 과도한 중앙집중주의와 수직적 위계질서로 인한 지방 정부의 정치적 자율성 제한, 관료주의의 만연, 성과 만능주의, 책임회피와 통계 조작 같은 중국 정치의 부정적 속살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 정치의 이런 속성은 코로나19가 처음 우한에서 발생했을 때 우한시와 후베이성 정부와 공산당 조직이 이를 중앙정부에 직보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진실을 숨기고 정보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특히 다가오는 춘절과 1월에 후베이성에서 개최될 지방 양회를 앞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위상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신종 전염병 창궐에 대한 보고는 지방 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관료 모두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는 중국모델의 창출을 가능하게 했던 중국 특유의 권위주의적 정치 시스템이 예상된 궤도에서 이탈하는 순간 오작동을 피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대한 초동 대응 실패는 서구모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중국모델이 자유주의 질서의 보편적 요소인 자율성, 대표성, 책임성, 투명성, 공공 이익의 추구라는 핵심적 가치를 외면한 채 자기만의 협소한 발전 양식을 고수했을 때 나타나는 갈라파고스 함정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모델 유용성과 효과적인 퇴치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후 중국 정부는 전국 상황을 지도할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1월 23일 우한에 대한 봉쇄령이 공표된 직후 대도시의 거의 모든 공공시설을 폐쇄했다. 학교, 학원, 극장, 체육시설, 쇼핑센터, 백화점 등이 문을 닫고 대중교통 수단도 운행을 최소화하거나 일부 운행 중단 조치했다. 예를 들어, 확진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린성(吉林省)의 성도 창춘(長春)에서도 지하철 운행의 전면 중단, 버스와 택시 운행의 최소화, 식료품점을 제외한 대부분 상가의 철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에서는 거주민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고 거주민도 식료품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외출만 허용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는 아파트 거주민의 출입을 봉쇄하고 필요한 식료품은 외부에서 공급했으며 자가격리를 강제하기 위해 외부에서 출입문을 봉하는 사태가 사방에서 발생했다. 춘절 기간 문을 닫은 사업체들은 이후에도 2-3주씩 직장 복귀가 미뤄졌으며 모든 단위의 정책과 행정 지침은 온라인과 사회연결망을 통해 전달되고 각 하부 단위의 소속원들은 해당 조직에 각자의 건강상태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행동지침을 하달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와의 인민전쟁 기간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체계가 주민 통제와 코로나19 차단에 유용성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도의 통제와 관리체계가 장기간 작동했는데도 이에 대한 반발과 저항보다 ‘자발적’인 협력이 유지됐다는 것은 중국모델이 강조하는 ‘중국 특색의 정치 시스템’이 위기의 순간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수용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공산당 지배의 합법성을 교육받고 이를 대체할 만한 정치 조직이나 시민사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대안 내지는 최악의 결과를 모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 결과 우한을 봉쇄한 지 한 달여 만에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3월 10일 시진핑 주석이 우한을 공식 방문하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중국적 특수성의 미래

우한에서 창궐한 코로나19의 광범위한 확산은 중국 정치체제가 지닌 두 가지 특성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우한에서 입증된 것처럼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근간으로 한 중국모델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사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국가가 총력전을 펼칠 때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 침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의 파장이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은 지배의 정당성을 되찾고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 특성을 더욱 강조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특수성의 강조로 인해 초래되는 막대한 비용과 희생이 반복되는 구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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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voice.baidu.com/act/newpneumonia/newpneumonia/?from=osari_pc_3(검색일: 2020년 3월 11일)

2) https://news.joins.com/article/23720303(rjatordlf: 2020년 3월 5일).

3) 비록 싱가폴이 여전히 권위주의 형태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할지라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안정적인 정치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4) Scott, Kennedy(2010), “The Myth of the Beijing Consensus,”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Vol. 19, No. 65, pp. 461-477; Suisheng, Zhao(2010), “The China Model: Can It Replace the Western Model of Modernization?”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Vol. 19, No. 65, pp. 419-436..

5) Shige, Makino, and Tom, Roehl(2010), “Learning from Japan: A Commentary,”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Vol. 24, No. 4, pp. 38-45.

첨부파일 CSF_전문가오피니언_코로나19 확산과 중국 정치체제의 양면성_함명식.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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