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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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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한 동향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중국의 디지털 경제 성장전략과 EU의 대응 및 우리에 대한 시사점

백권호 소속/직책 : aSSIST 석좌교수/영남대학교 객원교수 2020-12-16

1. 중국의 디지털 경제 부상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로 대표되는 중국의 4차 산업혁명은 2015년에 최초로 빅 데이터 전략을 발표하면서, 데이터(디지털)에 기반하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디지털 변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2017년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통합 발표는 새로이 생겨나는 디지털 산업 및 기술을 육성하는 전자의 정책과 기존 산업에 디지털화를 체화시키는 후자의 정책을 통합시킴으로써 혁신과 융합을 기반으로 디지털 경제를 육성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완성한다는 기본 밑그림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두 정책을 통합시키고 연결시키는 핵심에 빅 데이터 발전전략이 있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9대 전인대 보고의 주요 발전전략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중국’을 포함시켰고,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의 정책적 통합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19년 4중전회의에서는 공식적으로 ‘디지털 중국 건설’ 을 채택하였으며, 2020년에는 제4의 신형 생산요소로 (디지털)데이터를 포함시키는 문건이 발표되었으며,1) 5월 22일의 2020년 정부사업보고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총 17번이나 디지털 경제를 강조하는 가운데, 디지털 경제 관련 정책이 발표되었다(<표1>참조).2)




같은 해 7월에는 發改委 등 13 개 부서 공동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업태 및 모델의 건전한 개발을 지원하고, 나아가 소비자 시장을 활성화하여 고용 확대를 촉진하는데 관한 의견’ 을 발표함으로써 디지털 경제를 통해 새로운 취업기회를 창출하는 한편 산업우위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실천전략 추진을 알렸다. 이러한 정책적 추진 노력에 힘입어 2025년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60조 위안에 달하여 총 GDP 추정액 100조 위안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디지털 경제의 발전전략을 시작하던 2019년 현재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35.8조 위안으로 총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36.2%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3) 이는 미래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디지털 경제의 성장에 크게 의존할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2019년 기준으로 디지털 경제의 성장이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66.7%였으며, 이전 5년간 동 기여율은 50% 이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도 설명하였거니와 중국이 추구하는 디지털 경제의 정의와 범위는 기존 경제의 디지털 기술 기반 경제로의 전환 부분과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블록체인 등 새로운 디지털 경제 자체의 생성 및 성장을 포함한다.4)

2. 중국 디지털 경제의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도전

중국 디지털 경제의 부상은 글로벌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ICT 시장(지출기준)은 2020년 기준 2조 3,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미국이 37.2%의 비중으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뒤이어 중국은 11.5%의 비중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5) 한편 글로벌 디지털 국가경쟁력6) 에서는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이 예상대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싱가포르가 지수 상으로는 1위였으나 도시국가라는 규모의 절대적 한계를 고려하여 조정 후 2위에 올랐으며, 중국은 3위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디지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7)

이러한 중국 디지털 경제의 급부상은 인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가면서 2차 산업혁명(전기)과 3차 산업혁명(정보화)을 주도하고 선도해 온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면서 미·중간 무역마찰과 첨단기술 이전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갈수록 패권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국간 갈등을 파악하는 시각과 관점을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때로는 제3자, 이 경우는 유럽연합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이해하는 방법이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 세계질서의 변화를 전망하는 데 더 유용하고 우리에게 더욱 풍부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 

디지털 경제라는 개념이 부상한 것은 매우 최신의 경제현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산업화·정보화 시대의 기존 틀과 레짐(regime) 속에서 그 현상을 파악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그것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파괴적 충격이나 종속적 구조에 대하여 제도적으로 대비가 충분하지 못한 채로 이제 디지털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유럽연합도 예외가 아니어서 디지털 경제라는 관점에서 유럽연합을 아우르는 통합적 제도나 레짐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연합이 중국 ICT 대기업들의 유럽연합 시장 진입을 보는 시각은 매우 엄중하다. 이를 다섯 가지로 요약하면,8) 첫째는 중국 디지털 경제가 갖고 있는 기술 경쟁력이다. 유럽연합은 중국이 AI, 양자 컴퓨터, 5G를 비롯한 여타 디지털 핵심 기술에서 파괴적 혁신에 기반하여 글로벌 기술선도를 추구하고자 하는 야망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AI(특히 안면인식기술), 나노기술, 양자컴퓨터, 빅 데이터, 클라우딩, 스마트 시티 등 분야의 첨단기술에서는 이미 세계를 선도하는 ‘Global Power House’로 부상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둘째는 중국 정부가 당정일치로 총체적 디지털 발전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미래지향적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①사이버전쟁 역량강화, ②AI 무기화, ③양자컴퓨터 등 분야의 기술선도를 통해 글로벌 사이버 거버넌스를 주도함으로써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셋째는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표준을 글로벌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5G에서는 중국표준이 최초 글로벌기술 표준으로 등록되었으며, 우선적으로 5G, 블록체인과 IoT 분야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근거로서 국제기술표준 제정에 간여하는 3대 국제기구(ISO, IEC, ITU)의 지도층과 집행부 사무국 등 지배구조에 중국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넷째는 그 실천전략으로서 ‘국가정보화전략 2020~2030’을 추진하면서 數字走出去(Digital Go Abroad) 차원에서 ‘디지털 실크로드’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하여 중국은 2015년 국무원에 『標準聯通”一帶一路”專項領導小組』를 설치하였으며, 标准联通‘一帶一路’ 行動計劃(2015—017)과 标准联通共建‘一帶一路’行動計劃(2018—020)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동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고 실천함에 있어서 당-정-기업이 결합한 ‘ICT Nexus’ 체체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중국 경제·사회 전체를 디지털 기술로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하는 체제를 구축하였으며, 이러한 중국 특색의 사회적 거버넌스와 규범을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서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중국식 운영규칙을 해외사업 및 시장으로 확산시키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섯째는 비즈니스적으로도 이미 물류, 이커머스, 핀테크, 자율주행, 디지털 헬스 산업에서는 중국 ICT 대기업들이 글로벌 선두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핀테크와 이커머스 및 통신 서비스 산업 영역에서 이들 중국 대기업들이 이미 유럽연합 시장에 깊숙이 진입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배적 위치에 올라 글로벌 디지털 아키텍처 형성을 주도할 가능성이 실체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ICT 대기업의 유럽연합 통신 서비스 시장 진입은 이미 유럽연합의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어, 중국 디지털 산업 및 기술에 대한 유럽연합의 의존성이 안보상의 위해를 우려할 수준이 이르고 있다는 것이 유럽연합의 판단이다.9)


<표4>는 유럽연합이 우려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의 총체적 프레임워크이다. 결국 유럽연합의 중국의 디지털 부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중국정부가 중국의 ICT 대기업을 앞세워 ‘2인3각’ 방식으로 글로벌 디지털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ICT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중국 디지털 산업 및 기술표준에 대한 의존성을 확대 심화시킴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와 지배구조 나아가 ‘인터넷 주권(internet sovereignty)’ 등 디지털 담론을 주도하는 명실공히 디지털 패권국가로 거듭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눈앞으로 다가온 글로벌 디지털 변혁 시대에 미래지향적 중·유럽 관계를 여하히 설정해 갈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표2>와 같은 유럽연합이 선택 가능한 대안적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자명하다. 유럽연합의 개별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중국 디지털 산업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으며, 스마트 도시 건설 사업에 화웨이 같은 중국 ICT 대기업의 기술적 지원이나 설비 등을 도입하는 것이 가져 올 안보상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디지털 산업 영역에서도 유럽연합의 통합적인 정책과 제도적 규범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 유럽연합 대중국 정책, ‘공정경쟁’을 핵심으로 ‘Principles First’ 로 대응 


유럽연합의 이러한 정책적 판단은 코로나19 판데믹을 겪으면서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판데믹 위기동안 보여준 중국의 행동은 유럽의 의사결정자들로 하여금 중국과의 깊숙한 상호의존관계가 가져올 취약성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의 대중국 정책은 유럽에서 추진되고 진행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프로젝트들이 기반하고 공유하고 있는 원칙이나 가치가 중국의 그것과는 계속해서 수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10)  

2019년까지만 하여 유럽연합은 <그림 1>의 시나리오 가운데 좌상의 정책대안(이해관계 보호 시나리오) 채택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하는 입장이었다면,11) 2020년 코로나19이후에는 우상의 정책대안인 경쟁적인 시나리오를 채택하는 입장으로 확연히 선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글로벌 사회에서 보여주는 행태가 그들이 중국 국내에서 보여주는 정책 및 행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확신에 근거하고 있다. 중국이 이제 공개적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서구적 자유민주주에 기반한 자본주의와 체제경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유럽을 포함하여 글로벌 사회에서 보여주는 행태가 협력 보다는 경쟁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협력적 태도보다는 자기확신적 태도에 근거하고 있어서 유럽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럽의 경제와 정치 시스템은 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라이벌 관계에 있으며,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일상적 경제관계에서 조차도 국가안보의 책임을 고려해야 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에서는 2020년에 들어서서 화웨이와 협력 결별을 선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덴마크 국방장관이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우방 국가가 아닌 지역이나 국가로부터 통신서비스 관련 설비나 기술 도입을 배제할 것이라는 언급을 한 이래, 7월에는 영국이 2027년 이후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 도입을 배제할 것을 발표하였고, 프랑스 통신사업자도 2028년부터 화웨이와의 계약갱신을 포기할 것임을 밝혔다. 이어서 8월에는 루마니아가 5G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결정했으며, 슬로베니아,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체코 등이 미국과 5G 설비와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12) 유럽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화웨이의 퇴출압박이 시작되고 있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이 유럽의 전문가 엘리트 그룹을 친중파로 포섭하여 이를 기반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조성에 참여하도록 압박하는 방식과 왜곡된 정보전달 방식으로 유럽에서 중국 홍보 및 선전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유럽연합의 통합과 자유주의에 기반한 다자주의라는 가치를 위협하는 우려할만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으며, 중국이 주장하는 다자주의가 공정경쟁에 기반한 다자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소용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확신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중국식 코로나19 방역대응 모델의 유럽 전파를 시도했던 과정에서도 재확인되었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최고의 덕목이자 가치로 추구하는 유럽사회에서 중국식 방역모델은 애당초 수용이 불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특히 미래의 비대면 디지털 사회 환경 속에서 인류가 공유할 글로벌 방역 모델로서 중국식 방역 모델은 인권, 자유주의, 개인주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국식 방역 모델은 중국식 디지털 경제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었을 때 경험할 수도 있는 충격과 낯섦, 불편함에 대하여 유럽지도자들이 미리 경험하고 예상할 수 있게 해 준 것이었고, 보다 현장감과 현실감 있는 판단이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중국이 글로벌 교류·협력에서 ‘중국 우선(China First)’ 주의를 택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의 글로벌 전략에서도 상대방 국가와의 협력적(cooperative) 관계가 아닌 자기확신적(assertive)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유럽연합이 단합하여 중국과의 경쟁적 협력관계를 전제로 대중국 대응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공정경쟁(Fair Competition)’을 전제로 하는 ‘Principles First’이다. 더 이상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4. 한국·한국기업에 대한 시사점

플랫폼 경제 및 비즈니스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디지털 경제를 여하히 정치·경제적 체제 혹은 메커니즘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이를 글로벌경제 체제 속에서 여하히 규범화할 것인가가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U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정경쟁’을 위시한 ‘원칙우선’의 대중국 교류협력 전략은 아직은 형성 및 추진 초기단계에 이지만, 이제까지 개념조차도 채 형성되지 않았던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향후 EU 회원국 사이의 통합된 규범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것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스탠더드가 될 개연성도 커 보인다. 이러한 규범의 설계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마찰에도 중장기적으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도 EU가 준비 중에 있는 디지털 경제협력 관련 대중국 대응전략을 벤치마킹하여 한·중관계의 특수성에 맞는 미래지향적 규범을 설계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게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심화의 흐름 속에 동참하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 글로벌 경제협력의 규범 같은 독자적인 ‘원칙’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이를 밝히는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규범은 기존의 GATT/WTO로 대표되는 개방적 세계경제질서를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수용하면서, 새로이 부상하는 ‘공정경쟁’과 ‘호혜’의 원칙을 포용하는 철학과 원칙을 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적 상황에서 이러한 규범 설계를 추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당성 구축(legitimacy building) 접근(Dacin et al., 2007)을 차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Kwak et al.,(2019)13)은 디지털 산업의 발전과정을 정당성(legitimacy) 구축의 관점에서 시장 정당성(market legitimacy)과 관계적 정당성(relational legitimacy) 및 사회적 정당성(social legitimacy)의 3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알리바바가 중국의 시장, 제도, 사회의 틀 속에서 여하히 존재와 존립 그리고 성장의 정당성을 확보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새로운 형태의 ICT 기업조직인 알리바바가 처음에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시작하여 새롭게 생겨나는 디지털 시장경제 환경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플랫폼기업으로 혁신적 진화를 추진해 나가면서 여하히 시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중국사회(정부)로부터 스스로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갔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조직의 행동(organizational actions)을 사회적 정당화 과정의 결과로 간주하는 제도적 이론의 연구 축적에 기반하고 있다.(Kwak J., Zhang Y. & Yu J., 2019에서 재인용) 이러한 접근방법은 아직은 아날로그에 기반하고 있는 서로 다른 제도적 환경 속에서 특정한 플랫폼 비즈니스 또는 기업이 그 사회 내에서 존재와 발전 및 성장의 정당성을 확보해가고 구축해 가는가를 규명하는데 효과적이다. 한국과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어 가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디지털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디지털 산업과 대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진입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에 대한 미래지향적 상생협력의 제도적 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당성 구축(legitimacy building)이라는 관점은 특정 국가체제나 문화의 특수성 지향을 극복할 수 있는 보편성의 철학과 다양한 체제적 이질성을 일정한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 포용성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시장 정당성 관점에서는 ‘호혜적’ 협력관계 구축을 시장 참여의 정당성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입지를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에 진입하기를 원할 때는 시장과 중요한 이해관계자의 인정 및 수용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처럼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의 권한이 상당하고 특정 시장에서 진입하기 위해서 정부의 승인이 필수적 일 때 시장 정당성이 특히 절실하고 사실상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중국의 외자기업 도입 전략의 선례에 따라서 우리에게 적합한 시장 정당성 기준 즉 ‘호혜성’을 원칙으로 제시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수용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관계적 정당성 관점에서는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공급업자와의 관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에 대한 공생적, ‘상생적’ 협력체제 구축 약속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기업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며, 일상적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관계활동을 처리한다. 이해관계자의 구성 요소는 다양하며 주요 이해관계자는 기업이 처한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다르고, 플랫폼 경제일수록 네트워크의 연결 처리는 더욱더 복잡해지고 일상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관계적 정당성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게 해주며, 그렇게 함으로써 기업은 관계형성 및 선택에서 더 광범위한 파트너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 상거래 기반의 플랫폼 회사는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를 형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관계적 정당성의 향상은 구매자의 신뢰를 보장하는 동시에 자격을 갖춘 판매자들과의 관계를 보다 잘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시켜 준다. 이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증가하고 다양화됨에 따라 공진화와 비즈니스 공생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어 더욱 중요한 이슈이다. 따라서 상황 전반에 걸쳐 공통된 것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가 비즈니스를 수행 할 가치가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관계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의 네트워크 속에 국제적 이해관계자의 존재가 증가함에 따라 관계적 정당성의 인식된 가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계적 정당성은 현지 시장에서 외국기업으로서의 책임을 극복하고 현지 사회에서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공생적, ‘상생적’ 협력을 원칙으로 기업조직 행동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정당성은 기업 및 기업의 행동이 사회 제도적 환경 속에서 존재와 행동의 합법성을 담보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다. 모든 기업조직의 경제활동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경제행동을 정의하는 사회적 규범, 규칙 및 기대의 광범위한 사회적 또는 제도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응이라는 시간과 공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하여 다양한 맥락을 생성한다. 이 가운데 일차적 노력은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일정한 정도 관계적 정당성과도 연결된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 정당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명확히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공정한 경쟁관계(‘공정성’)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으로 하여금 ‘공정성’을 합법적으로 담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회적 정당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정리하면, 본격적인 글로벌 디지털 경제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여 중국의 ICT 대기업들을 비롯한 해외 디지털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국내시장 진입에 대비하여 원칙적인 시장개방을 전제로 협력의 제도적 규범을 설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보호주의적 신 조류와 개방적 추세 사이에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응조치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당성 구축(legitimacy building)의 프레임을 채택하여 시장 정당성과 관계 정당성 및 사회 정당성을 기반으로 ‘호혜성(시장 정당성)’, ‘상생(공생)(관계적 정당성)’ 및 ‘공정경쟁(사회적 정당성) ’을 각각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원칙으로 하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협력의 체제의 틀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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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공산당 중앙위와 국무원은 2020년 4월 9일 ‘關於構建更加完善的要素市場化配置體制機制的意見(시장 지향적 요인 배분을 위한 보다 완전한 시스템과 메커니즘 구축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음. 동 의견은 노동과 자본 및 기술에 이어서 (디지털)데이터를 제4 생산요소로 간주하여 동 요소시장의 육성을 가속화할 것을 제시하였음. 동 문건은 중국의 시장 지향적 요소배분에 관한 최초의 문건임. 

2) 발개위 발표 ‘2020년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계획 초안’

3) 코트라, 코로나19이후 중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과 대응방안, Global Market Report 20-108, 2쪽.

4) 전문가들 중에는 기존 경제의 디지털화인 전자의 부분은 디지털 경제가 아니고 새롭게 생성되는 디지털 경제인 후자만 디지털 경제로 간주하여,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협의의 디지털 경제가 순수한 디지털경제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 정의하는 디지털 경제는 전자와 후자를 다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는 중국의 디지털 경제에 대하여 논의하는 만큼 원칙적으로 양자를 다 포함하는 광의의 디지털 경제를 전제로 논의를 전개한다. 

5) IDC, China Opportunities Program, China IT Trends IDC P36606.

6) 상해사회과학원이 개발한 디지털 산업, 디지털 혁신, 디지털 인프라, 디지털 거버넌스로 측정한 글로벌 디지털 국가경쟁력지수에 의거.

7) 코트라, 전게서 4쪽.

8) Shi-Kupfer K. & Ohlberg M., China’s Digital Rise, MERICS, Apr. 2019을 참조 정리하였음.

9) Shi-Kupfer K. & Ohlberg M., 앞의 자료, 34~35쪽 참조.

10) Huotari M., Weidenfelt J. & Wessling C., Towards a principles first approach in Europe’s China Policy. MERICS Paper on China, MERICS, Sep. 2020., 8쪽.

11) 공식적으로 유럽연합 정부는 대중국 정책을 호혜주의와 공정경쟁에 기초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2) Huotari M., Weidenfelt J. & Wessling C., 앞의 자료, 25쪽.

13) Kwak J., Zhang Y. & Yu J., Legitimacy building and e-commerce platform development in China: The experience of Alibaba, Technological Forecasting & Social Change 139(2019), 1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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