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의 제정과 미·중 관계의 향방

박소희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박사 2020-06-12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两会,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하 전인대와 정협)가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두 달 남짓 늦은 5월 21일 개최되어 28일 막을 내렸다. 5월 22일 제13기 전인대 3차 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였고, 홍콩 내부의 반발과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5월 28일 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지난 2018년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금융, 기술, 올해 코로나19 책임론 등 여러 방면으로 확대되어 온 미·중 갈등 양상은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의 추진 배경 및 주요 내용


5월 28일 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 메커니즘의 수립 및 완비에 관한 결정>(关于建立健全香港特别行政区维护国家安全的法律制度和执行机制的决定, 이하 홍콩 국가보안법)1) 에서는 지난 몇 년간 홍콩의 독립, 국가 분열, 테러리즘 활동 등 각종 위법 행위가 중국의 국가 주권과 통일, 영토의 완정(完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일부 외부세력이 홍콩을 이용하여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전개했다고 언급하였다. 이에 국가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지키고, ‘일국양제(一国两制,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제도 체계를 견지하고 완비하여 홍콩의 장기적인 번영과 안정을 지키고, 홍콩 주민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 헌법> 제31조와 제62조 제2항, 제14항, 제16항의 규정 및 <중국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의 관련 규정에 근거하여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와 활동, 국외 세력이 홍콩을 이용하여 분열, 전복, 침투, 파괴하는 활동에 대해 예방, 제지, 처벌할 것을 명시하였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의 국가안보 수호 관련 기관을 홍콩에 설립하고 국가안보 수호 관련 직책을 이행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보 교육을 실시하고,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와 활동 등의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중국 중앙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명시하였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각 측의 입장


이번 전인대를 통해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5월 28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홍콩 내 범민주파는 이는 ‘일국양제’에 대한 사형선고로서 홍콩은 향후 ‘일국일제’를 이행해야 할 것이며 언행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될 것2) 이라고 비판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 국제적인 중심지라는 홍콩의 위상에 타격을 줄 것3) 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홍콩 내에서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캐리 람(Carrie Lam) 행정장관은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시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지지를 구한다 4)고 밝혔으며, 덩빙창(邓炳强) 홍콩 경무처 처장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일국양제를 해치지 않을 것 5) 이라고 주장하였다.


.


홍콩과 마카오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한정(韩正)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5월 23일 정협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 독립 활동 등을 하는 소수의 사람을 처벌할 것 6)이라고 언급하였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장은 5월 24일 열린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홍콩 관련 사안은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래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겠다7)고 밝혔다. 양회가 폐막한 다음 날인 5월 29일 열린 중국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오리젠(赵立坚)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국가안보는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이며 홍콩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고 어떠한 국가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8)고 강조하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5월 22일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발표한 시점부터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제재)을 시사하였다. 5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는 별도로 홍콩에 제공하던 무역 등 다른 분야에 대한 특별지위를 철회할 것이고, 중국 본토와 동일한 제한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인 인도, 무역, 여행, 관세 등 미국이 이전에 홍콩에 허가했던 특별 정책 조치를 철회할 것임을 밝혔다.9) 


미·중 갈등의 확대 및 심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18년부터 무역 분쟁으로 인해 깊어진 미·중 갈등은 2019년 5월 15일 (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이 중국기업 화웨이(华为)와 관련 기업을 거래 제한 명단(Entity List)에 추가한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기술 경쟁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10) 은 미국의 국가안보나 외교 정책적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기관이나 기업을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하고, 미국 수출 관리 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EAR)에 따라 EAR의 적용을 받는 품목은 미국 상무부의 허가 없이는 이들 기관 및 기업에 대한 수출, 재수출 및 국내 이전이 금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0년에 들어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책임론 논쟁으로 미·중 간 긴장이 보건·위생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올해 1월 미·중이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안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5월 15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관련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5월 22일(현지시간)에는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 및 군사 활동과 관련이 있는 24개의 중국기업을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남용을 사유로 9개의 중국 정부 기관과 기업을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하였다.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 내용으로 볼 때, 기술은 향후 누가 세계 경제 질서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자, 누가 군사 안보적 우위를 점할 것이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전략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는 일찍이 2010년 <전략적 신흥산업의 육성과 발전 가속화에 관한 결정>(关于加快培育和发展战略性新兴产业的决定), 2015년 <중국 제조 2025>(中国制造2025) 등을 발표하고 정부 주도의 ‘기술 굴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화웨이를 위시한 중국기업들은 5G,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2018년 말부터는 전통적인 인프라와 구별되는 ‘신형 인프라’, 즉 5G 기지국, 빅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산업 인터넷(이상 혁신 측면), 특고압(UHV) 송전 설비, 도시 간 고속철도 및 도시 간 철로 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충전소(이상 단점 보완 측면)등의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11)  특히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신형 인프라 건설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 신산업의 발전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금융,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중 관계의 갈등 양상이 확대 및 심화되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불확실성의 증가를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 동조화)이 심화되면 양측은 우리의 지지를 얻고자 할 것이고, 상황이 격화되면 우리는 양자택일이라는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배제하는 글로벌 공급망인 ‘경제 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 구축에 한국이 참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5월 30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개최 예정인 G7 정상회의에 한국, 호주, 러시아, 인도를 초청하여 G7+4 회의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5월 31일(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한국, 호주, 인도 등을 포함하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응할 것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올해 전인대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报告)를 통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서명과 한·중·일 FTA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 등 관련 국가와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언급한 가운데 6월 1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海南自由贸易港建设总体方案)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볼 때 중국은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대안을 찾아 위기를 타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패권(hegemony)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영역을 달리해가면서 확대되고 있고,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개방도가 높은 우리는 미·중 관계로 우리의 산업 경제가 받을 불리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 요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국가는 국가이익의 최대화를 추구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어느 한쪽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양측에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 이를 지렛대로 삼아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한 다자주의적 해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1) 新华社(2020), 《全国人民代表大会关于建立健全香港特别行政区维护国家安全的法律制度和执行机制的决定》.


2)明報(2020.5.29), 泛民:2878人代定港未來 籲青年沉着應戰, https://news.mingpao.com/pns/%e8%a6%81%e8%81%9e/article/20200529/s00001/1590690516136/(검색일: 2020.5.29).


3) SCMP(2020.5.28), Hong Kong national security law: city awaits Trump’s response, casting shadow over long-term economic status,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086487/hong-kong-national-security-law-city-awaits-trumps-response(검색일: 2020.5.29).


4) 明報(2020.5.29), 林鄭月娥發公開信 冀市民充分理解及支持港區國安法, https://news.mingpao.com/ins/%e6%b8%af%e8%81%9e/article/20200529/s00001/1590713460746/(검색일: 2020.5.29). 


5) 明報(2020.5.29), 鄧炳強:港區國安法立法有助打擊港獨 公安部:全力指導支持港警止暴制亂, https://news.mingpao.com/ins/%e6%b8%af%e8%81%9e/article/20200529/s00001/1590717211097/(검색일: 2020.5.29). 


6) 新华网(2020.5.23), 李克强栗战书汪洋王沪宁赵乐际韩正分别看望出席全国政协十三届三次会议委员并参加讨论, http://www.xinhuanet.com/politics/leaders/2020-05/23/c_1126024279_6.htm(검색일: 2020.5.29).


7) 中国政府网(2020.5.25), 国务委员兼外交部长王毅就中国外交政策和对外关系回答中外记者提问, http://www.gov.cn/guowuyuan/2020-05/25/content_5514563.htm(검색일: 2020.5.29).


8) 中国外交部(2020.5.29), 2020年5月29日外交部发言人赵立坚主持例行记者会, http://infogate.fmprc.gov.cn/web/fyrbt_673021/jzhsl_673025/t1784058.shtml(검색일: 2020.5.30).


9) CNN(2020.5.29), Trump announces unprecedented action against China, https://edition.cnn.com/2020/05/29/politics/trump-china-announcement/index.html(검색일: 2020.5.30).


10) U.S. Department of Commerce(2020.5.22), Commerce Department to Add Two Dozen Chinese Companies with Ties to WMD and Military Activities to the Entity List, https://www.commerce.gov/news/press-releases/2020/05/commerce-department-add-two-dozen-chinese-companies-ties-wmd-and(검색일: 2020.5.30).


11) 박소희(2020), 중국 정부,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신형 인프라’ 건설 가속화 강조, KIET 산업경제 5월호, 산업연구원, p.84.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