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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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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차 무역합의 중 지식재산권 합의에 관한 소고

김인식 소속/직책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박사후연구원 2020-05-11

1. 미중 1차 무역합의의 배경과 성과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충돌해온 미국과 중국은 수차례 반목을 거듭한 끝에 2020년 1월 드디어 1차 무역합의에 이르렀다. 서문,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식품 및 농산물 무역, 금융 서비스, 통화, 무역 확대, 분쟁 해결의 8개 챕터, 영문판 기준 총 85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본 합의는 협상개시 이후 무려 17개월 만에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단계 협상(Phase One agreement)’이라는 명칭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대단히 초보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합의는 양국이 지난한 협상 끝에 도출한 합의인 만큼 미국과 중국이 어떤 사안에서 어떠한 논리로 대립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이자 향후 무역협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문은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 쟁점의 하나인 지식재산권에 대한 1차 무역합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그 실효성과 이행가능성에 대하여 분석하여 본 합의의 시사점과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무역합의 중 지식재산권 관련 주요 내용과 쟁점

1) 합의의 원칙과 구성
본 합의에서 미국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은 지식재산권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국가로서 지식재산권 보호 법률 시스템을 건립하고 이를 시행하는 것의 중요성에 합의하였다. 지식재산권 관련 합의는 총 36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부적으로는 일반 규정을 포함하여 상업 비밀 등의 보호, 의약품, 특허, 온라인에서의 위조 및 도용 등 11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특히 상업 비밀과 비즈니스 정보의 보호(7개)와 해적판 및 위조품의 생산과 수출(6개) 및 지식재산권 분쟁의 사법집행과 절차(6개)의 세 가지 영역에서 가장 구체적인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2) 합의의 의의와 성과
미중 1차 무역합의가 대체로 모호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합의의 의의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합의의 가장 큰 의의는 상당기간 극단적으로 대치하던 양국이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진 미국과 중국이 이와 같이 대립하는 상황은 양국의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대단히 큰 부담이었으며 또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본 합의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제거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양국은 모두 자국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한 합의에 도달하였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theft), 사이버 스파이, 행정기관에 의한 지식재산권의 공개 등의 수단을 통하여 중국이 미국과 미국기업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하여 왔고(USTR, 2018), 이에 대하여 중국은 중국 과학기술의 혁신은 자력갱생이 원천이며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기술이전을 강요한다는 지적은 근거가 없다는 주장, 즉 지식재산권에 관한 중국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음을 일관되게 주장하여 왔다(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2019). 본 합의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국의 주장을 절묘하게 절충하여 미국은 자국의 주장을 합의문에 모두 담음으로써 중국으로 하여금 문제의 존재를 인정하도록 하여 향후 본격적인 협상의 아젠다로 이끌어냈고, 반면 중국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지식재산권 소비국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생산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법제와 보호시스템은 중요한 의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에 합의함으로써 양국 모두 자국의 입장을 관철시킨 모양새로 합의에 이르렀다. 협상이 일정한 양보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지극이 일반적 상식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모두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협상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합의도 도출해내지 못했다. 본 합의는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양보와 타협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상호 상대국의 입장을 인정한 것이자 향후 진전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에서 그 의의를 인정할 수 있다.

셋째,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첨예하게 대립하던 문제에 대하여 세부적인 해결방안이 합의되었다. 예를 들어 상업 비밀과 비즈니스 정보 보호에 관하여 상업 비밀의 범위와 상업 비밀 침해행위를 명확하게 규정(Article 1.4)하여 해킹, 누설금지나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는 행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가 허락없이 공개 혹은 사용하는 행위 등으로 확정되었고, 지식재산권 분쟁 중 입증책임의 전환(Article 1.5), 지식재산권 침해의 형사책임 강화(Article 1.7), 정부기관에 의한 상업 비밀의 공개의 금지(Article 1.9) 등 지식재산권 관련 핵심 쟁점의 일부가 합의되었다. 또한 단 2개의 조문만을 합의한 의약품 관련 내용도 원론적인 내용에 덧붙여 상장 조건을 만족하기 위하여 제공된 실험 데이터 및 기타 비공개 데이터에 대한 보호를 적시하였고, 의약품의 특허 신청 시 보충데이터의 허용(Article 1.10), 특허 분쟁의 조기해결 기제(Article 1.11) 등 미국이 강력하게 주장하던 일부 쟁점들을 중국이 수용한 것은 분명 본 합의의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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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합의의 한계
다만 본 합의는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양국이 각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합의로서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양국은 모두 자국이 입장을 전부 관철해내지는 못했다. 결국 본 합의는 애매한 수준의 합의인만큼 그 한계 역시 뚜렷하며, 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일부 영역에서는 유의미한 합의가 있었으나 더 많은 영역에서 원론적인 합의 이상의 결과물은 없다. 상업비밀의 보호, 해적판 및 위조물품의 생산과 수출, 지식재산권 분쟁의 사법집행과 절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1-3개의 원론적 합의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는 양국간의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음을 뜻하며, 1차 무역합의의 성격이 사실상 합의보다 향후 협상을 위한 아젠다의 확정에 가까움을 시사한다. 협상은 끝이 아닌 이제부터 시작이며 향후 양국은 본 합의에서 확정된 사안을 기초로 더욱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둘째, 본 합의의 지식재산권 관련 조항은 그 일정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농산물수출 관련 협의의 대부분이 구체적 일정이 확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본 합의의 전체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것은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양국이 대원칙과 방향성에 대해서만 합의하였을 뿐 실질적인 내용 및 일정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식재산권 법률 시스템을 정비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수준을 제고하는 것은 미국의 주장과 별개로 중국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지식재산권 관련 법제가 WTO가입을 전후하여 기본적으로는 완성되었다고 보고 있으며(吴汉东, 2009 등), 실제 『중화인민공화국 상표법(中华人民共和国商标法)』은 1982년 제정되고 1993년, 2001년, 2013년, 2019년 개정되었고, 『중화인민공화국 특허법(中华人民共和国专利法)』은 1984년 제정되어 1992년, 2000년, 2008년 개정되었다. 또한 『중화인민공화국 저작권법(中华人民共和国著作权法)』역시 1991년 제정된 이래 2001년과 2010년 개정되는 등 중국이 관련 법제의 개선에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만약 중국이 1차 합의 이후에도 종전의 일정을 고집하는 경우, 즉 법률 및 제도의 개선을 지연하는 경우 본 합의는 원론적인 방향성에 대한 합의 및 양국의 이견에 대한 확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셋째, 일부 세부내용은 중국이 단순히 행정법규를 제·개정하는 것으로 이행이 불가능하고 법률개정 사항으로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식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강화는 중국 『형법』 제219조가 범죄 구성요건으로서 ‘중대한 손실(重大损失)’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최고인민검찰원, 공안부의 관할 형사사건 소추기준에 관한 규정 2(最高人民检察院、
公安部关于公安机关管辖的刑事案件立案追诉标准的规定 二)』가 손실액 혹은 불법소득액 50만 위안 이상으로 그 기준을 규정(동 규정 제75조)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본 합의는 이에 대하여 잠정적으로 원가증명을 통하여 보충적으로 손실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실제 발생한 손해를 형사처분의 전제로 하는 법률조항을 삭제하기로 하였다. 요약하자면 비교적 소액이거나 손실의 증명이 어려운 지식재산권 침해사안은 형사소추가 어려운 중국 현행법의 문제를 개선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본 합의를 최종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형법』은 중국 『헌법』 제62조에 규정된 기본법률(基本法律)로서 반드시 매년 1회만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하여 개정할 수 있다. 비록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다른 국가의 의회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각 단계별 장애물은 충분하며 신속한 이행과는 더욱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3. 1차 무역합의의 전망

종합하자면 본 합의는 지난한 협상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종료의 결과물보다는 의제를 확정하고 논의의 방향에 대해서 합의한 실질적 협상개시의 선언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합의의 내용 역시도 원론적인 내용에 머물고 있으며 향후 논의할 의제에 대하여 확정한, 말 그대로 ‘1단계’ 합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세부내용의 부실함을 이유로 1차 합의의 의의를 폄하할 필요는 없으며, 반대로 본 합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서명 당시에도 밝힌 바와 같이 곧 후속협상이 시작되면 양국은 또 다른 공방, 어쩌면 더욱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해결의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는 1차 합의 내용의 부실함과 더불어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인하여 상황이 급변하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은 양국이 무역합의를 순조롭게 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미국이 코로나 19의 중국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진전된 후속협상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무역분쟁 국면에서 어렵게 얻어낸 1차 합의라는 성과의 향방은 순조로운 발전보다는 이대로 사장되거나 소기의 성과조차도 바래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증폭시키고 있는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미중 무역분쟁에 작은 영향력도 행사하기 어려운 우리로서는 현재의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참고 자료>

USTR. 2018. Findings of the Investigation into China’s Acts, Policies, and Practices related to Technology Transfer, Intellectual Property, and Innovation Under 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https://ustr.gov/sites/default/files/Section%20301%20FINAL.PDF (최종검색 : 2020-05-04)

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19. 关于中美经贸磋商的中方立场. http://www.gov.cn/zhengce/2019-06/02/content_5396858.htm (최종검색 : 2020-05-04)

吴汉东. 2009. 中国知识产权法制建设的评价与反思. 中国法学, 20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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