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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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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촉발한 국제정치 지형 변화

함명식 소속/직책 : 길림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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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창궐한 코로나19가 국제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처음 후베이성(湖北省) 성도 우한(武漢)에서 출현한 코로나19는 3월 27일 기준 중국에서만 누계 확진자 82,163명, 사망자 3,298명을 발생시켰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을 마비시킬 때만 해도 서구 세계는 전염병의 확산 원인을 중국 정치 시스템의 권위주의적인 성격과 연관시키며 이를 중국에 ‘국한된’ 전염병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도 채 경과하지 않은 지금 코로나19는 완전히 새로운 ‘국제 감염 지도’를 생성하며 국제정치 지형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같은 날 기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는 누계 확진자 수에서 각각 85,991명, 80,589명, 57,786명, 45,014명, 29,566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서 사망자가 각각 8,215명, 4,365명, 1,296명에 이르고 유럽 전체 누적 확진자 수가 29만 명에 육박하는 등 서구 국가들은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지금까지 집계한 불명예스런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1)

코로나19, ‘게임 체인저’ 되나?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단기적으로는 향후 1-2년간, 상황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오랜 기간 국제정치 무대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자체가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는 아니지만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행위자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변인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종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우한을 비롯한 여러 도시를 강제로 봉쇄하는 정책을 취할 때 이를 바라보는 서구 언론의 시각은 역병의 발생과 전개 과정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같은 제3자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국제정치와 중국 전문가들도 코로나 사태가 시진핑 체제와 중국의 대외정책에 미칠 영향력에 관심을 기울였다.2)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의 입지는 서구의 공세에 간헐적으로 대처하는 수세적인 위치에 처했었다. 하지만 패권 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핵심 구성원인 유럽연합과 일본이 코로나19에 유린당하는 모습은 신종 바이러스 폐해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국제정치 무대에서 궁지로 몰리던 중국이 역공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피해자로 전락한 이번 사태의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코로나19가 발생시킨 쓰나미의 파장이 그만큼 크고 오래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는 단기적으로 현 국제정치 지형에 변화를 가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의 잠재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수행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것이 미래 국제정치 지형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인가? 아래에서는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패권 도전국이자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중국이 향후 당면할 과제와 도전을 중심으로 간략히 전망할 것이다.

‘마스크와 의료진’공급에 휘둘린 미중 패권경쟁

미중 패권 경쟁과 관련된 최근의 논의는 누가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가치사슬 창출을 선도할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5G, 인공지능, 안면인식, 빅 데이터, 자율주행 자동차, 우주산업 등이 부각되는 4차 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의 혁신과 발전이 패권 경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과거 패권경쟁의 핵심 논의가 군사력, 경제력,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에 역점을 두었다면 오늘 날에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빚어낼 글로벌 가치의 중요성이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전염병인 코로나19의 발생은 최첨단 영역에서 전개되던 패권 경쟁 논의를 경제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정치경제학 원론 차원의 접근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세계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무역업, 금융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노동력의 이동 정지로 인해 전 세계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있고 국제공항과 항만의 폐쇄는 글로벌 무역을 원천 봉쇄시키고 있다.3)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상회할 것 같은 경제 충격이 예상되면서 일부 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대공황과 연결시키기도 한다.4)

문제는 임박한 파국의 시기에 후퇴하는 세계 경제를 복원시키고 국경 봉쇄가 불러온 충격을 조율할 국제적인 리더십이 부재 하다는 것이다. 2차 대전 후 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미국은 현재 자국이 직면한 코로나19 위기를 관리하기에도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올해 대선에서의 재선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코로나19의 희생양 찾기에 진력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 타깃은 중국이다. 반면 자국에서의 초동 대처에 실패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세계에 확산시킨 중국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각국에 마스크와 기초적인 의료 용품을 지원하며 미국을 대신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5)

상황이 더 악화돼 미국이 중국의 우한처럼 극단적인 혼란에 빠져든다면, 혹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문을 걸어 잠그고 보호무역주의와 중상주의 정책으로 선회한다면, 6개월 뒤의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4차 산업혁명, 첨단 과학기술 개발이 패권 경쟁 논의의 기조를 이루던 상황을 뒤로하고 인류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공재를 제공해 줄 누군가의 출현을 고대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그런 날이 온다면 중국이 시장경제와 상호의존의 증가로 축약되는 전후 세계 경제의 흔들림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신종 치료제의 개발로 코로나19가 퇴출된 상황에서 바이러스 유포에 대한 책임 논란에 휩싸이며 그동안 공들여온 소프트파워의 기반마저 상실하게 될까?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창궐이 미중 패권 경쟁의 양상을 복잡하게 변모시키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할 서구와 중국의 거버넌스 경쟁

코로나19가 알려준 놀라운 결과 중 하나는 서구 거버넌스 시스템의 허약함이다. 불과 며칠 내지 몇 주 사이에 폭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미국과 유럽의 무기력함은 그동안 선진국으로서의 위상과 존엄을 과시하던 서구 국가들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대해 가해지는 부정적인 평가의 수위 자리는 항상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개인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침해가 차지하고 있었다. 코로나19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취한 도시 봉쇄와 이동 중지 같은 강압적인 격리 조치는 효율성과 인간 안보라는 측면에서 서구 국가들의 비판 대상이 됐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보건과 의료시스템은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 하에서 작동하는 민간 의료시스템과 인프라에 비해 경쟁력과 효율성이 낮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요약하면, 국가에 대한 시장의 종속, 중앙에 대한 지방의 자율성 상실, 공산당 지배에 맞선 민간의 부재 같은 대립 구도는 서구에서 중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단골 메뉴들이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가 배양한 높은 수준의 시민 의식 또한 서구 사회가 중국을 폄하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유럽에서 보여 지는 국가의 무능, 의료시스템의 붕괴, 시민 의식의 몰락은 전 지구적 위기의 순간에 서구가 내세우던 거버넌스 시스템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방치된 채 발견된 요양원의 시신 더미, 재활용 봉투를 개조해 부족한 방호복을 대체하는 의료진의 모습, 제품이 동이 난 대형마트에서 부족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다투는 이기적인 인간 군상이 지금까지 선진국으로 추앙받던 국가에서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급기야 ‘중국 바이러스’라고 우겨대던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코미디까지 연출되고 있다.6) 서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국가의 능력을 둘러싸고 중국 모델과 서구 민주주의 사이의 거버넌스 논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7) 그리고 이는 코로나19 기원과 확산을 둘러싼 책임 논란과 함께 갈등의 주요 쟁점으로 대두될 것이다.

중국을 봉쇄한 주변국의 코로나 외교

중국의 코로나19 발생 이후 서구 국가들이 이에 대처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시간을 보낸 것과 달리 중국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의 약소국들은 재빨리 국경을 폐쇄하는 조치로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 결과 몽고와 베트남은 3월 27일 현재 확진자가 각각 11명과 153명 발생했지만 아직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거두었다. 같은 중화권 국가인 대만과 싱가포르도 비록 확진자 수는 각각 267명과 683명을 기록하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두 나라 모두 2명에 그치며 국경 조기 봉쇄에 따른 효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지만 높은 경제적 의존도가 반드시 외교에서 자율성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상기의 국가들은 중국과의 비대칭 관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부상하는 중국에 맞서 일방적인 편승(bandwagoning)이 아닌 균형(balancing)과 회피(hedging)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며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대등한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서구의 어떤 강대국보다 발 빠른 외교 조치를 통해 자국의 국민을 보호했다. 이는 중국을 경시하기만 하며 자국의 방역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다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든 서구 강대국이나 중국과의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방역 타이밍을 놓쳐 불필요한 비용과 희생을 치른 국가들에게 외교의 좋은 본보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치열하게 전개될 강대국 간의 국제정치 전장에서 약소국이나 중소강국이 주도할 수 있는 전략적 외교 공간의 가능성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이 미국, 중국과 개척해나갈 양자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해독해야 할 한중관계 행간 읽기

한국은 한때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많은 나라로부터 입국 금지나 특별 관리 조치가 취해지는 국가로 지목됐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방역 국가의 모범적인 사례로 칭찬받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메르스로부터의 경험, 선진적인 의료기술, 의료진의 헌신, 선구안을 지닌 의료장비 기업의 창의성이 정부의 노력과 결합돼 얻어진 값진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 단계에 자족하지 않고 준비해야 할 미래의 시간이다. 어떤 식으로든 코로나19는 종결될 것이고 이후 더욱 치열해진 미중 패권 경쟁, 서구와 비서구 대결, 강화된 자국 중심주의, 민족주의와 인종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국제정치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 과정에서도 한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배려와 의리를 중시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몽고처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한국보다 더 높고 중국과의 관계가 더 비대칭적인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다. 더욱이 중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마저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둔 것에서 알 수 있듯 외교는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역대 한국 정부는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결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치우치는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명료한 예로 노무현 정부의 사스 외교 이후 중국이 공표한 동북공정,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외교 이후 중국이 가한 사드보복,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외교 이후 중국이 취한 자국 방역 우선 조치와 외국인 입국 금지 등은 국제정치와 한중 관계의 냉혹한 현실을 반복해서 깨우쳐 주고 있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는 더 냉혹한 모습으로 다가올 국제정치 지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의 고민이 시급함을 암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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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voice.baidu.com/act/newpneumonia/newpneumonia/?from=osari_pc_3 (검색일: 2020년 3월 27일). 이 글에서 언급된 코로나19와 관련된 통계는 모두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인용했다. 

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2251705076493?did=NA&dtype=&dtypecode=&prnewsid=;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china/2020-03-18/coronavirus-could-reshape-global-order?fbclid=IwAR3xWQ9nOjE60W5OzOpHK0nX6Ol7v1y9X8KBuMLZZJOYnCR2Q83LPqHCtSw; https://www.theatlantic.com/ideas/archive/2020/03/china-trolling-world-and-avoiding-blame/608332/?utm_source=facebook&utm_content=edit-promo&utm_medium=social&utm_campaign=the-atlantic&utm_term=2020-03-19 (검색일: 2020년 3월 25일).  

3)중국 외교부는 3월 28일 0시부터 일부 외교와 공무 목적을 제외한 외국인 소지 비자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통지문을 게시했다. 이로 인해 모든 외국인의 중국 입국이 사실상 전면 중지됐다.

4) https://www.yna.co.kr/view/AKR20200325193100009?input=1195m (검색일: 2020년 3월 25일).

5) https://news.joins.com/article/23735681 (검색일: 3월 26일).

6)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406635&code=61131111&cp=nv (검색일: 2020년 3월 26일).

7)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0/03/26/the-state-in-the-time-of-covid-19 (검색일: 2020년 3월 27일).
첨부파일 CSF_전문가오피니언_코로나19 대유행이 촉발한 국제정치 지형 변화_함명식.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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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제정치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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