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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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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년차에 접어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0-05-06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 중 제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벌써 7년차에 접어들었다. 美·中간의 경쟁이 무역, 에너지자원, 금융, 기술을 망라한 전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와 투자 정책인 일대일로 정책이 현재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현재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도전과제들이 남아있는지 정확히 평가하고 향후 전망을 해 볼 시기이다. 

최근 2-3년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함께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의 투자 대상이 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서 반발과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 바 있다. 2020년은 출발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美·中 패권경쟁 향배에 중대 변수가 발생한 한해가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충격이 코로나 대응으로 약화된 개발도상국 국가들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더욱 확대될 것인지 아니면 추가 투자 동력이 상실된 채 축소될 것인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개방적이던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 사태이후 어떠한 입장 변화가 있을지도 변동성이 예측된다.

일대일로 정책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중동, 유럽 등 세계 각 지역과의 무역 금융 에너지자원 확보 차원에서 지리적으로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 놓고 중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육상과 해상 두 개의 물류 운송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관심을 끌어 온 일대일로 사업의 꽃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중국-유럽 철도(China-Europe Rail Express) 사업이다. 2011년 중국의 충칭과 독일의 뒤스부르크를 연결하는 노선이 처음 시작된 이후 2020년 현재 65개 노선까지 확대되었으며 중국의 50여개 유럽의 45개 도시가 연결될 정도로 확대되었다. 고대 실크로드를 낙타가 짐을 싣고 이동하였다면 21세기 실크로드는 중국과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철도가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철의 낙타”(steel camel)로도 불린다. 과연 중국-유럽 철도 화물 컨테이너의 절반이 빈 칸으로 다닐 정도로 경제성이 없고 중국정부의 보조금으로 지탱하는 사업일까? 해상 운송과 비교해 철도 운송은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2016년 1월 이란까지 연결되었고 2017년에는 13000km 최장 노선인 마드리드까지 연결되었으며 2020년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국가들까지 연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철도 운송은 계속 확대될 것인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유럽 국가들의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가장 큰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사업이 유럽항구들을 연결 하는 해상실크로드 연계이다. 중국의 유럽으로의 수출은 철도가 3 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60 퍼센트가 해운 수출이다. 일대일로 정책이 공식 출범하기 이전부터 중국은 유럽의 항구들에 대한 투자와 인수 합병에 공을 들여왔다. 현재 중국은 13개에 이르는 유럽의 주요 항만에 지분 투자하거나 소유 운영을 하고 있다. 중국이 2008년부터 그리스의 피레우스 항구에 투자를 시작해 2016년에는 완전히 인수하여 운영권을 확보하게 된 것은 잘 알져진 사실이다. 중국의 투자로 그리스 항구가 유럽 4대 항구로 물동량이 확대될 정도로 성공한 것을 보고 이태리 정부도 2019년 이후 중국의 이태리 항만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최근 서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동유럽 남유럽 항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 투자에 대한 안보적 군사적 리스크 위험을 강조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동유럽 서유럽의 중국의 항만 투자에 대해 분열되는 이유와 중국의 항만 투자 이면에 해군 군사력 팽창의 의도가 있는지를 검토해 볼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이 특히 위협으로 지적하는 그리스 항구로 이동한 물품을 육로로 세르비아 헝가리로 이동시키기 위한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살펴 볼 것이다. 그리스와 이태리 항구 개발과 이들 항만과 도로와 철도로 발칸 동유럽 국가들이 연결됨으로써 서구 국가들의 무역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북부유럽의 로테르담 뒤스부르크 함부르크 등의 항구들이 물동량 감소 등을 가늠해 볼 것이다. 

일대일로 투자비의 절반 이상이 투자된 지역이 아시아이다. 2018년 10월은 일대일로 정책이 5년차를 맞이하는 해로 당시 그 성과와 전망에 대한 언론 보도와 연구보고서들이 줄을 이어 나왔었다. 당시 보도의 주종을 이루는 논조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한계점에 봉착해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일대일로 정책下 신규 해외 투자는 2017년부터 감소하고 있었고 더 큰 문제는 기존에 진행중이던 대표적 사업들이 투자 취소나 축소 순서를 밟고 있다는 지적들이 줄을 이었다. 당시의 비판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채무 덫 외교” (debt trap diplomacy)가 제시되었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학자는 인도의 브라마 첼라니(Brahma Chellaney)로 중국이 경제 체력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들에게 무리한 인프라 구축 사업을 위해 중국정부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받도록 해 결국 국가 재무건전성이 약화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국제기구들은 일대일로 65개 연선국가들 가운데 23개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까지 하였다. 당시 이러한 비판의 도화선이 된 사업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로서 결국 중국이 건설 중이던 해당항구를 99년동안 조차하게된 경우로서 중국정부가 일부러 빚을 지게한 경우는 아니었다. 2018년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마하티르 수상이 대표적 일대일로 사업이던 200억 달러 규모의 말레이반도 동서부를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계획을  사업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것을 요구한 것이 일대일로 사업의 이미지에는 가장 큰 타격이었다. 70조원이라는 가장 큰 사업비가 들어간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와 연관 인프라 구축 사업 (CPEC-China Pakistan Economic Corridor)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미얀마도 부채 우려에 서부 차우퓨 항구 건설 사업비를 기존 73억 달러에서 10억여 달러로 대폭 줄였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사업비 조정 이후 다시 사업을 재개하였으며 2020년 1월 시진핑 주석의 미얀마 방문이후 미얀마의 일대일로 사업들의 최근 추진 현황에 대한 점검이 매우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일대일로 연구에서 잘 부각이 안 된 사업들이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사업들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일대일로 진출은 대표적 개발도상국인 아프리카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서구국가들이 모범적으로 끌어내지 못한 아프리카 개발 모델을 중국이 과연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새롭게 제시할 수 있을지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 미국의 전략이 급변하고 있다. 에너지독립을 이룬 미국이 중동에 올인하던 그동안의 전략을 바꾸는 사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중동으로의 확대가 괄목할 만하다. 과거 미국의 동맹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새로운 파트너가 되고 있다. 중동의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 사업은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확장과 관련 산업단지 건설 사업이다. 유럽 지중해 피레우스 항구와 발칸반도 육로 접근이 가능하려면 우선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자 프랭코판 교수에 의하면 길게 보면 실크로드의 문명은 50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해양항해 기술과 운송 해군력으로 유럽과 미국이 인도양 지중해, 태평양의 제해권을 장악한 것은 최근 500년에 불과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실크로드 연안의 경제와 문명을 복원시키는 제해권에 기초한 서구세력의 쇠퇴를 의미하며 역사적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 시리즈의 형태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최근 현황과 전망을 유럽,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육로와 해상 운송로의 순서대로 점검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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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rankopan, Peter 《실크로드 세계사: 고대 제국에서 G2 시대까지》,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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