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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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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21세기 세계경제 주도권 쟁탈전: 희토류 패권경쟁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0-08-28

희토류와 21세기 세계 첨단 제조업

21세기 세계경제는 희소금속이라 불리는 다양한 희귀한 금속과 광물이 원재료가 되어 다층적 밸류체인의 공정을 거쳐 첨단 제조업과 4차산업의 최종 제품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2018)은 2018년 발표된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소금속의 교역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희소금속을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칭하면서 주요 첨단제조업과 4차 산업에 소요되는 광물과 희소금속을 나열하였다. 희소금속은 보통의 금속처럼 다량이 소요되지 않고 아주 소량으로 첨단 기능을 가능케 한다는 의미이다. 원재료의 형태로 채굴함에 있어서도 다량의 채굴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희토류 만큼 이러한 희소금속의 정의에 잘 맞아 떨어지는 금속은 찾기 어렵다. 희토류는 원소 주기율표(Periodic table of elements)에서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 란타넘(란탄 Lanthanides)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39번인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원소’라는 의미로 희토류 금속 또는 단순히 영어 표기 Rare earth elements의 줄임말인 REE 등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희토류 원소 자체가 희귀한 것은 아니다. 희토류 중 하나인 세륨(Ce)은 구리, 아연, 코발트와 비교해도 매장량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분포도 남극을 제외한 세계 각 대륙에 넓게 퍼져있다. 심지어 희토류는 한국의 홍천, 충주 등에도 매장돼있으며 국내에서 1950년에도 희토류가 수출된 바 있다 (송협 2019).
   
희토류가 원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고순도의 제품으로 정련하는 방법이 어렵기 때문에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희토류 원석에는 다양한 원소가 흩뿌려지듯 분포돼있어, 이를 정련하려면 원석을 깬 다음 액체로 녹이고 다시 원소끼리 모아야 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1) 채굴과정(mining), 2) 분리과정(separation), 3) 정련과정(refine), 그리고 4) 합금화과정(alloy)의 밸류체인을 거친다. 희토류의 분리, 정련 및 합금화 과정에는 고도의 기술력과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공해물질이 발생한다 (송협 2019).

희토류는 다시 경희토류(Light Rare Earth Elements, LREEs)와 중희토류(Heavy Rare Earth Elements, HREEs)로 구분된다. 경희토류는 중희토류에 비해 부존량이 10배 가까이 많고 전 세계에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채굴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보통 중희토류의 가격이 더 높은 편이다. 반면 무거운 중희토류는 현재 중국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의 경우 희토류가 지표면에 분포되어 있어 채굴비용 측면에서 저렴하다. 중국은 중희토류와 경희토류를 모두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임경묵․한준희․박승연 2019)

희토류 소재 금속은 톡특한 물리와 화학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 21세기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알려져 있다. 우선 첫 번째 특성은 강력한 자성(magnetism)과 초전도체이다. 이러한 소재적 특성이 적용된 제품이 영구자석이다. 오늘날 희토류의 20% 정도는 영구자석 제조에 사용되어 가장 많이 쓰이는 응용분야이다. 희토류 덕분에 랩탑 컴퓨터의 크기나 무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보통의 중형차 한 대에는 500 그램의 희토류가 들어가며 전기차의 경우에는 1-4.5 킬로그램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토요타 프리우스 차량 한 대에는 1 킬로의 니오디뮴(neodymium)과 100-200 그램의 디스프로슘 (disprosium)이 들어간다 (Medeiros & Trebat 2017, 511). 영구자석의 합금조성은 네오디뮴-철-붕소(Nd-Fe-B)계 및 사마륨-코발트(Sm-Co)계가 주를 이루고, 가격이 저렴한 철계 자석에 비해 자기적 특성이 매우 우수하여 부품의 소형화와 경량화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임경묵․한준희․박승연 2019). 두 번째 특성은 금속형태로 활성이 크고 유리화와 합금화가 상대적으로 쉬우며 자체 발광 기능이 있어 유리공업에 많이 사용되었으며 형광체 전구와 최근에는 LED 디스플레이 레이저 의료기구 등에 핵심적이다. 

중국의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 지배

희토류가 본격적으로 산업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가전제품에 소재로 응용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이후 1990년대에는 독일의 전구기업 오스람 (Osram)등 유리가공 부문과 촉매제로서의 석유화학 분야 등에서 희토류가 많이 사용되었다. 영구자석에 많이 응용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이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20-30개의 소형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풍력 발전 터빈에는 약 2톤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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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세계 희토류 산업은 미국, 브라질,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가 주도했다 (Medeiros & Trebat 2017, 512). 미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차지했다. 미국은 희토류 원재료 광석 (rare earth ore) 채굴 (extraction), 원재료의 분리와 가공 (separation & processing), 희토류 산화물 (REO: rare earth oxide) 제조, 희토류 금속 제조 (60-100% 사이의 다양한 순도), 영구자석 등 희토류 제품화로 이어지는 전 밸류체인이 통합된 일괄 공급망을 가지고 있었다. 채굴에서 분리 가공, REO 단계까지를 업스트림 (upstream), 금속제조와 제품화를 다운스트림(downstream)이라고 부른다. 다운스트림으로 갈수록 부가가치가 높다. 보통 희토류 자원이 풍부한 개도국들은 상류부문에서만 활동하고 원재료 광석이나 REO를 일본, 서구 유럽 등 선진국에게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중국이 처음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에 등장한 것은 1980년대였다. 처음에는 여타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원재료 공급에 머물렀다. 중국은 매우 낮은 가격에 전세계에 희토류 원재료를 공급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이를 두고 중국이 원래는 금의 가격을 가진 희토류를 소금의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1990년대로 오면서 중국은 국가적으로 희토류 산업에 대한 대대적 국가적 투자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국의 희토류 산업 굴기는 중국정부의 주도적인 R&D 투입과 기술혁신에 기인한다. 희토류 기술혁신을 이끈 기관은 내몽고 바얀 오보 광산 (Bayan Obo Mine)에 위치한 전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연구소인 바오투 희토류 연구소 (The Baotou Research Institute of Rare Earths (BRIRE))였다. BRIRE가 처음 설립된 것은 1963년으로 바오투 철강회사 (Baotou Iron & Steel) 소속의 연구소로 출발하였다. 중국정부가 1990년대 들어와 집중적으로 투자한 분야가 희토류 분리와 가공이었다. 결과적으로 1990년대가 되면 REO 생산량이 1980년대에 비해 10배가 증가하였다. 당시 중국의 기술 진보와 혁신의 시작은 1995년 당시 영구자석을 생산하던 제너럴 모터스의 자회사인 미국의 Magnequench를 중국의 국영기업 China Minmetals Corporation이 인수하게 되면서였다. 1998년 미국과 일본은 전세계 영구자석 생산의 70-80%를 차지했었다. 중국의 기술혁신 결과 1998-2010년 사이 중국의 영구자석 생산량은 연 30%씩 증가했다. 영구자석의 합금조성은 네오디뮴-철-붕소(Nd-Fe-B)계와 사마륨-코발트(Sm-Co)계 두 가지가 있는데 더 기능이 우수하다고 하는 중국의 NdFeB계 영구자석 생산량은 1996년 2600톤에서 2007년 8만톤으로 급증하였다 (Medeiros & Trebat 2017, 514). 2010년이 되면 중국은 전세계 NdFeB계 영구자석의 75-80%, 사마륨-코발트(Sm-Co)계 영구자석의 60%를 생산하게 되었다.

중국이 희토류 산업에 매진했던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 자체 때문이다. 매장량은 전체 1억2000만톤 가운데 4400만톤이 중국에 몰려 있다. 두 번째 중요한 이유는 2010년경부터 중국이 세계 최대의 태양광 풍력 전기차 투자와 보급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희토류 산업 퇴조

중국의 희토류 산업이 번창한 것과 정반대로 미국의 희토류 산업은 점차 퇴조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이 되면 중국의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80%에 가까워지고 미국의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10%대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저가 생산을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일부는 중국의 저렴한 희토류 생산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으로 오프쇼오링(offshoring) 하게 되었다. 희토류 샌산 시설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희토류를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제조업 자체가 중국 본토로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미국 최대의 희토류 매장지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운틴패스 (Mountain Pass) 광산이다. 한때는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지였으나 2002년 이후 희토류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이제 희토류 제품은 일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되었다. 일본의 영구자석 세계시장 점유율은 20%대로 유지되었으며 특히 영구자석 관련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제1라운드

중국의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 독점에 대한 안보적 취약성이 처음 드러난 것은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와중에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서였다. 희토류 금수조치가 취해지자 희토류 가격은 톤당 20만달러로 10배 상승하였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희토류 금수조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는 하였으나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의 지배력은 더 약화되었다고 하는 것이 중론이다. 희토류 가격이 오르자 희토류 산업에 들어오려고 대기하던 투자자와 새로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어 일본은 호주의 라이너스 (Lynas)社의 희토류 생산과 분리 가공 시설에 투자하게 되었다. 라이너스社는 미국의 파산한 마운틴패스와 연대해 미국 일본 호주간 3자 희토류 생산과 다운스트림 제조 시설 확대와 투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희토류의 안보적 중요성을 공감하고 2015년까지 희토류 비축시설을 대폭 늘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미중 패권경쟁과 희토류

2019년 5월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무역협상 책임자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희토류 왕국’으로 불리는 장시성 간저우에 있는 희토류 생산·가공업체를 방문해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직접 겨냥하자 ‘희토류 수출 중단’을 대항 카드로 사용할 것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었다 (정인환 2019).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USGS)의 ‘2019 세계 광물자원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약 17만 톤이며, 이 중 14만 톤이 중국산이다. 매장량은 전체 1억2000만 톤 가운데 4400만 톤이 중국에 몰려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규모는 약 9200만달러로,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환 2019).

2020년 5월 코로나 사태가 미중패권경쟁을 더욱 첨예화하고 가속화 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2010년에 이어 다시 희토류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만문제가 연계되어 더욱 그렇다. 미국이 대만에 패이트리엇 미사일 배치를 거론하자 중국이 패이트리엇 미사일 제조사인 록히드마틴社에 대한 영구자석 공급금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희토류 분리와 가공 시설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2010년 이후 소위 희토류 공급망의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에 미국 일본은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가시적 결과가 나오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희토류 산업의 미국으로의 리쇼오링이 미국내에서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이 앞장서서 희토류 문제를 국가안보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미국은 우선 미국 내에 2군데에 희토류 업스트림 다운스트림 시설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생산법을 통과시켜 민간인 투자로 안되면 국가예산을 투입할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내 희토류 리쇼오링 이외에 일본 호주 캐나다와 해외 생산 동맹을 만들려고 한다. 2019년 10월에는 9개국간 ERGI (Energy Resource Governance Initiative)도 체결했다. 마지막으로 희토류를 폐자원을 재활용해서 쓰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도시광산(Urban mining)이라고 하는데 산업 원료 금속이 제품 또는 폐기물 형태로 ①생활 주변에 소량으로 넓게 분포되어 ②양적으로 광산규모를 가진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들어 일반 광산의 금광석 1톤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은 3g에 불과한 반면, 폐 휴대폰 1톤(약 1만 대)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은 200~400g에 달한다. 희토류의 회수율은 일반 금속보다는 훨씬 적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애플 같은 기업은 이미 앞으로 애플의 휴대폰에는 도시광산을 통해 얻은 희토류만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참고 자료]
송협. 2019. “[新자원전쟁] #2. 미래 산업 핵심 소재 ‘희토류’ 각국 개발 나서.” The Daily Post, 06.08 (글로벌 뉴스 미디어 채널 데일리포스트(http://www.thedailypost.kr)

임경묵․한준희․박승연. 2019. “희토류 생산 및 부존현황.” 『물리학과 첨단기술』 9월호.

정인환. 2019. “중국,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가능성 첫 공식 거론.”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895838.html#csidx891d5ed43443428b1e08fd70949319e 

한국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2018.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소금속의 교역동향과 시사점』

Medeiros, Carlos & Nicholas Trabet. 2017. Transforming Natural Resources into Industrial Advantage: The Case of China’s Rare Earth Industry.“ 『Brazilia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37:3, 50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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